'아리랑'으로 잇는 두 나라…독일 합창단 지휘자 정나래의 꿈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9살부터 14살까지의 어린이로 이뤄진 합창단.

독일 최고의 어린이 합창단으로 불리는 '서독일방송(WDR) 도르트문트 어린이 합창단'이 한창 연습 중입니다.

정나래 씨는 2018년부터 벌써 5년째 이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카롤린 노도프·야나 비저 / 합창단원 : 정나래 지휘자님은 사랑이 가득한 선생님입니다. 합창 수업은 항상 좋아요.]

한국에서 성악을 전공한 뒤 독일로 건너와 성악과 지휘를 더 공부했다는 정나래 씨.

나래 씨의 음악 인생은 6살 무렵 시작됐습니다.

지역 어린이 합창단에 들어가 노래 부르는 게 그 출발이었는데요.

어릴 때 취미 삼아 했던 활동은 청소년 시절, 남북 교향악단의 합동 공연을 보면서 본격적인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정나래 / 지휘자 : 그때 음악을 통해서 분단된 국가도 하나가 될 수 있구나, 라는 큰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어렸을 때 봤던 프로그램 하나가 저를 지금 자리까지 오게 한 것이 아닐까 한독문화교류, 구체적인 문화 교류에 관심을 가지게 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나래 씨는 이처럼 청소년 시절 강렬하게 느낀 음악의 힘을 후학들에게도 알리고 싶은데요.

독일 도르트문트 에네르대 합창학교에서 성악을 가르치는 동시에,

서독일 어린이 합창단에서는 부지휘자, 그리고 도르트문트 청소년 합창단에서는 전임지휘자로 눈코 뜰 새 없이 활동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입니다.

노래에는 국적과 문화를 뛰어넘어 서로를 이어주는 힘이 있다고 믿기에,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활동도 하고 있는데요.

한국과 독일의 문화 교류입니다.

대부분 현지 어린이들로 이뤄진 합창단원에게 종종 한국어 노래를 연습시키는데요.

가사의 의미를 더 깊이 음미하기 위해, 한글학교에서 한국 문화 수업을 듣기도 합니다.

[레나 수퍼슨 / 합창단원 : 우리는 아리랑을 부르기 전에 아리랑이 어떤 이야기인지도 배웠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부르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합창단 전체가 이 노래의 느낌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서 이 노래는 텍스트와 멜로디뿐만 아니라 노래를 부르면서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이요.]

쉬는 날에는 아이들과 여행도 다닐 만큼 마음을 다해 단원들을 챙기는 나래 씨.

아이들도 누구보다 나래 씨를 따르며 끈끈한 사제의 정을 보여줍니다.

[정나래 / 지휘자 : 합창단은 노래만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하나로 모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자들의 마음을 저에게로 끌어오기 위해서 참 노력을 했는데요. 제가 독일 지휘자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한국 특유의 정을 생각하게 되었고, 합창단 전체를 위해서 합창단 개개인에게 진심과 사랑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각종 성악 경연 대회와 오디션에서 좋은 결과를 내며, 지금은 합창단원들과 동료, 학부모에게 누구보다 인정받고 있습니다.

[마티아즈 슈마이그, 뤼드거 슈마이그 / 학부모 : 나래 씨는 정말 멋지고 마음이 따듯한 지휘자예요. 나래 씨가 지도한 모든 노래에 감사를 표하고, 나래 씨가 아니었으면 이런 행사나 아름다운 노래도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한마디로 말하자면, 다양한 출신과 다양한 문화가 하나로 연결되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최근에는 '가장 아름다운 들녘'이라는 독일 민요와 한국의 '아리랑'을 편곡해,

'가장 아름다운 아리랑'이란 주제로 한-독 문화 교류 공연을 펼치기도 했는데요.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많은 공연을 통해 두 나라가 더 가까워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프란체스카 뉴센, 릴리아네 게슬링 / 합창단원 : 작년 10월에 공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었는데요. 다시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하고 싶어요.]

[정나래 / 지휘자 : 코로나가 나아지고 있다고 희망을 가지고 지금 10월 8일 용인시 어린이 합창단과의 문화교류를 시작으로 한국 순회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다시 만나 뵙고 전 세계 아이들이 함께 문화교류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