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 '써놨다'던 서면자료 언제 주십니까? [와이파일]

전북경찰, '써놨다'던 서면자료 언제 주십니까? [와이파일]

2026.11.02. 오후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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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백브리핑' 이어 불송치 결정서 속 '모순'
질의서 보냈더니…"다 써놨지만 글로 주기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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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7일 오전, 전북경찰청 출입기자실에서 열린 백브리핑. 취재진을 맞은 경찰이 내건 조건이었습니다. 전·현직 전북자치도지사의 운명이 걸린 수사 결과를 알리는 자리였지만, 보도자료나 설명자료 한 장 없었습니다.

브리퍼는 "수사가 완전히 종결된 게 아니라서 답변에 한계가 있다"는 말부터 꺼냈습니다. 핵심 숫자를 묻자 "공부했는데 다 못 외웠다"며 그 자리에서 부하 수사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미리 자료를 준비해왔다면 될 일이었습니다. 결국 기록은 남기지 않고, 말로만 털어내는 자리였습니다.

그날 정리된 사건 중에는 이원택 전북지사의 '김관영 전 지사 내란 방조' 의혹 제기를 둘러싼 허위사실 공표 혐의도 있었습니다. 이 지사가 후보 시절 "정치생명까지 걸겠다"며, 2차 종합특검이 김 전 지사의 내란 방조 혐의를 무혐의로 판단한 뒤에도 의혹 제기를 이어간 사안입니다. 혐의를 벗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지역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나올 만큼 온 이목이 경찰의 칼끝에 쏠려 있었습니다. 결국 경찰의 결론은 '불송치', 즉 혐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김 전 지사 측이 경찰의 34쪽짜리 불송치 결정서를 전북경찰청 출입기자단에 전달해 왔습니다. 읽다 보니 경찰의 논리 구조가 이해되지 않는 대목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피의자의 발언을 두고 한쪽에서는 구체적인 '사실 적시'라 했다가, 두 장 뒤에서는 '의견 표현'이라 하고, 다시 '사실 적시'라고 말을 바꾼 부분부터 의문이었습니다.

경찰은 실제로 설치되지 않고 준비에 그친 35사단 계엄상황실을 두고는, 이 지사가 언급한 '설치'에 "'설치 준비' 행위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무언가를 준비한 것과 실행한 것이 같을 수는 없는데도 말입니다. 수사팀이 증거를 보는 기준도 들쭉날쭉했습니다. 특검의 불기소 처분은 "기판력이 없다"며 의미를 두지 않으면서, 도청 실무자가 "단순 착오"라고 인정한 문서는 이 지사 무혐의 판단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수사관들이 고심해 쓴 문서이니 깊은 법리가 숨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9월 말, 10월 6일에 있을 전북경찰청장 정례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의문점 네 가지를 정식 질의서로 보냈습니다. 문장의 뜻을 지역민 눈높이에서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지난달 2일, 브리퍼였던 담당 계장은 먼저 전화해 만나서 설명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서면으로 달라고 하자 알겠다고 답했습니다.

그 뒤로 한 달, 돌아온 것은 답이 아니라 말 돌리기였습니다.

지난달 7일 다시 통화했을 때, 언제쯤 서면으로 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담당 계장은 작성은 다 돼 있고 팀에서 이미 정리도 다 해놨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어서 "글로 나가는 건 좀 그럴 수 있으니까 말로 설명하면 안 되냐"고 했습니다. 이후로는 "우리는 관료제라 팀에서 쓴 걸 과장 결재 없이 마음대로 보낼 수가 없다"고 했고,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디테일한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본청에 물어봐서 오케이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더니, 급기야 "기록이 검찰에 가 있으니 검찰 의견도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사건을 매듭지을 권한을 전북경찰이 쥐고서도, 설명할 책임을 본청으로, 검찰로 넘긴 겁니다. 이미 준비돼 있다던 서면 답변은 10월이 지나 11월이 되도록 오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전북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불송치 결정을 재검토해달라는 고발인 요청을 '이유없음'으로 기각했습니다.

경찰이 스스로 소통의 문을 닫아거는 모습은 비단 이번 사건만의 일도 아닙니다. 중요 사건은 총경급 과장이 직접 설명한다며 2022년 전북경찰과 기자단이 합의했던 '총경 공보 책임제'는 흐지부지된 지 이미 오래입니다. 최근 전북경찰청은 얼굴을 맞대는 대면 기자간담회를 서면으로 약식 대체하려는 시도도 부쩍 반복하고 있습니다.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를 피하고 서면 간담회를 선호하면서, 정작 검증을 위한 서면 질문에는 '글로 남길 수 없다'며 물러서는 이 모순된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경찰의 권한은 전례 없이 커졌습니다. 죄의 유무를 스스로 판단해 사건을 닫는 불송치 권한도 그중 하나입니다. 경찰 스스로 불송치 결정서에 피의자의 행위를 두고 "흔히 정치권에서 '정치 공작', '흑색선전', '네거티브'라 부르는 행위로 보인다"고 적어놓고도 무혐의로 닫았다면, 그 이유는 지역민 앞에서 더 당당하게 설명돼야 합니다.

질문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직접 쓴 글의 앞뒤를 이해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판단은 힘을 얻을 수 없습니다.

대화의 문이 닫히면, 신뢰도 닫힙니다.



YTN 김민성 (kimms070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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