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0억 들인 돼지 열병 광역울타리...땜질 처방에 전시행정 비판

960억 들인 돼지 열병 광역울타리...땜질 처방에 전시행정 비판

2021.01.14. 오후 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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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 광역 울타리
ASF 바이러스 차단 위해 경기·강원 접경지역 설치
마을 입구·하천 등 곳곳 끊겨 ’빈틈’
"양돈 농가 주변 접근 막는 방역체계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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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오늘(14일) 아프리카 돼지열병, ASF 방역 조치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지금까지 정부 대책의 핵심은 강원과 경기 접경지역에 설치한 광역 울타리였습니다.

그 길이만 무려 1,200km에 달하는데 야생멧돼지를 통해 바이러스가 계속 남하하는 상황에서 현장에서는 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홍성욱 기자가 광역 울타리 설치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환경부가 경기와 강원 접경지역에 설치한 높이 1.5m 광역 울타리입니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 ASF 감염 멧돼지가 확인된 지역은 어딜 가나 울타리가 설치됐습니다.

하지만 마을 입구는 물론, 하천과 다리, 건물이 있는 곳은 곳곳이 끊겨 있습니다.

멧돼지 이동을 막기 위해 설치한 광역 울타리입니다.

그런데 언제든 멧돼지가 오갈 수 있게 구멍이 뻥 뚫려 있는가 하면,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심지어 강과 맞닿아 있어 멧돼지 이동이 쉽지 않은 곳에도 이렇게 울타리가 설치돼 있습니다.

울타리 설치 이유는 멧돼지 서식지에 사람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고, 민가로 멧돼지가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

하지만 공사 편의상 대부분 도로를 따라 설치했습니다.

[강필수 / 마을 주민 : 산밑으로 쳐야지. 왜 여기에 치냐고요. 말도 안 되지, 말이 안 되는 거야. 돈이 많으니까 이러는 거야.]

한쪽은 강으로, 한쪽은 도로로 막혀 있어 멧돼지 이동이 불가능한 곳에도 보란 듯이 쳐놨습니다.

[마을 주민 : 산밑으로 해줘야지, 논이고 밭이고 (안 내려오게 하려면). 이거 미쳤어. 이거 (설치)한 사람. 여기에 뭐하러 (멧돼지가) 길을 건너서 가느냐고요. 멧돼지 내려온 거 한 번도 못 봤어.]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되면 그 밑으로 다시 울타리를 세우는 일이 반복되며 그 길이는 무려 1,200km 달합니다.

비용은 960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마을 주민 : 책상머리에 앉아서, 현장을 보고 해야지. 현장을 조사하고 했어야지. 뭐하러 강에 (설치)하느냐고, 참 아이고.]

무작정 울타리를 치기보다는 양돈 농가 주변 접근을 막고, 방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

하지만 환경부는 빈틈은 어쩔 수 없다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 사유지나 이런 데는 땅 주인이 반대하면 강제로 (설치)할 수 없잖아요. 빈틈이 있거나 민원이 많은 데는 마을 뒤쪽으로 산 쪽으로 돌려치는 구간도 많습니다. 그렇게 하려 하고 있고요.]

멧돼지 습성과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땜질 처방과 설치를 반복하는 ASF 광역 울타리.

철망으로 막아도 바이러스는 빠르게 남쪽으로 퍼지며 접경지역 현장에서는 천억 원 전시행정이라는 날 선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YTN 홍성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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