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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 화력발전소 방파제로 감성돔 낚시를 다녀왔다.
사실 겨울에 감성돔 낚시하면 누구나 원도권을 떠올리지만, 1월까지는 내만권에서도 조황이 확인되는 곳이 있다.
물론, 확률이 원도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거리와 비용에 대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꾼들에게 이곳은 방파제는 화력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온수 영향으로 그나마 감성돔 확률이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서해도 이와 비슷한 곳이 있는데 서천 화력발전소 방조제가 꼭 그렇다. 다만, 서해는 겨울에 수온이 많이 내려가 감성돔 낚시가 이뤄지지 않지만, 봄 가을에는 서해의 다른 지역보다 수온이 높아 포인트 여건이 유리한 편이다.
우선 발전소 배수구에서 온수가 흘러나오면 주변의 해수 온도가 높아지니 크고 작은 잡어들도 잘 꼬이고 전반적으로 포인트가 활기를 띠는 것 같다. 그런데 오랜만에 해 본 방파제 낚시,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떤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할까 한다.
서울에서 고속도로를 달려 삼천포에 도착한 우리 부부는 오후 출조를 위해 화력발전소 방파제를 찾았다.
이곳은 도보로 진입이 안 되므로 낚싯배를 타고 들어가야만 한다. 마침 예고된 물때를 보니 오후 4시가 간조였다.
그렇다면, 저녁 타임에 초들물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니 마음이 급급하다.
기분 같아서는 해가 지고 나서도 계속 낚시를 하고 싶었지만, 알다시피 테트라포드에서의 낚시는 매우 위험하다.
더군다나 아내와 함께하는 낚시다 보니 철수 시각은 이 겨울에 찌가 안 보일 시점인 5시 30분으로 정해두었다.
그러니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낚시는 한 시간 반 정도. 물때 상으로는 괜찮은 확률이지만, 낚시 시간이 짧은 건 조금 아쉽다.
그래도 이렇게 추운 날에는 굵고 짧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포인트에 도착하니 테트라포드 앞에서 보팅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조류에 떠밀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밧줄을 저렇게 테트라포드에 묶어놓고 낚시를 한다.
문제는 채비를 던져야 하는 바로 앞쪽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점이다.
잘못했다가는 찌가 보트 쪽으로 날아갈 수도 있고 거기 꾼들과 엉킬 수도 있다.
그러니 캐스팅하려는 아내가 움찔한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나머지 제대로 캐스팅하지 못한 것이다.
원래 이 방파제는 감성돔 포인트가 테트라포드에서 조금 먼 곳에 형성된다.
최소한 저 보트가 있는 곳까지 던져야 하는데 그 거리는 대략 25m~40m 사이 정도이다.
그렇게 멀리 던진 다음 수심 9m 전후를 노려야만 감성돔의 입질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우리 부부는 무게가 제법 나가는 비자립 막대찌를 준비하였다. 며칠 전, 감성돔 낚시에서 막대찌 채비 방법에 대해 글을 썼는데 이렇게 테트라포드에서 20~30m 이상 날려야 하는 포인트에서도 막대찌는 선택이 아닌 필수 품목일 것이다.
현지꾼들도 원투성이 좋고 예민한 입질을 받아내는 막대찌를 선호하고 있다.
참고로 이날 우리 부부의 채비는 통일하였다.
1-530 낚싯대에 1호 막대찌, -1호 순강수중찌, 원줄은 2.5호, 목줄 1.7호를 3m 길이로 주었으며 수심만 서로 다르게 적용해 각각 7m와 9m로 시작했다. 조류가 방방하다 보니 목줄에는 B와 2B로 봉돌을 분납으로 물렸다. 이는 잔존부력을 줄이기 위함도 있지만, 목줄의 각도를 죽여 채비가 떠오르지 않게 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상황은 조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고 있는데 이것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바로 보트 때문이다.
그전에 왜 하필 이곳에 내렸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초행길이다 보니 선장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내 의지대로 포인트를 고를 상황은 아니었다.
아내가 전방으로 채비를 던지면, 얼마 가지 못해 보트 정박 줄에 걸리거나 통과하니 그 때문에 마음껏 흘리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멀리 캐스팅하는 것도 아내에게는 풀어야 할 과제였다. 최소한 저 보트가 있는 곳까지 던져야 여기서는 공략이 되는데 그만한 캐스팅력이 될지 의문이다.
그런 나의 우려와 달리 아내의 롱 캐스팅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심지어 보트를 넘길 기세로 던지자 저쪽에서 우릴 쳐다본다.
원래는 캐스팅 후 뒷줄을 잡아서 약간의 브레이크를 걸어야 채비가 일자로 들어가는데 한번은 아내가 뒷줄을 놓치는 바람에 하마터면 보트에 있는 사람을 맞힐 뻔했다. 이거 적당히 던지는 게 더 어렵네.
