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용덕사엔 소원 들어주는 용굴이 있다?

용인 용덕사엔 소원 들어주는 용굴이 있다?

2015.11.20. 오후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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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용덕사엔 소원 들어주는 용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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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세상이 나를 속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일들은 꼬이기만 할 뿐, 좀처럼 풀릴 줄 모른다. 좌절과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은 지쳐만 간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어떤 이들은 종교에 의지해 버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종교를 믿진 않는다. 비신자의 입장에서 교회나 성당은 부담스럽다. 절에 가는 것도 어려운 한자로 된 경전이 먼저 떠올라 썩 내키지 않는다.

그냥 딱! 간단하게, 소원 한 가지를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지는… 아니, 마음만이라도 편해지는 그런 곳을 찾고 싶은데 그런 곳은 어디 없을까…

있다. 용인 용덕사에 가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으로 유명한 용의 동굴이 있다.

서울 방면에서 용덕사로 향한다면, 자가용을 타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신원낚시터를 거치게 된다.

마음에 휴식을 주기 위해 떠나는 것 아닌가. 처음부터 느낌이 좋다.

용인 용덕사엔 소원 들어주는 용굴이 있다?

버스를 타고 찾아간다면, 이 곳 정류장에서 내리게 된다. 내려서 600m 정도 걸으면 절의 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일주문이 나온다.

용인 용덕사엔 소원 들어주는 용굴이 있다?

일주문이 보인다고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용인 용덕사엔 소원 들어주는 용굴이 있다?

효성이 지극한 처녀는 여의주를 얻고자 용에게 애원했다. 용의 입장에서 여의주는 쉽게 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이걸 줘 버리면 1000년을 더 기다려야만 승천할 수 있다.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계속되는 애원에 용이 감동해 여의주를 처녀에게 건네주기로 마음을 굳힌다. 그 순간, 용은 사냥꾼의 활에 맞아 죽고 만다. 여의주도 용의 목숨과 함께 녹아버린다. 처녀는 사흘 밤낮동안 용의 명복을 빌고 아버지의 병환이 낫길 기도하다 쓰러진다. 그 정성에 감동한 부처님이 아버지의 병을 낫게 했단다.

이 전설은 슬픈 이야기인가, 기쁜 이야기인가. 헷갈린다. 생각해보면 어쩌다 세상이 날 속였는지, 어쩌다 내 인생이 꼬였는지, 어쩌다 내가 멀리 용덕사까지 왔는지도 헷갈리긴 마찬가지다.

입구에서 절까지 올라왔다면, 감로수 한 바가지로 타는 목을 달래준다. 목을 축이고 나면 아무래도 용굴까지 올라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하지만 날씨가 가물면 감로수도 말라버리니 난감하다.

용인 용덕사엔 소원 들어주는 용굴이 있다?

대웅전도 좋고 다른 건물도 좋지만 오늘은 용굴이다. 이들을 뒤로 하고 위로 오른다.

용인 용덕사엔 소원 들어주는 용굴이 있다?

119 구급대 표지판을 보니 덜컥 겁부터 난다. 그 정도로 험난하단 얘기지. 오죽 산불이며 사고가 많이 나면 이런 게 다 서 있을까.

길은 생각보다 가파르다. 운동부족에 시달리는 도시인은 금방 헥헥거리게 된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 간절히 소원을 비는 데에는 역시 그 만한 대가가 따르나 보다.

용인 용덕사엔 소원 들어주는 용굴이 있다?

5분은 넘은 것 같고 10분은 안 된 것 같다. 아무튼 몇 분 정도 진땀을 흘리며 산길을 오르니 세 갈래 길이 나온다.

정면 계단 위엔 극락전,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삼성각이다. 그러나 사람이 많지 않고 산불 등의 위험이 있는 날엔 잠가 놓는 듯 했다.

용인 용덕사엔 소원 들어주는 용굴이 있다?

잠가도 괜찮다. 어차피 오늘은 용굴이다. 용굴 앞 정자에서 잠깐 땀을 식힌다.

땀이 식고 난 후에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는다. 어차피 마음에 휴식을 주기 위해 올라온 용굴이다.

이 근처 지역 주민들은 꼭 마음이 복잡하거나 소원을 빌 일이 없어도, 여기 정자에 소풍 목적으로 많이 오는 듯 하다.

용인 용덕사엔 소원 들어주는 용굴이 있다?

이제 용굴이다. 경건하게 소원 하나 빌어본다.

소원이 이루어지면 대환영이다. 이루어지지 않아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용인 용덕사엔 소원 들어주는 용굴이 있다?

용굴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희망의 종'을 쳐본다. 대부분의 절에는 범종이 있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 '손대지 마시오'라는 글귀가 붙어있기 일쑤다.

절에 있는 종 치고는 좀 작고, 지나치게 새 것 같아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누구나 칠 수 있는 종이다. 종을 세 번 치고 고개를 돌려 아래를 바라본다. 종소리처럼 내 근심도 멀리 날아가서 사라져버렸으면 좋으련만.

트레블라이프=유상석 everywhere@travellife.co.kr

TRAVEL TIP: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용인터미널에서 묵리행 22번 버스를 이용한다. 배차간격은 25분~1시간 사이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굳이 버스정류장 뒤 주차장에 차를 세울 필요가 없다. 일주문을 지나자마자 또 주차장이 나온다.

용굴을 오르는 길은 본문에서도 말했지만 꽤 가파르다. 노부모나 어린 자녀와 함께 간다면 안전사고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특히 여름엔 해충에 의한 피해를, 겨울엔 빙판길 미끄러짐으로 부상을 입지 않도록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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