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66] 미세먼지 '매우 나쁨' 날 '방독면' 쓰고 출근해보니

[해보니 시리즈 66] 미세먼지 '매우 나쁨' 날 '방독면' 쓰고 출근해보니

2019.01.26.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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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66] 미세먼지 '매우 나쁨' 날 '방독면' 쓰고 출근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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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수치를 보지 않아도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던 지난 19일. 한강까지 삼켜버린 서울에는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발령됐다.

이날 출근길은 여느 때와 다르게 거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버스에서조차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점심시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대한 회사와 가까운 곳에서 식사를 하고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거리를 걸었다. 미세먼지에 지배 당한 잿빛 도시 그 자체였다.

최근 눈으로도 식별되는 심각한 미세먼지에 마스크 착용이 불가피해지면서 다양한 미세먼지 마스크에 대해 찾아봤다. 그러던 중 전혀 평범해 보이지 않는 마스크를 발견했다. 바로 '방독 마스크'.

방독 마스크를 검색하면 '공기 속에 있는 유해 물질의 흡입을 막고 안면을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것. 방독면이라고도 한다'라고 적혀있다. 방독 마스크는 마치 영화 '매드맥스'가 연상되고 미세먼지라고는 조금도 용납하지 않을 것처럼 아주 답답하고 무시무시한 모습을 지녔다. 하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목이 칼칼하고 피부까지 뒤집어지는데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방독 마스크를 착용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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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독 마스크'는 처음이라…

사실 방독 마스크 아이템 선정은 심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냥 봐도 유난스럽고 거리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건 마스크를 착용하는데 나 혼자 방독 마스크를 껴고 일상에서 매드맥스를 찍는다니 선뜻 내키진 않았다. 게다가 미세먼지 전용이 아닌 산업용이기 때문에 정확한 차단 효과 또한 알 수 없었다.

그런데 SNS에서 방독면을 검색하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 방독·방진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우스갯소리로 '방독면이라도 써야 하는 거 아니야?', '물 사 먹을지 누가 알았어. 방독면도 곧이겠다'라고 말했던 것을 현실로 마주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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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방독·방진 마스크는 구입부터 난항이었다. 마스크부터 정화통, 방진 필터까지 구입할 것도 다양했다. 나름 찾아보고 구입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방진 필터를 고정해주는 방진 필터 리테이너를 빠트려 버렸다. (하지만 이건 큰 실수였다)

방진 필터 리테이너가 없어 필터를 고정하지 못했지만, SNS에 필터 없이도 착용하는 분들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괜찮다고 여기며 지난 23일 오전 서울시에서 초미세먼지(PM2.5)가 발령됐던 날 첫 방독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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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 마스크보다 습기는 덜 찼지만, 불편한 건 사람들의 시선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 방독 마스크를 착용하고 걷는 길은 미세먼지가 완벽히 차단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대신 얼굴이 약간 짓눌리는 느낌이 들어 선명한 자국이 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KF 마크가 있는 식약처에서 인증한 보건 마스크는 잠깐 썼을 때도 습기가 차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가장 불편했는데, 방독 마스크는 마스크 면체가 실리콘으로 되어 있어 습기가 찬다는 느낌이 곧장 들진 않았다.

또 보건 마스크는 아무리 얼굴에 밀착해서 착용했다 하더라도 조금의 틈새로 들뜸이 있을 수 있지만, 방독 마스크는 실리콘 면체이기 때문에 얼굴에 정확히 밀착돼 완벽 차단이 가능했다. 하지만 얼굴에 너무 밀착되다 보니, 얼굴이 짓눌려 불편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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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사람들 시선이었다. 입으로 말을 하진 않았지만 기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바로 옆을 지나가던 아저씨 한 분은 "이제 방독면까지 쓰냐?"라고 일행에게 말하곤 했다. 사람이 붐비는 버스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분은 보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음에도 시선이 느껴질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기자를 응시했다.

사람들의 시선, 착용 소감 등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듣고 싶어 SNS에서 방독면 해시태그 검색을 통해 실제 자발적으로 방독·방진 마스크를 구입해서 착용해 본 경기도 분당에 사는 게임 업계 종사자 김종빈(30) 씨와 짧은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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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방독·방진마스크까지 사용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A. 다른 나라 방문 후 한국에 도착하면 항상 공통적으로 느끼는 건 "아....공기..."였다. 특히 작년에 뉴질랜드에 다녀오면서 비행기 모니터로 외부 조망 환경을 보면서 왔는데 비행 내내 클리어하게 보이던 외부 환경이 일본부터 조금씩 뿌옇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대한민국에 들어와서는 낮인데도 불구하고 육지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느꼈다.