결국, 아내는 방향을 완전히 돌려서 캐스팅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조류 상류 방향으로 완전히 돌려서 던지는데 이렇게 하면 대각선 캐스팅이 돼버려 채비를 멀리 날릴 수 없게 된다.
여기에 바람이 더해지니, 전방 15m 앞에 떨어지고 마는 채비. 일단 놔둬 보는데 조류를 타고 오른쪽으로 흐르면서 발 앞으로 다가오니 채비를 거둬들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잠시라도 넋 놓고 있다가는 테트라포드에 걸리거나 보트쪽으로 흘러가버려 그곳의 채비와 엉키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아내가 열 시 방향으로 대각선 캐스팅을 하는 사이 보트에서는 오른쪽에서 입질을 받고 있었다.
대부분 입질은 오른쪽으로 멀리 흘려야 나오니 우리도 입질 받으려면 결국은 채비가 보트를 지나쳐 오른쪽으로 한참을 흘려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보트 정박 줄이 있고 그것을 통과하더라도 저들이 채비를 흘리고 있어 매우 껄끄럽다.
그러니 한 포인트에서 보트와 릴 찌낚시의 공존은 애초에 성사될 수 없었던 만남이었다.
그렇다면 선장은 왜 우리를 이곳에 내려주었을까?
내 생각에는 고의는 없었던 듯싶다. 다만, 먼저 와서 자리 잡고 있는 보트를 크게 의식하지 않은 탓인가 보다.
보트 낚시와 도보 낚시는 서로 간에 출발점 부터가 다르다.
도보 낚시는 20~30m 심지어 필요에 따라서는 40m 이상 롱 캐스팅하여 흘려야만 한다.
단순히 흘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먼 곳을 흘리면서도 바닥 지형을 효과적으로 훑을 수 있는 실력이 겸비돼야 한다.
하지만 보트는 그럴 필요가 없다. 포인트가 테트라포드에서 원할 만큼 떨어져 낚시하면 그만이다.
여기에 밑밥을 풀면 밑밥 띠가 형성돼 수중에서 들어오는 물고기는 절대 다른 곳으로 빠지지 않는다.
당연히 조과도 월등히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앞에 보트나 선상낚시에서 밑밥으로 집어하게 되면, 도보 낚시꾼은 아무리 잘난 꾼이라도 꽝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갯바위나 테트라포드 앞에서는 보팅과 선상을 하면 안 된다. 안 된다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는 꾼들끼리 혹은 낚시업을 하는 사람들끼리 정해 놓은 암묵적인 약속이자 에티켓이다.
한 공간에 서로 다른 장르가 있으면 부딪히기 마련이다. 릴 찌와 카고가 그랬고 릴 찌와 원투가 그랬으며, 릴 찌와 루어가 그랬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카고나 보팅 선상도 주요 장르로 자리매김하면서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 가치를 인정받으며 발전해 왔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서로 간에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지 한 번 생각해보자.
첫 번째는 보팅이나 선상이 이렇게 테트라포드에 바짝 붙어서 낚시를 하는 것 자체가 비매너다.
이것이 왜 비매너인지 이유를 모르는 꾼들이 여전히 많다.
두 번째는 만약, 보팅과 선상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진을 치고 있으면 그 포인트에는 손님을 내려주지 말았어야 했다.
이런 곳에 손님을 내려준다는 건, 꽝이나 당하고 오라는 심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고의성이 없었다. 그 만큼 우리는 타 장르와의 공존에 있어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른 건 몰라도 낚시만큼은 낚시 선진국의 문화의 매너를 배우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족을 달자면, 보팅 낚시꾼들의 조과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철수하면서 살림망을 잠깐 봤는데 중치급 감성돔 네댓 마리가 전부였다.
앞에는 보트가, 발 아래는 밧줄이, 여기에 조류는 엄청나게 빨라.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손가락은 얼어가고.
그렇게 아까운 시간은 무심히 흘러만 갔다. 사면초가에 놓인 아내. 이제는 원래 하던 낚시 방법을 포기하고 수심 낮은 발밑 근처를 노려보기로 했다.
그러다 받은 단 한 번의 입질. 제법 힘 쓰는가 했더니 올라온 것은 다름 아닌 쥐노래미였다. 그나마 마련한 고육지책에서 얻은 소중한 한 마리였다.
우리 부부의 새해 첫 낚시는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철수배에 오르면서 지금까지 겪었던 애로사항을 선장에게 말하자 선장도 안타까워했다.
저 보트 때문에 우리 손님이 낚시를 못 한다는 거였다.
이날은 아내가 잡은 쥐노래미 회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숙소까지 살려서 회를 뜨니 그 식감이 참 쫄깃하더라.
