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1년에 70번' 추가로 일해도 수당은 '0원'

[와이파일]'1년에 70번' 추가로 일해도 수당은 '0원'

2019.07.27.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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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1년에 70번' 추가로 일해도 수당은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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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믿고 타도 괜찮을까요? 세월호 이후, 헝가리 참사 이후, 선박 안전은 곧 생명이었습니다. 많은 문제가 개선됐지만 혹시나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우려됐습니다. 그래서 YTN은 국내의 대형, 노후 여객선을 현장 점검하고 관련 자료를 전수조사해 보도했습니다.

[와이파일]'1년에 70번' 추가로 일해도 수당은 '0원'

※ 7월 24일 YTN 보도

[링크]20년 넘은 소화기에, 구명조끼 베고 쿨쿨...여전한 안전불감증
https://www.ytn.co.kr/_ln/0103_201907240522245196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선박 종사자들의 문제도 짚어봤습니다. 철도와 비행기, 버스와 택시업계 종사자들은 폭행을 당하면 특가법이나 관련법을 통해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박업계에는 그런 규정이 없었습니다. YTN 보도 후, 해양수산부는 관련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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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5일 YTN 보도

[링크]'징역 10년 vs 벌금'...선박 안전 관리만 홀대?
https://www.ytn.co.kr/_ln/0103_201907250520209140

※ 7월 26일 YTN 보도

[링크]YTN 보도 이후...'선박 종사자 폭행' 처벌 강화한다
https://www.ytn.co.kr/_ln/0103_201907260523219629

지금까지의 보도가 '안전'이었다면, 오늘의 보도는 '노동'입니다.

[와이파일]'1년에 70번' 추가로 일해도 수당은 '0원'


[와이파일]'1년에 70번' 추가로 일해도 수당은 '0원'

▲ 아리온제주 여객선


제주와 고흥을 오가는 아리온제주입니다. 이 배에 탔던 일부 선원이 받지 못했던 게 있습니다. 바로 근로계약서입니다.

기자: 선생님도 입사하실 때 근로계약서 못 받으셨나요?
A: 네. 못 받았습니다, 근로계약서. 저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상하다 했죠.

기자: 선생님도 근로계약서 안 받으신 거예요?
B: 안 받았지. 고용계약서 안 준 건 다 아는 사실이고….


명백한 불법입니다. 근로기준법 17조 2항에는 "사용자는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 및 제2호부터 제4호까지의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라고 나와 있는데요. 어기면 114조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불법인데 왜 그랬을까요? 선사의 높은 분에게도, 직원에게도 물어봤지만 명확한 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저 일부 사람 말고는 다 줬다는 해명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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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온제주 선원의 근로계약서


취재진이 근로계약서를 입수했습니다. 핵심은 '추가 수당 0원'입니다. 1년에 10일을 더 일하든, 100일을 더 일하든 수당은 일절 없습니다.

'추가로 일해봐야 며칠이나 더 하겠어' 싶으시죠. 취재진이 아리온제주의 추가 운항을 전수조사했습니다. 최근 1년 동안(2018.6~2019.6) 73차례였습니다. 매달 추가로 일했고요. 매달 평균 6차례 더 일했습니다. 이 조항을 애써 보여주지 않기 위해 근로계약서를 안 줬다는 추측이 선원들 사이에서 나왔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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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사 홈페이지에 공개됐던 아리온제주의 추가 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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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박 면허에 따라 '휴항'인 날이었지만 '정상(추가) 운항'으로 바뀌었다

※ 아리온제주 추가 운항 전수조사
(출처: 남해고속, 여수지방해양청 / 날짜 옆 숫자는 출항 시간)

