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장비도 고장 낸 '극한 호우'...왜 이렇게 강했나?

기상 장비도 고장 낸 '극한 호우'...왜 이렇게 강했나?

2025.07.17. 오후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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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는 취재기자와 함께 밤사이 쏟아진 '극한 호우'의 원인과 이후 전망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민경 기상·재난 전문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밤사이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쏟아진 건가요.

[기자]
네, 어마어마했습니다.

어제부터 오늘 오전까지, 충남 서산과 홍성에는 40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고요.

당진과 아산, 공주, 천안 등 충남 9곳에도 300mm 이상, 경기 평택과 안성 등 경기 남부에도 200mm가 넘는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특히 서산과 예산, 당진, 홍성에 기록된 일 강수량은 무려 2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확률로, 매우 이례적인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앵커]
강수량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강수 강도가 굉장했습니다.

어느 정도였나요.

[기자]
어제부터 비구름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레이더 영상 준비했는데요, 화면 보면서 밤사이 폭우 상황 짚어보겠습니다.

어제 오전, 서해상에서 비구름이 들어오면서 서쪽부터 비가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전국을 넓게 덮었지만, 저녁부터는 비구름의 폭이 점점 좁아집니다.

메인 강수대가 충청을 지나 경기 남부, 강원을 거쳐 북동쪽으로 이동하는데요.

어젯밤 10시 무렵, 이 짙은 남색 구름 보이시나요.

이때 충남 서천에서는 1시간에 98mm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 충남 서산에는 1시간 동안 무려 114.9mm가 쏟아졌고요,

5시 무렵에는 홍성에서도 시간당 강수량이 98.2mm를 기록했습니다.

이 밖에도 충청과 경기 남부, 강원도 서른여 곳에서 시간당 50mm 이상의 물 폭탄이 쏟아졌습니다.

[앵커]
재난급 폭우 상황에 긴급 재난문자도 쉴 새 없이 쏟아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극한 호우 구름은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에 기상청 예보관들이 기상 실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위험 지역에 재난문자로 신속히 알리는 건데요.

어젯밤부터 오늘 오전 10시까지 서산과 홍성 등 충남 11곳, 충북 청주와 세종, 경기 평택 곳곳에 34건이 송출됐고요.

오늘 오전 10시 반쯤에는 광주와 전남 나주 등 호남 지역에도 극한 호우가 쏟아지면서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습니다.

[앵커]
심지어 비가 가장 내린 서산에서는 폭우로 기상 관측 장미마저도 고장 났다면서요.

[기자]
네, 충남 서산에는 어제부터 오늘 새벽 5시까지 419.5mm의 강수량이 기록됐는데요.

이후에도 비는 계속 내렸지만, 오전 내내 강수량이 측정되지 않았습니다.

폭우 속에 쏟아지는 낙뢰, 즉 번개가 이 장비를 강타하면서 네트워크가 먹통이 된 건데요.

이번에 작동이 멈췄던 서산의 기상 관측 장비 사진을 입수했습니다.

가늘고 길게 우뚝 솟은 기구가 이번에 먹통 됐던 자동 기상 관측 장비인데요.

기상관측장비는 원활한 관측을 위해 가늘고 긴 구조로 위로 솟아 있어서 낙뢰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럴 만도 한 게 어제부터 오늘까지 서산에서만 낙뢰가 2,600번 정도 관측됐습니다.

지난해 서산에서 1년 내내 관측된 낙뢰가 1,100회 정도였는데요, 이틀 만에 거의 2년 치가 한꺼번에 쏟아진 셈입니다.

서산뿐만 아니라 어제, 오늘 충남에는 9,773회, 전국적으로는 무려 16,394번의 낙뢰가 관측됐습니다.

[앵커]
200년 빈도의 폭우일 정도로 이렇게 극단적인 호우가 충남과 경기 남부에 집중된 이유는 뭔가요.

[기자]
쉽게 얘기하면 양쪽 두 공기가 맞붙은 2대2 매치였습니다.

