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추적] 패스트 패션의 유행 버려진 옷들은 어디로 갈까?

[팩트추적] 패스트 패션의 유행 버려진 옷들은 어디로 갈까?

2025.10.14. 오후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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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엄지민
안녕하세요. 엄지민입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팩트추적! 지금 시작합니다.

【인트로】
제 이름은 '패스트패션'입니다.
초저가 쇼핑 어플을 통해 쉽게 당신의 옷장으로 들어왔죠.

반짝이는 조명 아래, 저는 당신의 선택을 받은 아주 멋진 옷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은 길지 않았습니다.

결국 짧은 유행이 끝나자, 저는 버려졌습니다.

[헌 옷 수거업체 직원 : 멀쩡하잖아요, 깨끗해.]

어두운 헌 옷 수거함을 거쳐 도착한 곳은
거대한 옷들의 무덤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이름도 모를 친구들과 함께 배에 실렸습니다.

[헌 옷 수출업체 관계자 : 동남아로 많이 나가고요. 그다음에 아프리카, 중동 지역….]

새로운 주인을 만날 수 있을 거란 희망도 잠시,
저와 같은 옷들이 너무 많았던 탓일까요.

그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그대로 땅에 묻혔습니다.

문제는 제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 몸을 이루는 '합성섬유'는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100년이 넘게 걸리거든요.

쉽게 구매되고 쉽게 버려진 옷은
썩지도 않은 채 수백 년간 이 땅에 남게 됩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오늘의 팩트체커 김혜린 기자와 함께합니다.
옷 한 벌의 쓸쓸한 독백을 함께 듣고 오셨는데요.

김 기자, 우리가 의류 수거함에 넣는 옷들이 해외로 수출되기까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겁니까?

▶김혜린
많은 분들이 헌 옷을 수거함에 넣으면 당연히 재활용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희가 추적한 현실은 그 기대와는 조금 거리가 멀었습니다.

팩트추적 팀은 옷이 얼마나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는지 그리고 그 옷들이 어떤 여정을 거치게 되는지 직접 따라가 봤습니다.

【 VCR - 1 】
옷이 버려지는 거대한 흐름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걸까.

제작진은 먼저 시민들의 옷장 속 이야기부터 들어봤습니다.

'1년에 옷을 몇 벌이나 살까?'

가장 많은 스티커가 향한 곳은 11벌에서 20벌 사이.

계절당, 2벌~5벌 사이의 옷을 구매하는 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유행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시민 : 쉽게 질려서 그냥 그날그날 예쁜 거 다 사는 것 같아요.]

[시민 : 요즘 유행이 좀 빨리 도는 것 같긴 해요, 브랜드 같은 게.]

[시민 : 제가 입는 옷에 비해서 사는 것이 많은 것 같아서 좀 줄이려고.]

[시민 : 그래도 유행 있으면 한두 개 정도는 사려고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시즌마다 바뀌는 색깔과 디자인을 좇는 사이, 옷장엔 금세 옷이 쌓입니다.

이렇게 옷을 사는 데 쓴 돈, 지난해에만 69조 원에 달합니다.

문제는 이 옷들의 쓰임새입니다.

전 세계에서 매년 생산되는 옷은 천억 벌.
하지만 이 가운데 73%는 결국 버려집니다.

이렇게 버려진 옷들은 어디로 향할까.
제작진은 헌 옷 수거업체와 동행해 봤습니다.

의류 수거함 300여 개를 관리하는 이 업체.

수거함을 열 때마다 다양한 옷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김용길 / 다원무역 : 아동이 성장 과정이니까 많이 버리고, 그리고 이사하고 정리할 때 헌 옷이 많이 나오죠.]

이틀에 한 번씩 수거하는데, 1톤 트럭이 가득 차는 양입니다.

[김용길 / 다원무역 : 너무 풍요로워서 있었던 것을 정리한다고 봐야죠.]

사람들이 버린 옷의 대부분은 중고 의류 수출업체로 향합니다.

이곳은 흔히 헌 옷들의 종착지라 불리는데, 창고 안에는 천장까지 닿을 듯한 옷들이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정석기 / 한국의류·섬유 재활용협회 사무국장 : 모든 의류가 버려지고 모여서 마지막에 오는 게 여기예요.]

포크레인이 쉴 새 없이 옷을 퍼 올리고,
직원들이 재빠르게 옷을 분류합니다.

