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라이브] '흰머리 여고생' 칠곡 할매들의 마지막 수업

[뉴스라이브] '흰머리 여고생' 칠곡 할매들의 마지막 수업

2023.02.02. 오전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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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호준석 앵커
■ 화상연결 : 김영분 할머니 (’칠곡할매글꼴’ 원작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LIVE]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오늘 저희가 특별한 손님을 저희 뉴스라이브의 영상으로 연결하려고 합니다. 가난해서, 여자라서 제때 학교를 갈 수 없었고 일흔이 넘어 한글을 배웠고 그러다가 한글 글꼴을 만들었습니다. 이 글꼴이 대통령의 신년 연하장에까지 사용됐습니다. 요즘 화제인 분들이죠. 칠곡할매 다섯 분인데요. 이 글꼴을 만든 분이 다섯 분입니다. 이 중에 오늘 김영분 할머니를 영상으로 연결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영분]
안녕하세요.

[앵커]
반갑습니다. 오늘 어떻게 기분이 괜찮으십니까?

[김영분]
좋습니다.

[앵커]
오늘 뉴스에 나오신다고 하시니까 주위에서 뭐라고들 하시던가요?

[김영분]
모두 좋다고 찬성합니다.

[앵커]
반대하는 분은 없었습니까? 뉴스 나오는 거 반대하는 분은 없던가요, 주변에?

[김영분]
네, 없습니다.

[앵커]
지금 가족이 어떻게 되시죠?

[김영분]
가족이요? 많습니다.

[앵커]
사실 저한테 연세로 보면 할머니뻘이 아니라 저희 어머니뻘이거든요. 제가 호칭을 어떻게 할머님이라고 할까요, 어머니라고 할까요?

[김영분]
아무리 불러도 좋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러면 어머님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글 처음 배우러 가신 게 2017년이었다면서요?

[김영분]
네.

[앵커]
그러니까 평생을 사실 한글을 모르신 상태로 사셨는데 연세가 70세가 넘어서 한글을 배워야 되겠다, 그래도 배워야 되겠다. 그렇게 결심하신 계기가 있었습니까?

[김영분]
네, 공부를 못 배워서 공부 배우려고 한이 돼서 열심히 했습니다.

[앵커]
한글을 모르니까 어떤 점이 제일 불편하셨었나요?

[김영분]
농협 같은 데 새마을금고 같은 데 가면 내 손으로 글을 써야 되는데 못 써서 남한테 빌릴 때가 제일 아쉬웠어요.

[앵커]
그러면 은행 같은 데 가실 때마다 또 뭐 쓰라고 할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그러셨겠군요?

[김영분]
네.

[앵커]
식당 같은 데 가서 메뉴판 보고 그런 것도 불편하셨겠고요?

[김영분]
네, 그런 것도 불편하고 불편한 게 많았습니다.

[앵커]
어머니, 그래서 한글을 배우셨는데 한글 다 배우고 나서 다 읽으시지 않습니까? 제일 좋은 점은 어떤 건가요, 한글 배우고 나니까?

[김영분]
어디 나가서 나들이 같은 데 나가서 간판 보고 그때가 좋아요.

[앵커]
편지도 직접 써보시고 그러셨습니까?

[김영분]
네.

[앵커]
누구한테 쓰셨나요?

[김영분]
아들한테 썼습니다.

[앵커]
아드님은 지금 같이 살고 계신가요? 아니면 외지에 계신가요?

[김영분]
저 혼자 있습니다.

[앵커]
아드님한테 편지를 뭐라고 쓰셨나요?

[김영분]
아들한테요. 제가 공부도 못 했는데 아들도 공부를 많이 못 가르쳐서 그것도 한 되고 아들한테 공부 많이 못 가르친 죄로 미안한 점이 있어서 그래 했습니다.

[앵커]
아드님이 그 편지 받아보시고 뭐라고 하시던가요?

[김영분]
반갑고 잘 썼다고 하고. 저도 참 엄마가 이래 공부를 해서 저한테 편지를 해서 너무 감사하고 고맙하고 그래 말했습니다.

[앵커]
한글을 배워서 제일 잘한 것 중의 하나가 하나가 아드님께 편지 쓰신 순간이었겠군요.

[김영분]
네.

[앵커]
한글 배우실 때 어렵지는 않으셨습니까?

[김영분]
어려운 점은 밑의 받침이 어려워서 그렇지 배우는 건 선생님이 모르는 건 잘 가르쳐주고 옆에서 마을 총무님하고 교회 권사님하고 도와주고 마을 이장님도 한 번씩 와서 가르쳐주고 돌보고 해서 열심히 했습니다.

