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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엄지민
안녕하세요. 엄지민입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팩트추적! 지금 시작합니다.
【인트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주 4.5일 근무제.
[이재명 / 대통령 (지난 7월) : 앞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이 일하고 생산성은 떨어지고 힘은 들고 국제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이런 방식으로 우리가 계속 갈 수 있겠느냐.]
최근 정부가 단계적 도입을 공식화하며,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노동계는 저출생, 고용 위기를 극복할 해법이 될 수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김형선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지난 7월): 우리 사회에서 겪고 있는 저출생, 저고용, 지방소멸 문제 등을 해결하는 해법으로서 주 4.5일제가 나아가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재계는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손경식 /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지난 5월) : 가뜩이나 노동생산성이 경쟁국에 비해 낮고 주요 기업들의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법정 근로시간만 일률적으로 줄여 주 4.5일제로 시행하자는 논의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건 시민들도 마찬가지.
과거 주 5일제 도입처럼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시기상조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주 4.5일제 도입 찬성 : 과거 주 5일제 때도 반대가 많았었거든요. 오히려 더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어요.]
[주 4.5일제 도입 반대 : 아직은 좀 빠르지 않을까…. 사실 경제도 여러 가지 안 좋은데 이 상황에서 또 휴일까지 하면.]
불붙은 주 4.5일제 논의.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줄 '전환점'일까요, 또 다른 '격차'의 시작일까요?
【스튜디오】
▶엄지민
오늘의 팩트체커 김혜린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주 4.5일제 도입을 둘러싸고 의견이 갈리는데요.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게 듣기엔 좋지만, 결국은 도입된 제도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가 핵심이겠죠?
▶김혜린
맞습니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삶의 질은 나아질 수 있는지, 또 4.5일제 전제가 임금 감소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면 기업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구조인지, 균형을 찾는 게 관건일 텐데요. 특히 중소기업처럼 여력이 부족한 곳에선 그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엄지민
단순히 일하는 시간을 줄여 쉰다는 걸 넘어서,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문화가 달라져야 실효성 있다는 얘기겠죠?
▶김혜린
네, 그래서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들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그 안의 사람들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함께 보시죠.
【 VCR - 1 】
회사원 허진민 씨.
금요일 아침, 오늘은 출근 가방 대신
아이의 손을 잡았습니다.
"오늘 유치원 가서 뭐하고 싶어?"
"색칠놀이!"
"좀 이따 아빠가 오후에 데리러 갈까?"
격주 금요일마다 찾아오는 쉼표.
2주에 한 번, 아이는 아빠와 함께 유치원에 갑니다.
[허진민 / 브니엘네이처 안전보건경영실 실장 : 보통 직장인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인데, 아이랑 이렇게 오순도순 다니면서 이 자체를 행복으로 생각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소이 갔다 와~"
[허진민 / 브니엘네이처 안전보건경영실 실장 : (이제 일정이 어떻게 되세요?) 이제 온전히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가보려고 합니다.]
먼저 허 씨는 서점을 찾았습니다.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잠시 미뤘던 취미를 간접적이나마 경험하기 위해 여행 후기에 관한 책을 골랐습니다.
[허진민 / 브니엘네이처 안전보건경영실 실장 : 인터넷으로 책 구매를 많이 하잖아요. 근데 이제 아시다시피 서점에는 서점만의 감성이라는 게 있어요. '아, 나도 해외여행 가보고 싶다', '여행하고 싶다' 이런 것들을 좀 간접 체험하려고 지금 이 책을 골랐습니다.]
책을 둘러본 뒤에는 산책에 나섰습니다.
저녁에 퇴근할 때는 누리기 어려웠던 여가 생활도 즐기며 일과 삶의 균형도 찾았다고 합니다.
