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디도스' 공격...실체와 파장은? [권석철, 인터넷 보안업체·고성국, 정치평론가]

선관위 '디도스' 공격...실체와 파장은? [권석철, 인터넷 보안업체·고성국, 정치평론가]

2011.12.14. 오전 09: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멘트]

지난 10·26 재보선 당일 새벽,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벌인 단독 범행이라며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이 전면 재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겠다고 했으니 두고 볼 일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정치권도 소용돌이에 휩싸였는데요, YTN 포커스, 이번 사건의 실체와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권석철 인터넷 보안 업체 대표 자리 함께 했습니다.

[질문]

앞서 보신 인터뷰에서처럼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매우 뜨겁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시청자들께 '디도스'라는 게 뭔지부터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죠.

[답변]

디도스라는 것은 해킹의 일종입니다.

분산서비스공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차트를 잠깐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림을 보시면 앞에 있는 공격용 PC가 실제로 직접 공격 대상을 공격하지 않고요, 중간에 악성코드를 이용해 좀비화 된 여러 컴퓨터를 아무때나 컨트롤해서 공격 대상에 대해 집중적으로 네트워크 공격하면 공격 대상에 과부하가 걸려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실제로 이 물컵으로 설명을 좀 드리면 물이 이렇게 있는데 여기 구멍이 뚫리면 구멍으로 물이 새겠죠.

그런데 물을 계속 붓거나 빠른 속도로 부으면 물이 넘치지 않습니까.

이런 현상과 같은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질문]

공격형 PC가 좀비PC들, 수천대 수만대에 공격 명령을 내리면 일시에 집중적으로 공격 대상을 공격하는 게 디도스라고 이해하면 되겠군요.

그런데 선관위는 디도스 공격에 대한 자체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왜 2시간 동안이나 공격을 당한 겁니까?

[답변]

이것이 보시면 이 그림에 있는 비정상적인 접속뿐만 아니고요, 당일에 정상적인 접속들도 있었을 겁니다.

이런 정상적인 신호와 비정상적인 신호를 구분해야 하는데 디도스 방어 제품이 이 역할을 하는데 신호를 구분하는 데에는 굉장한 어려움이 있고요.

아무래도 비정상 접속도 정상처럼 위장을 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검토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요. 결국 그 오랜 시간 걸려서 디도스인 것을 확인한 후에 사이버대피소로 옮겨서 공격을 막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질문]

그럼 여기서 잠깐 이번 디도스 사태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 내용을 김지선 기자가 정리해 보겠습니다.

[답변]

경찰이 밝힌 수사 전모는 이렇습니다.

사건은 선거 전날 밤에 이뤄진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됩니다.

10.26 선거 하루 전인 25일 밤 11시 40분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 공 모 씨는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동향 지인 강 모 씨와 통화를 합니다.

공 씨는 "이유는 묻지말고 오전 6시부터 선관위와 박원순 후보의 홈페이지를 공격하라"고 요구합니다.

당시 필리핀에 체류중이던 강 씨는 자신의 회사 직원 2명에게 이 업무를 지시하고 이들은 공격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공격을 받은 선관위 홈페이지는 새벽 6시부터 2시간 가량 박원순 후보의 홈페이지는 새벽 두 차례에 걸쳐 접속이 마비됩니다.

이상이 경찰이 강 씨와 직원들의 진술, 또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밝혀낸 사건의 경위인데요, 공 씨는 체포 이후 줄곧 혐의를 부인하다 결국 검찰 송치 직전인 지난주 금요일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습니다.

검찰이 밝혀야 할 사건의 핵심은 우선 배후의 유무입니다.

과연 9급 수행비서가 혼자서 이런 범행을 모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때문에 여권 내에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공 씨가 사건 전날 여당 비서진과 함께 술을 먹으면서 범행 계획을 상의한 사실이 드러나 이번 범행이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더하고 있습니다.

전날 밤 상황을 간단히 살펴보면 공 씨는 밤 9시경부터 함께 술을 마시던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인 김 모 씨에게 범행 계획을 상의합니다.

공 씨가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할까요?'라고 묻자 김 씨를 이를 만류했다는 겁니다.

이 술자리에는 공성진 전 의원의 비서였던 35살 박 모 씨를 포함해 모두 6명이 함께 있었습니다.

공 씨는 바로 이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필리핀에 있던 강 씨와 30여 차례 통화를 하며 범행을 지시했는데요, 김 씨를 제외한 사람들은 범행계획을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공 전 의원 비서관 박 씨 역시 범행이 저질러진 이후에야 김 씨에게서 이번 사태가 공 씨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었다고 합니다.

김 씨와 박 씨는 공 씨와의 술자리에 가기 전에 서울 도심에서 저녁 만찬에 참석을 했는데요, 이 자리에는 정두언 의원의 현직 비서와 청와대 행정관이 동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초 함께 범행 계획을 의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지만 경찰은 이들은 범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결론 냈습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 행정관의 동석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가 사건을 은폐하려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아직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검찰은 모든 것을 철저하게 재검토한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경찰 수사만으로도 정치권에 미친 파장은 엄청납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그 파장은 총선, 대선까지도 이어질 수 있어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질문]

그럼 이번 사건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권 대표님, 선관위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평소 우리가 알고 있는 디도스 공격과는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게 무슨 뜻이죠?

[답변]

선관위 공격은 홈페이지를 공격한 것이 아니라 내부에 연결돼 있는 데이터베이스 서버를 공격한 것이 굉장히 특이한 사항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정보와 데이터베이스 서버의 IP를 알아야 합니다.

그런 IP를 알기 위해서는 내부자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죠.