[앵커]
이장님, 권사님 다 고마우신 분들. 제일 고마운 분은 어떤 분입니까?

[김영분]
제일 고마운 분은 군수님하고 마을 이장님, 새마을 지사님 마을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앵커]
고마운 분들 덕분에 한글을 배우시게 됐고 그런데 글씨체를 만드셨지 않습니까?

[김영분]
네.

[앵커]
그건 어떻게 해서 글씨체 만드시게 됐나요?

[김영분]
글씨체, 선생님이 글씨체를 만들어보라고 해서 만들어봤습니다.

[앵커]
김영분 어머님 본인 글씨체가 마음에 잘 드십니까?

[김영분]
네.

[앵커]
주위에서 아드님이 그 글씨체 보고 뭐라고 하시던가요?

[김영분]
잘 썼다고 그럽니다.

[앵커]
지금 보여드리는 게 할머니 다섯 분의 글씨체인데 지금 이 글씨가 바로 김영분 할머니이 만드신 글씨체입니다. 너무 아름답고 예쁘고 간결한 게 제일 아름답다고 하는데. 정말 아름답다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 글씨체를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신년 연하장에도 이 글씨체를 사용해서 연하장을 보냈고요. 그 소식 들으셨을 때 어머니, 대통령이 우리 글씨체를 썼다, 그 소식 들으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김영분]
기분이 좋죠.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앵커]
너무 좋으셨어요? 어머니, 어머니. 대답 좀 빨리 해 주시고요. 지금 기분 괜찮으시죠?

[김영분]
네.

[앵커]
기분이 너무 좋으셔서 대통령실에 초대도 받으셨더군요.

[김영분]
네.

[앵커]
그때는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김영분]
거기 가서도 말도 못하게 좋았죠.

[앵커]
대통령께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김영분]
살다 보니 이럴 때가 있나 싶고 너무 좋았습니다.

[앵커]
살다 보니까 이런 때도 있나 싶었다. 대통령께서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할머님한테?

[김영분]
반갑다고 하고 좋았습니다.

[앵커]
그때 대통령님께 선물도 챙겨서 가셨다면서요?

[김영분]
네.

[앵커]
뭐 챙겨가셨습니까?

[김영분]
그거는 제가 챙겨간 게 아니고 다른 할머니가 챙겨갔죠. 저는 챙겨갈 줄도 몰랐습니다.

[앵커]
다른 할머니는 뭘 챙겨가셨어요?

[김영분]
다른 할머니는 콩, 팥, 깨, 쌀하고 그렇게 챙겨갔습디다.

[앵커]
만약에 다시 가실 수 있다면, 다시 가신다면 뭐를 갖다드리고 싶으신가요?

[김영분]
다시 가면 농사 짓는 거 갖다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요새도 계속 농사를 짓고 계신가요?

[김영분]
네, 우리 집 앞에 조그만한 텃밭이 있습니다. 텃밭에 조금조금 합니다.

[앵커]
힘들지 않으시고요?

[김영분]
힘들어도 놀면 뭐하겠습니까? 해야 되지.

[앵커]
그렇죠. 노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시는 게 좋은 거죠. 그래서 한글도 배우신 거고. 또 어디서 말씀하신 것 보니까 영어도 배우고 싶다고 하셨다면서요?

[김영분]
네. 공부를 하니까 그것도 욕심이 나서 좀 하고 싶네요.

[앵커]
영어는 왜 배우고 싶으신가요?

[김영분]
물건 같은 거 사고 이러면 지금 영어가 많이 쓰입디다. 그래서 이게 뭔가 몰라서도 또 배우고 싶고 또 욕심에 배우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그럽니다.

[앵커]
영어 다 배우시고 나면 언제 미국도 한번 가시고 싶은 마음은 없으신가요?

[김영분]
영어를 배우면 미국도 한번 가야 안 되겠습니까?

[앵커]
미국에 제일 가시고 싶은 데는 어디 있습니까?

[김영분]
제일 가고 싶은 데요. 제주도도 가고 싶고 엄청 다 가고 싶죠. 가고 싶지만 그게 마음대로 됩니까? 잘 안 되죠.

[앵커]
제주도도 꼭 가시고 미국도 언젠가 꼭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아직 건강하시고 연세도 77세밖에 안 되셨고. 77세면 어머니, 제가 계산해 보니까 해방됐을 때 그때쯤 대략 태어나신... 몇 년생이신가요, 어머니?