[허진민 / 브니엘네이처 안전보건경영실 실장 : 퇴근하고 (산에) 오려면 너무 늦어요. 어두워지고. 쉬는 날은 오롯이 저 혼자 와서 마음도 좀 내려놓고 천천히 걸으면서 땀도 흘리면서 / 아이 등원 간 사이에 아내하고 같이 맛집도 다니고 영화도 보고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허진민 / 브니엘네이처 안전보건경영실 실장 : 아빠가 딱 고정적으로 쉬는 평일에 쉬는 날도 있고 주말은 쉬고 이렇게 하면서 굉장히 가족과 유대관계 형성이나 그런 신뢰감이나 이런 친밀도를 더 높일 수 있는 그런 밑받침이 되고 있습니다.]
허 씨의 직장은 하수처리 시설 등을 설계, 시공, 관리하는 종합환경기업.
재작년부터 격주 금요일을 휴일로 지정해 쉬게 되면서, 업무 방식에도 작지만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허진민 / 브니엘네이처 안전보건경영실 실장 : 솔직히 금요일 날 쉬기 위해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열심히 일을 해요. 평상시에 실없는 농담 한마디 할 때도 있을 거고, 커피를 두세 잔 더 먹을 때도 있을 거고 그런 시간을 버리는 시간 없이 집중해서 가성비 좋은 일하는 순간이라고 해야 되나요.]
지자체도 4.5일제 도입에 힘을 보태고 나섰습니다.
경기도는 지난 6월부터 전국 최초로 4.5일 근무제 시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사업에 참여한 한 벤처기업.
ICT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계 솔루션을 개발하는 곳입니다.
[윤찬 / 트웬티온스 공동대표 :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좀 고민을 많이 해 왔었고요. 일자리 문화를 개선하는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보다도 근무시간을 줄이는 거로 생각하고 있었고요.]
고객사를 24시간 응대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특정 요일에 다 같이 쉬는 대신 매일 1시간씩 일찍 퇴근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처음 도입 땐 부담도 있었습니다.
[윤찬 / 트웬티온스 공동대표 : (주 4.5일제를 도입한 뒤에도 ) 연장 근무가 발생하게 되고 사람들이 되려 좀 힘들어했던 부분들이 조금 있었어요.]
해법은 기술에서 찾았습니다.
근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직원들 생산성이 압축적으로 올라야 하는데 인공지능 기술을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길이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김동률 / 트웬티온스 전임 : 단시간 내에 많은 것들을 해내기 위해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인 거잖아요. 팀적으로도 회사적으로도 AI툴을 어떻게 도입할지 그런 것들도 4.5일제 이후에 생겨났고요.]
직원들은 AI 활용법을 공유하는 채팅방을 만들어 숙련도를 높였고 4.5일제가 안착하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얻었습니다.
[김동률 / 트웬티온스 전임 : 주말만 기다리기보다는 퇴근 이후에 저녁을 좀 기다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스튜디오】
▶엄지민
근무 시간이 줄어도 업무 공백을 잘 채울 수 있어야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가 만족하는 제도로 안착하는 것 같습니다. 앞서 소개된 기업은 지자체에서 어떤 지원을 받고 있나요?
▶김혜린
네, 근로자들은 임금 삭감 없이 근무시간이 줄어든 건데요. 경기도가 줄어든 노동시간에 대해 노동자 1인당 최대 월 26만 원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도내 5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참여 대상인데,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렇게 지원을 해준 건 경기도 사례가 처음입니다.
▶엄지민
하지만 현장마다 사정이 다르잖아요. 지자체가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모든 기업이 동참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김혜린
맞습니다. 특히 제조업과 같은 노동집약적
업종에선 근무시간을 줄이는 만큼 추가 인력이나 비용이 필요하다는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제도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도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는 겁니다.
【 VCR - 2 】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변속기 부품만 500여 개.
이 복잡한 장치를 통째로 바꾸는 대신, 하나하나 분해하고 다시 조립해 새것처럼 되살리는 곳이 있습니다.
경기도의 자동차 부품 재제조 전문업체.
