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이제훈 "배우의 인생을 살 자격이 있는지 끊임없이 묻는다"

[Y터뷰] 이제훈 "배우의 인생을 살 자격이 있는지 끊임없이 묻는다"

2020.05.01.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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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였어요. 무섭고 고통스러운 생각을 제 안에 심었죠. 지하주차장에서 만난 한이 준석을 향해 총을 겨누는데, 그때 진짜로 총알이 들어있고, 손가락만 까딱하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막아야 하나, 피해야 하나, 무릎 꿇고 빌어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을 했죠.“

지난달 23일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으로 돌아온 배우 이제훈이 위험한 계획의 설계자 준석 역을 위한 노력을 이같이 말했다. '파수꾼'(2011)을 통해 강해 보이지만 위태로운 소년의 얼굴을 그렸던 이제훈은 '사냥의 시간'을 통해서는 위태롭지만 거침없이 나아가고, 의리와 패기가 있는 청춘의 면모를 극대화했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와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다.

이제훈은 '파수꾼'에 이어 '사냥의 시간'으로 윤성현 감독과 재회했다. 윤 감독에 대해 "배우로서 또 인간으로서 제 모습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이제훈은 "가깝게 지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형제 같은 사이다. 눈빛만 봐도 그가 원하는 것이 나왔는지 아닌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아닐 수 있지만, 그가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조차 느껴지는 것 같다"라고 미소 지었다.

"윤성현 감독은 제가 가는 방향을 지지해주는 영화적 동지에요. '사냥의 시간'에 나올 수 있어서 운이 좋았죠. 그의 세 번째, 네 번째 작품에도 함께 하고 싶어요. 나중에 안 불러주면 섭섭할 것 같아요.(웃음)"

작품 출연 결심에도 단연 윤성현 감독이 있었다. 작품을 고를 때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감독이라면 만나서 얘기를 할 텐데, 커뮤니케이션이 잘 될 수 있는 사람과 작품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라면서 "이해하지 못하거나 고쳤으면 하는 것을 솔직하게 나눌 수 있다면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2018년 여름 촬영을 마친 '사냥의 시간'은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코로나19 정국으로 극장 개봉이 무산되고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과정서 잡음도 거셌다. 이제훈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당황스러웠지만, 제가 사랑하는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굉장히 감사하고 기분 좋았다"라고 고백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에 공개되는 만큼 해외에서의 반응도 바로 오는 게 있어서 놀랍고 신기하더라고요."

'사냥의 시간'은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공개된 후 호평을 받았다. "눈시울이 붉어졌다"라던 이제훈은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봤고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베를린을 가게 돼 꿈만 같았다"라고 당시를 돌이켰다.

"가기 전부터 설레었고, 1600석이 꽉 찼고 환호성을 들었을 때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는 걸 느꼈어요. 이래서 '영화제에 오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새삼 느꼈죠. 한국영화를 알릴 수 있는 작품으로 또 가고 싶더라고요.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어요."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지만 이제훈은 "한국의 디스토피아적인 세계에 있어서 가까운 미래를 그리지 않았나. 앞으로도 곱씹어볼 작품이 아닐까 한다"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특히 그는 "보는 분마다 다르겠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또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이 인생을 살면서 선택을 하는데 그 선택의 결과는 나에게 온다는 거다. 그 결과에 만족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회피하거나 도망갈 수 있는데, 영화를 통해 그 선택의 결과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라고 했다.

"배우의 인생을 꿈꿨고 도전했고 그 도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 배우의 인생을 살 자격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묻고 있어요. 앞으로의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겠죠. 다만 저 자신을 돌이켜보고 결과에 있어서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는데, 영화의 마지막이 그걸 건드려 줬죠."

2007년 영화 '밤은 그들만의 시간'으로 데뷔한 이제훈은 '파수꾼' '고지전' '건축학개론' '분노의 윤리학' '파파로티'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박열' '아이 캔 스피크'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충무로 대표 배우로 활약 중이다.

"연기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행복한 사람이에요. 이것 아니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더라고요. 영화를 떼놓고 인생을 논하기 힘들어요. 지금도 도전하는 과정이에요. 많이 공부하고 뜻이 맞는 사람과 대중이 좋아하고, 오래 남겨질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갈지 모르겠지만 주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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