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개강 미뤄진 3월 신촌·홍대 대학가 모습

[반나절] 개강 미뤄진 3월 신촌·홍대 대학가 모습

2020.03.14.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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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개강 미뤄진 3월 신촌·홍대 대학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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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PLUS가 기획한 '반나절' 시리즈는 우리 삶을 둘러싼 공간에서 반나절을 머물며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기획 기사입니다. 반나절 시리즈 16회는 코로나19로 인해 평소와 달리 조용한 3월의 대학가 풍경을 살펴봤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국 대부분 대학이 졸업·입학식 등을 취소하고 개강을 2주 연기했다. 오는 16일 개강 후에도 2주간은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추후 학생들의 등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만 보더라도 한양대·경희대 재학생, 명지대 중국인 유학생 등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여서 대학들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새 학기지만 새 학기가 아닌 3월의 대학가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서울 신촌역 인근과 홍익대학교 인근을 둘러봤다. 매년 3월이면 새 학기를 맞은 학생들이 쏟아져나와 시끌벅적했던 대학가는 차분하다 못해 적막이 흐르는 듯했다.


낯설었던 3월 대학가의 적막함

꽃샘추위로 아직 쌀쌀했지만 봄 햇살이 새학기 느낌을 풍기는 날이었다. 하지만 연세대학교로 이어지는 지하철 2호선 신촌역부터 승객들이 타고 내릴 때를 제외하면 한산한 편이었다. 이 지역 대학생들의 '만남의 장소'이기도 한 신촌명물거리 빨간 기둥 앞도 한산했고 오로지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약국에만 사람이 붐볐다.

학교 안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연세대학교 정문에는 코로나19 감염 예방 수칙과 외부인들의 건물 내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교환학생을 위해 중국어, 영어로 된 예방 수칙 플래카드도 걸려있었다.

교정에는 소수의 학생만 조용히 지나다녔다. 새 학기 특유의 왁자지껄함은 당연히 없었다. 벤치에는 몇몇 어르신들만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학생들도 없고 이게 무슨 일이여" 하는 한 어르신의 한탄도 들렸다.

홍익대학교 교정에도 비슷한 적막이 흘렀다. 방학의 연장선인지라 학교를 드나드는 학생은 별로 없었고, 대운동장에는 선별진료소가 설치돼있었다. 운동장에는 "발열·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건물 안에 들어가지 말고 선별 진료소로 방문하라"는 안내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그 가운데 홀로 농구를 하던 한 남성의 농구공 튀기는 소리가 유독 요란하게 느껴졌다.

3월이면 대학교 입구에 경쟁하듯 걸려있는 취업 설명회 플래카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업들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공개채용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중단한 탓이다. 삼성그룹은 보통 3월 초중순에 진행되던 상반기 공채 일정 연기를 검토하고 있고, LG 전자, 현대·기아차 등도 채용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인지 원래라면 취업 스터디가 활발하게 진행됐을 신촌역 인근 모임 장소도 한산했다.



손님 없는 식당·가게들...너도나도 "소독했어요"

적막한 건 교내뿐만이 아니었다. 대학가 인근 식당가는 완전히 손님이 끊긴 듯했다. 신촌역이나 홍대 인근 식당들 대부분 자체 방역 및 소독을 진행하고 직원들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적으로 한다는 문구를 붙여놓았다. 몇몇은 아예 소독 증명서를 걸어 손님들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식당에 인적은 드물었고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그 정도가 심했다. 평소였으면 대학생들이 많이 찾았을 대학 앞 분식점이나 밥버거 가게, 패스트푸드점마저 그랬다. 고깃집이나 술집이 문을 열기 시작하는 5~6시쯤엔 낮 보다 유동 인구가 많아지는 듯했지만 평소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던 유명 곱창 맛집에도 손님들이 드문드문 앉았다.

개강 전까지 며칠간 문을 닫은 식당들도 있었다. 신촌역의 한 마라탕 집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로 인해 15일까지 가게 휴업합니다"라고 메모해뒀다.

