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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강력한 미국의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크로아티아 인근에 머물러 있던 포드함의 목적지는 라틴 아메리카 인근 해역.
미 해군 최고 전략 자산이 유럽 임무를 예정보다 수개월 일찍 끝내고 카리브해로 투입된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앞서 미군은 지난 8월 말 이후 약 1만 명의 병력을 카리브해에 배치했습니다.
공식적인 명분은 '마약 단속'.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남미에서 출발한 마약 밀수 의심 선박에 십여 차례 공습을 감행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무장하지 않은 선원들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적대 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들을 의심만으로 살해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합니다.
법적 논란까지 감수하며 밀어붙이는 '마약과의 전쟁'.
여기에 최첨단 항공모함 등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한 이유가 고작 마약 밀수선을 잡기 위함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칼날이 향하는 곳은 베네수엘라.
그리고 베네수엘라 뒤에는 미국의 최대 라이벌 중국과 러시아가 있습니다.
'마약 단속'이라는 명분 아래 집결한 미국의 군사력은 마두로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현재 카리브해에 집결하는 미국의 군사력은 압도적입니다.
F/A-18 슈퍼호넷 함재기 편대를 탑재한 포드 항모전단 외에도, 이미 8척의 구축함, F-35B 스텔스 전투기, MQ-9 리퍼 드론이 베네수엘라의 해안과 상공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 미 국방부 장관 : 우리는 그들을 추적하고, 파악하고, 사냥하고, 제거할 것입니다. 그들은 미국인을 죽이고, 독약(마약)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막을 모든 권한을 갖고 있고, 계속해서 군사 작전을 펼칠 것입니다.]
지상 전력은 더 위력적입니다.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으로 유명한 미 육군의 비밀 특수부대, 일명 '나이트 스토커스'까지 투입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CIA에 베네수엘라 내 '비밀 작전'을 승인했습니다.
이는 준군사적 활동은 물론, '정권 교체'를 위한 모종의 작전까지 포함할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10월 15일) : (기자: CIA가 마두로 제거 작전까지 수행할 권한이 있습니까?) :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질문은 아니지만, 제가 대답할 성격의 질문은 아닙니다. 다만, 베네수엘라가 압박을 받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이런 말도 남겼습니다.
"우리는 바다를 충분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육지를 살펴보고 있다."
베네수엘라 영토 내 직접 타격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압박은 군사력에만 그치지 않고 국제사회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외교전도 동시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2025년 노벨 평화상 발표 직후, 수상자로 선정된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가장 먼저 전화를 건 상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습니다.
마차도는 2023년 야당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지만 마두로 정권에 의해 대선 출마가 금지된 인물입니다.
노벨위원회가 마차도에게 평화상을 수여한 것은 국제사회가 '마두로 정권은 비민주적'이라는 메시지를 공식화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트럼프는 통화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차도는 용감한 지도자이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자유를 원하고, 우리는 그들을 도울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압도적인 힘을 동원하는 이유는 상대가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수년간의 제재와 압박 속에서 '쿠데타가 불가능한' 요새를 구축했습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첫째, 공포. 반역을 꾀한 장교들은 무자비하게 숙청, 투옥시켰고, 그 빈자리는 충성파로 채웠습니다.
쿠바 정보기관의 도움으로 군 전체는 거미줄 같은 감시망에 묶여있습니다.
둘째, 부패의 공범화. 국방장관을 비롯한 최고위 장성들은 마약 밀매, 부패 혐의로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라있습니다.
만약 마두로가 실각한다면, 이들이 맞이할 운명은 감옥행뿐입니다.
그들에게 마두로 정권의 유지는 '이념'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2019년 미국이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를 내세워 군의 이탈을 유도했을 때 하급 병사들은 동조했지만 단 한 명의 핵심 지휘관도 움직이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마두로의 방패는 내부에만 있지 않습니다.
미국이 항공모함을 동원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마두로 정권이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베네수엘라에 600억 달러(약 80조 원) 이상을 빌려준 최대 채권국입니다.
