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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⑪] "때리고 부셔라" 스트레스 해소방 가보니
Posted : 2017-10-11 14:00
[해보니 시리즈 ⑪] "때리고 부셔라" 스트레스 해소방 가보니
"참을 수 없는 분노의 무거움"

"내일 출근 진짜 실화냐?" "10일이 어떻게 10초 같지"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9일, 지인들과 대화 주제 대부분은 '끝나가는 휴일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 뒤에는 명절 스트레스도 한몫하고 있었다.

"연봉은 얼마나 받니?"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은 있니?" "돈은 많이 모았어? 결혼 준비는 하고 있는 거야?" 잔소리 폭탄과 연휴 중 있었던 두 번의 출근으로 '명절증후군'과 '출근 기피증'은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해보니 시리즈 ⑪] "때리고 부셔라" 스트레스 해소방 가보니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누군가의 묘비명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늘어나는 짜증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마음껏 때리고 물건을 부술 수 있다는 '스트레스 해소방'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분노의 방'으로 입장하다"

서울 홍대 근처에 위치한 '레이지룸'은 일명 스트레스 해소방으로 불린다.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5단계의 서비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10~15분 동안 밀폐된 방에서 마음껏 때리고 부수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다.

[해보니 시리즈 ⑪] "때리고 부셔라" 스트레스 해소방 가보니

준비된 서비스는 '짜증', '왕짜증', '빡침', '개빡침', '18' 5단계. 기본적으로 10분 동안 깰 수 있는 10개의 그릇이 제공된다. 높은 단계를 선택할수록 시간과 그릇의 개수가 늘어나고, 가전제품 등 '부술 수 있는' 물품 종류도 늘어난다.

마음은 무제한으로 그릇을 제공하는 최종 단계 '18'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고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는 '빡침'을 이용하기로 했다. 15분 동안 20개의 그릇과 1개의 가전제품을 부술 수 있는 코스다.

"생전 들어보지 못한 괴성을 듣다"

[해보니 시리즈 ⑪] "때리고 부셔라" 스트레스 해소방 가보니

방에 들어가기 전에 각종 유의사항을 들으며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서약서’를 작성하는데 어디선가 괴성 소리가 들려왔다. 3개의 방 중 한 곳에 들어간 커플이 내는 소리였다. 그릇 깨지는 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괴성은 긴장과 기대를 한껏 고조시켰다.

[해보니 시리즈 ⑪] "때리고 부셔라" 스트레스 해소방 가보니


[해보니 시리즈 ⑪] "때리고 부셔라" 스트레스 해소방 가보니

서약서 작성이 끝나고 안전을 위해 준비된 의상을 입었다. 날카로운 파편에 다치지 않도록 상하의를 입고, 장화를 신고, 장갑을 끼고 안전모까지 쓰면 준비 완료. 방으로 들어갔다.

"밥 아저씨,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해보니 시리즈 ⑪] "때리고 부셔라" 스트레스 해소방 가보니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밥(Bob)' 이었다. 꽤나 잘 생겼던 밥 아저씨는 이미 많은 이들의 스트레스를 받아주느라 온몸이 성치 못한 상태였다. 벽에는 두 개의 타이어와 그릇이 쉽게 깨지도록 과녁이 새겨진 철판이 부착돼 있었다.

[해보니 시리즈 ⑪] "때리고 부셔라" 스트레스 해소방 가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고민도 잠시, 조심스레 접시를 들어 과녁에 던졌다.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파편이 사방으로 튀는 순간 묘한 쾌감이 밀려왔다. 정신없는 음악 소리와 함께 그때부터 무아지경의 '파괴'가 시작됐다.

"15분이면 너무 짧은 거 아니야?"

[해보니 시리즈 ⑪] "때리고 부셔라" 스트레스 해소방 가보니

그릇 20개를 모두 깨고 아껴 두었던 밥솥을 부수기 시작했다.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전기밥솥을 내리치자, 뚜껑은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했다. 밥솥이 형체도 없이 사라질 때까지 방망이를 휘두르자 온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해보니 시리즈 ⑪] "때리고 부셔라" 스트레스 해소방 가보니

15분이 이렇게 긴 시간이라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으아아아우아아으아우우아아" 아까 들었던 괴성은 어느새 나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었다. 가빠지는 숨 사이로 왠지 모를 후련함이 몰려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전쟁통이 따로 없었다.

