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여름 보낸 강원 동해안...태풍 피해 '참담'

최악의 여름 보낸 강원 동해안...태풍 피해 '참담'

2020.09.10. 오후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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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19와 집중호우로 최악의 여름을 보낸 강원 동해안 지역이 태풍까지 겹치며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항·포구는 해양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고, 배추 등 고랭지 농산물 피해로 추석 물가에도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이달 말 단풍철을 앞둔 설악산은 오늘로 닷새째 전면 통제되고 있습니다.

강원 동해안 태풍 피해 소식, 강원취재본부 연결해 알아봅니다. 지환 기자!

강원 동해안 지역 태풍 피해가 극심한데요.

피해 집계 나왔습니까?

[기자]
연이은 태풍으로 강원 동해안 항포구는 바닷물이 방파제를 넘어 들이치는 '폭풍해일' 피해가 큽니다.

거대한 파도에 대피해 있던 어선 28척이 뒤집혀 파손되고 각종 항구 물품이 속절없이 떠내려갔는데요.

부둣가에 보관하던 그물과 어구, 냉장고 등도 유실돼, 바다는 평온해졌지만 조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곳이 많습니다.

어선뿐 아니라 방파제와 소형 선박이 하역하는 물양장 등 어항 시설 피해도 큰데요.

수억 원을 호가하는 유실된 어구까지 조사가 마무리되면, 전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강원도는 피해가 유독 큰 삼척과 양양 지역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항구 피해가 심각하군요.

해양 쓰레기도 어마어마하다면서요?

[기자]
바다와 강이 만나는 하구 곳곳에는 강물이 쓸고 온 쓰레기가 산더미입니다.

잡목이 가장 많고, 농약병이나 플라스틱이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강릉 연곡천 하류 영진항에 쓰레기를 모아두고 있는데요. 어제까지 이틀간 모은 게 25톤입니다.

바람이 불면서 모은 쓰레기가 날아가지 않게 잡아두는 게 어려울 정도입니다.

영진항 뿐 아니라 남항진이나 강문, 임원항 등 동해안 곳곳에서 쓰레기가 1만 톤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치우는 데 한 달 넘게 걸리고 비용도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안타까운 인명 피해도 있었죠?

[기자]
지난 7일 태풍 상륙 직전 강원도 삼척에서 실종됐던 석회석 업체 직원 44살 박 모 씨가 이틀만인 어제 오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삼척 오분항 갯바위 인근 해상에 떠 있는 시신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는데요.

박 씨는 동료 10여 명과 채굴작업 후 철수하는 과정에서 도로 유실로 배수로에 빠졌고, 물에 휩쓸렸습니다.

당시 삼척지역에는 시간당 45mm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는데요.

태풍 경보가 나온 상황인데, 업체 결정으로 오전 8시부터 작업을 강행했습니다.

태풍 피해 경고를 무시한 안전 불감증이 사고 위험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얼마 전 강원도 평창에서 다리 유실 소식이 있었죠.

다리 앞을 막은 주민이 있었다고 지환 기자가 직접 보도했는데요.

유실 원인이나 복구 계획 나왔습니까?

[기자]
다리가 유실되기 직전 다리 앞 차량 진입을 몸으로 막은 평창 주민들이 계셨죠.

보도 이후 목숨을 구한 운전자분께서 YTN에 감사 인사를 대신 전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자기 일처럼 나서서 인명 피해를 막은 박광진 씨를 포함한 주민 6명에게 평창시민상이 수여됐습니다.

다리가 유실된 원인을 살펴보면요.

강물이 불고 유속이 빨라지면서 다리 기초 하부 바위와 토사가 깎였습니다. 세굴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요즘에는 강관으로 기초 파일을 만들고 시공해서 다리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이번에 유실된 평창 다리의 경우 1980년대에 만들어졌는데 암반 위에 콘크리트 기둥을 세우는 공법을 사용했습니다.

안전에 취약하고요.

문제는 이런 다리가 강원도 평창에만 100여 개, 전국적으로는 어마어마하다는 겁니다.

언제든지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는데요.

재가설이 가장 좋은데 돈, 예산이 부족합니다.

사고가 나면 지금처럼 매번 일부 보강에 그치는 형편입니다.

[앵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농산물 피해도 극심하다면서요? 추석 물가에도 영향을 줄 것 같은데요.

[기자]
저희 취재팀이 어제 강릉 사과 농장에 다녀왔습니다.

바닥에 나뒹구는 사과가 나무에 매달린 것보다 두 배 이상 많았습니다.

집중호우 피해가 큰 강릉, 평창이 고랭지 지역이죠.

배추밭 피해도 극심한데요.

심은 지 20일도 채 안 된 배추밭은 진흙을 뒤집어썼고요. 일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모종 구하기도 어려운 데다 설사 다시 심는다 해도 김장 시기에 맞춰 수확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실제 이번 태풍으로 인한 농산물 피해는 3만여 ha, 여의도 면적 110여 개를 합친 면적에 이릅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고요.

수급 불안에 따른 물가 오름세도 이어질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대표 국립공원인 설악산 상황 좀 보죠. 이달 말이면 단풍철이고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릴 텐데요. 설악산 피해도 크다면서요?

[기자]
설악산 곳곳이 유실되거나 파손됐고, 쓰러진 나무나 산사태 우려에 모든 길목이 통제되고 있습니다.

특히 백담지구와 설악동지구 피해가 큰데요.

도로는 뒤집혔고, 탐방로 난간은 엿가락처럼 휘었습니다.

피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완전 복구까지는 상당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당장 이달 말 설악산 대청봉에서부터 단풍이 시작되는데요.

항구 복구까지는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국립공원 측은 일단 2주 정도 예상하는 응급 복구를 마치는 대로 순서대로 탐방로 개방에 나설 예정입니다.

전국 국립공원 탐방로 개방 여부는 국립공원 누리집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단풍철을 앞두고 등산 계획하는 분들은 사전에 미리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강원취재본부에서 YTN 지환[haj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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