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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난 영화, 좋아하시나요?
자연 재해나 바이러스의 위협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한 인간의 사투를 주로 다루는 작품들인데요.
할리우드의 단골 소재였지만, 최근에는 한국영화도 잇따라 재난영화에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재난 영화의 특징과 경향, 최광희 영화 평론가와 함께 알아봅니다.
재난 영화 하면, 저는 얼마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월드워 Z'가 떠오르는데요.
좀비가 등장하지만, 재난 영화로 분류하는 게 맞겠죠?
[인터뷰]
인류가 순식간에 좀비로 변한다는 설정은, 가공의 상상에 의한 가공의 설정입니다만, 전체적인 영화의 톤은 재난 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죠.
재난 영화에도 일종의 공식이란 게 있는데요.
일단 주인공은 절대 안 죽는다.
하지만 주인공의 가족은 위협에 빠지고, 주인공이 그들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런 공식입니다.
주인공에게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에 주인공이 죽어 버리면 영화 자체가 성립이 안되겠죠.
'월드 워 Z'도 마찬가지이지만 '2012'라는 작품 역시 이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죠.
인류 멸망의 순간에 주인공인 존 큐잭이 자신의 이혼한 전처와 아들들을 살려내기 위해 갖은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재난 영화는, 전반적으로 가공할 재난이라는 설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안겨주는 가운데, 주인공의 사연을 통해 코끝 찡한 드라마를 선사하기 마련입니다.
[앵커]
한국에서도 재난영화가 요즘 심심찮게 만들어지는데요, 대표작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해운대'이겠죠?
[인터뷰]
영화 지난 2009년에 개봉했던 '해운대'가 한국영화의 본격적인 재난영화의 시초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죠.
아시다시피 개봉 당시 천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 거대한 쓰나미가 불어 닥치고, 생사의 희비가 엇갈리는 여러 인물들의 사연을 중첩해서 보여줬죠.
설경구와 하지원의 멜로 라인을 중심 축에 둔 가운데, 김인권과 그의 어머니의 사연, 그리고 119 구조대원과 삼수생 여성의 사연, 박중훈과 이혼한 전처로 나온 엄정화의 사연 등이 쓰나미가 불어닥치기 전까지 펼쳐지고, 쓰나미가 불어 오면서 이들간에 생과 사가 엇갈리면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던 작품입니다.
영화 '해운대'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 가운데 하나는, 물론 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동원해 쓰나미를 실감나게 표현했던 것도 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재난이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에서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해운대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재난이 벌어지게 되면 관객들 사이에 현실감을 배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앞서 영화 '괴물'도 괴수가 다름 아닌 한강에서 출몰합니다.
재난 영화의 기본 공식은 할리우드에서 벤치마킹하되, 여기에 한국적 특수성을 첨가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로 이 부분은 이후의 한국 재난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왔습니다.
[앵커]
말씀듣고 보니, 지난해 나온 '연가시'라는 작품도 개천에서 살인 기생충이 나온다, 그런 설정이었죠?
[인터뷰]
연가시라는 이름의 살인 기생충이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에 퍼지고, 이 기생충이 인간의 몸에 침입하면 미친 듯이 목이 마르게 되고, 인간의 뇌를 조종해 물속에 사람들이 빠져 죽게 만든다, 이런 설정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인 김명민 씨가 제약 회사의 직원으로 등장하죠.
자신의 가족을 살려내기 위해서 치료제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드라마의 중심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재난 영화의 공식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지난해 여름에 개봉해서 꽤 많은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죠.
지난해 말에도 재난 영화 한 편이 개봉했었죠, 바로 '타워'라는 작품인데요, 설경구가 119 구조대원의 대장으로 나오고, 김상경, 손예진 등이 타워 스카이라는 이름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등장합니다.
주방 쪽에서 나온 사소한 화재를 무시한 채 이 건물의 경영진이 대형 행사를 진행했다가 결국 건물 전체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이게 되고요, 구조대를 이끄는 설경구와 그의 팀원들의 사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딸을 살려내려는 김상경과 손예진의 필사의 탈출기가 함께 펼쳐집니다.