[질문]

중요한 지적이신데 말씀대로라면 데이터베이스 서버에 대한 해킹이 시도됐을 수도 있다는 건데, 이 해킹이 디도스보다 높은 수준의 실력을 필요로 하는 건가요?

[답변]

이번같이 데이터베이스처럼 내부의 서버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해킹으로 본다고 한다면 조금 더 전문가적인 기술이 필요하고요, 또 그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준비를 해서 공격을 해야 합니다.

간단하게 그날 당일에 공격을 의뢰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권 대표님의 말씀을 들으면 내부자의 도움없이는 데이터베이스의 디도스 공격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선관위는 어떤 입장인지 잠시 듣고 가겠습니다.

[질문1]

실무자로서 이번 디도스 사태 어떻게 보는지?

[녹취]
"이유가 어찌됐든 저희 선관위 홈페이지가 2시간 반 동안 장애를 일으켰다는 점에 대해서 국민들께 사과드리고,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 대해서 저희도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질문]

제3자의 개입 의혹에 대한 선관위의 입장은?

[녹취]
"사실 저희도 외부에서 제기한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자체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저희의 기술적인 분석 결과로는 내부자의 공모 의혹이라든가 DB의 전원이 끊겼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저희가 분석한 결과로 볼 때는 그런 의혹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질문]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할 뜻이 있는지?

[녹취]
"일단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으니까 수사 내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고, 저희가 준비한 자료는 만약 이런 의혹들이 계속될 경우에 로그 기록 자체를 공개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분석한 자료들은 공개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홈페이지가 아닌 데이터베이스에 공격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선관위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입장을 잠시 들어봤습니다.

권 대표께서 지적해주신 여러 의문점들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기를 기대해보고요, 오늘 디도스 관련한 여러가지 도움 말씀 감사합니다.




[앵커멘트]

이번에는 선관위 디도스 사태가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옆 자리에 고성국 정치평론가 모셨습니다.

고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질문]

우선 여당 분위기부터 짚어보죠.

여당 입장에서 당 쇄신 등 할 일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어요. 이번 사태가 여당에 미치는 영향,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홍준표 체제가 당을 완전히 환골탈태하는 혁신을 하는 지도부로는 좀 미흡하지만 그래도 예산안이라든지 이런 현안들은 좀 처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언제 혁신을 시작할지 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디도스 사건이 터진 겁니다.

그래서 사실 예산안도 처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나라당은 이제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고요.

홍준표 대표까지 사퇴한 마당에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전면에 나서서 한편으로는 당을 혁신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예산안이나 민생법안 처리라는 숙제도 해야 하는 이중의 짐을 떠안게 된 것이죠.

[질문]

일부 여당 의원들조차 이번 디도스 공격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윗선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에 대한 여당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변]

최구식 의원은 직접 관련되지 않았다고 하고 있지만 일단 9급 비서가 이 범행의 주범으로 확정된 상태에서는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고요.

또 한편으로는 예컨데 최구식 의원 밑에서 비서를 지냈던 사람이 박희태 국회의장의 6급 비서로 일을 하고 있다가 공 모 씨하고 그 전날 술을 마셨다는 것 아닙니까.

또 그런가하면 정두언 의원의 비서도 자리를 같이 했고요.

그럼 이런 정황을 보면 과연 9급 비서인 공 모 씨 혼자 이 모든 것을 다 계획하고 결정하고 명령을 내려서 실행까지 했겠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찰이 단독 범행이라고 발표는 했지만 야권에서 우선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는 상태이거든요.

[질문]

야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 보면 호재를 만난 셈인데요, 야당의 전략은 뭐라고 보십니까?

[답변]

야당 입장에서는 공격하기 굉장히 좋은 호재라는 것이죠.

그러니까 특검 요구를 하거나 국정조사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여당을 밀어붙이면 그 과정에서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도 덮어질 수 있고 앞으로도 시민통합당과의 통합 결의라든지 진보통합당과의 후보 단일화라든지 이런 여러가지 정치적인 과제들을 풀어가는 데에도 여당을 최대한 공격하면서 전선의 주도권을 쥐면서 이런 문제들을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야당 지도부가 생각할 가능성이 높죠.

[질문]

과거에도 몇차례 부정 선거가 논란이 됐던 적은 있었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 방해 행위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큰 것 같은데요, 정치평론가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답변]

사실 선거 당일날 선거 주무 기관인 선관위의 홈페이지를 공격한 사건이잖아요.

그래서 사건의 성격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에 여당 의원들부터 비록 9급 비서의 단독 범행으로 밝혀지더라도 이것은 큰 문제다, 그렇게 밝혀지더라도 여당이 석고대죄해야 할 문제다 이렇게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겁니다.

[질문]

마지막으로 디도스 사태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주시죠.

[답변]

이제는 국가기관이나 정치권이 이렇게 발빠르게 변화돼 가고 있는 정치 지형에 쫓아가지 않으면 정말 낙후될 수 있습니다.

예컨데 우리 선관위나 국가기관들도 이번 공격을 보면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아 보이지 않습니까.

그냥 몇 사람이 그날 불과 몇 시간만에 좀비PC 몇대만 있으면 바로 무력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국가 중추 기관들이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도 여실히 드러났고요.

그리고 한 번의 공격으로 우리의 국가 질서 전체가 얼마나 혼란에 빠질 수 있는지도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에 국가 기관은 기관대로 철저한 보안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고 정치권도 이 SNS가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지만 이런 사건에서 보듯이 작은 실수나 작은 공격에도 무려해지고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서 선거 관리와 관련된 각종 법을 다시 정비한다든가 하는 여러가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고성국 정치평론가 모시고 디도스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 움직임 살펴봤습니다.

고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국민들은 선관위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범행에 윗선이나 제3자의 개입은 없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정부와 공공기관의 보안 문제점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YTN 포커스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