FTV=김지민(‘입질의 추억’ 운영자, blog.naver.com/sld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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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겨울에 감성돔 낚시하면 누구나 원도권을 떠올리지만, 1월까지는 내만권에서도 조황이 확인되는 곳이 있다.
물론, 확률이 원도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거리와 비용에 대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꾼들에게 이곳은 방파제는 화력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온수 영향으로 그나마 감성돔 확률이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서해도 이와 비슷한 곳이 있는데 서천 화력발전소 방조제가 꼭 그렇다. 다만, 서해는 겨울에 수온이 많이 내려가 감성돔 낚시가 이뤄지지 않지만, 봄 가을에는 서해의 다른 지역보다 수온이 높아 포인트 여건이 유리한 편이다.
우선 발전소 배수구에서 온수가 흘러나오면 주변의 해수 온도가 높아지니 크고 작은 잡어들도 잘 꼬이고 전반적으로 포인트가 활기를 띠는 것 같다. 그런데 오랜만에 해 본 방파제 낚시,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떤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할까 한다.
서울에서 고속도로를 달려 삼천포에 도착한 우리 부부는 오후 출조를 위해 화력발전소 방파제를 찾았다.
이곳은 도보로 진입이 안 되므로 낚싯배를 타고 들어가야만 한다. 마침 예고된 물때를 보니 오후 4시가 간조였다.
그렇다면, 저녁 타임에 초들물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니 마음이 급급하다.
기분 같아서는 해가 지고 나서도 계속 낚시를 하고 싶었지만, 알다시피 테트라포드에서의 낚시는 매우 위험하다.
더군다나 아내와 함께하는 낚시다 보니 철수 시각은 이 겨울에 찌가 안 보일 시점인 5시 30분으로 정해두었다.
그러니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낚시는 한 시간 반 정도. 물때 상으로는 괜찮은 확률이지만, 낚시 시간이 짧은 건 조금 아쉽다.
그래도 이렇게 추운 날에는 굵고 짧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포인트에 도착하니 테트라포드 앞에서 보팅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조류에 떠밀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밧줄을 저렇게 테트라포드에 묶어놓고 낚시를 한다.
문제는 채비를 던져야 하는 바로 앞쪽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점이다.
잘못했다가는 찌가 보트 쪽으로 날아갈 수도 있고 거기 꾼들과 엉킬 수도 있다.
그러니 캐스팅하려는 아내가 움찔한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나머지 제대로 캐스팅하지 못한 것이다.
원래 이 방파제는 감성돔 포인트가 테트라포드에서 조금 먼 곳에 형성된다.
최소한 저 보트가 있는 곳까지 던져야 하는데 그 거리는 대략 25m~40m 사이 정도이다.
그렇게 멀리 던진 다음 수심 9m 전후를 노려야만 감성돔의 입질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우리 부부는 무게가 제법 나가는 비자립 막대찌를 준비하였다. 며칠 전, 감성돔 낚시에서 막대찌 채비 방법에 대해 글을 썼는데 이렇게 테트라포드에서 20~30m 이상 날려야 하는 포인트에서도 막대찌는 선택이 아닌 필수 품목일 것이다.
현지꾼들도 원투성이 좋고 예민한 입질을 받아내는 막대찌를 선호하고 있다.
참고로 이날 우리 부부의 채비는 통일하였다.
1-530 낚싯대에 1호 막대찌, -1호 순강수중찌, 원줄은 2.5호, 목줄 1.7호를 3m 길이로 주었으며 수심만 서로 다르게 적용해 각각 7m와 9m로 시작했다. 조류가 방방하다 보니 목줄에는 B와 2B로 봉돌을 분납으로 물렸다. 이는 잔존부력을 줄이기 위함도 있지만, 목줄의 각도를 죽여 채비가 떠오르지 않게 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상황은 조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고 있는데 이것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바로 보트 때문이다.
그전에 왜 하필 이곳에 내렸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초행길이다 보니 선장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내 의지대로 포인트를 고를 상황은 아니었다.
아내가 전방으로 채비를 던지면, 얼마 가지 못해 보트 정박 줄에 걸리거나 통과하니 그 때문에 마음껏 흘리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멀리 캐스팅하는 것도 아내에게는 풀어야 할 과제였다. 최소한 저 보트가 있는 곳까지 던져야 여기서는 공략이 되는데 그만한 캐스팅력이 될지 의문이다.
그런 나의 우려와 달리 아내의 롱 캐스팅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심지어 보트를 넘길 기세로 던지자 저쪽에서 우릴 쳐다본다.
원래는 캐스팅 후 뒷줄을 잡아서 약간의 브레이크를 걸어야 채비가 일자로 들어가는데 한번은 아내가 뒷줄을 놓치는 바람에 하마터면 보트에 있는 사람을 맞힐 뻔했다. 이거 적당히 던지는 게 더 어렵네.
