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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82] 남자도 맞는다고? 자궁경부암백신 접종받아보니
Posted : 2019-06-01 08:00
[해보니 시리즈 82] 남자도 맞는다고? 자궁경부암백신 접종받아보니

"3번 맞아야 하는 건 아시죠? 근데 그거 진짜 아파요. 내일 팔 올리는 것도 힘들 걸요?" 자궁경부암백신을 맞는다는 소식을 전하자 사내 여자 동기는 여러 감정이 뒤섞인 묘한 표정으로 응원의 인사를 건넸다. 여자 선배들 역시 '접종 후 몸살을 앓았다' '아팠다는 기억밖에 없다'는 등 후일담을 전했다. 온갖 정보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머릿속은 이미 걱정과 불안이 차오르고 있었다.

어디선가 '자궁경부암백신은 성별과 무관하게 모두가 접종해야 한다'는 말을 접한 뒤부터 미루고 미뤄왔던 일이었다. 접종을 최대한 늦춰온 데는 무지도 한몫했다. 왜 맞아야 하는지 정확히 몰랐기 때문이다.

남성으로 살아오며 '자궁'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물며 '자궁경부암백신'은 마치 내 것이 아닌 듯 더 멀게만 느껴졌다. 접종 문의를 위해 병원으로 전화를 건 순간에도 어색한 감정은 어쩔 수 없었다.

[해보니 시리즈 82] 남자도 맞는다고? 자궁경부암백신 접종받아보니

"남자분은 저희 병원에서…"
"남자분은 저희 병원에서 진료를 보실 수가 없어서 다른 곳에서 맞으셔야 할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여성 전문의원이라 진료 자체가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산부인과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이처럼 진료가 힘든 경우도 있었다. 자궁경부암백신은 산부인과에서만 접종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일종의 편견이었다.

내과나 비뇨기과 등에서도 당연히 접종이 가능했다. 다만 병원별로 보유하고 있는 백신 종류와 재고, 가격 등이 다르므로 반드시 사전에 문의한 후 방문해야 헛걸음을 막을 수 있었다.

"내겐 너무 어려운 의학용어"
"서바릭스 2가, 가다실 4가와 9가, 인유두종바이러스 6, 11, 16, 18형, 첨형콘딜로마 그리고…"

백신을 맞기 위해 찾은 내과에서 접종 전 들은 설명은 마치 외계어 같았다.

쉽게 풀이하자면 우리가 흔히 자궁경부암백신이라 부르는 것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를 예방하는 백신이다. 100여 가지가 넘는 인유두종바이러스는 항문암, 질암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데, 특히 16,18형 두 종류의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외에도 6형과 11형 바이러스는 생식기에 발생하는 사마귀로 곤지름이라 불리는 첨형콘딜로마를 일으킨다. 16,18,31,33,45,52,58형은 항문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해보니 시리즈 82] 남자도 맞는다고? 자궁경부암백신 접종받아보니

백신 이름 뒤에 붙는2가와 4가, 9가는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 개수를 뜻한다. 서바릭스 2가는 인유두종바이러스 16,18형 두 종류만 예방할 수 있지만, 가다실 9가는 총 9종류의 인유두종바이러스(6,11,16,18,31,33,45,52,58형)를 예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가장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가다실 9가를 맞아야만 하는걸까? 물론 9가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힐 수 있지만, 이를 필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서바릭스 2가는 두 종류의 바이러스만 예방할 수 있지만, 그 효과 강하고 더욱 오래 지속된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다실 4가만 접종해도 가장 위험성이 높은 인유두종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예방 효과가 있다.

백신별 가격 차이도 고려할 부분이다. 자궁경부암백신은 기본 3회 접종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내과·산부인과 등 무작위로 15곳의 병원을 골라 가격을 문의해본 결과, 가다실 4가는 1회 접종 가격은 병원별로 14만원에서 18만원으로 최대 4만원의 차이가 났다. 가다실 9가 역시 1회 접종 가격은 최소 19만원에서 최대 21만원 사이였다. 서바릭스의 경우 취급하는 곳이 거의 없었지만 1회 접종 가격은 약 15만원이었다.

때문에 3회 접종을 고려한다면, 4가와 9가의 가격만 놓고 봐도 최대 15만원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해보니 시리즈 82] 남자도 맞는다고? 자궁경부암백신 접종받아보니

다만 대다수의 병원이 3회의 백신 접종 비용을 한 번에 완납할 경우, 약간의 할인을 해주고 있었다. 가다실 9가의 경우, 전체 접종 비용이 최소 54만원에서 최대 60만원 사이로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예방 범위부터 가격까지 백신 별로 상이하기 때문에,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조금 더 적합한 백신을 택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다. 상담 후 나는 가다실 4가를 접종하기로 결정했다.

"따끔합니다"
주사를 맞기 전 수없이 들어왔던 그 말을 듣는 순간 왠지 모를 긴장감이 엄습했다. 같은 백신이지만 독감 백신이나 A형 간염 백신 접종 때와는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근육주사용’이라는 굵고 붉은 글자를 보는 순간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는 듯했다.

[해보니 시리즈 82] 남자도 맞는다고? 자궁경부암백신 접종받아보니

길고 뾰족한 주삿바늘이 팔뚝에 꽂히는 순간 잠시 따끔했으나, 뒤이어 통증의 무게가 묵직하게 찾아왔다. 2~3분쯤 지나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통증은 4일 가까이 이어졌다. 양치하거나 가방을 드는 등 팔을 사용하는 동작을 할 때마다 작은 욱신거림이 찾아왔으나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남은 2번의 접종은 오는 7월 28일과 11월 28일로 정해졌다. 1년 이내에 3회 접종을 모두 완료해야 백신의 유효성이 생기는데, 통상 2차 접종은 1차 접종 2개월 후에 이루어지고 3차 접종은 1차 접종 6개월 후에 하는 것이 권장 사항이다.