[김영분]
그때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여튼 8살에 들면서 피란 갔다왔습니다.

[앵커]
8살에 뭐라고요?

[김영분]
8살에 피란 갔다왔어요.

[앵커]
그러니까 한글을 배우시기가 어려웠군요. 자라실 때?

[김영분]
네.

[앵커]
마음속에 한이 늘 있으셨겠군요. 그때 배우지 못하신 한이.

[김영분]
네. 그때 못 배운 걸 이제 지금 배우니까 너무 기쁘고 좋습니다.

[앵커]
그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 평생 못 배우신 한을 지금 배우니까 보람, 그런 느낌. 어떤 느낌인가요?

[김영분]
평생 못 배운 걸 지금 배워서 글도 쓰고 하니 너무 좋습니다.

[앵커]
아까 보니까 시도 쓰시더라고요. 시집도 나오고 그랬더라고요.

[김영분]
네.

[앵커]
어떤 시를 쓰셨나요, 김영분 어머님은?

[김영분]
늦게 공부를 배워서 그렇게 씨도 쓰고 이래 하니까 떳떳하고 말을 못하겠습니다.

[앵커]
이거 이 시를 제가 한번 읽어드리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께. 바로 김영분 어머님 쓰신 시고요. 우리 선생님 고맙습니다. 공부를 모해, 이게 뭐죠? 크게 해 주실래요? 저희 모니터에서 이 글씨가 작게 보여서요. 친구들은 공부하고 어머니 나도 공부해요. 어머니 공부하고 보니 어머니 생각나요. 어머님 생각이 많이 나시는군요.

[김영분]
네. 엄마 생각이 너무 많이 나요. 못하게 하는 공부를 이제 공부를 하니까 엄마 생각이 너무 많이 나서 그래 썼습니다.

[앵커]
공부를 하는데 어머니 생각이 왜 그렇게 많이 나시는 건가요?

[김영분]
연필 들고 앉아 공부를 하니까 제가 늦게 공부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생각이 났습니다.

[앵커]
지금도 77세신데 그렇게 어머니가 그리우시군요.

[김영분]
엄마가 너무 그리워요. 아버지도 그립고 엄마도 그립고 다 그리워요.

[앵커]
어머니 만나실 수 있다면 어머님한테 이 얘기는 꼭 드리고 싶다,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그런 것이 있습니까?

[김영분]
어머니 만날 수 있으면 그 말을 하죠. 어머니, 제가 공부를 이제 제가 공부해서 아들한테 편지도 쓰고 간판도 읽고 눈 감았다 떴다 생각하니 너무 좋습니다.

[앵커]
김영분 어머님, 좋아하시는 가수 있습니까, 어머니?

[김영분]
좋아하는 가수요? 가수야 다 좋지요.

[앵커]
요새 재미있게 보신 드라마가 있나요?

[김영분]
드라마 잘 안 봅니다. 뉴스나 볼까 드라마는 잘 안 봅니다.

[앵커]
뉴스는 가끔 보시고요?

[김영분]
네.

[앵커]
YTN도 많이 보시죠?

[김영분]
네.

[앵커]
YTN에서 제일 좋아하는 앵커는 혹시 누구 있습니까? 호준석? 농담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이렇게 한글을 배우시기까지 많은 분들이 아까 말씀하신 분들, 도움이 있었습니다. 제가 보니까 작년에 이렇게 성인문해교육이라고 하는데 글을 모르시는 분들한테 한글교육 해 주시는, 받는 분들이 8만 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인 200만 명이 읽기, 쓰기 교육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 도와주시는 분들, 또 이렇게 공부해 주신 분들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리겠고요. 아까 영어도 배우고 싶다고 말씀하셨고 그거 말고 앞으로 인생에서 계획, 내가 이거 꼭 하고 싶다라든지 이거는 이루고 싶다든지 그런 계획이 있으신가요?

[김영분]
공부는 좀 더 열심히 많이 하고 싶습니다.

[앵커]
영어 공부하시고 또 다른 공부 배우고 싶은 것 또 있으신가요?

[김영분]
자꾸 욕심 내면 뭐 하겠습니까? 그것만 배우고 말지요.

[앵커]
알겠습니다. 영어 열심히 공부하셔서 한글을 깨우치셨으면 영어 하실 수 있거든요. 영어 꼭 깨우치셔서 제주도 가시고 그다음에 미국도 꼭 가시고 그러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김영분]
네, 감사합니다.

[앵커]
어머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김영분]
네.

[앵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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