결국, 아내는 방향을 완전히 돌려서 캐스팅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조류 상류 방향으로 완전히 돌려서 던지는데 이렇게 하면 대각선 캐스팅이 돼버려 채비를 멀리 날릴 수 없게 된다.
여기에 바람이 더해지니, 전방 15m 앞에 떨어지고 마는 채비. 일단 놔둬 보는데 조류를 타고 오른쪽으로 흐르면서 발 앞으로 다가오니 채비를 거둬들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잠시라도 넋 놓고 있다가는 테트라포드에 걸리거나 보트쪽으로 흘러가버려 그곳의 채비와 엉키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아내가 열 시 방향으로 대각선 캐스팅을 하는 사이 보트에서는 오른쪽에서 입질을 받고 있었다.
대부분 입질은 오른쪽으로 멀리 흘려야 나오니 우리도 입질 받으려면 결국은 채비가 보트를 지나쳐 오른쪽으로 한참을 흘려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보트 정박 줄이 있고 그것을 통과하더라도 저들이 채비를 흘리고 있어 매우 껄끄럽다.
그러니 한 포인트에서 보트와 릴 찌낚시의 공존은 애초에 성사될 수 없었던 만남이었다.
그렇다면 선장은 왜 우리를 이곳에 내려주었을까?
내 생각에는 고의는 없었던 듯싶다. 다만, 먼저 와서 자리 잡고 있는 보트를 크게 의식하지 않은 탓인가 보다.
보트 낚시와 도보 낚시는 서로 간에 출발점 부터가 다르다.
도보 낚시는 20~30m 심지어 필요에 따라서는 40m 이상 롱 캐스팅하여 흘려야만 한다.
단순히 흘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먼 곳을 흘리면서도 바닥 지형을 효과적으로 훑을 수 있는 실력이 겸비돼야 한다.
하지만 보트는 그럴 필요가 없다. 포인트가 테트라포드에서 원할 만큼 떨어져 낚시하면 그만이다.
여기에 밑밥을 풀면 밑밥 띠가 형성돼 수중에서 들어오는 물고기는 절대 다른 곳으로 빠지지 않는다.
당연히 조과도 월등히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앞에 보트나 선상낚시에서 밑밥으로 집어하게 되면, 도보 낚시꾼은 아무리 잘난 꾼이라도 꽝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갯바위나 테트라포드 앞에서는 보팅과 선상을 하면 안 된다. 안 된다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는 꾼들끼리 혹은 낚시업을 하는 사람들끼리 정해 놓은 암묵적인 약속이자 에티켓이다.
한 공간에 서로 다른 장르가 있으면 부딪히기 마련이다. 릴 찌와 카고가 그랬고 릴 찌와 원투가 그랬으며, 릴 찌와 루어가 그랬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카고나 보팅 선상도 주요 장르로 자리매김하면서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 가치를 인정받으며 발전해 왔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서로 간에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지 한 번 생각해보자.
첫 번째는 보팅이나 선상이 이렇게 테트라포드에 바짝 붙어서 낚시를 하는 것 자체가 비매너다.
이것이 왜 비매너인지 이유를 모르는 꾼들이 여전히 많다.
두 번째는 만약, 보팅과 선상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진을 치고 있으면 그 포인트에는 손님을 내려주지 말았어야 했다.
이런 곳에 손님을 내려준다는 건, 꽝이나 당하고 오라는 심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고의성이 없었다. 그 만큼 우리는 타 장르와의 공존에 있어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른 건 몰라도 낚시만큼은 낚시 선진국의 문화의 매너를 배우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족을 달자면, 보팅 낚시꾼들의 조과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철수하면서 살림망을 잠깐 봤는데 중치급 감성돔 네댓 마리가 전부였다.
앞에는 보트가, 발 아래는 밧줄이, 여기에 조류는 엄청나게 빨라.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손가락은 얼어가고.
그렇게 아까운 시간은 무심히 흘러만 갔다. 사면초가에 놓인 아내. 이제는 원래 하던 낚시 방법을 포기하고 수심 낮은 발밑 근처를 노려보기로 했다.
그러다 받은 단 한 번의 입질. 제법 힘 쓰는가 했더니 올라온 것은 다름 아닌 쥐노래미였다. 그나마 마련한 고육지책에서 얻은 소중한 한 마리였다.
우리 부부의 새해 첫 낚시는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철수배에 오르면서 지금까지 겪었던 애로사항을 선장에게 말하자 선장도 안타까워했다.
저 보트 때문에 우리 손님이 낚시를 못 한다는 거였다.
이날은 아내가 잡은 쥐노래미 회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숙소까지 살려서 회를 뜨니 그 식감이 참 쫄깃하더라.
FTV=김지민(‘입질의 추억’ 운영자, blog.naver.com/sld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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