이 돈은 '석유-차관(Oil-for-Loan)' 방식으로, 막대한 양의 원유로 상환받고 있습니다.
중국의 막대한 경제적 이권이 베네수엘라의 유전 지대에 묶여있는 셈입니다.
미국의 군사 행동과 석유 제재는 곧 베이징의 투자금과 에너지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 Su-30 전투기, S-300 방공 미사일 등 수십억 달러의 무기를 판매한 군사적 후견인입니다.
러시아에게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뒷마당'에 박아둔 전략적 쐐기이자,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대한 맞대응 카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고, 중국은 대만 문제로 역공을 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베네수엘라에 직접 개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할 수 있는 것은 유엔 안보리에서의 거부권 행사, 외교적 성명, 그리고 경제적 지원 정도입니다.
마두로의 견고한 정치적, 외교적 방패 뒤에는 치명적인 약점도 숨어있습니다.
바로 미군의 직접적인 공격에 맞설 군사력의 부재입니다.
베네수엘라 국영 TV는 연일 전투 준비 태세를 선전합니다.
노인과 여성들로 구성된 민병대가 철조망을 기고, 러시아산 전투기가 하늘을 가릅니다.
마두로는 "수백만 명의 민병대가 전투 준비를 마쳤다"고 외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망명한 전직 장교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군은 사실상 붕괴 상태입니다.
숙련된 장교들은 모두 쫓겨났고, 일반 병사들은 제대로 된 식사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군대는 외부의 위협이 아닌 내부의 시위대를 진압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마두로 자신도 이런 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지지자들 앞에서는 "미국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고 외치다가도, 카메라를 향해서는 영어로 절박하게 호소합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 베네수엘라 대통령 : 전쟁은 안 됩니다. 전쟁은 안됩니다. 전쟁은 안 됩니다. 평화. 평화. 평화.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영원한 평화. 제발요. 제발요. 제발요. 평화. 영원한 평화. 영원한 평화.]
이 모든 충돌의 한가운데 가장 큰 피해자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입니다.
이미 700만 명 이상이 경제 붕괴를 피해 국경을 넘어 난민이 됐습니다.
이는 베네수엘라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에 해당합니다.
남아있는 이들은 월급이 10달러도 안 되는 하이퍼인플레이션 속에서 굶주리고 있습니다.
병원에는 의약품이 없고, 학교는 문을 닫았으며, 전기와 물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많은 베네수엘라인들은 미국의 개입에 대해 극도로 분열돼 있습니다.
일부는 '마두로 제거'라면 무엇이든 환영합니다.
이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이라크와 리비아의 전철을 떠올리며 "군사 개입 이후의 혼란"을 더 두려워합니다.
독재자가 사라진 후 찾아올 내전, 파벌 갈등, 그리고 더 깊은 빈곤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선원들처럼, 정작 '마약과의 전쟁'이나 '정권 교체'와 무관한 일반 시민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사는 이를 증명합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소 20만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2011년 리비아 개입 이후 국가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붕괴했습니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한 후에는 탈레반이 재집권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충돌의 한가운데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겉으로 '보이는 펜타닐' 또는 '코카인'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핵심은 바로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 석유입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을 단순히 '석유를 빼앗기 위한 전쟁'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베네수엘라 석유는 끈적끈적한 '헤비 크루드(heavy crude)'로 정제 비용이 매우 높습니다.
더구나, 미국은 이미 셰일오일 혁명으로 에너지 순수출국이 됐고 중국의 베네수엘라 석유 의존도는 전체 수입량의 5% 미만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진짜 목표는 석유 그 자체가 아니라, 누가 남미 최대 석유 국가를 통제하느냐는 상징적 패권 경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베네수엘라에 친미 정권이 들어선다는 것은, 앞마당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중국의 남미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차단하고, 19세기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을 21세기 버전으로 재확립하는 것입니다.
즉, '서반구는 미국의 영향권'이라는 선언입니다.
