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역대 최대 1조3천억 원 벌금...'황제 노역'으로 퉁?

[취재N팩트] 역대 최대 1조3천억 원 벌금...'황제 노역'으로 퉁?

2019.01.16. 오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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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홍콩에서 사들인 금괴를 일본에 몰래 팔아 수백억 원을 챙긴 불법 중계무역상들에게 법원이 역대 최대 금액의 벌금을 선고했습니다.

주범 2명이 각각 1조 3천억 원이 넘는 벌금을 내야 하는데, 벌금 대신 노역으로 대신할 것으로 보여 '황제 노역'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사건 취재한 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차상은 기자!

우리나라 법원 역사상 최대 금액의 벌금이 나왔습니다. 판결 내용부터 정리해주시죠.

[기자]
불법 중계무역상 윤 모 씨 일당은 홍콩에서 산 금괴를 우리 공항 환승 구역에서 일본행 여행객에게 맡겨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주범 양 모 씨에게는 징역 5년에 벌금 1조 3천3백억 원이 선고됐고, 운반 총책 윤 모 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양 씨보다는 백억 원 정도 적은 1조 3천2백억 원의 벌금이 선고됐습니다.

1조 원이 넘는 벌금이 선고된 것은 우리나라 법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재판부는 2조 원이 넘는 추징금도 양 씨 조직원들에게 명령했습니다.

[앵커]
1조 원이 넘는 벌금과 2조 원대 추징금 모두 천문학적인 금액입니다.

어떻게 결정됐습니까?

[기자]
법에 따라 수사와 재판에 진행되듯이, 벌금 역시 법에서 정한 규정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가운데 제6조, 관세법 위반행위의 가중처벌 규정에 따라 벌금이 결정됐습니다.

벌금 기준을 보면 수출하거나 반송한 물품의 원가에 따른다고 돼 있습니다.

범행 물품이 금괴 2만 개이다 보니, 1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벌금이 부과된 겁니다.

2조 원 정도인 추징금도 관세법에 따라 결정됐는데, 벌금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금괴의 도매가격으로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만약 이들 조직이 가지고 있는 금괴가 있었다면 몰수 대상인데, 대부분을 일본에서 판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에 판매 금액만큼의 추징금이 매겨졌습니다.

[앵커]
현실적으로 1조 원이 넘는 벌금을 내는 게 가능하지 않아 보이는데요.

노역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대신한다면서요?

[기자]
형법에 따르면 선고받은 벌금을 한 달 안에 내지 않으면 강제 노동을 해야 하는 노역장에 유치됩니다.

벌금을 못 내면 노동으로 대신해라, 이런 뜻인데요.

그런데 이 노역장에서 강제 노동을 시킬 수 있는 최대 기간이 3년입니다.

노역장에서 3년만 일하면 벌금 액수와 관계없이 벌금형이 끝나는 건데, 이번에 1조 3천억 원을 선고받은 윤 모 씨는 벌금을 3년으로 나눈, 통상 천일로 나눈 금액만큼을 일당으로 인정받게 되는 겁니다.

그 금액이 하루 13억 원에 달합니다.

'황제 노역'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정리하면 벌금이 1조 원이든 100조이든 최대 3년만 강제 노동하면 벌금 자체는 깨끗하게 정리되는 셈입니다.

실효성도 없고, 통상 10만 원으로 정해지는 일반 형사사건의 피고인들과 비교하면 형평성 역시 어긋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밀반송한 금괴가 많아서 이런 벌금과 추징금이 결정된 건데, 수천 명에 달하는 우리 국민이 범행에 동참해서 가능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들 조직은 우리 공항 환승 구역에서 일본까지의 금괴 운반을 맡기기 위해 운반책을 모집했습니다.

일본 공짜 여행을 시켜주겠다는 미끼를 내걸었더니 수천 명에 달하는 여행객들이 운반책을 하겠다고 나섰고, 결국 금괴 4만 개가 일본으로 손쉽게 넘어갔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적발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검찰 관계자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유동호 / 부산지검 외사부장 : 이번 사건을 통해서 검찰이 확인한 바로는 2016년 한 해 동안만 약 5천 명의 사람들이 공짜 여행에 속아서 금괴 밀수 운반책으로 이용됐습니다. 일부 경우에는 일가족이 금괴 밀수를 하다가 일본에서 체포돼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천문학적인 벌금의 배경에는 수많은 운반책이 있는 셈인데, 검찰은 지금도 비슷한 미끼를 내걸고 불법 운반책을 모집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여행객들의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앵커]
수고했습니다. 차상은[chase@ytn.co.kr]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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