이곳에선 산업폐기물을 줄이고 비용까지 낮추는 고숙련 기술을 오로지 사람 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 재제조 전문업체 대표 : (자동 변속기) 기계 안에 한 5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들어가 있거든요. 그거를 다 분해했다가 다시 다 조립해야 하는 작업인데 다 사람 손으로 일일이 분해하고 세척하고 조립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야….]
최근 주 4.5일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업체 대표의 고민은 깊어졌습니다.
[자동차 부품 재제조 전문업체 대표 : 저희 같은 업종에는 생산성을 아무리 높여도 / 저희는 자동화까지는 어려운 단계이고 / 결국에는 원가가 올라가게 될 것이고 그것이 물가에 반영되는 그런 형태로 밖에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근무시간이 줄면 집중도는 올라간다지만,
노동집약적인 제조업 현장에서는 그 논리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단축된 시간만큼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큽니다.
[자동차 부품 재제조 전문업체 대표 : 직원을 한 명 기술자로 양성시키려면 평균 3년에서 5년 정도 시간이 걸려요. 그래서 대체 인력을 바로 투입할 수는 없고 인력을 다 충원하지 못 할 경우에는 이제 출고일이나 납기일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요.]
소규모 스타트업도 주 4.5일제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온라인 광고를 설계하고 집행하는 광고대행업체.
이곳 역시 주 4.5일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행 방식이나 속도에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김현근 / 광고팀즈 대표 : 이런 제도를 제대로 하려면 기업이 어떤 상황에서든 버틸 여력이 있어야 하는데 '4.5일제를 이제 시행하세요'라고 하면 저희는 어쨌거나 여기에서 인원을 더 충원해야 되잖아요. 그러면 사무실을 더 넓혀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사무실만 넓히면 되는 것이 아니라 시설도 늘려야 되고 집기나 이런 컴퓨터도 늘려야 될 거고.]
당장 일이 줄지 않는 상황에서 근무시간만 단축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진우 / 광고팀즈 팀장 : 업무 조정이나 아니면 인력 보강들이 먼저 우선적으로 되어야 조기 퇴근이 진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 특히 임금이나 일자리 불안이 생긴다면 시간적 여유가 생겨도 심적으로는 조금 불안한 게 있지 않을까….]
【스튜디오】
▶엄지민
앞서 본 것처럼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이나 이제 막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현실적인 고민이 깊어 보입니다.
▶김혜린
맞습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실제로 5인 미만 사업장은 주 52시간제나 연차휴가 같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혜택을 받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겠죠.
▶엄지민
기업 현장의 목소리가 이렇게 엇갈리는데요. 제도의 성패는 또 시민들의 공감대에도 달려있잖아요.
▶김혜린
네, 그래서 시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직접 한번 들어봤습니다.
【 VCR - 3 】
주 4.5일제, 시민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주 4.5일제 도입에 찬성, 35%는 반대라고 답했습니다.
대체로 긍정적인 인식이 우세했지만, 단축 근무로 근무시간이 줄어들 경우, 급여는 주 5일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60%로 나타났습니다.
생산성과 비용 문제를 우려하는 기업 입장과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팩트추적> 제작진은 거리의 시민 60여 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먼저 찬성에 표를 던진 50여 명의 시민은 일과 삶의 균형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습니다.
[송창화 / 주 4.5일제 도입 찬성 : 지금 은퇴했는데 가족들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게 흠이 되고 (돌이켜 보면) 야간 근무한다고 해서 효율은 안 오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몸만 더 피곤하고….]
[노진아 / 주 4.5일제 도입 찬성 : 사실 지금도 회사에서 주 4.5일제를 하고 있는데 격주 금요일마다 그래도 뭔가 자기 계발 시간이나 그런 거를 가질 수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반대에 투표한 시민 10여 명은 임금 삭감과 업무 공백을 걱정했습니다.
