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없는 날, 반짝 이벤트에 불과"...노동 환경 개선 필요

"택배 없는 날, 반짝 이벤트에 불과"...노동 환경 개선 필요

2020.08.14. 오후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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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택배 없는 날'이 처음으로 시행됐지만, 여기에 참여하지 않는 우체국과 소규모 업체 등으로 택배 물량이 몰리면서 이곳 노동자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참에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허성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른 아침부터 집배원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도착한 택배들을 지역별로 분류하고, 전산에 입력하다 보면 배달을 시작하기도 전에 구슬땀이 맺힙니다.

우편물에 택배 상자까지 들고 좁은 골목길을 누빕니다.

[한동훈 / 집배원 : 댁에 계십니까? 네, 바로 방문하겠습니다. 올라갈게요.]

'택배 없는 날'을 맞아 우체국 위탁 배달원이 모두 쉬는 상황.

사람은 줄었지만, 물량은 두 배로 늘었습니다.

폭염 경보가 발령돼 체감온도는 이미 40도를 넘었지만, 쉴 틈이 없습니다.

[한동훈 / 집배원 : 택배 하나 배달하는 대도 주차공간이 확보되어야 하니까 100m를 걸어가든 오래 걸어야 하는데 무거운 것까지 들고 가면 아무래도 체력 소모가 큽니다.]

대형 택배업체 노동자들이 모처럼 평일 휴가를 얻었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우체국 집배원들을 비롯해 노조가 없는 소규모 택배업체나 쿠팡처럼 고용 체계가 다른 곳의 노동자들은 제외됐습니다.

쉬는 노동자들의 빈자리는 결국 이들이 돌려막기로 메워야 하는 겁니다.

사정이 낫다는 집배원들도 변변한 휴가 한번 제대로 가본 적이 없습니다.

[백현 / 서대구우체국 우정노동조합 지부장 : (휴가를 가면) 내 동료가 자기가 맡은 업무를 다 하고 다시 제가 원래 하던 구역까지 들어가야 하므로 제가 97년에 발령받았는데 여태껏 우리 아이들하고 휴가를 못 간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택배 물량은 30% 이상 증가했습니다.

최근에는 심야 배송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택배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는 더 세지고 있습니다.

과로사로 산재를 인정받은 택배 노동자만 벌써 7명에 이릅니다.

'택배 없는 날'이 현재 택배 시스템의 근본적인 구조변화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YTN 허성준[hsjk23@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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