Q. 방독·방진 마스크를 언제부터 사용했나?
A. 일회용 마스크가 아닌 처음으로 큰 마음을 먹고 산 방진 마스크는 3m 방진/방독 마스크였다. 2018년 봄에 구입하였다.

Q. 일반 보건 마스크와 비교해 어떤 점이 다른가?
A. 확실히 외부 공기와 단절되는 느낌이 있다. 미세먼지까지 걸러주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기 자체가 잘 안 통하도록 꽉 조여 주기 때문에 차단성은 확실한 것 같다.

Q. 방독·방진 마스크의 단점을 꼽자면?
A. 역설적으로 너무 답답해서 숨이 잘 안 쉬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오래 쓰는 것이라 잘 관리해주지 않으면 오히려 세균 증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든다.

Q. 방독·방진 마스크 착용 시 사람들의 시선은 어땠나?
A. 다른 사람들 신경 안 쓰고 사는 1인이지만 버스에서의 착용 등은 신경쓰이더라. 물론 요즘 사람들은 각자 핸드폰을 보느라고 남이 무엇을 하던 잘 눈치채지 못하는것 같긴 하다. 하지만 방진 마스크는 좀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스스로 창피함이 드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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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진 필터 없는 '방독·방진 마스크'는 무소용

유난스러운 사람이 되면서까지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방독·방진 마스크를 썼건만, 모든 게 소용없는 일이 됐다. 방독·방진 마스크이기 때문에 정화 통으로는 기체, 유해 가스 등만 정화되고 미세먼지는 입자이기 때문에 필터가 필요했지만 필터 리테이너가 없다는 이유로 장착하지 않아 미세먼지를 차단할 수 없었던 것이다.

◇ 마스크는 자신의 호흡량과 미세먼지 농도에 맞게 착용!

늦은 깨달음 뒤 빠른 필터 교체를 했다. 리테이너, 정화통 없이도 단독 장착이 가능한 동그란 모양의 특급 방진 필터로 교체했다. 이 필터는 베릴륨 등의 독성 분진, 석면, 방사능 분진 등에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입자 차단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방진 필터를 착용하자 호흡이 힘들다고 느껴졌다. 확인해본 결과 이 특급 방진 필터는 KF 등급으로 따졌을 때, KF 99로 평균 0.4 ㎛ 크기의 입자를 99% 이상을 걸러낼 수 있기에 흡입 공기 저항이 커 숨쉬기 불편했던 것이다.

지난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방법'이라는 영상에서 의약외품 정책과 김지연 사무관은 "차단율이 높을수록 착용 시 호흡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라며 "착용했을 시점의 미세먼지 농도와 자신의 호흡량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방진 필터뿐 아니라, 보건 마스크도 무조건 차단 효과가 높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미세먼지 마스크 효능 논란 또한 이 때문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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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세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마스크를 쓰면 미세먼지가 막아지지만, 숨 쉬는 거에 따라 공기 저항이 증가하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이 있으신 분들은 숨쉬기가 더 힘들어진다"라며 "저는 호흡기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다 보니까, 미세먼지가 심한 날(매우 나쁨·나쁨)에는 (마스크를) 끼라고 말씀드리지만, '보통'인 날까지 말씀드리진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세원 교수는 "호흡이 문제가 된다면 수치가 낮더라도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KF 수치를 사용자에 맞게 조절해서 착용하는 게 맞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는 일부 국민들은 KF 수치와 자신의 호흡량을 고려해 방진 마스크부터 안면 전체를 덮는 방독면까지 일반 보건 마스크를 넘어 미세먼지에 효과가 있다는 여러 마스크를 이미 사용 중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전용이 아닌 산업용 방독·방진 마스크가 막연하게 '보건 마스크보다 더 잘 막아 줄 거다'라고 생각할 뿐, 정확한 효과에 대해 아는 분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방독·방진 마스크 전문가인 3M 기술연구소 책임 담당 이상영 연구원과 인터뷰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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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방진 필터 장착한) 방독 마스크로 미세먼지 차단이 가능한가?