[김윤지 / 주 4.5일제 도입 반대 : 실제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임금이 줄어들게 되니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오히려 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정연 / 주 4.5일제 도입 반대 : 누군가는 (공백이 발생한) 업무를 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 교대근무를 해야 한다든지 이런 제도를 새로 도입해야 해서 (주 4.5일제 도입에) 대해서는 장기간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스튜디오】
▶엄지민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니 주 4.5일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전에 사회적인 대화와 합의 과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혜린
맞습니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참조해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VCR - 4 】
세계 각국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한 비영리단체는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영미권 1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각 기업이 6개월 동안 ‘주 4일제’ 근무를 실험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조사해보니 직원들의 이직률과 병가 사용 횟수 등이 눈에 띄게 줄었고, 생산성 등 기업이 느끼는 전반적인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
각국 참가 기업의 90% 이상이 실험 종료 후에도
주 4일제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참여 기업 대부분이 직원 수 100명 이하의 소규모 조직이었던 터라 대규모 사업장이나 제조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따라붙습니다.
[김성희 /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밑으로 떨어뜨리는 서구의 실험이 꾸준히 이루어지고는 있는데 그러나 들쭉날쭉하면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이루어지거든요. 노동시간 줄이는 데 있어서 이해의 차이가 극명하다.]
일부 국가는 실험 단계를 넘어 아예 법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했습니다.
프랑스는 1980년대부터 주 39시간이었던 근무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차근차근 줄여왔고,(링크) 벨기에는 필요하다면 노동자가 주 4일제 근무를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제화했습니다.(링크)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874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132시간 더 많습니다.
장시간 근로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주 4.5일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립니다.
[김대일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중요한 거는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생산성을 높이지 못할 경우에는 생산량이 줄어드니까 GDP가 줄어드는 거고 그러면 소득이 감소하는 거를 감내해야 하는 거고요.]
여기에 더해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양극화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근무시간 단축이 가져올 효과가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단 겁니다.
[김성희 /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 고용 조건의 양극화도 심각한데 또 (근로) 시간까지도 부익부 빈익빈의 양상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문제까지도 야기될 수 있는 측면이 있어서 / 그런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해법이 구사될 수 있느냐?]
[김대일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초과 근로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비용이 올라가죠. 비용이 올라가면 그 기업은 생산량을 줄일 유인도 생기고 여러 가지 조정을 하게 되는데 대기업의 비용이 올라가면 많은 부분이 중소기업에 전가됩니다.]
결국 주 4.5일제는 노동의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지만, 적용을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분명합니다.
중요한 건 도입 그 자체가 아니라, 정교한 설계와 사회적 합의 과정이라는 겁니다.
[김성희 /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 (주 4.5일제 지원금이) 잠재적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전제가 있어야 지원에 타당성이 있는 거잖아요. 4.5일제로 연착륙돼서 모두에게 주 5일 또는 주 5일 이상의 근무가 그 밑으로 줄어들 수 있는 것이 일반화될 수 있다는 일정표를 보여줘야 하는 거다.]
[김대일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정말 사회적 합의라는 걸 갖고 (주 4.5일제) 정책을 한다면 노사가 협의해서 자기들만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기업의 유연성을 제고해 주는 게 더 나은 정책 방향이 아닌가.]
【스튜디오】
▶엄지민
주 4.5일제가 단순히 찬반으로 나눌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김혜린
맞습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주 5일제', '주 40시간제'도 2003년 도입 때에는 사회적으로 큰 실험이었습니다.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극심한 반대도 있었습니다.
▶엄지민
결국 오랜 시간에 걸쳐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제도로 안착된 것인데, 이번 주 4.5일제 논의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거군요.
▶김혜린
네, 노동시간 단축이 시대적인 흐름으로 등장한 가운데,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효율적인 제도 설계를 위해선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가 선행돼야 할 겁니다.
▶엄지민
김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 팩트추적은 여기까집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도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시청자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본방송: 매주 수요일 밤 11시 20분
재방송: 매주 토요일 오후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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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민
안녕하세요. 엄지민입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팩트추적!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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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주 4.5일 근무제.
