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 감옥에 '여배우 포스터'? 수상한 살인범의 진짜 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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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 감옥에 '여배우 포스터'? 수상한 살인범의 진짜 의도는

2026.06.12. 오후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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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ON-AI RADIO]
□ 방송일시 : 2026년 6월 12일 (금)
□ 진행 : AI챗봇 “에어”
□ 보조진행: 김우성 PD
□ 출연: 최민석 작가 (녹음)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금요일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바로 이 코너 때문인데요. 매주 금요일, 이 책을 한번 열어볼까 말까 더 이상 고민하지 마십시오. 이 방송을 듣고 나면 열어보게 됩니다. 오늘 준비한 내용은 오프닝에서도 잠시 소개했지만 ‘희망이란 가장 여리고도 가장 질기다’ 우리 AI 진행자 에어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바로 ‘스티븐 킹’의 작품인데요. 먼저 스티븐 킹에 대해서 에어에게 이야기 듣고 와서 작가님 만나보겠습니다.

● 에어 : 스티븐 킹은 1947년 미국 메인주에서 태어난 소설가입니다. 흔히 공포의 제왕으로 불리죠. ‘샤이닝’, ‘미저리’, ‘그것’ 같은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작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공포 작가라는 이름표를 답답해했습니다. 나는 무서운 이야기만 쓰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래서 1982년 작정하고 책 한 권을 묶습니다. 귀신도 괴물도 없는 네 편의 중편 소설 제목은 <사계>.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이야기 하나씩을 담았습니다. 오늘 읽을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은 그중 봄에 해당하는 이야기인데요. 원래 붙은 부재가 ‘희망은 영원히’였습니다. 그리고 1994년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듭니다. 우리가 아는 그 영화 <쇼생크 탈출>입니다.

◇ 김우성 : 네, 에어가 소개를 했는데요. 역시 오늘은 조금 편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많이 겪어보고 아는 얘기일 수 있기 때문이죠. 오늘도 이 여름을 시원하게, 우리에게 독서의 산으로 오르게 해 주실 셰르파 최민석 작가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민석 작가 (이하 최민석) : 네, 안녕하세요. 나마스테.

◇ 김우성 : 벌써부터 더워지는데 ‘스티븐 킹’ 이름만 들으면... 하지만 또 다양하다고 합니다. 일단은 몰랐어요.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도 알고 그분의 작품도 알았는데 문학 청년들의 스승, 그리고 스승이라기보다는 아주 강인한 코치 이런 느낌도 듭니다. 어떤 분인가요?

◆ 최민석 : 굉장히 ‘스티븐 킹’은 다작을 하는 작가로 유명하기 때문에 ‘성실성’에 관해서는 스티븐 킹을 따라갈 사람이 없습니다. 보통 문학계에서 3대 성실왕을 뽑으라고 하면 히가시노 게이고, 무라카미 하루키, 스티븐 킹 이렇게 3명을 뽑습니다. 아무튼 한 인터뷰에서 스티븐 킹이 “1년에 딱 이틀만 쉰다”고 얘기했거든요? 크리스마스랑 자기 생일에.

◇ 김우성 : 우리 사장님이 아니신 게 너무 다행이다.

◆ 최민석 : 그렇습니다. 그런데 <유혹하는 글쓰기>라고 작법서를 낸 적이 있어요. 그때 고백을 했어요. “그때 내가 거짓말을 했다. 너무 일벌레처럼 보일까 봐 거짓말을 했지, 나는 1년에 하루만 쉰다.”

◇ 김우성 : 저는 거짓말했다는 것이 ‘저 많이 쉬어요’ 이 말인 줄 알았는데 이틀 쉰다가 거짓말입니다. 하루만 쉽니다.

◆ 최민석 : 크리스마스나 생일 둘 중에 하루만 쉬는 거죠.

◇ 김우성 : 대단하네요.

◆ 최민석 : 그래서 지금까지 나온 책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제가 오늘 이 방송 준비하면서 지난주에 온라인 서점에서 스티븐 킹이 이때까지 낸 책을 보니까 213권이더라고요. 이거는 전부 다 다른 책이 아니라 구판, 신판 이런 것처럼 중복되는 게 있는데. 아무튼 한국의 스티븐 킹의 이름으로 나온 책은 213권이에요.