유행하는 디자인, 소재, 색깔.
버려지는 옷들도 그때그때 추세가 반영됩니다.

이렇게 들어오는 헌 옷만 하루 평균 30여 톤.

그중 상당수가 말레이시아, 인도, 파키스탄 등 개발도상국으로 향합니다.

재활용하지 않으면 영영 버려질 수밖에 없는 헌 옷들.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작업이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아쉬운 상황입니다.

분류한 뒤 폐기하기로 한 헌 옷들의 소각 비용도 업체가 부담하기 때문입니다.

[유종상 / 한국의류·섬유 재활용협회 회장 : 노동력을 굉장히 많이 흡수하는 사업인데 나라에서 (정책적인) 도움을 줘야 하지 않느냐. 폐기물 처리 비용 같은 것을 원활하게 지자체 소각장에 버리게 해준다든가.]

또, 업계 관련자들은 정부의 재활용 지원금 제도도 아쉽다고 평가합니다.

헌 옷 재사용은 탄소 중립에 큰 기여를 하는 산업인데도, 물건의 외형 등을 바꾸는 화학적 작업을 거치는 2차 가공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활용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유종상 / 한국의류·섬유 재활용협회 회장 : 의류를 버리면 생활 폐기물이고 여기 공장에 들어오면 산업 폐기물이에요. 그래서 생활폐기물은 시에서 수거합니다. 그런데 여기 들어오면 산업 폐기물이라 그래서 ‘당신들이 알아서 처리하십시오’ 그렇게 되어 있다고요. 이걸 우리 힘으로 오래 갈 수 있느냐 그게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거예요.]

【스튜디오】
▶엄지민
지금 버려지고 있는 옷의 양이 실제로 얼마나 됩니까?

▶김혜린
네, 지난 2023년 기준으로 분리 배출된 폐의류는 11만 톤이 넘습니다.

2019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엄지민
4년 만에 두 배라니, 정말 심각한데요.

▶김혜린
게다가 이건 의류 수거함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집계된 양만 포함된 겁니다.

종량제 봉투에 섞여 버려지는 섬유 폐기물은 무려 39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엄지민
재활용될 기회조차 놓치고 버려지는 옷이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네요.

▶김혜린
네. 이렇게 버려지는 옷더미는 이제 단순한 ‘양의 문제’를 넘어서 환경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 VCR - 2 】
해외로 수출된 헌 옷 상당수는 재활용되지 못한 채 소각되거나 매립돼 또 다른 환경오염을 낳습니다.

옷을 만들고 유통하고 폐기하는 의류 산업 전체가
거대한 오염의 원인이 되는 겁니다.

[조나단 애비 / 가나 주민 : 헌 옷은 비싸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만약 아무도 헌 옷을 사지 않으면, 어디에 처분될까요?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불태워지지도 않으며, 코를레 라군(석호)에 버려져 결국 바다로 흘러 들어갑니다. 이것은 우리의 일에 영향을 미칩니다.]

[김현욱 /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 : (개발도상국에서는) 별도의 시설도 아니고 그냥 나대지(공터)에서 소각돼 버리니까 거기서 나오는 독한 발암물질에 사람들은 다 노출된 거고, 우리가 재활용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하는데 그게 전 지구적으로 봤을 때는 지구의 대기는 돌고 도는 거여서….]

의류 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10% 정도.

음식, 건설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습니다.

이 추세라면 2030년에는 그 양이 12억 4천만 톤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2022년 우리나라가 배출했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두 배에 달합니다.

게다가 만들어지는 옷의 60%는 합성섬유로 이뤄져 있습니다.

값이 싸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제작하고 폐기하는 모든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김현욱 /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 : 옷 대부분이 합성섬유가 안 들어가는 게 없거든요. 플라스틱이라 보시면 되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은 플라스틱이 분해가 안 되는 것처럼 합성섬유도 그렇게 분해가 안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가 옷을 입고 세탁하는 순간에도 비극은 벌어집니다.

합성섬유 옷 1kg을 세탁기에 10분 돌리면
평균 10~15mg의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플라스틱 조각들은 바다와 대기를 떠돌며 생태계를 파괴하고 건강을 위협합니다.

이처럼 소비된 옷들이 환경에 큰 흔적을 남기는 가운데 팔리지도 못한 채 버려지는 새 옷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국내 의류 업체들은 디자인 유출이나 재판매를 막는다는 명목 아래, 팔리지 않은 재고를 폐기하고 있었습니다.

