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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을 통해 '사람'과 '관계'를 들여다본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색다른 불륜드라마의 가능성을 열었다.
지난달 27일 첫 방송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 연출 모완일) 기세가 남다르다. 방송 2회 만에 시청률은 10.0%(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화제성도 잡았다. 비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포함한 방송 종합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를 이끄는 주인공 배우 김희애와 박해준은 출연자 화제성 지수에서 각각 1,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첫 화부터 폭발하는 애증 속 죽을힘을 다해 서로의 목을 조이는 부부의 치열한 신경전이 밀도 있게 그려졌다.
과감한 묘사에 속도감 있는 전개는 '부부의 세계'의 미덕이었다. 드라마는 주인공의 행복한 삶에 생긴 작은 균열에서 시작한다. 지선우(김희애)는 성공한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다정한 남편에 사랑스러운 아들까지 남부러운 것 없었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이후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놀라운 건 자신을 제외한 그의 지인들은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 설상가상 남편 불륜 상대의 임신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이 과정이 단 2회 만에 그려졌다.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무기이자 안전장치는 공감이다. 결혼이라는 사회 제도 안에서 당사자들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불안감을 건든다. 보편적인 정서라 설득이 어렵지 않다. 그 과정에서 인간 감정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도 한몫한다. 국내에서도 그간 불륜을 다룬 작품이 끊임없이 생동하며 안방을 달군 이유일 테다.
다만 국내 드라마에서 불륜은 막장 코드와 결합돼 자극적인 상황을 위한 도구로 쓰이곤 했다. 본처의 설움, 불륜녀의 패망을 골자로, 얼굴에 점을 찍고 다른 사람이 돼 상대를 응징했다. 최근에는 미스터리 추리 요소를 더해 내연녀 정체 찾기에 몰두하기도 했다.
'부부의 세계'는 이와는 좀 다른 길을 걷는다. 불륜을 도구가 아닌 관계의 문제로 주지시켜서다. 이미 주인공은 상대의 외도 사실을 알고 있다. 그 당사자도 누군지 드러났다. "당사자를 빼곤 다 (불륜을) 알았다"는 설정에 남편을 향한 감정은 물론 주변 지인과의 관계까지 재배치된다.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궁금증이 인다. '황폐해진 내면을 위선과 기만으로 감춰야 하는 이 지옥'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대처하고 또 반격할까. 또한 어떤 관계와 사건이 미묘하게 얽혀있을까.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부부의 세계'는 흥미 요소를 끌기 위해 여타 드라마에서 감추곤 하는 상황들을 초반부터 모두 공개한 상태에서 서사를 끌고간다. 과감하면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과거 불륜드라마가 다소 황당한 설정을 후반부에 등장시키며 자극을 부각하는데 몰두한 것과 확실히 다른,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분석했다.
주연 배우 김희애의 탁월한 존재감도 색다름을 더한다. 배신으로 인한 분노의 표출부터 고통에 수동적으로 당하기보다 더욱 교묘하게 상황을 비트는 지능적인 면모까지, 복합적인 캐릭터를 섬세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내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 SBS '내 남자의 여자', JTBC '밀회' 등 두 편의 전작에서 자유 연애주의자로 활약했던 그라, 변신에 눈길이 간다.
방송 전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모완일 PD는 "많은 작품이 부부의 얘기를 다루지만 틀에 갇혀 얕은 부분만 얘기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 부부와 관련해 정말 깊은 부분까지 보여주려 했다"라고 강조했다. 말뿐인 자신감은 아니었다. 막장을 넘어 색다른 불륜드라마의 세계를 보여줄 가능성, '부부의 세계'의 주요한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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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첫 방송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 연출 모완일) 기세가 남다르다. 방송 2회 만에 시청률은 10.0%(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화제성도 잡았다. 비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포함한 방송 종합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를 이끄는 주인공 배우 김희애와 박해준은 출연자 화제성 지수에서 각각 1,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첫 화부터 폭발하는 애증 속 죽을힘을 다해 서로의 목을 조이는 부부의 치열한 신경전이 밀도 있게 그려졌다.
과감한 묘사에 속도감 있는 전개는 '부부의 세계'의 미덕이었다. 드라마는 주인공의 행복한 삶에 생긴 작은 균열에서 시작한다. 지선우(김희애)는 성공한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다정한 남편에 사랑스러운 아들까지 남부러운 것 없었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이후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놀라운 건 자신을 제외한 그의 지인들은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 설상가상 남편 불륜 상대의 임신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이 과정이 단 2회 만에 그려졌다.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무기이자 안전장치는 공감이다. 결혼이라는 사회 제도 안에서 당사자들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불안감을 건든다. 보편적인 정서라 설득이 어렵지 않다. 그 과정에서 인간 감정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도 한몫한다. 국내에서도 그간 불륜을 다룬 작품이 끊임없이 생동하며 안방을 달군 이유일 테다.
다만 국내 드라마에서 불륜은 막장 코드와 결합돼 자극적인 상황을 위한 도구로 쓰이곤 했다. 본처의 설움, 불륜녀의 패망을 골자로, 얼굴에 점을 찍고 다른 사람이 돼 상대를 응징했다. 최근에는 미스터리 추리 요소를 더해 내연녀 정체 찾기에 몰두하기도 했다.
'부부의 세계'는 이와는 좀 다른 길을 걷는다. 불륜을 도구가 아닌 관계의 문제로 주지시켜서다. 이미 주인공은 상대의 외도 사실을 알고 있다. 그 당사자도 누군지 드러났다. "당사자를 빼곤 다 (불륜을) 알았다"는 설정에 남편을 향한 감정은 물론 주변 지인과의 관계까지 재배치된다.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궁금증이 인다. '황폐해진 내면을 위선과 기만으로 감춰야 하는 이 지옥'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대처하고 또 반격할까. 또한 어떤 관계와 사건이 미묘하게 얽혀있을까.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부부의 세계'는 흥미 요소를 끌기 위해 여타 드라마에서 감추곤 하는 상황들을 초반부터 모두 공개한 상태에서 서사를 끌고간다. 과감하면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과거 불륜드라마가 다소 황당한 설정을 후반부에 등장시키며 자극을 부각하는데 몰두한 것과 확실히 다른,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분석했다.
주연 배우 김희애의 탁월한 존재감도 색다름을 더한다. 배신으로 인한 분노의 표출부터 고통에 수동적으로 당하기보다 더욱 교묘하게 상황을 비트는 지능적인 면모까지, 복합적인 캐릭터를 섬세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내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 SBS '내 남자의 여자', JTBC '밀회' 등 두 편의 전작에서 자유 연애주의자로 활약했던 그라, 변신에 눈길이 간다.
방송 전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모완일 PD는 "많은 작품이 부부의 얘기를 다루지만 틀에 갇혀 얕은 부분만 얘기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 부부와 관련해 정말 깊은 부분까지 보여주려 했다"라고 강조했다. 말뿐인 자신감은 아니었다. 막장을 넘어 색다른 불륜드라마의 세계를 보여줄 가능성, '부부의 세계'의 주요한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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