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한국 정상 최초 우즈베크 의회 연설

문 대통령, 한국 정상 최초 우즈베크 의회 연설

2019.04.19. 오후 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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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 대통령]

존경하는 우즈베키스탄 국민 여러분, 니그마틸라 율다셰프 상원의장님, 누르딘존 이스마일로프 하원의장님과 의원 여러분,

앗쌀롬 알레이쿰!

우즈베키스탄 하원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연설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께서는 2016년 12월, 이곳 하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이 정부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에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국민의 의견을 직접 수렴하기 위해 '가상 민원실'을 개설했고, 2017년에는 외환자유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최근에는 모든 각료를 의회의 승인으로 임명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뜻을 존중하며 국정을 운영하고 계신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의원 여러분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우즈베키스탄 국민 여러분,

나는 우즈베키스탄으로 오는 길에 1400년 전, 어느 날을 상상했습니다.

한국의 고대국가 사신들이 사마르칸트에 도착한 날입니다. 말을 타거나 발 빠른 낙타를 타고 부지런히 쉬지 않고 왔다면 두 달쯤 걸렸을까요? 높은 산맥과 고원, 사막을 건너며 눈비를 만나고, 때로는 더위나 추위와 싸우느라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여러분들처럼, 1400년 전의 우즈베키스탄인들도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을 환대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깊은 우정과 신뢰를 나눈 그들을 가장 중요한 서쪽 벽에 '아프로시압 벽화'로 남겼습니다.

그와 같이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미 고대국가 시기부터 사신들이 오고 간 친구 국가였습니다.

나의 상상은 한국의 서울에서 철도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지나 멋진 타슈켄트 기차역에 내리는 꿈으로 이어졌습니다.

양국의 고대국가들이 실크로드를 통해 교류했던 것처럼 21세기 ‘철의 실크로드', 철도를 통해 양국이 이어져 상생 번영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한국인은 이곳에서 중앙아시아의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며, 이중내륙국인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은 지구에서 가장 넓은 바다 태평양을 만나고, 고려인들의 고향 한국과 미래를 함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철도를 통해 양국이 만나는 일은 중앙아시아와 태평양이 만나는 새로운 번영의 꿈입니다.

우리 고대인들이 벽화 속에서 나와 다시 손잡는 일입니다.

여러분,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지 않습니까?

우즈베키스탄 국민 여러분,

‘손님이 다녀간 집은 윤택해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인류는 교류와 소통을 통해 발전하고 번영해왔습니다.

이러한 인류의 역사를 통찰한 우즈베키스탄인의 지혜가 담긴 속담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동서 교류가 낳은 위대한 산물들이 가득합니다.

ICT·의료·우주 등 현대의 첨단 과학기술도 긴 역사를 거슬러 가면 여기 우즈베키스탄에 닿습니다.

수학자 '알 호레즈미'가 집대성한 연산 기술은 그의 이름을 딴 ‘알고리즘(Algorithm)'으로 발전하였고 ICT 기술을 낳았습니다.

부하라 태생, 이븐 시나의 ‘의학정전'은 수많은 생명을 살리며 근대의학으로 발전했습니다.

위대한 티무르 왕의 손자 울루그벡 왕은 정교한 관측과 계산으로 천문학을 발전시켰습니다.

울르그벡의 천문표는 한국 조선왕조시대의 역법을 만드는 기초가 되었습니다.

교류가 혁신이며, 곧 번영입니다.

우즈베키스탄의 역사가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나는 한국의 오랜 친구 나라인 우즈베키스탄과의 교류가 21세기의 혁신으로 이어져 양국의 공동 번영을 이룰 것이라 확신합니다.

양국은 지난해 21억 불로, 사상 최대의 교역액을 기록했습니다. 60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우즈베키스탄에 자리 잡았을 만큼 양국의 교역과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에너지·인프라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성공적으로 완료하거나 진행 중인 사업은 91개 기업, 125건, 총 107억 불에 이릅니다.

양국은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에 함께하며 세계적인 기후환경 문제의 협력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오늘 나는 친구이자 형제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함께 양국 관계를 더욱 깊게 발전시키기로 했습니다. 양국의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5G,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ICT 신산업 분야 협력을 통해 4차산업혁명 시대를 함께 대비하기로 했습니다.

첨단 우주 분야의 정책을 교류하고, 함께 인재를 키우며, 위성 직수신국 설치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보건 분야에서는 이번에 개소되는 ‘한-우즈벡 보건의료협력센터'를 중심으로 우즈베키스탄의 보건의료개혁에 한국이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5G 기술을 응용한 e-health 분야의 협력은 의료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국민 건강을 지킬 뿐 아니라 혁신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우즈베키스탄은 2017년 ‘국민 대화 및 인간 권익의 해', 2018년에는 ‘기업활동 및 혁신의 해'에 이어 올해를 ‘투자 및 사회발전의 해'로 선포했습니다.

소통과 개방, 혁신을 통해 국민의 삶을 향상하고자 하는 우즈베키스탄의 꿈이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더 크게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존경하는 우즈베키스탄 국민 여러분,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에게 특별히 고마운 나라입니다.한국인들은 우즈베키스탄을 뜨거운 형제애, 인류애의 국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1937년 극동지역의 많은 고려인들이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주 당했을 때,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은 갑작스런 이주로 정착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고려인들을 따뜻하게 품어 주었습니다.

참으로 살길이 막막했던 고려인들에게 전쟁의 어려움 속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우즈베키스탄의 국민들 덕분에 고려인들은 무사히 겨울을 넘기고, 이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웃이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우즈베키스탄의 ‘하샤르(hashar)'정신에 힘입어 고려인들도 우즈베키스탄 사회에 공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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