‘보안’ 때문입니다.

[김태선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여태까지 기업이 의류 폐기물 관련해서 공개를 한 번도 안 했었거든요. 그런데 일부 상장 기업체를 확인해 보니까 매년 수만 톤에서 수십만 톤의 의류 폐기물이 버려지고 있어요.]

조사 결과 상장된 71개 의류업체가
5년간 배출한 폐의류는 214만 톤에 달했습니다.

옷 한 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막대한 자원과 에너지.

버려진 뒤에 남기는 오염의 흔적까지.

모든 과정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김태선 / 더불어민주당 의원 :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물이 2,700L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7,500L의 물이 필요하다고 그래요. 이게 소각이 됐을 때는 미세먼지며 온실가스 문제가 있고, 결국에 이 옷 한 벌 때문에 자원 문제 그리고 환경 문제가 다 같이 문제가 되는 거죠.]

【스튜디오】
▶엄지민
계절마다 넉넉히 샀던 옷들이 엄청난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키고 있던 건데 경각심을 좀 가져야 할 것 같아요.

▶김혜린
네, 전문가들은 막대한 폐의류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 결국 우리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엄지민
해외 상황도 궁금한데요, 각국에서는 어떤 움직임 보이고 있습니까?

▶김혜린
유럽에서도 매해 발생하는 폐의류를 줄이기 위해서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 VCR - 3 】
패션의 수도라 불리는 프랑스 파리.

화려함 뒤편에선 매년 70만 톤에 달하는 옷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의류 산업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프랑스는 지난 2023년 11월부터 폐의류를 줄이기 위해 옷 수선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제품과 수선 종류에 따라 최대 25유로,
우리 돈으로 4만 원 정도를 지원합니다.

[소피 마티노 / 수선 보너스 제도 경험자 : 물 소비, 탄소 발자국 측면 등에서 생각해 보면 (패스트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것 같습니다. 수선 보너스의 혜택을 받는 것은 매우 용이합니다. 우리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수선업체가 직접 조치합니다.]

국내에서도 변화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의류매장.

새 옷들이 진열된 매장 한편에 널찍한 수선실이 있습니다.

헌 옷을 무료로 고쳐주는 공간입니다.

이 브랜드에서는 자사 제품은 물론, 어떤 옷이든 무상으로 수선해 주는데 소비자들이 옷을 최대한 오래 입도록 하자는 캠페인의 일환입니다.

[이정은 / 파타고니아코리아 마케팅팀 차장 : 저희는 오래전부터 옷을 더 오래 입는 것이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환경 보호라고 믿어왔습니다. 기존 옷을 수선해서 오래 입는 것만으로도 환경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수십 년 경력의 김천식 씨도 이곳에서 수선 작업을 하며 특별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금 손상이 간 옷도, 품을 들여 수선하면 더 오래 함께할 수 있습니다.

[김천식 / 파타고니아코리아 수선 담당자 : (옷을) 더 입을 수가 있는데 다 폐기해 버리는 게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딴 데서 너무 낡아서 수선이 불가하다고 한 옷을 우리가 손봐서 (손님들이) 만족해서 가실 때가 제일 행복하죠.]

이렇게 옷의 수명을 늘리려는 노력과 함께, 옷을 폐기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해외에서는 의류에 대한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가 활성화돼 있습니다.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생산자가 책임지고 헌 옷의 재활용도 의무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겁니다.

이미 프랑스와 네덜란드, 헝가리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 생산자들이 물건을 파는 것에서 책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폐기되는 것까지도 어떻게 재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거든요.]

지금은 기밀로 취급되고 있는 의류 재고 관련 정보 역시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 (의류 폐기물) 처리업체들하고 비밀 유지 각서 쓰거든요. 소각업체들이 ‘의류 회사의 재고를 몇 톤 처리 소각했습니다.’ 이렇게 밝히면 안 돼요. 그러니까 깜깜이거든요.]

결국 폐의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부터 폐기까지.