더 나아가, 베네수엘라 석유에 의존하는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을 교란하는 전략적 한 수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군사 작전은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명분 뒤에 서반구 내 미국의 영향력 회복이라는 더 큰 전략적 목표가 자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카리브해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두 개의 거대한 힘이 충돌점을 향해 달려가는 형국입니다.
한쪽에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난에도 아랑곳 않고, 항공모함과 특수부대라는 '철퇴'를 휘두르는 미국이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내부에선 쿠데타가 불가능할 만큼 견고하고 외부로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외교적 방패도 있지만 정작 미국과 맞서 싸울 군사력은 사실상 없는 기묘한 독재정권이 있습니다.
역사는 군사 개입 이후의 혼란이 독재보다 더 참혹할 수 있음을 반복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이라크, 리비아, 아프가니스탄이 그랬습니다.
독재자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내전과 테러 그리고 더 큰 인도적 재앙이 찾아왔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충돌의 결과가 단순히 한 독재자의 운명을 넘어 21세기 남미의 패권과 국제법의 미래 그리고 수천만 명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10월 15일) : (폭격 당한) 보트를 보면 안타깝기도 하지만, 현실은 그렇습니다. (베네수엘라인) 3명을 잃고 (미국인) 2만 5천 명을 구할 수 있다면, 그건 해야 할 일입니다. 폭격 이후엔 바다 위에 펜타닐이 든 가방이 둥둥 떠다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이형근(yihan3054@ytn.co.kr)
촬영 : 손민성(smis93@ytn.co.kr)
참고 기사: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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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인근에 머물러 있던 포드함의 목적지는 라틴 아메리카 인근 해역.
미 해군 최고 전략 자산이 유럽 임무를 예정보다 수개월 일찍 끝내고 카리브해로 투입된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앞서 미군은 지난 8월 말 이후 약 1만 명의 병력을 카리브해에 배치했습니다.
공식적인 명분은 '마약 단속'.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남미에서 출발한 마약 밀수 의심 선박에 십여 차례 공습을 감행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무장하지 않은 선원들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적대 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들을 의심만으로 살해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합니다.
법적 논란까지 감수하며 밀어붙이는 '마약과의 전쟁'.
여기에 최첨단 항공모함 등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한 이유가 고작 마약 밀수선을 잡기 위함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칼날이 향하는 곳은 베네수엘라.
그리고 베네수엘라 뒤에는 미국의 최대 라이벌 중국과 러시아가 있습니다.
'마약 단속'이라는 명분 아래 집결한 미국의 군사력은 마두로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카리브해에 항모전단 배치…베네수엘라 포위하는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
현재 카리브해에 집결하는 미국의 군사력은 압도적입니다.
F/A-18 슈퍼호넷 함재기 편대를 탑재한 포드 항모전단 외에도, 이미 8척의 구축함, F-35B 스텔스 전투기, MQ-9 리퍼 드론이 베네수엘라의 해안과 상공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 미 국방부 장관 : 우리는 그들을 추적하고, 파악하고, 사냥하고, 제거할 것입니다. 그들은 미국인을 죽이고, 독약(마약)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막을 모든 권한을 갖고 있고, 계속해서 군사 작전을 펼칠 것입니다.]
지상 전력은 더 위력적입니다.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으로 유명한 미 육군의 비밀 특수부대, 일명 '나이트 스토커스'까지 투입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CIA에 베네수엘라 내 '비밀 작전'을 승인했습니다.
이는 준군사적 활동은 물론, '정권 교체'를 위한 모종의 작전까지 포함할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10월 15일) : (기자: CIA가 마두로 제거 작전까지 수행할 권한이 있습니까?) :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질문은 아니지만, 제가 대답할 성격의 질문은 아닙니다. 다만, 베네수엘라가 압박을 받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이런 말도 남겼습니다.
"우리는 바다를 충분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육지를 살펴보고 있다."