그래픽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 남동쪽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점차 세력을 넓히면서 제주 남쪽 해상까지 확장해 이 가장자리를 따라 뜨겁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북서쪽에서는 저기압이 지나면서 차고 건조한 공기를 내려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2 대 2 매치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남쪽에는 이 북태평양 고기압 말고도 '열대 요란'이라고 하는 소용돌이가 하나 있습니다.

이 소용돌이가 회전하면서 역시 남쪽의 뜨겁고 습한 공기를 계속해서 올려보내고 있고요.

반대로 북쪽에는 H로 표시된 이 고기압, 지난번 폭염을 부추겼던 티베트고기압인데요.

이 가장자리를 따라서 역시 건조한 공기가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 두 개의 건조한 공기와 두 개의 습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비구름이 압축돼 지나간 지점이 충청, 경기 남부, 강원이 걸리게 된 겁니다.

문제는 비구름이 압축돼 폭이 좁고 강하게 발달했어도 빠르게 지나갔다면 피해가 작았겠지만, 이 저기압이 정체하면서 이동 속도가 늦어져 시간당 100mm 안팎의 폭우가 쏟아냈습니다.

[앵커]
그런데 레이더 화면을 보면 메인 구름대 말고도 비구름이 갈라지면서 하나는 영남을 지나더라고요.

이건 왜 그런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비구름이 두 갈래로 나뉘었죠.

화면 보실까요.

이 레이더 화면은 오늘 아침 9시 무렵인데요.

구름대가 두 개로 나뉘어서 하나는 충청과 수도권, 강원도를 지나고 있지만, 다른 하나는 영남 부근에도 구름 덩어리가 있습니다.

위쪽에 있는 메인 구름대는 앞서 설명 드렸던 성질이 다른 공기가 충돌하면서 발달한 정체전선이고요.

아래쪽 구름을 보시면, 남해안에서부터 이렇게 영남으로 올라갑니다.

이건 공기의 충돌이라기보다는 북태평양 고기압이나 열대 요란 등의 영향으로 올라오는 남쪽의 수증기가 남해안이나 지리산 부근, 그러니까 지형과 부딪히면서 비구름이 발달한 건데요.

이 발달한 구름이 남서풍, 바람을 타고 이렇게 올라가는 겁니다.

[앵커]
이번에도 그렇고, 강한 비는 주로 밤사이에 집중되는 것 같아요.

왜 그런 건가요.

[기자]
네, 낮보다 밤에 강한 비가 쏟아지는 이른바, '야행성 폭우'는 우리나라 여름철 강수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잦은 현상입니다.

대기 하층을 지나는 빠른 바람, '하층 제트' 때문인데요.

햇볕이 강한 낮에는 지면이 가열되면서 따뜻한 공기가 위로 솟구치는 난류가 발생하게 됩니다.

고속도로에서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가는데, 중간에 자동차들이 계속 끼어들면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잖아요.

낮에는 대기 하층의 빠른 바람을 난류가 가로막아서 비구름이 상대적으로 빨리 발달하기 어려운데요.

밤에는 해가 지고 땅이 식으면서 난류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 빠른 바람이 수증기의 공급을 원활하게 도우면서 비구름을 더욱 강하게 발달시키는 겁니다.

지난 밤사이에도 충남 서산에는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었는데요.

지난해 통계를 보면, 시간당 100mm 이상의 극한 호우가 16차례 있었는데, 이 가운데 12번이 밤사이에 쏟아졌습니다.

[앵커]
앞서 현장 연결 보니까, 밤사이보다는 비가 많이 잦아든 것 같더라고요.

고비는 지났다고 볼 수 있나요.

[기자]
네, 강수 강도가 많이 약해졌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비가 잠시 그친 곳도 있겠고요.

하지만 비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요.

그래픽 보겠습니다.

오늘, 내일, 모레 북태평양 고기압의 예상 위치인데요.

점점 우리나라 부근으로 확장해오는 거 보이시나요.

우선 오늘은 저기압이 북동쪽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북쪽의 건조한 공기가 채워 내려오겠습니다.

