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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골판지 침대부터 컨테이너 숙소까지…'짠물 선수촌'
00:47 8.800억 원 비용 절감…대가는 선수들이?
03:36 '얼마나 화려하게'에서 '얼마나 덜 짓고 잘 치르느냐'로
05:47 위기에 빠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해법은?
===============================
싱가포르 철인 3종 선수가
자신이 묵는 숙소를 소개합니다
침대를 두드려보더니
골판지로 만들었다며
안쪽까지 직접 보여줍니다
이번에는 자전거 거치대
이것도 종이로 만들었다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사실 골판지 침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도쿄와 파리올림픽에서도
친환경과 재활용을 내세워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
침대보다 더 눈에 띄는 게 있습니다
불과 3년 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만해도
대규모 선수촌을 만들어
각국 선수들이 한곳에 모여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치·나고야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대신 선수들은 호텔과 크루즈선
컨테이너형 임시 숙소 등에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왜 대규모 선수촌까지 없앤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돈이었습니다
수천억 원을 들여 선수촌을 만들었다가
대회가 끝난 뒤 애물단지로 남기느니
호텔과 크루즈선 등을 활용하자는 계획입니다
그렇다고 선수 숙박에 돈이 안 드는 건 아닙니다
호텔과 크루즈선, 컨테이너형 숙소 등에 들어간 비용만
520억 엔
우리 돈 약 4천5백억 원입니다
그래도 일본 측은 선수촌을 예정대로 만들었을 때보다
600억 엔, 우리 돈 5천2백억 원가량을아꼈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돈을 아낀 건 숙소만이 아닙니다
축구 경기가 열린 이곳
2002 한일월드컵 때 사용했던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입니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새 경기장을 짓기보다
이미 있는 체육관과 경기장을 곳곳에서 활용했습니다
쓸 수 있는 건 다시 쓰자는 겁니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국제대회를 치르겠다며
막대한 세금을 들여 경기장을 지었는데
관중이 사라진 뒤에는
덩그러니 남아 유지비만 잡아먹는 시설
이른바 흰 코끼리, '화이트 엘리펀트'는
국제 스포츠 대회의 오랜 골칫거리입니다
그래서 조직위가 내세운 건
'지속 가능한 대회'입니다
있는 건 최대한 다시 쓰고
새로 짓는 건 최대한 줄이자
돈도 아끼고 환경 부담도 줄이겠다는 겁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OCA도
이런 선택에 힘을 실었습니다
대회가 끝난 뒤 제대로 쓰지 못할 거대한 시설을 남기느니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게 낫다는 겁니다
실제로 선수촌 건설 취소 등을 포함해
일본 측이 줄였다고 밝힌 비용은
1천20억 엔, 우리 돈 8천8백억 원에 달합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꽤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키 2m가 넘는 농구 선수들은 침대가 좁아
다리를 쭉 뻗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왔고
크루즈선에서는 입실 절차가 꼬이면서
일부 선수들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했습니다
방 배정도 문제였습니다
인원 수에 맞춰 방을 배정하다 보니
남녀 선수가 같은 방에 배정되는 황당한
사례까지 나왔습니다
결국 개최국인 일본 선수단마저
미리 잡아둔 '백업 숙소'를 써야 했습니다
12년 만에 금메달을 딴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결승전 당일, 오전 훈련장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오지 않아
아예 훈련을 못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문제가
'돈을 아꼈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참가자가 늘었고
운영상의 실수도 있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선수촌까지 없애며 돈을 아꼈다면
그만큼 더 촘촘하게 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시설에 들어가는 돈을 줄이는 것과
선수들이 제대로 쉬고 경기를 준비할 환경까지 줄이는 것
이것은 분명 다른 문제입니다
여기서 10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2016년 베트남 다낭
아이치·나고야가 2026년 아시안게임 개최권을 따냈습니다
그런데 경쟁 상대도 없었습니다
다른 입후보 도시가 한 곳도 없어
치열한 경쟁도, 투표도 없이
박수로 개최가 결정됐습니다
물론 경쟁 도시가 없었던 이유를
비용 문제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국제 스포츠 대회를 바라보는
도시들의 계산법이 달라진 건 분명합니다
예전에는 국제대회를 따내면
도로를 깔고, 경기장을 짓고
그 자체가 도시 개발과 국가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회가 끝난 뒤까지 따져봐야 합니다
'어떻게 유치할 것인가' 못지않게
'어떻게 돈을 덜 들여 치를 것인가'도
중요해졌습니다