베네수엘라 영토 내 직접 타격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노벨평화상 마차도와 통화한 트럼프…국제적 정당성 쌓는 ‘외교 전선’
미국의 압박은 군사력에만 그치지 않고 국제사회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외교전도 동시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2025년 노벨 평화상 발표 직후, 수상자로 선정된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가장 먼저 전화를 건 상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습니다.
마차도는 2023년 야당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지만 마두로 정권에 의해 대선 출마가 금지된 인물입니다.
노벨위원회가 마차도에게 평화상을 수여한 것은 국제사회가 '마두로 정권은 비민주적'이라는 메시지를 공식화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트럼프는 통화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차도는 용감한 지도자이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자유를 원하고, 우리는 그들을 도울 것이다."
'쿠데타 불가능' 요새 구축한 마두로…공포·부패·감시로 굳힌 권력
미국이 이처럼 압도적인 힘을 동원하는 이유는 상대가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수년간의 제재와 압박 속에서 '쿠데타가 불가능한' 요새를 구축했습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첫째, 공포. 반역을 꾀한 장교들은 무자비하게 숙청, 투옥시켰고, 그 빈자리는 충성파로 채웠습니다.
쿠바 정보기관의 도움으로 군 전체는 거미줄 같은 감시망에 묶여있습니다.
둘째, 부패의 공범화. 국방장관을 비롯한 최고위 장성들은 마약 밀매, 부패 혐의로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라있습니다.
만약 마두로가 실각한다면, 이들이 맞이할 운명은 감옥행뿐입니다.
그들에게 마두로 정권의 유지는 '이념'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2019년 미국이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를 내세워 군의 이탈을 유도했을 때 하급 병사들은 동조했지만 단 한 명의 핵심 지휘관도 움직이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중·러 이해가 얽힌 베네수엘라…하지만 직접 개입 가능성 '제로'
마두로의 방패는 내부에만 있지 않습니다.
미국이 항공모함을 동원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마두로 정권이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베네수엘라에 600억 달러(약 80조 원) 이상을 빌려준 최대 채권국입니다.
이 돈은 '석유-차관(Oil-for-Loan)' 방식으로, 막대한 양의 원유로 상환받고 있습니다.
중국의 막대한 경제적 이권이 베네수엘라의 유전 지대에 묶여있는 셈입니다.
미국의 군사 행동과 석유 제재는 곧 베이징의 투자금과 에너지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 Su-30 전투기, S-300 방공 미사일 등 수십억 달러의 무기를 판매한 군사적 후견인입니다.
러시아에게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뒷마당'에 박아둔 전략적 쐐기이자,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대한 맞대응 카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고, 중국은 대만 문제로 역공을 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베네수엘라에 직접 개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할 수 있는 것은 유엔 안보리에서의 거부권 행사, 외교적 성명, 그리고 경제적 지원 정도입니다.
'수백만 민병대' 선전하지만…마두로의 절박한 평화 호소
마두로의 견고한 정치적, 외교적 방패 뒤에는 치명적인 약점도 숨어있습니다.
바로 미군의 직접적인 공격에 맞설 군사력의 부재입니다.
베네수엘라 국영 TV는 연일 전투 준비 태세를 선전합니다.
노인과 여성들로 구성된 민병대가 철조망을 기고, 러시아산 전투기가 하늘을 가릅니다.
마두로는 "수백만 명의 민병대가 전투 준비를 마쳤다"고 외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망명한 전직 장교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군은 사실상 붕괴 상태입니다.
숙련된 장교들은 모두 쫓겨났고, 일반 병사들은 제대로 된 식사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군대는 외부의 위협이 아닌 내부의 시위대를 진압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마두로 자신도 이런 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지지자들 앞에서는 "미국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고 외치다가도, 카메라를 향해서는 영어로 절박하게 호소합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 베네수엘라 대통령 : 전쟁은 안 됩니다. 전쟁은 안됩니다. 전쟁은 안 됩니다. 평화. 평화. 평화.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영원한 평화. 제발요. 제발요. 제발요. 평화. 영원한 평화. 영원한 평화.]