2019년
6월: 8일(토) 1630, 9일(일) 0900, 22일(토) 1630 운항, 23일(일) 0900
5월: 11일(토) 1630, 12일(일) 0900
4월: 6일(토) 1630, 7일(일) 0900, 13일(토) 1630, 14일(일) 0900, 20일(토) 1630, 21일(일) 0900, 27일(토) 1630, 28일(일) 0900
3월: 2일(토) 1630, 3일(일) 0900, 16일(토) 1630, 17일(일) 0900, 30일(토) 1630, 31일(일) 0900
2월: 2일(토) 1630, 3일(일) 0900, 16일(토) 1630, 17일(일) 0900
1월: 12일(토) 1630, 13일(일) 0900, 26일(토) 1630, 27일(일) 0900
2018년
12월: 1일(토) 1630, 2일(일) 0900, 22일(토) 1630, 23일(일) 0900, 29일(토) 1630, 30일(일) 0900
11월: 10일(토) 1630, 11일(일) 0900, 24일(토) 1630, 25일(일) 0900
10월: 7일(일) 0900, 13일(토) 1630, 14일(일) 0900, 20일(토) 1630, 21일(일) 0900, 27일(토) 1630, 28일(일) 0900
9월: 8일(토) 1630, 9일(일) 0830, 15일(토) 1630, 16일(일) 0830, 22일(토) 1630, 23일(일) 0830
8월: 4일(토) 1630, 5일(일) 0830, 11일(토) 1630, 12일(일) 0830, 18일(토) 1630, 19일(일) 0830, 25일(토) 1630, 26일(일) 0830
7월: 1일(일) 0900, 7일(토) 1630, 8일(일) 0900, 21일(토) 1630, 22일(일) 0830, 28일(토) 1630, 29일(일) 0830
6월: 2일(토) 1630, 3일(일) 0900, 9일(토) 1630, 10일(일) 0900, 23일(토) 1630, 23일(일) 0900, 30일(토)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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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2019년 7월 이전 추가 운항 글 모두가 삭제됐다


어마어마하죠. 이 정도면 '추가', '임시' 운항이 아니라 '본' 운항인데요. 저렇게 추가운항이 허용되면서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하루 2차례씩 운항하는 강행군이 이어졌습니다. 추가 수당은 한 푼도 안 주고 선사만 배불린 채 말입니다.

[와이파일]'1년에 70번' 추가로 일해도 수당은 '0원'

▲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이 모든 추가 운항을 허가해준 건 여수지방해양수산청입니다. 선사가 신고만 하면 사실상 다 들어준 건데요. 왜 그랬을까요? 해양청 답변은 이렇습니다. 아리온제주가 지난해 새로 취항해서 홍보적인 개념도 있었고, 지난해 10월 이 선사의 다른 배가 밤으로 시간을 바꾸다보니 거기에 따른 수요가 있어서 추가 운항을 허가해줬다는 겁니다. 언뜻 잘 이해는 안 가시죠. 이런 것 때문에 추가 운항을 다 허가한다고? 비판이 나오자, 해양청은 올해 5월부턴 이 배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돼 이제는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추가 운항을 못하게끔 막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요. 이번 달과 다음 달에도 추가 운항 6번을 허가해줬습니다. '하계 특별교통대책기간'이라는 이유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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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7, 8월에도 추가 운항을 하는 아리온제주


노조비도 말썽이었습니다. 매달 1만 원씩 선원들의 월급에서 빠져나갔는데요. 일부 선원은 노조비가 빠져나가는지도, 노조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노조비 고지 자체를 못 받았다는 거죠.

선사 해명은 이렇습니다. 일부 직원에게 근로계약서를 주지 않은 건 맞지만 대다수 직원에게 줬고 지금은 모두 교부를 완료했다, 추가 수당을 안 주는 건 채용 당시 구두로 설명했다, 노조비는 미리 고지했다고 말입니다. 선사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보자가 중상모략한 모양"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췄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어떤 직원은 "직원들이 자주 바뀐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는데요. 직원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배에서 승객들이 만족을 느끼고 안전을 지킬 수 있을까요?


취재기자 한동오 hdo86@ytn.co.kr
촬영기자 이상엽, 홍성노
VJ 이경만
오디오맨 허현
그래픽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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