◇ 김우성 : 한 사람이 213권의 책이요. 쌓아놓기만 해도 본인의 키를 훌쩍 뛰어넘을 높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스티븐 킹’ 이러면 특정 공포물 이렇게만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 만나볼 이야기는 다릅니다. 책의 부제가 <스티븐 킹의 사계: 봄, 여름>이네요.

◆ 최민석 : 네, 우리가 제목은 소개했었죠.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인데 영화로 유명한 작품이죠. 그런데 이 소설이 실린 책의 제목이 <스티븐 킹의 사계: 봄, 여름>인데, 이 맥락이 있어요. 왜 이렇게 탄생을 했는지. 스티븐 킹은 사람들이 자기를 장르 작가 그중에서도 공포물 작가로 제한해서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 김우성 : 워낙 유명하니까요. <샤이닝>, <미저리>, <그것>.

◆ 최민석 : 그렇죠. 한국도 그렇지만 당시 미국의 출판 구조가 장르와 비장르를 완전히 구분해서 출판을 했거든요. 그것에 대해서 불만을 느낀 거죠. 그래서 이거 내가 까짓 거 비장르를 못 쓰는 것도 아닌데, 계절에 맞는 비장르 이야기를 한번 써보자 이렇게 결심하고 이 기획을 스스로 한 겁니다. 그래서 책을 2권을 내는데 1권은 봄, 여름 편, 2권은 가을, 겨울 편 이렇게 나눠서 한꺼번에 낸 거죠. 다만 이때 편집자가 있을 거잖아요. 기획은 자기가 해도 편집자가 ‘아, 그래도 스티븐 킹인데... 전매특허인 공포 장르를 써야 되지 않겠냐’ 그래서 오케이 그러면 겨울 편은 공포 장르를 쓰고 나머지 봄, 여름, 가을 편은 공포 장르가 아닌 내가 이때까지 쓰지 않은 새로운 글을 쓰겠다. 그래서 그 1권이 봄, 여름 편이잖아요? 여기에 우리가 흔히 아는 쇼생크 탈출이 있는 거죠. 그 원래 제목 긴 제목은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입니다.

◇ 김우성 : 리타 헤이워드,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주인공 앤디와 관련이 있는 인물일 텐데. 나중에 스토리에서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 최민석 : 그런데 이게 또 웃긴 게, 스티븐 킹이 자기가 원래 공포 스릴러 쓰다가 ‘나도 다른 거 한번 써보겠다’ 그래서 다른 거 썼잖아요? 여기에 쓴 중편 소설들이... 겨울편은 원래 자기가 쓰던 공포잖아요? 그걸 제외하고는 세 편 다 영화화가 됐습니다.

◇ 김우성 : 그러면 ‘스티븐 킹’ 이러면 ‘공포’ 이렇게 등식화시키는 건 억울할 것 같습니다.

◆ 최민석 : 그만큼 공포물보다 다른 것을 더 심혈을 기울여서 썼고, 그만큼 또 재능이 있다는 거죠. 본편에 있는 게 우리가 흔히 아는 <쇼생크 탈출>, 이 영화의 원작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이고 여름은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이라는 미국 영화가 있어요. 이거의 원작인 <우등생> 그리고 가을은 아, 이 정말 유명한 영화인데 리버 피닉스가 나오는 바로 그 영화 <스탠 바이 미>의 원작인 <스탠 바이 미>가 실려 있습니다.

◇ 김우성 : 제가 이렇게 이분을 보면 그런 이야기 있잖아요? 어떤 분이 딱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딱 정해진 시간만큼 쓰는, 말 그대로 글감옥에 스스로를 가두는데. 어떤 날 작품을 마쳤을 때 오후 2시... 이를테면 5시까지 써야 되는데 2시에 마쳤어요? 그럼 3시간 남으면 보통 쉴 텐데 3시간 동안 다음 작품에 3시간을 썼다 이런 얘기도 어떤 작가한테서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 최민석 : 누군지 저도 궁금하네요. 시간을 정해놓고 쓰는 거는 레이먼드 챈들러도 그러고 하루키도 그러고 스티븐 킹도 그런데. 저 같으면 3시간 남았으면 빨리 나갈 텐데.

◇ 김우성 : 그만큼 다작과 내공이 쌓여 있는 공포의 대가로 알고 있지만 다른 이야기의 대가로도 우리에게 사랑받았던 분입니다.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게요. <쇼생크 탈출> 이러면 모두가 쉽게 아는데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이러면 낯설 수도 있습니다. 줄거리 들어가 볼까요?

