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추적] 선거가 남긴 것들, 절차의 무게

[팩트추적] 선거가 남긴 것들, 절차의 무게

2026.07.29. 오후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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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 】
▶엄지민
안녕하세요. 엄지민입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팩트추적! 지금 시작합니다.

【 인트로 】
잠실 올림픽공원 앞.

시민들은 연일 피켓을 든 채 선거관리 부실의 책임을 엄중히 요구하며 성난 민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민의 기본 권리가 침해된 지금 상황에서 민주주의 국가가 과연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투표소 내부에서 선거 과정을 지켜본 참관인의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입니다.

[이현규(가명) / 잠실4동 제7투표소 참관인 : 이번 건(투표용지) 너무 급해서 일련번호를 못 찍어서 가져왔다. 아, 진짜 이게 관리가 난장판으로 되고 있구나.]

이번 논란의 핵심은 결코 선거의 승패가 아닙니다.

선거 절차는 제대로 지켜졌는지, 국민의 참정권은 온전히 보장됐는지, 6·3 지방선거가 남긴 논란의 실체를 추적합니다.

【 스튜디오 】
▶엄지민
오늘의 팩트체커 윤성훈 기자와 함께합니다.

윤 기자, 이번 지방선거 겪으면서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았는데요.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왔던 투표 시스템 그 자체가 멈춰 선 거잖아요.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 선거 역사에서 이렇게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건 초유의 사태죠?

▶윤성훈
선거 사상 유례가 없는 일로 <팩트추적> 취재진은 당일 아수라장이 됐던 투표소를 지켜본 참관인을 만나 자세한 내막을 들어봤습니다.

또 당시의 녹취록도 입수했는데요.

이를 보면 사실상 선거 관리 체계가 마비된 총체적 실패에 가깝습니다.

【 VCR 】
6월 3일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전국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경고음이 처음 울린 건 오전 11시 34분이었습니다.

최초 신고가 접수됐던 잠실4동 제7투표소의 참관인이었던 이현규 씨.

7투표소의 용지 부족 상황은 점점 악화됐고, 결국 오후 2시 40분쯤부터는 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잠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부랴부랴 추가 투표용지가 공급됐지만,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의 현장 대응은 상식 밖이었다고 현규 씨는 회상했습니다.

[이현규(가명) / 잠실4동 제7투표소 참관인 : (선관위 관계자가) 투표소에 있는 공무원 중에서 제일 높으신 분한테 '왜 투표용지가 떨어지냐'고 오히려 따지더라고요. 그래서 이쪽(지방 공무원)에서 '사람들이 투표를 많이 해서 용지가 떨어졌다'고 하니까 그쪽(선관위 관계자)에서는 '충분히 보냈는데 왜 떨어져' 그런 식으로 얘기하시다가 '혹시 투표지가 다른 데로 갔나' 이렇게 약간 그때까지만 해도 심각성까지는 인지를 못 하시고 일단 100장을 딱 주시더라고요.]

이미 유권자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 비상 상황 속 5차례의 추가 공급이 이뤄졌지만, 매번 100장씩 보충하는 데 그쳤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공무원과 참관인 등이 나눈 대화 녹취를 보면 그때의 다급한 상황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지방직 공무원-이현규 씨 녹취(본 투표 당시) : 저희가 계속 100장씩만 주면 어떡하냐고 계속 왔다 갔다 할 거냐고 그 얘기한 거예요. 자기들은 '넘버링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그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래선 안 된다. 빨리빨리 만들어줘야 한다.]

선거법상 일련번호, 즉 넘버링 관리를 해야 해서 어쩔 수 없다는 이유였지만, 4차 공급 때는 아예 일련번호조차 없는 투표용지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지방직 공무원-이현규 씨 녹취(본 투표 당시) : 100장씩 할 때는 자기들이 고무인(도장)으로 찍어서 주고 지금은 고무인(도장)도 못 찍어주니까 우리 보고 (수기로) 쓰라는 거예요. 그냥 보여주기식인 거예요. 신뢰성 있게 한다며….]

원칙도 기준도 없는 땜질식 처방 속에 투표소는 아수라장이 됐고, 끝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유권자들까지 발생했습니다.

