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15조'..한 공시생의 죽음으로 밝혀진 부산교육청 면접관의 비리 [제보,그 후]

'의문의 15조'..한 공시생의 죽음으로 밝혀진 부산교육청 면접관의 비리 [제보,그 후]

2022.08.26. 오후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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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공시생 ‘합격’ → ‘불합격’ 발표 오류 뒤 사망...유가족 “면접 자체가 이상했다”
서진 군이 속했던 15조 면접관 A 씨, 공무상 기밀 누설 및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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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서진(가명) 군 어머니]
“우리 아이한테 그랬어요. ‘네가 잘못한 건 없다. 어른들의 잘못이다.’라고...”


지난해 7월 26일 오전 10시, 부산교육청 건축직 9급 공무원 임용시험에 응시한 故 박서진(가명, 당시 만 18세) 군은 NEIS 온라인 채용시스템에서 ‘최종 합격’을 확인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시 교육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합격자 명단에는 박 군의 수험번호가 없었다.
당시 교육청 직원의 실수로 최종 불합격자 32명에게도 NEIS 온라인 채용시스템에서 합격 문구가 노출됐다. 다만 ‘합격·불합격 번복’은 아니라고 밝힌 교육청. 하지만 박 군의 좌절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21년 6월에 치러진 필기시험에서 3등을 해 합격권 1배수 안에 들었던 서진 군은 자신보다 필기 점수가 낮아 합격권 1배수 밖이었지만 면접으로 당락이 뒤바뀐 친구의 합격 소식을 듣고, 평정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를 묻기 위해 교육청에 여러 차례 문의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故 박서진(가명) 군과 교육청 관계자 통화 – 사망 전날]
“(다른 지원자들이) 상(上)을 받은 이유를 좀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죽어도 납득을 못 할 것 같거든요. 극단적 시도까지 하고 있습니다. ”


[故 박서진(가명) 군과 교육청 관계자 통화 – 사망 당일]
“어제 말씀드렸던 면접(평정)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
교육청 : “저희가 확인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교육청 : “그건 제가 안내해 드릴 수는 없고요....”


교육청과의 마지막 통화 뒤, 박 군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7월 19일,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박 군을 평가했던 면접관이자 부산교육청 5급 사무관인 A 씨를 공무상 기밀누설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전에 특정 응시생에게 면접관 신분임을 누설했고, 다른 면접관에게 특정 응시생의 면접 청탁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또한 15조 면접관이었던 외부 위원 B 씨와 C 씨, 당시 교육청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A 씨는 내달 1일, 부산지방법원에서 두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 당락 뒤집은 면접 제도

[故 박서진(가명) 군 이모]
“면접은 1조부터 15조까지 진행했는데, 조카는 15조에 속해있었어요. 교육청 직원이 저희에게 말하길, 공무원은 과반수의 면접관이 5개 평가항목 모두 ‘상’을 주면 [우수]를 받아 무조건 합격이 되고, 그다음부터 성적순이라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9급 공무원 면접전형은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44조와 제50조의3에 따라 5가지 평정 요소(①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 ②전문지식과 그 응용능력, ③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④예의품행 및 성실성, ⑤창의력 의지력 및 발전 가능성)를 ’상, 중, 하’로 평정한다. 면접관의 과반수가 5개 평정 항목에 대해 모두 ‘상’으로 평정하면 [우수]로 필기 성적과 관계없이 최종 합격, 반수의 면접관이 2개 이상의 평정항목 또는 1개의 동일 항목에 대해 ‘하’로 평정하면 [미흡]으로 필기 성적과 관계없이 최종 불합격, [우수]와 [미흡]을 제외한 응시생들은 [보통] 등급을 부여하며, 이들은 필기 성적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한다.
2021년 부산교육청 9급 지방공무원 필기 합격자 총 237명 중, [우수] 등급을 받아 최종 합격한 응시생은 단 3명, 이들 모두 서진 군이 속한 15조에서 나왔다.

[우수] 등급을 받은 3명 중 2명은 필기 시험성적을 뒤집는 결과를 받았다.


■ 수상한 15조 면접 평정표

합격자 발표 당일인 2021년 7월 26일, 교육청 관계자가 서진 군과 가족들에게 15조 전원 면접 평정표를 보여줬는데, 이들은 평가 내용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고 주장한다.

[故 박서진(가명) 군 이모]
“면접 점수가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면접을 성의 있게 봤다는 표시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응시생들은 10분 남짓의 면접을 보기 위해 목이 쉬도록 연습하고 가는데, 이렇게 ‘중중중중중’ 일괄적으로 평가를 하는 거, 이건 아니잖아요, 솔직히.”

