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군함도 생존자 "끝나지 않은 역사"

[취재N팩트] 군함도 생존자 "끝나지 않은 역사"

2017.07.27. 오후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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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제 강점기, 강제 노역의 참상을 그린 영화 '군함도'가 어제 개봉됐습니다.

실제 군함도에 끌려갔다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 생존자도 직접 영화를 관람했는데요,

70년 전의 끔찍했던 과거를 다시 마주한 생존자의 반응은 어땠는지, 현장을 취재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유투권 기자,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군함도 생존자가 본 영화 '군함도' 아무래도 분위기가 무거웠을 것 같은데, 어땠습니까?

[기자]
어제 영화를 관람한 생존자는 아흔 살이신 최장섭 할아버지입니다. 현재 대전에 사시는 데요,

거동이 조금 불편하신데도,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직접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사실 최 할아버지는 영화 '군함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습니다.

영화에서 묘사된 군함도의 참상은 많은 부분 최 할아버지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요,

잊을 수 없는 아픈 과거, 그리고 그 과거를 다룬 영화를 마주하는 만큼 아무래도 심경이 복잡해 보였습니다. 조금은 흥분하신 듯 목소리도 크셨고요,

워낙 고령이시기 때문에 2시간 정도 진행되는 영화 관람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었는데,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스크린을 보고 있었습니다.

[앵커]
군함도에 얽힌 최장섭 할아버지의 개인사가 궁금한데, 간단히 정리해주시죠.

[기자]
최 할아버지가 군함도에 끌려간 것은 전쟁 말기인 1943년 2월입니다. 당시 16살의 어린 소년이었는데요,

그때부터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지하 1,000m의 해저 탄광에서 석탄을 캐내는 작업에 투입됐습니다.

작업 환경은 말 그대로 처참했습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속옷 한 장만 입고 작업을 했고요, 식사는 콩깻묵 한 덩어리가 전부였고, 채굴 현장 바로 옆의 콘크리트 바닥에서 잠을 청했다고 합니다. 또 수시로 천장이 무너지면서 사망자가 속출했습니다.

최 할아버지는 그렇게 3년 10개월을 버티다 극적으로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군함도에서 숨진 조선인 강제 징용자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120명 정도입니다.

[앵커]
영화를 보시고 나서 반응도 궁금한데요, 어떠셨나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내내 담담하게 영화를 지켜보셨는데요, 상영이 끝나고 인터뷰를 청하자 중간중간에 말을 잇지 못하는 등 조금은 감정이 북받치는 듯 보였습니다.

사실 영화는 흥행이나 극적 요소를 고려해서 가공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자제하셨고요, 군함도를 포함해서 아직 풀리지 않은 역사 문제에 주목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의 한 대목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최장섭 / 군함도 생존자 : 우리 한국에서는 인정을 하고 있는데, 그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면, (군함도를) 유네스코 (유산)에 등록을 해 가지고, (강제 징용 역사에 대한) 아무런 표시도 없이, 저 전에 한 번 가보니까…]

[앵커]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가슴이 아픈데요, 그런데 유네스코 등재 문제에 대해선 조금 더 설명을 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기자]
사실 이 문제는 영화가 끝나고 자막으로도 소개되는 내용인데요, 군함도는 지난 2015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됐습니다.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보여준다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건데요, 하지만 우리 정부는 조선인 강제 동원이라는 역사는 지워버리고 근대화 시설로만 포장할 수는 없다며 반대했습니다.

결국, 유네스코는 강제 징용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관련 시설을 설치하라고 일본에 권고했는데,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앵커]
그런 면에서 군함도는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다라고 말씀하신 거군요.

실제로 일본 언론도 그래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거고요.

[기자]
사실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일본에서는 예민한 반응이 나왔는데요,

그리고 실제로 개봉하자 극우 성향의 산케이 신문의 경우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지 않다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 영화 관람 행사가 행정안전부의 초청으로 이뤄지면서 관심이 쏠렸습니다.

일단 행정안전부는 말 그대로 생존자를 위로하는 행사라며 정치적 해석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었는데요,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한일 위안부 합의의 재검토 등 각종 과거사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상황이어서 정치적 의미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최장섭 할아버지도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위안부 합의를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국내에 살아있는 군함도 생존자는 몇 명인가요?

[기자]
전쟁 말기 군함도에 끌려간 조선인은 최대 8백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요, 이 가운데 지금까지 국내에 살아있는 분은 6명입니다.

대부분 고령이셔서 거동이 불편해 영화 관람에는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앵커]
생존자가 살아 있고 철저하게 증언하는 상황입니다. 일본도 인정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유투권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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