◆ 최민석 : 네, 소설의 화자는 레드입니다. 나는 20살부터 이곳 쇼생크 감옥에 갇혀 지내고 있습니다.

◇ 김우성 : 이렇게 설명하니까 그냥 모건 프리먼이 딱 떠올라요.

◆ 최민석 : 그렇습니다. 영화에서도 모건 프리먼이 화자였고 소설에서도 레드가 화자죠.

◇ 김우성 : 이렇게 오랜 기간 감옥에 있었다면 그 이유 뭘까요?

◆ 최민석 : 그 이유는 바로 살인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레드의 사연은 소설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살인죄를 지어서 감옥에 왔다 이것만 나옵니다. 아무튼 내가 감옥에 온 지 무려 40년이 흘렀습니다.

◇ 김우성 : 그냥 감옥 속의 인생이네요.

◆ 최민석 : 나는 여기서 죄수들한테 무슨 물건이든지 다 구해주는 사람이 됐습니다. 죄수들이 원하는 물건은 매우 다양합니다.

◇ 김우성 : 아무래도 감옥에서는 못 구하는 물건들일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을 요구했습니까?

◆ 최민석 : 담배, 술 그리고 화장품에 심지어 장난감까지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김우성 : 어쨌든 40년 여기 계셨으니까 살았으니까 이게 다 되는 건데.

◆ 최민석 : 네. 그런데 어느 날 처음 들어본 물건을 구하는 녀석이 나타났습니다.

◇ 김우성 : 처음 들어본 물건도 궁금하고 그 녀석도 누군지 궁금합니다. 누굽니까?

◆ 최민석 : 그의 이름은 ‘앤디 듀프레인’. 영화에서는 팀 로빈스가 연기를 했죠? 앤디는 나에게 ‘록 해머’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 김우성 : 록 해머, 영어로 하니까 잘 모르겠어요. 이게 뭐예요?

◆ 최민석 : ‘록 해머’는 ‘흙을 파낼 때 쓰는 아주 작은 곡괭이’입니다.

◇ 김우성 : 이제부터 분위기가 슬슬... 우리는 모두 <쇼생크 탈출>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레드가 계속 앤디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구조로 되는 거죠?

◆ 최민석 : 앤디와 내가 가까워진 거는 그 록 해머를 구해주고 난 뒤부터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난 후였습니다. 항상 흐트러짐이 없던 앤디가 언젠가부터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조금씩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 김우성 : 모르시는 분, 기억이 안 나시는 분들도 있을 테니까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앤디’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어요?

◆ 최민석 : ‘앤디’는 원래 잘 나가는 은행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아내와 불륜 상대였던 골프 선수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앤디는 끝까지 ‘자기가 살인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나는 어쩐지 앤디의 말을 믿게 됐습니다. 적어도 내가 본 앤디는 전혀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앤디는 이 쇼생크 감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로 자리 잡아 갔습니다.

◇ 김우성 : 40년 감옥에서 별의별 범죄자 누구 다 봤던 사람이기 때문에, 레드가 ‘저 사람 아닌 것 같아’라고 하면 맞을 것 같기도 한데. 결말은 지켜보겠습니다. 어쨌든, 왜 중요한 인물... 어떡하다가 중요한 인물이 된 건가요?

◆ 최민석 : 앤디가 은행원 출신이잖아요? 그래서 간수들한테 세금이나 투자에 대한 자문을 해줬습니다.

◇ 김우성 : 아니, 요즘 우리도 참 많이 받고 싶어요. 뜨겁습니다.

◆ 최민석 : 특히 교도소장한테 이 서비스를 해준 거죠. 그래서 앤디는 교도소장의 재정 관리를 도맡아하게 된 거죠.

◇ 김우성 : 웬만큼 믿는 사람, 심복 아니면 돈 안 맡기는데요. 중책을 맡았네요. 교도소에서 힘이 생겼겠어요.

◆ 최민석 : 그래서 앤디는 교도소장의 재정 관리를 맡으면서 이때 조건을 내걸었어요. 그런데 그 조건이 독특했습니다.

◇ 김우성 : 어떤 조건을 내걸었습니까?

◆ 최민석 : 일단 교도소 안에 도서관을 자기가 운영하게 해달라는 겁니다. 그리고 하나를 더 내걸었습니다. 자기를 ‘독방’에 수감해 달라는 겁니다. 이거 독특하죠. 그 외에 자기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모두 다 다른 동료들한테 앤디가 나눠줬습니다.

