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 다룬 한국영화 '봇물'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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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 다룬 한국영화 '봇물'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

2012.11.22.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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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이라서 그럴까요, 극장가에서도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영화 등 사회성 짙은 한국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도가니'나 올초 '부러진 화살'만큼의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한국영화, 재미를 추구하는 오락영화도 있지만, 최근 부쩍 사회성 짙은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는 것 같습니다.

그 원인이 뭘까요.

[답변]

사실 사회성 짙은 영화들은 한국영화가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기 직전인 90년대 초중반에 절정기를 이뤘습니다.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이면을 담은 정지영 감독의 '남부군'과 '하얀 전쟁'이 각각 1990년과 92년에 개봉했고요, 한국 전쟁의 비극을 다룬 '그 섬에 가고 싶다'나 전태일 열사의 삶을 다뤘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각각 93년과 95년에 개봉했죠.

당시에는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위축돼 왔던 표현의 자유가 대폭 확장되고, 그에 따라 그동안 다루지 못해왔던 소재들이 봇물 터지듯 영화로 다뤄졌던 시기이기도 했죠.

한국영화가 산업적으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는 2000년대 이후 정치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영화보다는 오락성이나 상업성을 중시하는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죠, 이른바 이창동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 또 김기덕 감독 등의 작가주의 감독들이 있긴 했습니다만, 이들도 사회적 이슈보다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 이면 속에 있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경향이 강했습니다.

또 그런 영화를 만들어봤자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계산도 이른바 사회파 영화들이 잘 나오지 않는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봐야겠죠.

그러다가 지난해 가을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력 사건을 담은 '도가니'라는 작품이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만들어냈죠.

게다가 400만 명을 넘기면서 흥행에서도 큰 성과를 이뤘습니다.

또 올초 개봉한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이라는 작품도 석궁 테러 사건을 담은 사회파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300만 명이 넘는 흥행 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적 이슈를 담은 영화들이 흥행적으로도 연결되는 상황이 잇따르다 보니까 그동안 수면 밑에 가라 앉아 있었던 정치 사회적 소재들이 수면 바깥으로 나오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분석해 볼 수 있겠습니다.

[질문]

당장 이번 주에 '남영동 1985'라는 작품이 개봉하죠, 부산영화제에서 꽤나 큰 화제를 불러 모은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답변]

이 작품 '남영동 1985'는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요, '부러진 화살'이 사법 시스템의 부조리를 담고 있다면 '남영동 1985'는 영화 제목 그대로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민청학련 의장 시절 치안본부의 남영동 대공 분실에 끌려가서 22일 동안 당했던 고문 상황을 영화로 재연하고 있습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당시 고문 기술자로 악명을 떨쳤던 이근안 경감이 다양한 고문 기술을 이용해 김근태 전 고문에게 조작된 자백을 받아내려는 상황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질문]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다 보니까, 관객들 입장에서는 보기에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도 있던데요.

[답변]

불편한 거 맞습니다.

사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불편하지 않는다면, 영화의 의도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겠죠, 다만 고문 상황의 잔혹성이 좀 참기 어렵다, 할 정도는 아닙니다.

영화가 워낙 15세 이상 관람가로 만들어졌고, 또 정지영 감독이 초점을 맞춘 부분은, 어떤 사람들은 고문의 가해자로, 어떤 사람은 고문의 피해자로 살아야 했던 그 시대의 비극적 측면이기 때문에 고문 장면 때문에 불편하다기 보다, 어떤 정서적인 파장이 강력하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

[질문]

지난해 '도가니'와 비슷한 소재이긴 한데 청소년 성폭력을 다룬 영화도 개봉한다면서요.

[답변]

바로 이번주 개봉한 작품인데요, '돈 크라이 마미'라는 영화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남편과 이혼하고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던 '유림'은 막 고등학생이 된 딸 '은아'가 같은 학교 남학생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요.

하지만 가해자들은 미성년자란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게 되고,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던 '은아'는 결국 자신의 생일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한 순간에 딸을 잃은 '유림'은 딸을 죽음으로 몬 가해자들에게 직접 복수를 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영화 '돈 크라이 마미'는 딸을 잃은 어머니의 사적 복수의 과정을 스릴러의 호홉으로 담아내고 있는데요, 한편으로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파 영화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선 씨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질문]

여성 관객들 입장에선 영화 보는 내내 참 기분이 착잡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또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영화도 있다고요.

[답변]

바로 다음주에 개봉합니다.

인기 만화 작가인 강풀 씨의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인데요, '26년'이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이뤄졌던 학살과 관련된 사람들이 학살의 주범을 단죄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미술 감독 출신의 조근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한혜진 씨가 사격 선수 미진으로 등장하고요, 진구 씨가 조직 폭력배, 임슬옹 씨가 경찰 정혁이라는 캐릭터로 나오는데, 이들이 영화 속에서 '그 사람'이라고 묘사되는 광주 학살의 주범을 처단하기 위한 작전을 함께 수행합니다.

영화 '26년'은 광주 민주화 운동 26주년인 2006년을 말하는데요, 사실 그 때 이미 영화화가 계획이 되긴 했습니다만, 워낙 민감한 소재인만큼 제작비 조달이 어려워 지연되다가 이번에 크라우드 펀드라는 형식의 모금을 통해 제작비 일부를 충당해 만들어졌습니다.

총 제작비 46억 원 가운데 7억여 원이 일반인 만 5천 명의 모금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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