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태안화력 하청 노동자 참사...'위험의 외주화' 중단 촉구

[취재N팩트] 태안화력 하청 노동자 참사...'위험의 외주화' 중단 촉구

2018.12.13. 오후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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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제(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났습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시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오늘부터 촛불집회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 연결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곤 기자!

먼저 이번 사고 상황부터 정리해주시죠?

[기자]
태안 화력발전소 9호기와 10호기에 석탄을 공급해주는 설비에서 24살 김용균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 11일 새벽 3시 반쯤입니다.

김 씨는 태안 화력발전 협력업체에 1년 계약직으로 입사해 석탄 이송 설비를 점검하며 3개월째 일을 하고 있던 노동자였는데요.

전날 6시쯤 출근해 혼자 석탄 컨베이어벨트 점검에 나섰고, 오후 9시 반쯤까지는 생존상태가 확인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연락이 끊기면서 동료들이 김 씨를 찾아 나섰고, 김 씨는 5시간이 넘어서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김 씨는 사고 발생 열흘 전 비정규직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화를 요구하는 캠페인에도 동참했었는데요.

하지만 어떤 대답도 듣지 못한 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하루아침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말 한 번 들어보시죠.

[김 모 씨 / 숨진 노동자 어머니 : 앞으로도 이런 일 겪어야지 시정이 되는 건지 바로 지금 시정이 될 수 있는 건지 말씀해주세요.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어요. 희망도 없어요.]

[앵커]
사고에 대한 원인 조사도 이뤄지고 있을 텐데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은 어떤가요?

[기자]]
사고가 발생하자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은 태안화력 9호기와 10호기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사고 원인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현재까지 조사 결과 하청업체 규정상 2인 1조로 근무하게 돼 있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장에서 2명이 함께 나가야 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이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대처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숨진 김 씨와 함께 일했던 노동자들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개인의 실수로만 몰아가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데요.

위험을 충분히 알고도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진 석탄을 제거하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동료 노동자의 말 들어보시죠.

[이성훈 / 태안화력발전 협력업체 노동자 : 지시해놓고 안 하면 안 한다고 무언의 압박을 가해놓고 이제는 서류 꾸미기에 바쁘고 변명하기 바쁘고…. 뭐가 두렵습니까?]

경찰은 현장 목격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마쳤으며,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업체인 한국기술발전의 안전 관리 소홀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들을 입건할 계획입니다.

[앵커]
이번 사고가 2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판박이라는 말도 있는데,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 사고가 태안화력만의 문제는 아닐 텐데요?

[기자]
지난 2010년부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는 이번 사고를 포함해 모두 12명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적지 않은 수치인데요.

국내 5대 발전사들에서 발생한 인명사고를 살펴봐도 97%가 하청업체 업무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최근 9년 동안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40명 가운데 하청업체 노동자가 37명으로 9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동계에서는 하청업체가 비용 절감을 통해 원청으로부터 사업을 따내는 데 집중하다 보니 노동자들의 안전 관리가 소홀했다고 주장합니다.

이 때문에 위험한 작업을 원청이 아닌 하청업체에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대책위원회도 구성됐다고요?

[기자]
어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인권단체 등 50여 곳이 참여했는데요.

이들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가 예산과 인력을 이유로 혼자 일할 수밖에 없는 하청업체 노동자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위험의 외주화'를 당장 중단할 것으로 촉구했습니다.

또, 사고가 발생하면 다른 하청업체로 바꾸고 노동자를 1회용 소모품처럼 버리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오늘부터 숨진 김 씨를 추모하고 책임자처벌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서울 광화문과 충남 태안 터미널 앞에서 동시에 열기로 했습니다.

태안 터미널 앞 집회는 고인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날까지 매일 밤 열 계획입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도 오는 17일부터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 대해 특별감독에 들어가 현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일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대전에서 YTN 이상곤[sklee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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