◇ 김우성 : 담배 좀 구해줘, 술 좀 구해줘 이런 것들을 그냥 동료한테 주고요. 나는 나 혼자 방을 쓰고 싶고, 도서관을 운영하게 해줘. 참 독특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되면 동료들도 앤디를 좋아하게 될 것 같고 입지가 단단해질 것 같아요.

◆ 최민석 : 그리고 앤디는 독방을 자처해서 지낼 만큼 고요한 성품의 사람이었고, 늘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만큼 지적이고 교양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앤디가 어느 날 당시에 유명한 여배우인 ‘리타 헤이워드의 포스터’를 구해달라고 했을 때는 의외로 느껴졌습니다.

◇ 김우성 : 자, ‘리타 헤이워드’ 이 제목 속에 나오는 이름이 나왔습니다. 유명 여배우인데 관능미를 풍기는. 쉽게 말하면 흔히 교도소에 붙어 있을 것 같은 아주 몸매와 얼굴이 예쁜 여배우인데요.

◆ 최민석 : 그렇죠. 마릴린 먼로를 생각하시면 돼요. 그 이전에 이런 이미지로 유명했던 굉장히 관능적인 배우였는데, 그래서 ‘리타 헤이워드의 포스터’는 죄수들 사이에서는 워낙 인기가 있었지만 교양 있는 앤디마저 이런 걸 원할 거라고는 내가 생각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놀랐어요. 아무튼 쇼생크 감옥에 완벽하게 적응한 듯 보였던 앤디도 딱 한 번 크게 동요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 김우성 : 레드의 목소리로 이 앤디를 보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흘러가는데요. 독방을 달라고 했는데 여배우의 사진이라... 아무튼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철두철미하고 마치 고요한 물 표면처럼 흔들림이 없어 보이는 앤디도 동요했다고요? 그게 언제입니까?

◆ 최민석 : 아마 앤디가 들어온 지 한 15년쯤 됐을 때였던 것 같아요. 앤디가 도서관을 맡고 있잖아요? 이 도서관에 와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토미’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앤디를 보고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교도소에 왜 들어왔는지 궁금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다른 죄수들한테 앤디의 살인 사건 이야기를 듣다가 토미가 깜짝 놀란 거죠.

◇ 김우성 : 아내와 불륜을 일으킨 골프 선수를 죽였다. 이게 죄명인데 그 이야기를 듣고 토미가 놀랍니다.

◆ 최민석 : 토미가 왜 놀랐냐면 토미는 벌써 감옥을 여기저기 여러 번 들락날락거렸거든요. 그러면서 많은 죄수들을 만났는데 그중에 한 명이 ‘다른 사람한테 살인죄를 뒤집어 씌웠다’는 이야기를 자랑처럼 떠들었는데 그게 바로 앤디의 사건이었던 것이죠.

◇ 김우성 : 진범이 나타난 거네요.

◆ 최민석 :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는 30년 가까이 앤디를 지켜보는 동안 앤디가 그 소식을 듣고 그렇게 얼굴에 빛을 잃었던 적을 처음 봤습니다.

◇ 김우성 : 진범이 아니었어요. 결국 레드의 판단이 맞았는데. 30년 가까이 앤디를 지켜보고... 이게 15년 전 사건이고, 30년이면 굉장히 오래 쇼생크 감옥에 갇혀 있었네요.

◆ 최민석 : 네. 그래서 토미의 이야기를 들은 앤디는 곧장 교도소장한테 도움을 청했습니다. 하지만 소장은 오히려 증인이 될 수 있는 그 토미를 빼돌리고 앤디는 원래 자기 방이 아닌 징벌 독방에다가 가둬버렸습니다.

◇ 김우성 : 아니 이렇게 고마운 앤디가 무죄를 판명 받을 수 있는 이런 절호의 기회를 얻었는데, 왜 징벌 독방에 가두고 앤디를 괴롭히는 겁니까?

◆ 최민석 : 왜냐하면 앤디는 소장의 부정회계를 도왔던 겁니다. 결국 토미의 증언으로 앤디가 석방되면 자신의 회계 부정이 탄로 날까 봐 두려웠던 거죠.

◇ 김우성 : 진실까지 덮어가면서 본인의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게 중요했던 교도소장이었습니다. 앤디는 엄청나게 상심하고 좌절했을 것 같은데요.