[이재명 / 대통령 (지난 7월) : 앞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이 일하고 생산성은 떨어지고 힘은 들고 국제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이런 방식으로 우리가 계속 갈 수 있겠느냐.]
최근 정부가 단계적 도입을 공식화하며,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노동계는 저출생, 고용 위기를 극복할 해법이 될 수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김형선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지난 7월): 우리 사회에서 겪고 있는 저출생, 저고용, 지방소멸 문제 등을 해결하는 해법으로서 주 4.5일제가 나아가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재계는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손경식 /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지난 5월) : 가뜩이나 노동생산성이 경쟁국에 비해 낮고 주요 기업들의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법정 근로시간만 일률적으로 줄여 주 4.5일제로 시행하자는 논의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건 시민들도 마찬가지.
과거 주 5일제 도입처럼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시기상조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주 4.5일제 도입 찬성 : 과거 주 5일제 때도 반대가 많았었거든요. 오히려 더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어요.]
[주 4.5일제 도입 반대 : 아직은 좀 빠르지 않을까…. 사실 경제도 여러 가지 안 좋은데 이 상황에서 또 휴일까지 하면.]
불붙은 주 4.5일제 논의.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줄 '전환점'일까요, 또 다른 '격차'의 시작일까요?
【스튜디오】
▶엄지민
오늘의 팩트체커 김혜린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주 4.5일제 도입을 둘러싸고 의견이 갈리는데요.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게 듣기엔 좋지만, 결국은 도입된 제도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가 핵심이겠죠?
▶김혜린
맞습니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삶의 질은 나아질 수 있는지, 또 4.5일제 전제가 임금 감소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면 기업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구조인지, 균형을 찾는 게 관건일 텐데요. 특히 중소기업처럼 여력이 부족한 곳에선 그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엄지민
단순히 일하는 시간을 줄여 쉰다는 걸 넘어서,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문화가 달라져야 실효성 있다는 얘기겠죠?
▶김혜린
네, 그래서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들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그 안의 사람들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함께 보시죠.
【 VCR - 1 】
회사원 허진민 씨.
금요일 아침, 오늘은 출근 가방 대신
아이의 손을 잡았습니다.
"오늘 유치원 가서 뭐하고 싶어?"
"색칠놀이!"
"좀 이따 아빠가 오후에 데리러 갈까?"
격주 금요일마다 찾아오는 쉼표.
2주에 한 번, 아이는 아빠와 함께 유치원에 갑니다.
[허진민 / 브니엘네이처 안전보건경영실 실장 : 보통 직장인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인데, 아이랑 이렇게 오순도순 다니면서 이 자체를 행복으로 생각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소이 갔다 와~"
[허진민 / 브니엘네이처 안전보건경영실 실장 : (이제 일정이 어떻게 되세요?) 이제 온전히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가보려고 합니다.]
먼저 허 씨는 서점을 찾았습니다.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잠시 미뤘던 취미를 간접적이나마 경험하기 위해 여행 후기에 관한 책을 골랐습니다.
[허진민 / 브니엘네이처 안전보건경영실 실장 : 인터넷으로 책 구매를 많이 하잖아요. 근데 이제 아시다시피 서점에는 서점만의 감성이라는 게 있어요. '아, 나도 해외여행 가보고 싶다', '여행하고 싶다' 이런 것들을 좀 간접 체험하려고 지금 이 책을 골랐습니다.]
책을 둘러본 뒤에는 산책에 나섰습니다.
저녁에 퇴근할 때는 누리기 어려웠던 여가 생활도 즐기며 일과 삶의 균형도 찾았다고 합니다.