[이현규(가명) / 잠실4동 제7투표소 참관인 : 선관위에서 연락이 왔는데 '투표 연장은 없다' '일단 (저녁) 6시까지 들어온 사람들은 오케이' '그 이후에 들어온 사람은 받지 마라' 이랬어요. 그런데 문제가 될 만한 게 그전에 40분 정도 (투표가) 중단이 되었을 때 이름을 적어놓고 가신 분이 있거든요. 번호표 받고. 근데 그분들도 6시 이후에 다시 왔을 때는 안 받았었어요.]

이날 전국 140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현상이 나타났고, 20여 개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중단되는 파행을 빚었습니다.

결국 선관위가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현규 씨는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이현규(가명) / 잠실4동 제7투표소 참관인 : 저는 지금도 부정선거론자는 아니고 그전에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봤을 때 선관위가 아무 역할도 못 하고 적어도 제가 있었던 투표소에 선거가 특히 오후에 엉망이 된 건 맞거든요.]

【 스튜디오 】
▶엄지민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할 선거 행정이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이유가 궁금한데요.

투표용지는 왜 부족했던 겁니까?

▶윤성훈
남는 용지를 줄여서 부정선거 의혹을 차단하겠다며 인쇄 하한선을 50%까지 낮췄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본 투표율이 지역별로 다른 '현장의 편차'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었다는 겁니다.

결국 선관위 내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거대한 허점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인데요.

그 공백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전직 중앙선거관리위원도 만나봤습니다.

【 VCR 】
선거를 약 반년 앞둔 지난해 12월.

선거관리위원회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투표용지 인쇄 매수 하한을 50%로 낮췄습니다.

남는 투표용지를 줄여 부정선거 의혹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정작 용지가 부족할 때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이나 계획은 없었습니다.

[정태호 /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새로운 정책을 하다 보면 에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거예요. 그랬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플랜 B를 제대로 마련을 안 한 거죠.]

인쇄 하한을 축소하는 중대한 지침은 선관위 사무총장과 선거정책실장, 단 두 명의 전결로 전격 시행됐습니다.

이후 이 독단적인 지침은 중앙선관위원장과 상임위원에게 서면 보고 형식으로 조용히 올라갔지만, 내부의 견제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조현욱 / 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지난 6월 19일) : 보고 안건 중에 하나로 간단히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서 위원장이나 상임위원이 구체적으로 상황을 지침 시행 전에 파악하거나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내부에서조차 세부 지침이 제대로 조율되지 못한 과정.

전직 중앙선거관리위원은 핵심 의사결정이 사실상 사무처의 독단에 휘둘리는 운영 방식을 지적합니다.

[김창보 / 전 중앙선관위원, 변호사 : 투표용지를 어느 정도 인쇄하느냐 하는 건 상당히 중요한 문제인데 그걸 한 번도 중앙선관위원회에서 다뤄본 적이 없어요. 제가 6년 동안 (선관위) 위원을 했지만, 한 번도 '인쇄 매수를 얼마나 할 거냐'를 의논해 본 적이 없습니다.]

실무 부서가 안건으로 올리지 않으면 최고 의결기구인 위원회조차 세부 내용을 알 수도, 개입할 수도 없는 기형적인 구조라는 설명입니다.

[김창보 / 전 중앙선관위원, 변호사 : 일반적인 사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 의사결정을 위원회가 어느 정도 관여할 거냐 하는 거는 사무처에서 의결로 보내면 위원회가 관여하고 안 그러면 위원회에서 알 수가 없어요.]

의사결정 시스템의 붕괴는 현장의 심각한 인력 공백과 맞물려 파국을 키웠습니다.

[김창보 / 전 중앙선관위원, 변호사 : 선거 때는 사실 인원이 많이 부족해요. 선거가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고, 아무리 전국적으로 조직이 있지만, 위원과 직원 수도 한정돼 있잖아요.]

결정적으로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둔 5월, 전체 인력의 6%에 달하는 181명의 선관위 직원이 휴직 중이었던 상황.

비상 상황에서 현장 대응 역량 역시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김창보 / 전 중앙선관위원, 변호사 : 사람이 부족한데 그때 자기 권리라고 (휴직을) 써버리면 안타깝고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승인을) 안 해줄 수는 없잖아요.]