이런 고민, 아시안게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훨씬 더 많은 관심과 돈이 몰리는
올림픽도 마찬가지입니다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전
처음에는 여러 도시가 뛰어들었지만
미국에서는 당초 후보였던 보스턴이 유치를 포기했고
LA가 대신 나섰습니다
함부르크가 빠지고
로마와 부다페스트까지
유치 과정에서 이탈했습니다
결국 끝까지 남은 건 파리와 LA
국제올림픽위원회 IOC는
2024년엔 파리, 2028년엔 LA를 개최지로 한꺼번에 정했습니다
한 번의 유치 경쟁으로 두 번의 올림픽 개최지를 정한 겁니다
IOC의 생각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처럼 '올림픽을 위해 도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맞춰 올림픽을 치르는 것'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이미 있는 경기장은 최대한 활용하고
새로 짓더라도 대회가 끝난 뒤
어떻게 쓸 것인지까지 미리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파리올림픽은 경기 시설의 95%를
기존 또는 임시 시설로 마련했습니다
2028년 LA올림픽은 한발 더 나아갑니다
새로운 영구 경기장을 짓지 않고
기존 경기장과 임시 시설을 활용해 대회를 치른다는 계획입니다
한때 국제 스포츠 대회는
'누가 더 화려하게 짓느냐'의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누가 덜 짓고도 제대로 치르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아이치·나고야가 가려는 선택 자체가 잘못됐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선수촌을 새로 짓지 않고
오래된 경기장을 다시 쓰고
대회가 끝난 뒤 남겨질 시설과 유지비를 줄이는 것
앞으로 국제 스포츠 대회가 가야 할 방향과 맞닿아 있습니다
문제는 '아끼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아끼느냐'입니다
경기장을 덜 짓는 것과
선수가 제대로 쉴 공간을 줄이는 건 다르고
화려한 선수촌을 포기하는 것과
선수들이 제대로 경기를 준비할 환경까지
포기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붓는 '초호화 국제대회'는
더는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아낀 비용의 부담을
선수들과 출전 나라에 떠넘기는
'초저비용 대회' 역시 답은 아닙니다
얼마나 아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아껴도 되느냐
골판지 침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국제 스포츠 대회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YTN 김승환 (ksh@ytn.co.kr)
YTN 장동욱 (dwjang@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00:47 8.800억 원 비용 절감…대가는 선수들이?
03:36 '얼마나 화려하게'에서 '얼마나 덜 짓고 잘 치르느냐'로
05:47 위기에 빠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해법은?
===============================
싱가포르 철인 3종 선수가
자신이 묵는 숙소를 소개합니다
침대를 두드려보더니
골판지로 만들었다며
안쪽까지 직접 보여줍니다
이번에는 자전거 거치대
이것도 종이로 만들었다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사실 골판지 침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도쿄와 파리올림픽에서도
친환경과 재활용을 내세워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
침대보다 더 눈에 띄는 게 있습니다
불과 3년 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만해도
대규모 선수촌을 만들어
각국 선수들이 한곳에 모여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치·나고야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대신 선수들은 호텔과 크루즈선
컨테이너형 임시 숙소 등에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왜 대규모 선수촌까지 없앤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돈이었습니다
수천억 원을 들여 선수촌을 만들었다가
대회가 끝난 뒤 애물단지로 남기느니
호텔과 크루즈선 등을 활용하자는 계획입니다
그렇다고 선수 숙박에 돈이 안 드는 건 아닙니다
호텔과 크루즈선, 컨테이너형 숙소 등에 들어간 비용만
520억 엔
우리 돈 약 4천5백억 원입니다
그래도 일본 측은 선수촌을 예정대로 만들었을 때보다
600억 엔, 우리 돈 5천2백억 원가량을아꼈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돈을 아낀 건 숙소만이 아닙니다
축구 경기가 열린 이곳
2002 한일월드컵 때 사용했던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입니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새 경기장을 짓기보다
이미 있는 체육관과 경기장을 곳곳에서 활용했습니다
쓸 수 있는 건 다시 쓰자는 겁니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국제대회를 치르겠다며
막대한 세금을 들여 경기장을 지었는데
관중이 사라진 뒤에는
덩그러니 남아 유지비만 잡아먹는 시설
이른바 흰 코끼리, '화이트 엘리펀트'는
국제 스포츠 대회의 오랜 골칫거리입니다
그래서 조직위가 내세운 건
'지속 가능한 대회'입니다
있는 건 최대한 다시 쓰고
새로 짓는 건 최대한 줄이자
돈도 아끼고 환경 부담도 줄이겠다는 겁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OCA도