A. 면체에 방진 필터를 장착하면 방진마스크로 분류되며 기술적으로는 미세먼지를 막을 수는 있으나 방진마스크는 산업용으로 사용하는 마스크로 식약처 보건용 마스크 인증을 받지 않아 미세먼지 방지용(포장이나 표시에 황사, 미세먼지 문구 사용 불가)으로 판매되고 있지는 않다.

Q. 기자가 방독 마스크를 구입하고, 방진 필터를 달지 않았다. 이럴 때는 어떤 문제점이 생기나? 아예 미세먼지를 막을 수 없나?

A. 방독마스크는 가스 또는 증기를 막기 위해서 활성탄이라는 여과재를 사용하는 마스크로서 입자상 물질인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서는 방진 필터를 사용해야 한다.

Q. 전문가 입장에서 보건 마스크와 방진마스크 (또는 방독마스크 본체에 방진 필터를 끼운 마스크) 중에 어떤 걸 착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보는가?

A. ​보건용 마스크(식약처)와 산업용 방진마스크(고용노동부)는 사용 용도가 달라 인증기관이 다르므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산업용 방진마스크는 식약처의 보건용 마스크 인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미세먼지 방지용으로 판매할 수 없다. (황사방지, 미세먼지 방지 문구 사용할 수 없음) 그러나 기술적으로 접근한다면 보건용 마스크는 산업용 방진마 스크(안면부 여과식과 분리식으로 나누어짐)의 안면부 여과식 방진마스크에 해당되고 면체(본체)에 방진 필터를 장착한 경우는 분리식 방진마스크에 해당이 된다. 일반적으로 안면부 여과식 방진마스크보다는 분리식 방진마스크가 안면부 밀착도가 높아 더 높은 보호도를 제공한다고 볼 수는 있다.

Q. 방진 필터를 KF 등급으로 보는 방법을 알려주신다면.

A. 방진마스크는 산업용으로 고용노동부의 기준이고 보건용 마스크(KF시리즈)는 일반용으로 식약처의 기준이라 사용 용도가 다르다. 그러나 기술적인 비교를 한다면 방진마스크는 특급(안면부 여과식은 99% 이상, 분리식은 99.95% 이상), 1급(94% 이상), 2급(80% 이상)으로 분류되고 보건용 마스크는 KF99(99% 이상), KF94(94% 이상), KF80(80% 이상)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특급은 KF99, 1급은 KF94, 2급은 KF80과 동등한 수준이라 보시면 된다.

Q. 보건 마스크 대신 산업용 방진마스크 (또는 방독마스크 면체에 방진 필터를 끼운 마스크)를 쓰는 분들에게 주의사항이 있다면?

A. 산업용 방진마스크 중에서 면체(본체)에 방진 필터를 장착하여 사용하는 방진마스크는 일반적으로 면체의 재질이 합성고무나 실리콘이라 얼굴에 밀착이 잘되어 보건용 마스크에 비해 더 높은 보호도를 제공한다. 그러나 산업용 방진마스크는 고용노동부 인증 마스크로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용도로 판매되는 마스크이므로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서는 식약처 인증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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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독면이 당연한 세상이 되지 않길…

직접 방독·방진 마스크를 사용하면서 착용감과 사람들의 시선은 좀 불편할지라도, 앞서 전문가 인터뷰와 같이 밀착도 등의 이유로 보건 마스크보다 외부 유해 물질과 더 확실히 차단된다는 느낌이 든 건 사실이다. 지금보다 미세먼지가 더 심각해진다면 방독면은 선택이 아닌 필수 템이 되겠지만, 그런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기 전에 방독면이 필요 없도록 국가 차원에서 미세먼지 해결 방법을 찾는 게 먼저 아닐까.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를 재난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과 수도권에만 적용되는 미세먼지 총량제를 확대하는 수도권 대기 환경 개선에 따른 특별법 개정을 위해 국회도 협조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미세먼지.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잦아 국민 체감이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정부가 긴급재난문자를 보내 차량 2부제를 강조하고 무조건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것이 아닌, 기준 있는 대책과 예방을 내놓길 기대해 본다.

YTN PLUS 이은비 기자
(eunbi@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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