가장 큰 피해는 베네수엘라 국민
이 모든 충돌의 한가운데 가장 큰 피해자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입니다.
이미 700만 명 이상이 경제 붕괴를 피해 국경을 넘어 난민이 됐습니다.
이는 베네수엘라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에 해당합니다.
남아있는 이들은 월급이 10달러도 안 되는 하이퍼인플레이션 속에서 굶주리고 있습니다.
병원에는 의약품이 없고, 학교는 문을 닫았으며, 전기와 물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많은 베네수엘라인들은 미국의 개입에 대해 극도로 분열돼 있습니다.
일부는 '마두로 제거'라면 무엇이든 환영합니다.
이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이라크와 리비아의 전철을 떠올리며 "군사 개입 이후의 혼란"을 더 두려워합니다.
독재자가 사라진 후 찾아올 내전, 파벌 갈등, 그리고 더 깊은 빈곤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선원들처럼, 정작 '마약과의 전쟁'이나 '정권 교체'와 무관한 일반 시민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사는 이를 증명합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소 20만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2011년 리비아 개입 이후 국가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붕괴했습니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한 후에는 탈레반이 재집권했습니다.
'마약과의 전쟁' 뒤 숨은 석유…남미 패권 되찾으려는 미국의 전략
그렇다면 이 모든 충돌의 한가운데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겉으로 '보이는 펜타닐' 또는 '코카인'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핵심은 바로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 석유입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을 단순히 '석유를 빼앗기 위한 전쟁'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베네수엘라 석유는 끈적끈적한 '헤비 크루드(heavy crude)'로 정제 비용이 매우 높습니다.
더구나, 미국은 이미 셰일오일 혁명으로 에너지 순수출국이 됐고 중국의 베네수엘라 석유 의존도는 전체 수입량의 5% 미만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진짜 목표는 석유 그 자체가 아니라, 누가 남미 최대 석유 국가를 통제하느냐는 상징적 패권 경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베네수엘라에 친미 정권이 들어선다는 것은, 앞마당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중국의 남미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차단하고, 19세기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을 21세기 버전으로 재확립하는 것입니다.
즉, '서반구는 미국의 영향권'이라는 선언입니다.
더 나아가, 베네수엘라 석유에 의존하는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을 교란하는 전략적 한 수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군사 작전은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명분 뒤에 서반구 내 미국의 영향력 회복이라는 더 큰 전략적 목표가 자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미 패권·국제법·수천만 삶 가르는 '카리브해 분기점'
지금 카리브해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두 개의 거대한 힘이 충돌점을 향해 달려가는 형국입니다.
한쪽에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난에도 아랑곳 않고, 항공모함과 특수부대라는 '철퇴'를 휘두르는 미국이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내부에선 쿠데타가 불가능할 만큼 견고하고 외부로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외교적 방패도 있지만 정작 미국과 맞서 싸울 군사력은 사실상 없는 기묘한 독재정권이 있습니다.
역사는 군사 개입 이후의 혼란이 독재보다 더 참혹할 수 있음을 반복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이라크, 리비아, 아프가니스탄이 그랬습니다.
독재자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내전과 테러 그리고 더 큰 인도적 재앙이 찾아왔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충돌의 결과가 단순히 한 독재자의 운명을 넘어 21세기 남미의 패권과 국제법의 미래 그리고 수천만 명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10월 15일) : (폭격 당한) 보트를 보면 안타깝기도 하지만, 현실은 그렇습니다. (베네수엘라인) 3명을 잃고 (미국인) 2만 5천 명을 구할 수 있다면, 그건 해야 할 일입니다. 폭격 이후엔 바다 위에 펜타닐이 든 가방이 둥둥 떠다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이형근(yihan3054@ytn.co.kr)
촬영 : 손민성(smis93@ytn.co.kr)
참고 기사: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이형근 (yihan305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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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단속'의 이면...카리브해로 향한 미 항모전단의 목적 [한방이슈]](https://image.ytn.co.kr/general/jpg/2025/1031/202510311700117699_t.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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