이런 선택에 힘을 실었습니다
대회가 끝난 뒤 제대로 쓰지 못할 거대한 시설을 남기느니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게 낫다는 겁니다
실제로 선수촌 건설 취소 등을 포함해
일본 측이 줄였다고 밝힌 비용은
1천20억 엔, 우리 돈 8천8백억 원에 달합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꽤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키 2m가 넘는 농구 선수들은 침대가 좁아
다리를 쭉 뻗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왔고
크루즈선에서는 입실 절차가 꼬이면서
일부 선수들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했습니다
방 배정도 문제였습니다
인원 수에 맞춰 방을 배정하다 보니
남녀 선수가 같은 방에 배정되는 황당한
사례까지 나왔습니다
결국 개최국인 일본 선수단마저
미리 잡아둔 '백업 숙소'를 써야 했습니다
12년 만에 금메달을 딴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결승전 당일, 오전 훈련장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오지 않아
아예 훈련을 못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문제가
'돈을 아꼈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참가자가 늘었고
운영상의 실수도 있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선수촌까지 없애며 돈을 아꼈다면
그만큼 더 촘촘하게 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시설에 들어가는 돈을 줄이는 것과
선수들이 제대로 쉬고 경기를 준비할 환경까지 줄이는 것
이것은 분명 다른 문제입니다
여기서 10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2016년 베트남 다낭
아이치·나고야가 2026년 아시안게임 개최권을 따냈습니다
그런데 경쟁 상대도 없었습니다
다른 입후보 도시가 한 곳도 없어
치열한 경쟁도, 투표도 없이
박수로 개최가 결정됐습니다
물론 경쟁 도시가 없었던 이유를
비용 문제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국제 스포츠 대회를 바라보는
도시들의 계산법이 달라진 건 분명합니다
예전에는 국제대회를 따내면
도로를 깔고, 경기장을 짓고
그 자체가 도시 개발과 국가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회가 끝난 뒤까지 따져봐야 합니다
'어떻게 유치할 것인가' 못지않게
'어떻게 돈을 덜 들여 치를 것인가'도
중요해졌습니다
이런 고민, 아시안게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훨씬 더 많은 관심과 돈이 몰리는
올림픽도 마찬가지입니다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전
처음에는 여러 도시가 뛰어들었지만
미국에서는 당초 후보였던 보스턴이 유치를 포기했고
LA가 대신 나섰습니다
함부르크가 빠지고
로마와 부다페스트까지
유치 과정에서 이탈했습니다
결국 끝까지 남은 건 파리와 LA
국제올림픽위원회 IOC는
2024년엔 파리, 2028년엔 LA를 개최지로 한꺼번에 정했습니다
한 번의 유치 경쟁으로 두 번의 올림픽 개최지를 정한 겁니다
IOC의 생각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처럼 '올림픽을 위해 도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맞춰 올림픽을 치르는 것'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이미 있는 경기장은 최대한 활용하고
새로 짓더라도 대회가 끝난 뒤
어떻게 쓸 것인지까지 미리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파리올림픽은 경기 시설의 95%를
기존 또는 임시 시설로 마련했습니다
2028년 LA올림픽은 한발 더 나아갑니다
새로운 영구 경기장을 짓지 않고
기존 경기장과 임시 시설을 활용해 대회를 치른다는 계획입니다
한때 국제 스포츠 대회는
'누가 더 화려하게 짓느냐'의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누가 덜 짓고도 제대로 치르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아이치·나고야가 가려는 선택 자체가 잘못됐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선수촌을 새로 짓지 않고
오래된 경기장을 다시 쓰고
대회가 끝난 뒤 남겨질 시설과 유지비를 줄이는 것
앞으로 국제 스포츠 대회가 가야 할 방향과 맞닿아 있습니다
문제는 '아끼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아끼느냐'입니다
경기장을 덜 짓는 것과
선수가 제대로 쉴 공간을 줄이는 건 다르고
화려한 선수촌을 포기하는 것과
선수들이 제대로 경기를 준비할 환경까지
포기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붓는 '초호화 국제대회'는
더는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아낀 비용의 부담을
선수들과 출전 나라에 떠넘기는
'초저비용 대회' 역시 답은 아닙니다
얼마나 아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아껴도 되느냐
골판지 침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국제 스포츠 대회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YTN 김승환 (ksh@ytn.co.kr)
YTN 장동욱 (dwja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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