"그래서 남자가 왜 맞아야 한다고?"
자궁경부암백신을 접종했다는 소식을 알리자 주변 남성 친구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우리는 자궁이 없는데 접종을 해야 하는 거야?" "여자들만 맞는 주사 아니야?" 놀라움과 호기심 뒤로 수많은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여성 친구 중에서도 접종 사실에 놀라는 이들이 있었지만 대체로 "바람직하다" "자랑스럽다"며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었다.

남성도 자궁경부암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설명한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성접촉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남성을 매개로 여성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고, 이것이 자궁경부암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백신은 남성에게 발생할 수 있는 생식기 사마귀(곤지름), 항문암, 음경암도 예방해준다. 여성은 물론이고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데도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해보니 시리즈 82] 남자도 맞는다고? 자궁경부암백신 접종받아보니

이처럼 접종이 필수적인 백신임에도 남성들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접종을 망설이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자궁경부암백신'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이다. 때문에 남성들에게는 'HPV백신'으로 표현을 달리하거나, 접종으로 자궁 내 질병은 물론이고 다양한 질병 예방이 가능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등의 개선과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두 번째는 현실적인 장벽인 높은 비용 문제다. 주변 남성 지인들은 백신 접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높은 비용으로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정부 지원이나 보험 여부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았으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남성에 대한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스위스 등에서는 남성에게도 무료로 접종을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만 12세 여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백신에 대해 2차 접종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만 12세를 넘어가면 앞서 설명했듯 3회에 거친 접종이 필요하나, 만 12세 이하라면 2회 접종만으로 충분하다. 덕분에 2006년생 여성 청소년의 경우 77.1%가 예방접종을 완료한 상황(2019년 5월 25일 기준)이다. 그러나 국내 남성의 접종률은 고작 1~2%로 알려졌다.

[해보니 시리즈 82] 남자도 맞는다고? 자궁경부암백신 접종받아보니

백신 접종과 설명에 도움을 준 김갑성 가정의학과전문의 역시 "남녀노소 구분없이 전부 맞는 것이 좋지만, 예방접종을 하러 오는 성인 남성은 찾기 어렵고 남자 청소년의 경우 드물게 보호자와 함께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백신 접종을 강권하거나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 효과와 장점만 제대로 알려진다면 맞지 않을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진부할지라도 진리는 평범했다.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과 더 깊은 관심만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아래는 자궁경부암백신 접종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몇 가지 궁금증에 관한 사실을 정리해보았다.


Q.접종 전 사전 검사가 필요한가요? 성접촉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보균자의 경우에도 백신이 효과가 있나요?
A. 사전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HPV 감염은 매우 흔하며 대부분 1~2년 이내에 자연 소실되므로 HPV 검사 결과에 따라 HPV 예방접종 여부를 결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개 이상의 HPV에 감염되어 있다 하더라도 HPV 백신 접종 당시 감염되어 있지 않은 백신의 HPV 유형에는 예방접종의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현재 허가된 HPV 백신 접종 연령은 만 9~26세입니다. 그러나 26세 이상이더라도 성생활을 시작하지 않았거나 HPV 노출 기회가 적은 여성의 경우는 이론적으로 암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55세까지도 접종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만 백신을 맞는다고 자궁경부암을 100%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검사가 필요합니다.

Q.1차 백신 접종 후 3차 백신 접종이 완료되기 전까지 성접촉을 피해야 하나요?
A. 상관없습니다. 다만 항체 생성에 평균 2주가량이 소요되므로 그 이후에 성관계를 갖는 것이 안전하며 그전이라면 콘돔을 사용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Q.예방 접종을 3번이나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접종 시기를 놓치면 어떻게 하나요?
A. 충분한 항체 형성 및 장기간의 예방효과 지속을 위한 것입니다. 최대한 오랫동안 항체를 유지하기 위한 권고 사항이 3차례 접종하는 것입니다. 또한 임상 시험에서는 1년 이내 3회 접종을 모두 마쳐야 백신의 유효성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접종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참고로 HPV백신을 3회 접종을 하며 서로 다른 백신을 섞어 교차로 접종하는 것도 권장되지 않습니다. 가능한 동일한 백신을 사용하여야 합니다. 단 독감백신이나 간염백신 등과의 동시 접종은 무관합니다.

Q.주의 사항이나 부작용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임산부는 접종해서는 안됩니다. 이미 1차 접종이 이루어졌다면 백신 접종은 임신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연기되어야 합니다. 또한 고열과 근육통 등 감기나 몸살에 걸린 경우에도 접종을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통증, 부어오름, 발열 등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일시적인 이상 반응으로 대부분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청소년의 경우 드물게 백신 접종 통증으로 일시적으로 실신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HPV 백신의 부작용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거나 누워서 접종하고 20~30분 동안 휴식을 취하며 관찰하길 권고합니다.

또한 일본 등 일부 해외에서 발생한 이상 반응 사례들로 백신의 안정성에 불안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으나 일본 후생노동성, 인본 산부인과 학회 등 일본 내 17개 단체를 비롯해 WHO 국제백신안전성자문위원회 등 전 세계 전문기관들은 백신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다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YTN PLUS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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