“저는 ‘두 면접관이 평가하는 기준이 비슷한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딱 한 명은 두 면접관의 평가내용과 다르더라고요. 저희는 이 부분에서 의심을 하기 시작했어요. ‘왜 이렇게 평가 결과가 다를까? 다 똑같은 사람들이 ,다 똑같이, 똑같은 항목대로 응시생들을 대했던 분들이?’ 그런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보니까.”

유가족이 교육청에서 열람한 평정표를 토대로 복원한 자료를 보면, 2명의 면접관이 13명에게 똑같은 평가를 줬다. 나머지 1명의 면접관의 평가와 다소 다른 양상을 볼 수 있다.


■ “함께 일하고 싶어서” 항목에 없는 기준으로 상을 줬다는 면접관

A 씨가 응시생들을 평가한 평정표를 최종으로 제출하기 전, 평가한 내용 일부분을 수정한 정황이 포착됐다.

유가족들은 올해 4월, 면접관 A 씨를 만나 한 응시생 평정표를 수정한 이유에 관해 물었고, A 씨는 “저랑 같이 일하면 낫겠다는 친구를 뽑았으면 싶었고, 이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적시된 5가지 평정 요소에는 없는 항목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제출 이후) 수정한 것은 아니고, 피면접자들의 대비효과 때문에 보통 연필로 가채점하고, 이후 면접이 끝난 뒤에 평정 내용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지만 “(같이 일하고 싶다는) 그 이유로 평정표를 수정하는 경우는 없다”라고 밝혔다.


■ 블라인드 수칙도 지키지 않았던 당시 부산교육청

면접 당시 부산교육청은 블라인드 수칙도 지키지 않았다. 면접 평정표 상의 생년월일 등 신상이 드러날 수 있는 개인정보를 가리지 않은 채 면접을 진행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석준 전 교육감은 작년 10월에 진행된 국정감사 교육위원회에서 “(블라인드 수칙을) 챙기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생년월일을 알 수 있도록 한 부분에 대해 잘못된 것이다”고 인정했다.

■ 문제점 인식해 상부에 보고했지만, 유가족 만남엔 불응한 당시 부산교육청

당시 부산교육청은 서진 군 사망 후 며칠 뒤, 필기성적 1배수 밖 [우수] 등급자 발생 시, 1배수 안 [보통] 등급자의 불합격 처리가 된 것은 문제가 있고, 당락을 결정하는 ‘상’ 평정 시에도 사유를 기재해야 하는 취지의 공문을 작성해 교육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이 교육청 앞에서 집회하며 교육감과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다.


[故 박서진(가명) 군 어머니]
“1년 동안 교육청 앞과, 면접관이 근무하는 기관들 앞에서 집회를 꾸준히 열었습니다. 김석준 전 부산교육청 교육감에게 만나자고 민원을 넣고, 비서관한테도 직접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유가족들이 제기한 의혹은 1년이 지나 사실로 드러났다.

유가족들은 지난해 7월, 관련 공무원들을 직무 유기 및 자살방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으며, 올해 7월 24일, 외부 면접관들을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았던 부산교육청 감사팀을 상대로 직무 유기 혐의로 추가 고소한 상태다.

부산교육청 하윤수 교육감은 지난 8일, 지방공무원 임용제도에 대한 9가지 개선안을 발표했다. 블라인드 면접 강화를 위해 응시번호와 생년월일 대신 관리번호만 기재하도록 했고, 1인당 면접 시간도 10분에서 15분으로 확대했다. 또한 ‘하’ 평정 시에만 사유를 쓰도록 하던 기존 서식을 변경해 ‘상’ 평정에도 구체적 사유를 기재하도록 했다. 이 개선안은 지난 20일에 실시한 9급 공무원 면접시험에 처음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교육청은 ”A 씨는 바로 직위를 해제했고, 재판 이후 유죄가 확정되면 파면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故 박서진(가명) 군 어머니]
“저는 가장 가슴 아픈 게 제가 생각했던 거보다 더 많이 노력했더라고요. 면접 연습도 그렇고, 공부도 그렇고. 그냥 가슴이 아파요. 왜 교육청 공무원 시험을 쳐서 애까지 잃을 정도까지 됐는지 모르겠어요. 전 오늘도 계속 우리 아이한테 그랬어요. ‘네가 잘못한 건 없다. 어른들의 잘못이다’, 엄마 아빠 다 잊고 극락왕생하라고.”

법령에 적시된 항목에 따라 가장 공정하게 선발해야 할 공무원 면접에서 채용 비리와 관리·감독의 부실 때문에, 한 아이의 건축 공무원이 되고자 했던 꿈은 짓밟힌 채, 19세라는 짧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자료제공 : 故 박서진 군 유가족, 부산교육청]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YTN 안용준 (dragonjun@ytn.co.kr)
YTN 김한솔 (hans@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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