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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부 도시 리모주.
시청 건물이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시위대 일부가 문을 부수고 들어간 뒤였습니다.
파리와 마르세유, 리옹에서도 차량이 불타고 상점이 약탈당했습니다.
외신들은 수십 년 만의 최악의 폭력 사태라고 전했습니다.
분노는 뜻밖에도 파리 북부 교외의 고등학교에서 시작됐습니다.
교사가 부족하고 교실이 낡았다는 학생들의 불만이 한 달 만에 정부의 긴축 예산을 겨냥한 전국적 저항으로 번졌습니다.
불길은 국경도 넘었습니다.
[1. 프랑스, 수십 년 만의 최악의 하루]
지난 17일,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습니다.
참가자는 내무부 집계로 55만 명 이상, 노동총동맹 CGT 추산으로는 80만 명입니다.
2018년 프랑스를 뒤흔든 노란조끼 운동의 주역들에 학생과 교사, 노조원, 농민, 연금 생활자까지 합류했습니다.
시위대는 유류비 인하를 요구했습니다.
정부 예산안에 담긴 복지 수당과 공무원 임금 동결도 철회하라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방화와 약탈 등 일부 시위대의 폭력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주요 도시들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상점 유리를 부수고 들어가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약탈 행위가 잇따랐습니다.
르코르뉘 총리는 하루 동안 1,200명이 체포되고 경찰 150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노조가 주도한 본 행진은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됐습니다.
폭력을 휘두른 것은 시위대 주변부의 일부 무리였습니다.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온 이유와 그 틈에서 벌어진 약탈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 프랑스 대통령 : 재산을 파괴한 자들은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약탈을 저지른 자들은 피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공화국을 무너뜨리려 한 자들은 반드시 책임을 묻게 될 것입니다.]
[2. 국경을 넘은 분노]
같은 날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쐈습니다.
벨기에 학생들을 거리로 내몬 것은 등록금이었습니다.
프랑스어권 공동체 정부가 대학 등록금을 835유로에서 1,194유로로, 43% 올렸습니다.
시위의 진원지인 리에주에서는 약 200명이 체포됐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른바 'No Meloni Day'에 학생 수천 명이 주요 도시를 행진했습니다.
밀라노 두오모 성당 앞에선 흥분한 시위대가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도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의 시위는 프랑스보다 규모가 작았고, 서로 조율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같은 시기에 같은 물가 안정을 외치는 구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같은 원인이 각국을 동시에 누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3. 불씨는 에너지였다]
출발점은 에너지입니다.
유로존의 9월 물가상승률은 3.8%로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중동에서 전쟁이 이어지면서 에너지 물가가 1년 전보다 18.8% 뛰었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는 4.1%, 스페인은 5%까지 올랐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올해만 두 차례 금리를 올렸습니다.
장바구니 물가와 대출 이자가 동시에 오른 겁니다.
3.8%는 2022년의 두 자릿수 물가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평균이 아니라 주유소와 난방비, 그리고 월세입니다.
[4. 풀 수도, 조일 수도 없는 정부]
2022년 에너지 위기 때 유럽 각국은 막대한 보조금으로 충격을 흡수했습니다.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습니다.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GDP의 117.5%로, 2차 대전 직후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국채 금리는 한때 구제금융을 받았던 그리스보다 높아졌습니다.
르코르뉘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540억 유로를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벨기에 정부도 앞으로 수년간 100억 유로를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정부는 수당과 임금을 묶고 교육 예산까지 줄이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정부의 논리도 있습니다.
적자를 방치하면 국채 금리가 더 오르고, 늘어난 이자 부담이 다시 복지 예산을 갉아먹습니다.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농업과 어업, 건설업에 대한 긴급 유류 보조금을 연말까지 연장했습니다.
하지만 업종별 보조금으로는 전국적인 생활비 부담을 막지 못했습니다.
[5. 거리의 분노, 대선을 겨누다]
프랑스는 내년 봄 대선을 치릅니다.
르코르뉘 총리의 전임자 두 명은 모두 예산안 갈등 끝에 실각했습니다.
이번에는 사회당마저 예산안 지지를 거부했습니다.
예산의 운명이 대선 여론조사 선두인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 손에 넘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편에서는 극좌 정당들이 시위에 합류했습니다.
거리의 분노가 양 극단의 동력으로 흡수되고 있습니다.
다만 폭력이 반복되면 여론이 등을 돌릴 수도 있습니다.
2018년 노란조끼 운동도 그렇게 동력을 잃었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물가가 뛰고, 물가가 뛰면 금리가 오릅니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빚 부담이 커지고, 정부는 다시 지출을 줄입니다.
고리의 맨 끝에 서민과 학생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고리를 끊을 열쇠가 유럽의 손에 없다는 점입니다.
에너지 가격을 좌우하는 것은 파리도 브뤼셀도 아닌, 중동의 전장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유럽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줄어들고, 거리의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실에서 시작된 불씨가 이제 대선과 국채 시장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유럽은 지금, 돈을 풀 수도 조일 수도 없는 시험대 위에 서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방이슈 김재형입니다.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최지혜 (wlgp1241@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시청 건물이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시위대 일부가 문을 부수고 들어간 뒤였습니다.