【 스튜디오 】
▶엄지민
의사결정 구조의 허점뿐만 아니라 외유성 출장 논란 같은 선관위를 둘러싼 잡음은 계속해서 이어져 왔잖아요.

그런데 이번 선거를 계기로 국민의 불신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윤성훈
전문가들은 개표 입력 오류 등 선거 과정에서의 잇따른 부실로 근거 없는 음모론이 확산하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합니다.

[이인호 /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개표 과정에서도 그렇고 개표 결과를 전산 입력하는 데서도 오류가 나왔고… 이런 걸 보면 그야말로 총체적 부실이죠.]

▶엄지민
부실했던 과정이 분노하게 만들었다는 거죠?

▶윤성훈
시민들은 선거 결과보다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 VCR 】
선거가 끝났지만, 밤낮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재선거 등을 외치며 성난 민심을 드러냈습니다.

[김근식(가명) / 40대 남성 : 그냥 실수라고 볼 수가 없고, 실수라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황명자 / 80대 여성 : 투표용지가 모자랐다는 거는 진짜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임장영 / 60대 남성 : 투표 못 한 사람이 한 사람도 있으면 안 되는 거고.]

특히 이번 시위에서 눈에 띄었던 건 청년층들의 적극적인 참여.

제작진이 현장에서 만난 2030 세대들은 특정 정당의 승패보다 투표권 침해와 절차적 부당함에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박의진 / 20대 남성 : 국민의 기본 권리인 투표권이 침해당한 게 너무 화가 나고 나라가 이렇게 돌아가는 게 참을 수가 없어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나왔습니다.]

[김영준(가명) / 20대 남성 :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재선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 2030 세대가 정확한 데이터와 공정한 절차에 민감한 세대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이인호 /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디지털 세대들이 갖는 특징은 데이터에 대한 정확함과 공정한 프로세스 소위 공정의 가치가 2030 세대의 아이콘 아닌가 싶어요. 근데 이번에 이게 무너진 거예요.]

선거는 승패보다도 공정한 절차가 뒷받침돼야 하는 제도.

결국 그 신뢰의 기반이 흔들렸다는 지적입니다.

[이재묵 /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투표용지 부족 사태나 투표 지연 사태들은 그들이 생각하기에 절차적인 공정한 경쟁 기준에서 한참 떨어지는 거죠.]

[김형준 / 전 한국선거학회장, 배재대 석좌교수 :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크게 참정권 침해 그리고 민주적 절차성이 훼손된 의회 민주주의를 넘어서서 선거 민주주의를 대단히 위협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 스튜디오 】
▶엄지민
당시 현장이 워낙에 혼란스러워서 선거 결과를 둘러싸고 여러 억측도 나오고 있다고요.

▶윤성훈
소모적인 논쟁은 경계해야겠지만 선거 행정의 생명인 공정성과 신뢰가 통째로 흔들린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감정적인 공방이 아니라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일입니다.

【 VCR 】
선거 과정 전반에서 전방위적인 부실이 드러나자 여야는 국정조사에 합의했습니다.

첫 기관보고가 열린 지난 6월 23일, 증인석에 선 선거관리위원회 지휘부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위철환 /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지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일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려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기관 보고 첫날 오전부터 선관위 핵심 증인들이 무더기로 불출석한 겁니다.

[김영배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 자리에 불출석했다는 거 자체가 얼마나 무책임한 태도인가?]

국정조사에서는 투표용지 인쇄 물량을 유권자 수의 50%까지 줄이는 과정에서 지휘부 묵인이 있었는지를 두고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은 해당 안건을 사전에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고 밝혔지만, 위원장이 참석했던 지난해 11월 회의 자료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는 정황이 발견된 겁니다.

[윤건영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어느 순간 보고받은 적 없다고 했다가 어느 순간 한 페이지 미만이어서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하고…. 지금은 당시 회의에서 보고받았던 내용이 기억나십니까, 위원장님?]

[노태악 /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 지금도 솔직히 기억은 안 나고요.]

국정조사는 투표용지 부족뿐 아니라 선거 절차 전반의 신뢰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선관위가 충주시장과 통영시장 선거를 전격 재검표한 데 이어, 국정조사에서도 의혹의 중심에 선 잠실 올림픽공원 투표지 247만 장의 재검표 방안이 검토됐습니다.

