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만에 억울한 누명 벗었다"...4·3 생존 수형인 무죄

"76년 만에 억울한 누명 벗었다"...4·3 생존 수형인 무죄

2025.05.25. 오전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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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 4·3 당시 억울하게 전과자가 된 16살 소년이 무려 77년이 지난 지금, 90대가 되어서야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당사자인 강택심 씨의 사연은 제주 4·3의 상처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고재형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합니다."

92살 강택심 씨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입니다.

법정 안에서도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재심을 담당한 판사도 오랜 세월을 고통 속에서 지낸 강 씨를 위로했습니다.

[노현미 / 4·3 재심 재판부 재판장 :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데 너무나 긴 시간이 통한의 세월로만 흘렀습니다. 다만 오늘 이 판결 선고가 피고인의 억울함을 푸는 작은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강 씨는 4·3이 한창이던 지난 1948년 누명을 쓰고 16살 어린 나이에 억울하게 전과자가 됐습니다.

'폭도 연루'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 18살 나이에 6·25 전쟁에 참전해 다리까지 다쳤습니다.

공무원 시험도 봤지만, 4·3 당시 전과 이력 때문에 탈락해야 했습니다.

모진 세월을 견디게 한 힘은 오직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일념이었습니다.

"억울한 사연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과 죽기 전에 명예를 회복하고 싶습니다."

77년 동안 자신을 옭아매던 누명과 억울함에서 벗어난 강 씨는 한결 가벼운 마음입니다.

[강택심 / 4·3 일반재판 수형인 : 늦게나마 오늘 그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제 마음속에는 지금 뭐 날아가고 싶어요. 그렇게 고맙습니다.]

4·3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수형인인 강 씨가 직권재심으로 무죄를 선고받기까지 합동수행단과 재심 재판부의 노력이 컸습니다.

4·3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은 강 씨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해 신속하게 재심을 신청했고,

재판부도 제주 대신 거주지 인근인 사법연수원에서 재판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4·3 수형인 4,327명 중 2,518명이 재심으로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YTN 고재형입니다.


영상기자: 윤지원



YTN 고재형 (jhko@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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