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은 협력업체 "을도 아니고 병이에요"...대기업 "법적 책임 없다"

주저앉은 협력업체 "을도 아니고 병이에요"...대기업 "법적 책임 없다"

2021.01.20. 오전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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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두가 힘든 요즘, 대기업의 한 협력업체 대표가 오랜 경영난에 시달리다 엄청난 부채를 떠안은 채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업체 대표는 대기업의 야박한 대우 탓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대기업 측은 이미 합의가 끝난 만큼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김학무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1993년부터 28년 동안 한 대기업의 협력업체를 운영한 정학근 씨.

정 씨는 오랜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최근 회사에서 손을 뗐습니다.

그동안 협력업체를 운영하며 투입한 자금만 30억여 원.

매년 수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메우고 직원들 월급을 챙겨주느라 집과 전답을 모두 판 겁니다.

하지만 아직도 금융기관 대출금이 10억 원이나 밀려 있어 정 씨는 이제 길거리로 나앉을 지경입니다.

[정학근 / 파산 협력업체 대표: (대기업이) 이렇게 하라면 그렇게 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여태까지 그렇게 적자 폭을 늘려서 온 거죠. 진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파산하는 건 당연한 거고.]

정 씨 업체는 해당 대기업의 같은 공장 건물에서 특정 제품의 작업 공정만 맡은 사내 도급업체.

대기업은 직원 인건비가 4분의 1 수준인 협력업체에 맡겨 비용을 줄였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받는 작업 물량이 들쑥날쑥이라 협력업체는 적정한 직원 수를 맞추기 힘들었고,

물량이 적을 때 남아도는 직원 임금은 사비를 털어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고 정 씨는 하소연합니다.

[정학근 / 파산 협력업체 대표 : (협력업체는) 을도 아니고 거의 병 정 정도 되지 않느냐, (대기업에서) 인건비가 거의 안 나올 정도로 운영하다 보니까, 매년 적자 폭이 늘어나는 거죠.]

하지만 대기업 측은 지난 연말에 연장근로 비용 등 6억2천만 원을 지급하고 협력업체와 거래를 마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합의 이후 정 씨가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도급 과정에서 부채가 늘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대기업은 협력업체 파산에 법적 책임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대립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YTN 김학무[moo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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