모든 과정을 정부가 투명하게 관리, 감독하고
의류 생산자들의 책임을 새롭게 규정해야 합니다.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 재고 의류가 얼마만큼 발생했고 이걸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서 정부에 매년 보고해라. 그리고 ‘규모가 있는 업체들은 (의류 폐기물을) 소각이나 매립하면 안 된다.’ 이런 식의 일단 재고 의류에 대한 생산자들의 책임들을 규정하는 것도 지금 시점에서는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팔리지 않은 새 옷까지 대량으로 소각되는 걸 보니 충격적인데요. 우리가 입는 옷 한 벌이 지구에 이렇게 큰 짐이 되는 줄은 몰랐습니다.

거대한 폐기물의 흐름을 끊어낼 방법을 이제는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김혜린
네, 더는 방치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다행히도 패션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해결하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들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 VCR - 4 】
충북 진천군에 있는 아담한 주택.

평범한 집처럼 보이지만,
버려진 옷 1만2천 벌로 만든 집입니다.

계단과 단열재는 물론 지붕까지 주택의 거의 모든 부분을 섬유 패널로 만들었습니다.

[노승윤 / 리패브릭솔루션 대표 : (폐의류를) 직조 과정처럼 매트리스처럼 이렇게 쫙 풀고 층층이 쌓아서 만들어주는 과정이 있고요. 규격화된 크기가 되면 고온 압축 과정을 통해서 프레스가 되고 있습니다.]

옷의 섬유를 재가공해, 내구성 좋은 건축 자재로 환골탈태했습니다.

폐의류로 만든 패널들은 주택은 물론 인테리어 소품과, 벤치 등 가구로도 만들어집니다.

그만큼 나무 벌목을 줄이고 숲을 지키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노승윤 / 리패브릭솔루션 대표 : 자원화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버려지면 쓰레기고요. 이 쓰레기를 저희가 가지고 있는 공정을 통해서 새롭게 쓸 수 있는 재료가 되는 거잖아요. 일반적으로 저희가 쓰고 있는 목재판 있잖아요? 그런 걸 대체할 수 있도록 두께도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폐의류는 탄소 함량이 높으니
이것을 소각해 열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김현욱 / 서울시립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 : 소각하는 과정에서도 열이 나오는데 그 열 자체를 우리가 또 회수하면 되거든요. 보일러 형태로 해서 열을 내서 주변에 공급할 수도 있고 또 그 열을 이용해서 우리가 발전도 할 수 있는 거고…]

개발도상국에서 무분별하게 태워 환경을 파괴하는 대신,

정화 장치가 설치된 통제된 시설에서 관리된 소각을 하는 편이 지구 전체에도 더 낫다는 판단입니다.

[김현욱 / 서울시립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 : 개발도상국에 가면 아무 데서나 (헌 옷을) 태우니까 제어가 안 되는 거고 일반 시민에게 소각은 하면 안 되는 것으로 터부시되고 있어요. 현재 기술은 소각 같은 경우에 배출되는 가스가 정해져 있어서 거기만 통제하면 상당히 깨끗하게 처분할 수가 있거든요.]

실제로 지난 2017년, 스웨덴의 한 열병합 발전소는 유명 의류업체 재고 15톤을 3개월간 화력 발전에 투입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대안이 논의되는 이유는
옷을 옷으로 다시 재활용하는 과정이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옷을 재활용하려면 섬유의 종류에 따라
옷을 분류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김현욱 / 서울시립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 : 면이면 면 100%, 나일론 100%, 폴리에스터 100% 분류하면 되는데 혼방으로 많이 옷들이 만들어지고 혼방을 다 해체해서 우리가 재활용, 어떤 원료로 쓰기에는 되게 제한적이거든요.]

때문에 유럽연합은 폐의류를 재질별로 분리해 다시 원료로 되돌리는 '물질 재활용'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뒤늦게나마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5월 환경부를 중심으로 의류환경협의체를 출범하고 내년을 목표로 폐의류 분리 선별과 재생 기술을 개발하기로 한 겁니다.

수출과 소각에만 의존하던 악순환을 끊고
국내 재활용률을 높이겠다는 취지입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우리가 옷을 사는 순간부터 버려지는 순간, 그 이후까지 모든 과정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오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혜린
프랑스의 수선비 지원 정책이나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처럼 제도적인 장치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은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서 기업이 무분별한 생산이나 재고 폐기를 멈추고 또 정부가 이를 뒷받침할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역시 옷 한 벌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는 그런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

▶엄지민
김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 팩트추적은 여기까집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도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시청자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본방송: 매주 수요일 밤 11시 20분
재방송: 매주 토요일 오후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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