"다음에 또 올 것 같아요"

[해보니 시리즈 ⑪] "때리고 부셔라" 스트레스 해소방 가보니

대기실에서 만났던 이예슬(22) 씨와 박혜진(22) 씨는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며 다시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합법적으로 금기를 깨는 듯한 느낌. 색다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면 한 번쯤은 방문해 볼 만하다는 것.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온몸이 흠뻑 젖을 정도로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이곳에서의 15분은 스트레스를 풀기에 충분했다.

[해보니 시리즈 ⑪] "때리고 부셔라" 스트레스 해소방 가보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보면 최근 '화병'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환자는 총 1만 3,263명. 특히 20~30대 환자는 2011년부터 5년간 53%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우리 사회 속 극심한 경쟁문화와 취업난, 직장생활 스트레스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으로 지목된다.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모든 것에서 해방되어 '독특한 일탈'을 해보는 것도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아래는 '레이지룸' 원은혜 대표와 일문일답

[해보니 시리즈 ⑪] "때리고 부셔라" 스트레스 해소방 가보니

Q. 굉장히 독특한 콘셉트인데 오픈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A. 회사에 다니면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볼 만한 공간 아닌가. 마침 친구들을 통해 해외에 비슷한 콘셉트의 매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곧 한국에도 생길 것 같아 지난 4월 초 직접 매장을 열게 됐다.

Q. 주로 어떤 손님들이 찾아오는가?
A. 커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항상 새로운 데이트 코스를 찾는 젊은 층에서 반응이 좋은 것 같다. 이곳에서는 서로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퇴근하는 길에 들리는 직장인들이나 취업 준비생 청년들도 많다.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공간이 실제로 생기니 많은 이들이 신기해하는 것 같다.

하루 평균 레이지룸을 찾는 방문자는 약 20여 팀. 홀로 오거나 대개 두 명이 같이 온다고 한다. 지난 6개월여 동안 이곳을 찾은 방문자만 약 4~5천 명 정도다.

Q.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
A. 방문했던 당시에는 전혀 몰랐는데 SNS에서 후기를 찾아보다 인상 깊었던 손님이 있었다. 명예퇴직을 당하고 혼자 방문하셨던 분인데 이곳을 다녀간 뒤 '힐링이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하신 글을 봤다. 이곳을 만든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주말에 어떤 여자분 혼자 오셔서 조심스럽게 "방음은 잘 되냐"고 물으시더니 이용하고 나가시는 길에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고 하신 적도 있다. 그때는 우리가 더 감사했다.

Q. 직원들도 자주 이용하나?
A.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면 잘 부서지는지, 다칠 위험은 없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이용한다. 사실 우리도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화나는 일이 있으면 이용하곤 한다.

Q. 이렇게 많은 물건은 전부 다 어디서 공수해오는 것인가?
A. (웃음) 영업상의 비밀이지만 우리도 전부 '구입'한다.

Q. 폭력을 조장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우리는 스트레스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공간은 아니다. 철저하게 재미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때문에 사람 모형에 사진을 붙이는 등 너무 사실적인 것은 지양하고, 대기실에도 일부러 잔잔한 음악을 틀어 놓는다. 주어진 공간 내에서만 안전하게 즐기라는 것이다. 사전에 설명할 때도 각종 주의사항을 세심하게 설명하려 노력한다. 게임이나 영화에서 미성년자를 제한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우리도 미성년자나 임산부, 노약자는 체험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한 우려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기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고민을 하며 운영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고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당부 사항이 있다면?
A.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체험일 텐데 이곳에서는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이상하고 위험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방문하셔서 건강하고 즐겁게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 스트레스를 이상하고 나쁜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보다는 이 방법이 훨씬 낫지 않은가?


YTN PLUS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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