영화 '타워'는 기본 설정이 1977년에 나왔던 할리우드 재난 영화인 '타워링'이라는 작품과 많이 흡사하죠.
게다가 영화의 배경이 된 초고층 빌딩이 가상의 건물이라는 점에서 앞서 말씀드린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흠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도 흥행에서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앵커]
올 여름에도 재난 영화 한편이 개봉했죠.
이번에는 바이러스 감염이 소재이던데요, '감기', 이 영화는 어떻습니까?
[인터뷰]
영화 '감기'는 제목 그대로 감기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퍼진다는 걸 기본 설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감기가 사람 죽이는 감기죠.
그러니까 조류 독감이 치사율 100%의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로 변해서 사람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퍼지게 되고, 정부 당국은 발병지인 분당을 폐쇄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면서 분당에 격리된 사람들 사이에서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지게 되죠.
여의사인 수애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신의 어린 딸을 구해내기 위해 사투를 펼치게 되고요.
그녀를 짝사랑하는 구조대원 장혁도 이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 '감기' 역시 재난영화의 공식을 아주 충실하게 따르고 있죠.
주인공은 감염자의 피를 얼굴에 뒤집어 써도 감염되지 않고요, 주인공의 아이가 위기에 빠지고, 그를 살려내기 위한 주인공들의 동분서주가 펼쳐집니다.
또 한국형 재난 영화의 공식으로서, 익숙한 공간인 분당이라는 특정 지역을 가상의 재난 지역으로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영화가 전형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하지만 그 전형성 안에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진다면 문제가 되겠죠.
영화 '감기'는 그런 점에서 많은 부분 개연성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아이를 힘겹게 구해 놓고, 이 아이를 다시 위험에 빠뜨리기 위해서 주인공이 괜히 자리를 비웁니다.
그러니까 원인이 필연적으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 놓고 원인을 짜맞춘 흔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제까지 210만 명 정도를 모았는데요, 개봉 첫 주말 '숨바꼭질'에 밀리면서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습니다.
제작비가 100억 원이 들어갔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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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 좋아하시나요?
자연 재해나 바이러스의 위협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한 인간의 사투를 주로 다루는 작품들인데요.
할리우드의 단골 소재였지만, 최근에는 한국영화도 잇따라 재난영화에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재난 영화의 특징과 경향, 최광희 영화 평론가와 함께 알아봅니다.
재난 영화 하면, 저는 얼마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월드워 Z'가 떠오르는데요.
좀비가 등장하지만, 재난 영화로 분류하는 게 맞겠죠?
[인터뷰]
인류가 순식간에 좀비로 변한다는 설정은, 가공의 상상에 의한 가공의 설정입니다만, 전체적인 영화의 톤은 재난 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죠.
재난 영화에도 일종의 공식이란 게 있는데요.
일단 주인공은 절대 안 죽는다.
하지만 주인공의 가족은 위협에 빠지고, 주인공이 그들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런 공식입니다.
주인공에게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에 주인공이 죽어 버리면 영화 자체가 성립이 안되겠죠.
'월드 워 Z'도 마찬가지이지만 '2012'라는 작품 역시 이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죠.
인류 멸망의 순간에 주인공인 존 큐잭이 자신의 이혼한 전처와 아들들을 살려내기 위해 갖은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재난 영화는, 전반적으로 가공할 재난이라는 설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안겨주는 가운데, 주인공의 사연을 통해 코끝 찡한 드라마를 선사하기 마련입니다.
[앵커]
한국에서도 재난영화가 요즘 심심찮게 만들어지는데요, 대표작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해운대'이겠죠?
[인터뷰]
영화 지난 2009년에 개봉했던 '해운대'가 한국영화의 본격적인 재난영화의 시초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죠.
아시다시피 개봉 당시 천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 거대한 쓰나미가 불어 닥치고, 생사의 희비가 엇갈리는 여러 인물들의 사연을 중첩해서 보여줬죠.