식당뿐 아니라 옷가게나 오락실, 네일숍 등 작은 규모의 가게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신촌에서 오랫동안 사격장을 운영했다는 사장님은 "보시다시피 사람이 없다. 요새는 손님이 전혀 없다. 저녁에도 없다. 옆에 문 닫은 가게들도 많다"라며 "속상해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놀 순 없으니 가게 문은 연다"라고 말했다.


영어학원, 카페엔 공부하는 학생들 여전

학교는 비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몰리는 곳은 영어학원과 프랜차이즈 카페였다.

대학가에 위치한 영어학원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수강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신촌역 인근 한 영어학원은 입구에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매일 소독을 진행하고 전문 방역 업체를 통해 1주 지속 효과가 있는 방역을 정기 실시한다"라고 안내했다. 이 학원은 안내데스크를 통해 마스크를 지급하고 출입문에서 발열 체크도 하고 있었다.

또 다른 영어학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사와 직원들이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착용하고, 중국·홍콩·마카오 방문 이력이 있는 수강생들은 14일간 자발적으로 등원을 중지해달라고 공지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점엔 손 소독제도 비치돼있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수업 시작 즈음엔 엘리베이터가 꽉 찼고 강의는 평소처럼 진행되는 듯했다. 자습 공간에도 수강생 몇몇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부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대학교 앞 카페에도 공부하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커피를 마시거나 수다를 떨기보다는 노트북과 책을 펴고 공부하는 분위기였다. 언제 시작될지 모를 기업 공채를 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도 눈에 띄었다.

신촌역 근처 한 프렌차이즈 카페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한시적으로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앞서 지난달 25일부터 서울시는 25개 전체 자치구에 커피전문점과 식당 등의 일회용품 사용을 당분간 허용했다.


홍대 클럽은 문 닫고 노래방은 "위생 키트 드려요"

그나마 홍대 앞은 신촌역 인근에 비해 유동 인구가 비교적 많아 보였다. 학생들이라기 보다는 이곳으로 놀러온 이들이 많은 듯했다. 그래서인지 한 유명 노래방은 모든 방을 방역하고 가글, 알코올 스왑, 손 세정제, 마이크 덮개 등으로 구성된 '위생 키트'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써놓기도 했다.

홍대 인근 여러 클럽은 영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였다. 클럽마다 휴업 기간은 조금씩 달랐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한다는 취지였다. 홍대 번화가 한 가운데 위치한 클럽들이 나란히 휴업 안내문을 붙여놓은 것을 보고 있자니 생경했다.

최근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코로나19가 집단 발생하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노래방과 PC방, 클럽, 스포츠센터, 학원 등도 비말 감염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마포구는 홍대입구역에 밀집한 클럽 44곳 중 16곳이 휴업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홍대클럽투어협회가 자율적 휴업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 질 낮아" 원성도

이렇게 3월 대학가에 학생들의 자취가 잦아든 만큼, 학생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수업의 한계와 등록금 일부 반환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학생들은 지난 1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어떤 강의를 들을지 고민해야 하는 3월 첫 주, 온라인 강의 제반 시절이 갖춰지지 않아 강의 업로드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 수업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교수자와의 소통이 중요한 실기, 실험, 실습수업과 수강 신청 정정 기간 등 보장 대책 또한 오리무중"이라며 정부와 대학 당국에 3가지 요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수업의 질 담보를 위해 대학과 교육부에서 총력을 다 할 것 ▲등록금 내역 중 대책 마련을 위해 지출된 경비를 공유하고 사용되지 않은 차액은 하반기 등록금으로 반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 ▲ '학생-학교, 학생-교육부' 간의 소통 채널을 확보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미 일부 학교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 학기 전체를 원격 강의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

겉으로는 적막했지만 대학가 소상공인들의 생계와 학생들의 학습권에 대한 우려가 뒤엉켜 적지 않은 혼란이 느껴지는 반나절이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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