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17] '입양해 죽일 뻔'...눈물의 새끼고양이 입양기

[해보니 시리즈 17] '입양해 죽일 뻔'...눈물의 새끼고양이 입양기

2017.11.22. 오후 2:4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해보니 시리즈 17] '입양해 죽일 뻔'...눈물의 새끼고양이 입양기
AD

'젖 뗐고 2달 넘었다' 말 듣고 데려왔지만
알고 보니 '젖 못 뗀 한 달 고양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설사·혈변...위기 수차례 넘겨

자본주의 진열대에 놓인 동물들, "출생 시간 지날수록 몸값 떨어진다"

"분양 시기 법 도입해야" 피해자들 청와대 청원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묘연(猫緣)이 따로 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여기에는 고양이와의 연이 사람과의 인연 못지않은 운명적인 끌림을 지니고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 기사(해보니 시리즈 5-'CCTV로 고양이 관찰해보니' 참조) 이후 고양이를 한 마리 더 키울 결심은 했지만 바쁜 일상 탓에 둘째 고양이 입양은 뒷순위로 늦춰지는 듯했다. 그렇게 평범하게 흘러가던 어느 날, 우리 부부는 한 온라인 고양이 카페 '가정 분양' 코너에서 마침내 두 번째 묘연을 만나게 된다.

고양이 분양 글만 수천 개를 봤는데 왜 하필 그 고양이에게 끌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얼굴 탓이다) 당장 남편을 채근해 분양자에게 예약금을 넣고 다음 날로 약속을 잡았고, 편도 한 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운전해 멀리 새끼 고양이를 만나러 갔다.

가정 분양이라고 알고 찾아갔지만, 알고 보니 분양자는 분양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었다. 오피스텔에는 성묘부터 어린 고양이까지, 15마리에 가까운 고양이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분양자는 "고양이가 이제 막 두 달이 됐다"고 했다. 고양이는 예쁘고 귀여웠지만 휴대전화에 올라갈 정도로 작은 크기 탓에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 "실수로 밟으면 죽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분양자는 "젖도 다 뗐고, 이유식을 잘 먹는다"고 답했고 결국 아기 고양이를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우리 집에 사는 첫째 고양이 '유니'는 거의 다 자란 9개월령 무렵 나와 묘연을 맺었다.유니는 처음부터 사람을 잘 따르는 개냥이에 몸에 밴 애교를 장착한 아이였다. 처음 집에 데려오자마자 '골골골' 노래를 부르며 방 한가운데서 퍼질러 잘 정도로 무난한 성격이기도 했다. 둘째 고양이를 들이는 일을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는 첫째의 수월함 탓도 컸다.

[해보니 시리즈 17] '입양해 죽일 뻔'...눈물의 새끼고양이 입양기


하지만 둘째 고양이(너무 작아 '쪼꼬미'의 '꼬미'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유니와 모든 게 달랐다. 꼬미는 거의 삼일 가까이 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혼자 있는 걸 견디지 못하는 분리 불안까지 있었다.

왜 먹지를 않나, 발만 동동 구르다가 주말이 지나 결국 병원을 찾았다. 알고 보니 슬프게도 이 모든 사단은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몸무게나 크기로 봤을 때 한 달로 추정되네요. 200g밖에 되지 않아요"


의사는 무른 캔을 먹으라고 권했으나, 꼬미는 그마저도 조금 먹더니 다 토하고 혈변까지 봤다. 또다시 울면서 병원으로 온 나에게 의사는 '아무래도 아직 젖을 떼지 못했던 것 같다'며 이번에는 초유를 권했다. 꼬미는 그제야 먹을만한 음식을 찾았다는 듯 허겁지겁 초유를 먹고는 지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우리 부부는 하루에도 10시간이 넘게 집을 비우는 맞벌이지만 새끼고양이는 신생아처럼 2~3시간에 한 번씩 적은 양의 초유를 먹어야 한다. 방치했다간 꼬미에게 저혈당 쇼크가 올 수도 있었다. 결국 그날 이후 점심시간마다 회사가 있는 상암동과 집이 있는 여의도 사이를 택시로 왕복해 밥을 먹이고 돌아오기를 반복해야 했다. 밤에도, 새벽에도 꼬미가 울 때마다 일어나 주사기로 초유를 물렸다. 마치 모의 육아 연습을 하는 느낌이었다. (남편은, 신기하게도 간밤에 고양이가 빽빽 우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해보니 시리즈 17] '입양해 죽일 뻔'...눈물의 새끼고양이 입양기