여기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점점 확장하다 보니까 어제보다 오늘 더 확장해 비구름의 폭이 더 좁아지겠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오늘 밤에도 역시 폭우가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는 비구름대가 다소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남부지방과 충청 남부에 시간당 최대 80mm가 예보됐는데요.

충청 지역은 밤사이 다시 한 번 큰 피해가 우려됩니다.

[앵커]
비구름이 내려오면서 이제는 남부지방도 폭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요.

[기자]
네, 비는 전국적으로 모레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내일과 모레는 남부, 특히 남해안이 비상입니다.

전남 남해안과 경남에는 이틀 동안 300mm가 넘는 폭우가 예보됐고요, 전남 내륙에도 최대 200mm, 충남에도 180mm 이상이 예상됩니다.

기상청은 내일과 모레 오전까지도 일부 지역에는 최대 시간당 80mm의 극한 호우를 예보했는데요.

다만, 강수 집중 구역의 변동성은 무척 큰 상황입니다.

화면 보실까요.

우리나라와 영국, 유럽 수치모델이 예측하는 모레 새벽 3시 강수 예상분포도 입니다.

강수 집중 구역이 한눈에 봐도 모두 다릅니다.

어떤 모델은 충청 부근을, 어떤 모델은 남해안에 강한 비가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충청과 남부, 모두 경각심을 갖고 호우 피해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앵커]
이 와중에 바다가 펄펄 끓고 있다던데, 이게 강수 강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요.

[기자]
네, 위성영상이 찍은 우리나라 주변 해수 온도 분포를 지난해와 비교해봤는데요.

왼쪽이 지난해 7월 15일, 오른쪽이 그제입니다.

1년 전 같은 시간보다 확실히 더 붉죠.

해수 온도가 그만큼 많이 올랐다는 의미인데요.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북태평양 고기압을 더 강하게 만드는 데 영향을 줄 수 있고요.

먼 남쪽 해상에서는 열대 요란이나 태풍의 발달도 부추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해수면 온도가 높아질수록 바다에서 대기 중으로 수증기가 더 많이 증발해 폭우의 재료가 된다는 점입니다.

[앵커]
폭우로 산사태 우려도 큰 데요.

산사태 위험 정도는 어떤가요.

[기자]
네, 현재 충청 지역의 산사태 위기경보는 가장 높은 '심각' 단계이고, 서울과 인천, 제주를 제외한 전국은 '경계' 단계입니다.

실시간 산사태 위험 지도 보실까요.

노란색과 주황색, 빨간색으로 갈수록 산사태 위험이 큰 지역인데요.

충청과 강원, 경북, 전남과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노란색으로 칠해진 가운데, 특히 충남과 경기 남부 일부 지역은 빨갛습니다.

이 지역에는 산사태 경보가 내려져 있고요.

곳곳에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 중입니다.

지난해에도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있었던 만큼, 산사태 위험 지역에 계신 분들은 긴급 재난문자와 마을 방송을 주의 깊게 확인하고, 비가 집중될 때는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합니다.

[앵커]
끝으로 모레까지 예보된 폭우에 무엇을 대비해야 하고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할지 짚어주시죠.

[기자]
네, 밤사이 많은 비가 쏟아진 데 이어, 오늘 밤에도 다시 강한 비가 예보돼 있습니다.

낮에 잠시 빗줄기가 약해진 시간을 이용해 미리 대비하는 게 중요한데요.

강한 비가 예보된 지역에서는 차량을 안전한 고지대 쪽으로 옮겨두시고, 집 주변 하수구와 배수구 덮개가 쓰레기로 막히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창문이나 베란다 틈새로 빗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밤부터 다시 비가 강해지면 외출은 최대한 자제하고, 부득이할 경우에는 도시에서는 지하차도를, 시골에서는 하천 주변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호우 긴급 재난문자를 받으면 바로 대피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앵커]
지금까지 김민경 기상·재난 전문기자였습니다.



YTN 김민경 (kimmin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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