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한 달 만에 폐과라니 이건 사기죠"...빨라지는 지방대 위기 어쩌나

"입학 한 달 만에 폐과라니 이건 사기죠"...빨라지는 지방대 위기 어쩌나

2022.03.21. 오후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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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지방에 있는 한 4년제 대학교가 돌연 4개 과를 폐지하겠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학생들, 특히 입학한 지 한 달도 안 돼 이 소식을 들은 신입생들의 충격이 작지 않습니다.

점점 심화하는 지방대 소멸 위기를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김민성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방 4년제 사립대인 전북 원광대학교.

수업이 한창인 오전 시간인데, 학생들이 캠퍼스 여기저기서 서명운동을 벌입니다.

"혹시 시간 되시면 화학과 폐과 결정 반대 서명 한 번만 해주세요."

원광대는 최근 철학과와 반도체·디스플레이학과 등 4개 과를 폐과한다는 학칙 개정 계획을 교내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김태민 / 원광대 빅데이터·금융통계학부 학회장 : 학생들도 불안해하고 걱정이 많은 상태입니다. 과 학생회와 교수님들과 의사소통하지 않고 통보식으로 폐과된다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게 가장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가장 충격이 큰 건 얼마 전 입학한 신입생들입니다.

[김나연 / 원광대 화학과 1학년 : 이런 소식을 알았으면 지원을 안 했을 것 같아요. 애초에 모르고 입학을 했다는 게 사기 입학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학교 관계자는 "폐과는 재정 지원 불이익을 막기 위한 결정으로, 지난해부터 교직원들과 협의를 거쳤다"고 해명했습니다.

폐과된 과 학생들도 졸업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는데, 재학생들의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대학 내 과 통·폐합은 최근 들어 더 두드러지는 현상인데, 학령 인구 감소가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난 2000년 80만이 넘었던 학령 인구는 20년 만에 약 50만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영향은 지방대에 더 크게 작용하는데, 실제로 지난해 전체 미충원 정원 4만여 명 가운데 3만 명이 비수도권 대학 정원입니다.

이에 상당수 지방대가 수시모집 비율을 늘려 수험생을 우선 확보하거나, 심지어 사은품을 앞세워 입학생을 유치하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25년 뒤에는 대학 절반이 사라질 거라는 분석과 함께, 지방대의 위기가 지역 소멸까지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병국 /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 : 지역 간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지방 대학의 학생들이 계속 올 수 있도록 하고 졸업한 학생이 그 지역에 정주하도록 해야 하는데요. 때문에 정부가 고등교육 재정을 책임지고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것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속설은 마치 빙하가 녹듯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대학구성원을, 멀게는 비수도권 시민을 소멸 위기에서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필요해 보입니다.

YTN 김민성입니다.


YTN 김민성 (kimms070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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