설경구와 하지원의 멜로 라인을 중심 축에 둔 가운데, 김인권과 그의 어머니의 사연, 그리고 119 구조대원과 삼수생 여성의 사연, 박중훈과 이혼한 전처로 나온 엄정화의 사연 등이 쓰나미가 불어닥치기 전까지 펼쳐지고, 쓰나미가 불어 오면서 이들간에 생과 사가 엇갈리면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던 작품입니다.
영화 '해운대'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 가운데 하나는, 물론 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동원해 쓰나미를 실감나게 표현했던 것도 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재난이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에서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해운대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재난이 벌어지게 되면 관객들 사이에 현실감을 배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앞서 영화 '괴물'도 괴수가 다름 아닌 한강에서 출몰합니다.
재난 영화의 기본 공식은 할리우드에서 벤치마킹하되, 여기에 한국적 특수성을 첨가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로 이 부분은 이후의 한국 재난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왔습니다.
[앵커]
말씀듣고 보니, 지난해 나온 '연가시'라는 작품도 개천에서 살인 기생충이 나온다, 그런 설정이었죠?
[인터뷰]
연가시라는 이름의 살인 기생충이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에 퍼지고, 이 기생충이 인간의 몸에 침입하면 미친 듯이 목이 마르게 되고, 인간의 뇌를 조종해 물속에 사람들이 빠져 죽게 만든다, 이런 설정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인 김명민 씨가 제약 회사의 직원으로 등장하죠.
자신의 가족을 살려내기 위해서 치료제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드라마의 중심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재난 영화의 공식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지난해 여름에 개봉해서 꽤 많은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죠.
지난해 말에도 재난 영화 한 편이 개봉했었죠, 바로 '타워'라는 작품인데요, 설경구가 119 구조대원의 대장으로 나오고, 김상경, 손예진 등이 타워 스카이라는 이름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등장합니다.
주방 쪽에서 나온 사소한 화재를 무시한 채 이 건물의 경영진이 대형 행사를 진행했다가 결국 건물 전체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이게 되고요, 구조대를 이끄는 설경구와 그의 팀원들의 사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딸을 살려내려는 김상경과 손예진의 필사의 탈출기가 함께 펼쳐집니다.
영화 '타워'는 기본 설정이 1977년에 나왔던 할리우드 재난 영화인 '타워링'이라는 작품과 많이 흡사하죠.
게다가 영화의 배경이 된 초고층 빌딩이 가상의 건물이라는 점에서 앞서 말씀드린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흠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도 흥행에서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앵커]
올 여름에도 재난 영화 한편이 개봉했죠.
이번에는 바이러스 감염이 소재이던데요, '감기', 이 영화는 어떻습니까?
[인터뷰]
영화 '감기'는 제목 그대로 감기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퍼진다는 걸 기본 설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감기가 사람 죽이는 감기죠.
그러니까 조류 독감이 치사율 100%의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로 변해서 사람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퍼지게 되고, 정부 당국은 발병지인 분당을 폐쇄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면서 분당에 격리된 사람들 사이에서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지게 되죠.
여의사인 수애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신의 어린 딸을 구해내기 위해 사투를 펼치게 되고요.
그녀를 짝사랑하는 구조대원 장혁도 이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 '감기' 역시 재난영화의 공식을 아주 충실하게 따르고 있죠.
주인공은 감염자의 피를 얼굴에 뒤집어 써도 감염되지 않고요, 주인공의 아이가 위기에 빠지고, 그를 살려내기 위한 주인공들의 동분서주가 펼쳐집니다.
또 한국형 재난 영화의 공식으로서, 익숙한 공간인 분당이라는 특정 지역을 가상의 재난 지역으로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영화가 전형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하지만 그 전형성 안에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진다면 문제가 되겠죠.
영화 '감기'는 그런 점에서 많은 부분 개연성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아이를 힘겹게 구해 놓고, 이 아이를 다시 위험에 빠뜨리기 위해서 주인공이 괜히 자리를 비웁니다.
그러니까 원인이 필연적으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 놓고 원인을 짜맞춘 흔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제까지 210만 명 정도를 모았는데요, 개봉 첫 주말 '숨바꼭질'에 밀리면서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습니다.
제작비가 100억 원이 들어갔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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