[허진민 / 브니엘네이처 안전보건경영실 실장 : 퇴근하고 (산에) 오려면 너무 늦어요. 어두워지고. 쉬는 날은 오롯이 저 혼자 와서 마음도 좀 내려놓고 천천히 걸으면서 땀도 흘리면서 / 아이 등원 간 사이에 아내하고 같이 맛집도 다니고 영화도 보고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허진민 / 브니엘네이처 안전보건경영실 실장 : 아빠가 딱 고정적으로 쉬는 평일에 쉬는 날도 있고 주말은 쉬고 이렇게 하면서 굉장히 가족과 유대관계 형성이나 그런 신뢰감이나 이런 친밀도를 더 높일 수 있는 그런 밑받침이 되고 있습니다.]
허 씨의 직장은 하수처리 시설 등을 설계, 시공, 관리하는 종합환경기업.
재작년부터 격주 금요일을 휴일로 지정해 쉬게 되면서, 업무 방식에도 작지만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허진민 / 브니엘네이처 안전보건경영실 실장 : 솔직히 금요일 날 쉬기 위해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열심히 일을 해요. 평상시에 실없는 농담 한마디 할 때도 있을 거고, 커피를 두세 잔 더 먹을 때도 있을 거고 그런 시간을 버리는 시간 없이 집중해서 가성비 좋은 일하는 순간이라고 해야 되나요.]
지자체도 4.5일제 도입에 힘을 보태고 나섰습니다.
경기도는 지난 6월부터 전국 최초로 4.5일 근무제 시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사업에 참여한 한 벤처기업.
ICT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계 솔루션을 개발하는 곳입니다.
[윤찬 / 트웬티온스 공동대표 :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좀 고민을 많이 해 왔었고요. 일자리 문화를 개선하는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보다도 근무시간을 줄이는 거로 생각하고 있었고요.]
고객사를 24시간 응대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특정 요일에 다 같이 쉬는 대신 매일 1시간씩 일찍 퇴근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처음 도입 땐 부담도 있었습니다.
[윤찬 / 트웬티온스 공동대표 : (주 4.5일제를 도입한 뒤에도 ) 연장 근무가 발생하게 되고 사람들이 되려 좀 힘들어했던 부분들이 조금 있었어요.]
해법은 기술에서 찾았습니다.
근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직원들 생산성이 압축적으로 올라야 하는데 인공지능 기술을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길이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김동률 / 트웬티온스 전임 : 단시간 내에 많은 것들을 해내기 위해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인 거잖아요. 팀적으로도 회사적으로도 AI툴을 어떻게 도입할지 그런 것들도 4.5일제 이후에 생겨났고요.]
직원들은 AI 활용법을 공유하는 채팅방을 만들어 숙련도를 높였고 4.5일제가 안착하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얻었습니다.
[김동률 / 트웬티온스 전임 : 주말만 기다리기보다는 퇴근 이후에 저녁을 좀 기다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스튜디오】
▶엄지민
근무 시간이 줄어도 업무 공백을 잘 채울 수 있어야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가 만족하는 제도로 안착하는 것 같습니다. 앞서 소개된 기업은 지자체에서 어떤 지원을 받고 있나요?
▶김혜린
네, 근로자들은 임금 삭감 없이 근무시간이 줄어든 건데요. 경기도가 줄어든 노동시간에 대해 노동자 1인당 최대 월 26만 원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도내 5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참여 대상인데,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렇게 지원을 해준 건 경기도 사례가 처음입니다.
▶엄지민
하지만 현장마다 사정이 다르잖아요. 지자체가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모든 기업이 동참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김혜린
맞습니다. 특히 제조업과 같은 노동집약적
업종에선 근무시간을 줄이는 만큼 추가 인력이나 비용이 필요하다는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제도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도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는 겁니다.
【 VCR - 2 】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변속기 부품만 500여 개.
이 복잡한 장치를 통째로 바꾸는 대신, 하나하나 분해하고 다시 조립해 새것처럼 되살리는 곳이 있습니다.
경기도의 자동차 부품 재제조 전문업체.