파리와 마르세유, 리옹에서도 차량이 불타고 상점이 약탈당했습니다.
외신들은 수십 년 만의 최악의 폭력 사태라고 전했습니다.
분노는 뜻밖에도 파리 북부 교외의 고등학교에서 시작됐습니다.
교사가 부족하고 교실이 낡았다는 학생들의 불만이 한 달 만에 정부의 긴축 예산을 겨냥한 전국적 저항으로 번졌습니다.
불길은 국경도 넘었습니다.
[1. 프랑스, 수십 년 만의 최악의 하루]
지난 17일,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습니다.
참가자는 내무부 집계로 55만 명 이상, 노동총동맹 CGT 추산으로는 80만 명입니다.
2018년 프랑스를 뒤흔든 노란조끼 운동의 주역들에 학생과 교사, 노조원, 농민, 연금 생활자까지 합류했습니다.
시위대는 유류비 인하를 요구했습니다.
정부 예산안에 담긴 복지 수당과 공무원 임금 동결도 철회하라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방화와 약탈 등 일부 시위대의 폭력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주요 도시들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상점 유리를 부수고 들어가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약탈 행위가 잇따랐습니다.
르코르뉘 총리는 하루 동안 1,200명이 체포되고 경찰 150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노조가 주도한 본 행진은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됐습니다.
폭력을 휘두른 것은 시위대 주변부의 일부 무리였습니다.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온 이유와 그 틈에서 벌어진 약탈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 프랑스 대통령 : 재산을 파괴한 자들은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약탈을 저지른 자들은 피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공화국을 무너뜨리려 한 자들은 반드시 책임을 묻게 될 것입니다.]
[2. 국경을 넘은 분노]
같은 날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쐈습니다.
벨기에 학생들을 거리로 내몬 것은 등록금이었습니다.
프랑스어권 공동체 정부가 대학 등록금을 835유로에서 1,194유로로, 43% 올렸습니다.
시위의 진원지인 리에주에서는 약 200명이 체포됐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른바 'No Meloni Day'에 학생 수천 명이 주요 도시를 행진했습니다.
밀라노 두오모 성당 앞에선 흥분한 시위대가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도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의 시위는 프랑스보다 규모가 작았고, 서로 조율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같은 시기에 같은 물가 안정을 외치는 구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같은 원인이 각국을 동시에 누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3. 불씨는 에너지였다]
출발점은 에너지입니다.
유로존의 9월 물가상승률은 3.8%로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중동에서 전쟁이 이어지면서 에너지 물가가 1년 전보다 18.8% 뛰었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는 4.1%, 스페인은 5%까지 올랐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올해만 두 차례 금리를 올렸습니다.
장바구니 물가와 대출 이자가 동시에 오른 겁니다.
3.8%는 2022년의 두 자릿수 물가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평균이 아니라 주유소와 난방비, 그리고 월세입니다.
[4. 풀 수도, 조일 수도 없는 정부]
2022년 에너지 위기 때 유럽 각국은 막대한 보조금으로 충격을 흡수했습니다.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습니다.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GDP의 117.5%로, 2차 대전 직후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국채 금리는 한때 구제금융을 받았던 그리스보다 높아졌습니다.
르코르뉘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540억 유로를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벨기에 정부도 앞으로 수년간 100억 유로를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정부는 수당과 임금을 묶고 교육 예산까지 줄이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정부의 논리도 있습니다.
적자를 방치하면 국채 금리가 더 오르고, 늘어난 이자 부담이 다시 복지 예산을 갉아먹습니다.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농업과 어업, 건설업에 대한 긴급 유류 보조금을 연말까지 연장했습니다.
하지만 업종별 보조금으로는 전국적인 생활비 부담을 막지 못했습니다.
[5. 거리의 분노, 대선을 겨누다]
프랑스는 내년 봄 대선을 치릅니다.
르코르뉘 총리의 전임자 두 명은 모두 예산안 갈등 끝에 실각했습니다.
이번에는 사회당마저 예산안 지지를 거부했습니다.
예산의 운명이 대선 여론조사 선두인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 손에 넘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편에서는 극좌 정당들이 시위에 합류했습니다.
거리의 분노가 양 극단의 동력으로 흡수되고 있습니다.
다만 폭력이 반복되면 여론이 등을 돌릴 수도 있습니다.
2018년 노란조끼 운동도 그렇게 동력을 잃었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물가가 뛰고, 물가가 뛰면 금리가 오릅니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빚 부담이 커지고, 정부는 다시 지출을 줄입니다.
고리의 맨 끝에 서민과 학생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고리를 끊을 열쇠가 유럽의 손에 없다는 점입니다.
에너지 가격을 좌우하는 것은 파리도 브뤼셀도 아닌, 중동의 전장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유럽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줄어들고, 거리의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실에서 시작된 불씨가 이제 대선과 국채 시장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유럽은 지금, 돈을 풀 수도 조일 수도 없는 시험대 위에 서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방이슈 김재형입니다.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최지혜 (wlgp124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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