근거 없는 의혹은 차단하고, 부실의 실체는 투명하게 열어젖히겠다는 겁니다.

국회의 국정조사와 함께 수사기관 역시, 진상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을 포착하고 중앙선관위 등에 대한 강제수사를 벌였습니다.

합수본은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시간대별 투표율 집계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를 승인 절차 없이 임의로 수정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고 경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을 토대로 재발 방지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정태호 /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법 절차가 다 마련이 돼 있으니 결과를 냉엄하게 지켜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대의민주주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이재묵 /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어떻게 선거 관리 업무를 개선하고 앞으로 이런 것이 재발이 안 되게 제도, 입법적으로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거고….]

【 스튜디오 】
▶엄지민
이런 비슷한 사태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텐데요.

무너진 선거 시스템 전반을 원점에서 개혁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윤성훈
구체적인 해법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책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 VCR 】
3·15 부정선거.

1960년 3월 15일에 치러진 제4대 정·부통령 선거로, 이승만 정권과 자유당이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 국가 권력을 총동원했던 선거 조작 사건입니다.

이 3·15 부정선거를 계기로, 1960년, 우리 헌법은 선거관리위원회를 정부로부터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규정했습니다.

권력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고 공정한 선거를 보장하기 위한 결단이었습니다.

외부 권력에 문을 열어주는 개헌이 역사적 퇴행을 부를 수 있다는 신중론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정태호 /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민주제가 위기에 처하고 권위주의 정권이 출현하고 그래서 이 감사 제도를 악용할 경우에는 선관위 본연의 사명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데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외부의 개입을 막아주던 구조적 특성이 도리어 '책임성 약화'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도 거셉니다.

막강한 권한에 걸맞은 견제 장치가 없다 보니, 이제는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인호 /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헌법에서까지 독립된 선관위 제4부 모델을 만들었던 건데 이제는 시대적 소명이 다한 거다. 그리고 막강한 권한을 함께 모아줬는데 문제는 권한이 강할수록 책임성도 (높이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 장치는 결여돼 있었던 거예요.]

개헌이라는 거대 담론을 통하지 않더라도, 당장 선관위 내부에 강력한 준법 감시 체제와 독립적인 윤리위원회를 구축해 외부 전문가의 상시 감시를 받게 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됩니다.

[김형준 / 전 한국선거학회장, 배재대 석좌교수 : 중앙선관위 자체적으로 준법 감시시스템을 강화해야 하고 (독립적인) 윤리위를 통해서 잘못된 것을 철저하게 파헤치고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통제 방식을 두고는 의견이 갈리지만, 기형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실무 방식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뜻이 일치합니다.

비상근 위원 중심의 느슨한 구조를 깨고 위원장 상근화를 통해 책임 경영 체제를 도입하자는 겁니다.

[김창보 / 전 중앙선관위원, 변호사 : 빨리 결정할 문제는 세 사람이 합의로 결정하고 그렇게 시급하지 않은 문제는 전체 위원회를 소집해서 결정하는 이원화 체계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은가. 위원장도 상근이 되고 직원들을 통솔하면서 조직을 총괄하면 좀 더 낫지 않을까….]

동시에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됐던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전국적인 돌발 상황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비상 매뉴얼 정비가 시급하다는 제언이 뒤를 잇습니다.

[이재묵 /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전국적으로 여러 상황에 대한 비상 매뉴얼만 있었다면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했다면 문제가 덜 터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 스튜디오 】
▶엄지민
결국 이번 논란은 선거 승패를 넘어서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 절차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 이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우리가 이번 사태를 앞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윤성훈
이번 사태는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관리 책임을 엄정하게 따지는 일과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토대로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이정표를 남겼습니다.

전문가들 근거 없는 억측은 철저히 경계하되, 신뢰 회복을 위한 진단과 조치 마련은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재묵 /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많은 전문가가 이야기했던 부정선거와 부실 선거 관리는 구분해야겠고.]

[정태호 /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우리 민주주의의 장래를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이 문제를 다뤄야 하고.]

▶엄지민
윤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 팩트추적은 여기까지입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도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시청자 여러분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윤성훈[ysh0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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