이곳에선 산업폐기물을 줄이고 비용까지 낮추는 고숙련 기술을 오로지 사람 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 재제조 전문업체 대표 : (자동 변속기) 기계 안에 한 5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들어가 있거든요. 그거를 다 분해했다가 다시 다 조립해야 하는 작업인데 다 사람 손으로 일일이 분해하고 세척하고 조립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야….]
최근 주 4.5일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업체 대표의 고민은 깊어졌습니다.
[자동차 부품 재제조 전문업체 대표 : 저희 같은 업종에는 생산성을 아무리 높여도 / 저희는 자동화까지는 어려운 단계이고 / 결국에는 원가가 올라가게 될 것이고 그것이 물가에 반영되는 그런 형태로 밖에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근무시간이 줄면 집중도는 올라간다지만,
노동집약적인 제조업 현장에서는 그 논리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단축된 시간만큼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큽니다.
[자동차 부품 재제조 전문업체 대표 : 직원을 한 명 기술자로 양성시키려면 평균 3년에서 5년 정도 시간이 걸려요. 그래서 대체 인력을 바로 투입할 수는 없고 인력을 다 충원하지 못 할 경우에는 이제 출고일이나 납기일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요.]
소규모 스타트업도 주 4.5일제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온라인 광고를 설계하고 집행하는 광고대행업체.
이곳 역시 주 4.5일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행 방식이나 속도에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김현근 / 광고팀즈 대표 : 이런 제도를 제대로 하려면 기업이 어떤 상황에서든 버틸 여력이 있어야 하는데 '4.5일제를 이제 시행하세요'라고 하면 저희는 어쨌거나 여기에서 인원을 더 충원해야 되잖아요. 그러면 사무실을 더 넓혀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사무실만 넓히면 되는 것이 아니라 시설도 늘려야 되고 집기나 이런 컴퓨터도 늘려야 될 거고.]
당장 일이 줄지 않는 상황에서 근무시간만 단축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진우 / 광고팀즈 팀장 : 업무 조정이나 아니면 인력 보강들이 먼저 우선적으로 되어야 조기 퇴근이 진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 특히 임금이나 일자리 불안이 생긴다면 시간적 여유가 생겨도 심적으로는 조금 불안한 게 있지 않을까….]
【스튜디오】
▶엄지민
앞서 본 것처럼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이나 이제 막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현실적인 고민이 깊어 보입니다.
▶김혜린
맞습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실제로 5인 미만 사업장은 주 52시간제나 연차휴가 같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혜택을 받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겠죠.
▶엄지민
기업 현장의 목소리가 이렇게 엇갈리는데요. 제도의 성패는 또 시민들의 공감대에도 달려있잖아요.
▶김혜린
네, 그래서 시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직접 한번 들어봤습니다.
【 VCR - 3 】
주 4.5일제, 시민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주 4.5일제 도입에 찬성, 35%는 반대라고 답했습니다.
대체로 긍정적인 인식이 우세했지만, 단축 근무로 근무시간이 줄어들 경우, 급여는 주 5일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60%로 나타났습니다.
생산성과 비용 문제를 우려하는 기업 입장과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팩트추적> 제작진은 거리의 시민 60여 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먼저 찬성에 표를 던진 50여 명의 시민은 일과 삶의 균형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습니다.
[송창화 / 주 4.5일제 도입 찬성 : 지금 은퇴했는데 가족들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게 흠이 되고 (돌이켜 보면) 야간 근무한다고 해서 효율은 안 오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몸만 더 피곤하고….]
[노진아 / 주 4.5일제 도입 찬성 : 사실 지금도 회사에서 주 4.5일제를 하고 있는데 격주 금요일마다 그래도 뭔가 자기 계발 시간이나 그런 거를 가질 수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반대에 투표한 시민 10여 명은 임금 삭감과 업무 공백을 걱정했습니다.