육묘 전쟁은 한 달이 넘게 계속됐다. 어느 날은 회사 노조사무실에 고양이를 맡기는 날도 있었다. 꼬미는 툭하면 아파 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들었고 허피스와 안질환에 시달렸으며 여전히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않았고 까탈스러웠다.

사실 이 모든 건 독립할 준비가 안 된 새끼가 너무 어린 나이에 새로운 환경에 놓인 탓이다. 나는 매일 동물병원과 집을 들락날락하며 무지의 뼈아픈 대가를 치러야 했다. 돈도, 시간도, 잠도 부족한 나날들이었다.

[해보니 시리즈 17] '입양해 죽일 뻔'...눈물의 새끼고양이 입양기

새끼 고양이를 어미와 떨어뜨리는 일은 생각보다 더 잔인하다. 나와 같은 무지한 구매자와 자본주의 논리로 '생명 장사'를 하는 사람이 만나면 악몽이 벌어진다. 다행히 최악의 케이스는 면해 꼬미는 살아났지만, 잘못됐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수의사는 말했다. "이 나이 때 애들을 데려왔다가 적응을 못 해 병원에 데려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어떤 분이 얼마 전엔 얘보다 조금 작은 새끼 다섯 마리를 데려오셨는데 다 죽어버렸어요. 새끼는 엄마와 있는 게 가장 좋아요. 독립 준비는 3달 지나서 해도 늦지 않아요."

지금도 온라인과 펫샵에서는 젖도 떼지 못한 새끼 동물들이 '두 달이 넘었다'며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몸무게가 적어도 7~800g 이상이 되기 전에는 너무 어려 예방 접종을 할 수도 없고 수액 바늘을 꽂을 수도 없다. '찰나의 귀여움'의 대가는 바로 어린 생명의 건강과 목숨이다.

독일 등 선진국의 경우, 새끼 동물은 아예 돈을 주고 거래하는 게 불법이며 유기동물 보호서에서만 입양이 가능하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는 '사육된 애완동물을 펫샵에서 판매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이로써 미국 일부 지역도 애완동물 보호소나 입양센터 등에 구조된 애완동물만 거래할 수 있도록 법이 규정하게 됐다. 미국처럼 되기엔 아직 국내 국민 정서적 합의가 부족하지만, 왜 선진국들이 이런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그렇다면 분양을 원하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동물을 데려와야 할까? 유기 동물을 데려오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주변 사람이나 온라인 카페 등에서 가정 분양을 노리는 편이 좋겠다.


[해보니 시리즈 17] '입양해 죽일 뻔'...눈물의 새끼고양이 입양기

다행히 정부는 내년부터 동물 학대 및 유기행위 처벌 기준을 높여, 동물생산업을 기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한 번에 '새끼 동물 거래' 악습이 뿌리 뽑히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계속되는 감시와 처벌이 없다면 가정 분양의 탈을 쓴 생명 장사는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펫샵이나 분양업자에게 너무 어린 강아지를 분양받아 상처받은 피해자들의 글이 넘쳐난다.

귀여운 '어린 동물' 시기는 불과 몇 달이다. 하지만 고양이와 개는 15년에서 20년까지도 산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나의 경우, 꼬미에게 지난 6주 동안 들어간 병원비와 분윳값, 택시비만 100만 원이 넘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럴 줄 몰랐어요"라며 동물을 유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동물을 키우려는 분들은 철저한 사전조사로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혹시 걱정하는 분들이 있을까 싶어 전해드리자면, 꼬미는 성격이 매우 더러운 훌륭한 고양이로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사정이 좋지 않을 때도 끝까지 동물을 지킬 수 있는지 ,내가 데려온 반려동물이 병에 걸려도 책임질 수 있을지 한 번쯤 고민해 보는 게 좋겠다. 생명을 책임진다는 일은, 정말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