[김윤지 / 주 4.5일제 도입 반대 : 실제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임금이 줄어들게 되니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오히려 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정연 / 주 4.5일제 도입 반대 : 누군가는 (공백이 발생한) 업무를 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 교대근무를 해야 한다든지 이런 제도를 새로 도입해야 해서 (주 4.5일제 도입에) 대해서는 장기간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스튜디오】
▶엄지민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니 주 4.5일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전에 사회적인 대화와 합의 과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혜린
맞습니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참조해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VCR - 4 】
세계 각국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한 비영리단체는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영미권 1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각 기업이 6개월 동안 ‘주 4일제’ 근무를 실험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조사해보니 직원들의 이직률과 병가 사용 횟수 등이 눈에 띄게 줄었고, 생산성 등 기업이 느끼는 전반적인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
각국 참가 기업의 90% 이상이 실험 종료 후에도
주 4일제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참여 기업 대부분이 직원 수 100명 이하의 소규모 조직이었던 터라 대규모 사업장이나 제조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따라붙습니다.
[김성희 /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밑으로 떨어뜨리는 서구의 실험이 꾸준히 이루어지고는 있는데 그러나 들쭉날쭉하면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이루어지거든요. 노동시간 줄이는 데 있어서 이해의 차이가 극명하다.]
일부 국가는 실험 단계를 넘어 아예 법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했습니다.
프랑스는 1980년대부터 주 39시간이었던 근무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차근차근 줄여왔고,(링크) 벨기에는 필요하다면 노동자가 주 4일제 근무를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제화했습니다.(링크)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874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132시간 더 많습니다.
장시간 근로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주 4.5일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립니다.
[김대일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중요한 거는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생산성을 높이지 못할 경우에는 생산량이 줄어드니까 GDP가 줄어드는 거고 그러면 소득이 감소하는 거를 감내해야 하는 거고요.]
여기에 더해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양극화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근무시간 단축이 가져올 효과가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단 겁니다.
[김성희 /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 고용 조건의 양극화도 심각한데 또 (근로) 시간까지도 부익부 빈익빈의 양상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문제까지도 야기될 수 있는 측면이 있어서 / 그런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해법이 구사될 수 있느냐?]
[김대일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초과 근로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비용이 올라가죠. 비용이 올라가면 그 기업은 생산량을 줄일 유인도 생기고 여러 가지 조정을 하게 되는데 대기업의 비용이 올라가면 많은 부분이 중소기업에 전가됩니다.]
결국 주 4.5일제는 노동의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지만, 적용을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분명합니다.
중요한 건 도입 그 자체가 아니라, 정교한 설계와 사회적 합의 과정이라는 겁니다.
[김성희 /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 (주 4.5일제 지원금이) 잠재적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전제가 있어야 지원에 타당성이 있는 거잖아요. 4.5일제로 연착륙돼서 모두에게 주 5일 또는 주 5일 이상의 근무가 그 밑으로 줄어들 수 있는 것이 일반화될 수 있다는 일정표를 보여줘야 하는 거다.]
[김대일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정말 사회적 합의라는 걸 갖고 (주 4.5일제) 정책을 한다면 노사가 협의해서 자기들만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기업의 유연성을 제고해 주는 게 더 나은 정책 방향이 아닌가.]
【스튜디오】
▶엄지민
주 4.5일제가 단순히 찬반으로 나눌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김혜린
맞습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주 5일제', '주 40시간제'도 2003년 도입 때에는 사회적으로 큰 실험이었습니다.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극심한 반대도 있었습니다.
▶엄지민
결국 오랜 시간에 걸쳐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제도로 안착된 것인데, 이번 주 4.5일제 논의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거군요.
▶김혜린
네, 노동시간 단축이 시대적인 흐름으로 등장한 가운데,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효율적인 제도 설계를 위해선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가 선행돼야 할 겁니다.
▶엄지민
김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 팩트추적은 여기까집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도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시청자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본방송: 매주 수요일 밤 11시 20분
재방송: 매주 토요일 오후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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