◆ 최민석 : 그렇죠. 그 회계도 교도소장이 시킨 거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진실이 밝혀질 가능성을 모두 박탈해 버렸으니까 앤디는 엄청난 상처를 받았죠. 하지만 어느새 몇 달이 지났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원래의 모습으로 앤디는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김우성 : 마음의 평온을 찾은 걸까요?

◆ 최민석 : 어쩌면 그 즈음이 바로 그가 다른 희망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던 때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김우성 : 정상적인 방법으로 재심이라든지, 법적으로는 이제 나올 가능성이 없어졌어요. 교도소장이 아예 기회를 막아버리고 있거든요. 그런데 희망이 생겼다. 무슨 희망일까요? 궁금합니다. 바로 그 관련 사건이 일어나죠?

◆ 최민석 : 그렇습니다. 1975년 앤디는 쇼생크 감옥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화가 난 교도소장이 그의 방 벽에 붙어 있던 포스터를 뜯어냈을 때 비로소 벽에 뚫린 큰 구멍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김우성 : 영화 속에서 그 장면이 기억나요? 그 교도소장의 표정.

◆ 최민석 : 그리고 그 구멍 속에는 닳고 닳은 록 해머 두 자루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구멍을 가리고 있던 그 포스터를 보면서 웃었죠. 바로 내가 구해다 준 ‘리타 헤이워드 포스터’였던 겁니다. 그리고 이 록 해머도 내가 구해줬던 거죠. 포스터 속 리타 헤이워드 뒤에 바다가 펼쳐져 있었어요.

◇ 김우성 : 그 여배우 뒤의 바다 풍경이 참 예쁘죠.

◆ 최민석 : 지우아타네호라는 곳이었는데, 나는 언젠가 출소를 하게 되면 그곳에 호텔을 짓고 살게 될 거라는 앤디의 말을 떠올립니다.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 앤디는 분명히 거기에 있을 거고 아무도 그를 찾을 수 없을 거라는 걸요.

◇ 김우성 : 영화의 장면이 떠오르실 거예요. 비가 오는 날 탈옥에 성공해서 하늘을 보는 유명한 영화 포스터죠. 그리고 거의 희끗희끗한 노인이 돼서 그 아름다운 바닷가에 있는 모습들. 영화와 소설의 이야기를 같이 들었는데 최민석 작가님이 이렇게 소설로 전해주는 게 저희가 이렇게 마치 주고받는 대화처럼 하는 게 더 새로운 그림들이 그려집니다. 읽고 나서 소감은 어떠셨어요?

◆ 최민석 : 일단 읽고 난 다음에 스티븐 킹의 소설이 왜 잘 팔리는지 바로 이해했어요. 소설이 첫 장부터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더라고요. 그리고 대중 소설답게 이야기 전개가 굉장히 시원시원하고 또 대중 소설은 스토리 중심으로 써서 문장을 간단하게 쓰는 작가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스티븐 킹의 문장은 굉장히 기품이 있으면서 깔끔했어요. 게다가 이 소설의 장점이라면 정말 손가락이 근질근질할 만큼 글을 쓰고 싶게 만든다는 겁니다. 실제로 제가 이 책을 읽다가 정말 너무 글이 쓰고 싶어져서 독서 일기에 짧은 소감을 남기기도 했거든요. 아무튼 이거는 이 소설의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인데, 다른 일을 해도 계속 이 소설을 읽고 싶어진다는 거예요.

◇ 김우성 :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싶게도 만드네요.

◆ 최민석 : 예. 그래서 그게 너무 궁금하고 너무 다시 읽고 싶어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해질 정도로. 그건 단점이면서 동시에 또 소설이 갖고 있는 엄청난 몰입의 장점인 거죠.

◇ 김우성 : 맞습니다. 영화는 제 손발을 묶어놓고 의자에 앉힌 상태에서 ‘자 봐. 따라와’ 하는 느낌이라면 소설은 제가 그 작은 활자 행 사이에 몸이 탁 끼인 상태로 마구 달려나가는 느낌이어서 몰입감이 차이가 큽니다. 영화와 소설에 차이가 있다면서요? 들으시는 분들 대부분 알거든요.

◆ 최민석 : 설정에 차이가 있어요. 영화에서 아무래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노동 후에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죠. 그런데 여기에 차이점이 있어요. 영화에서는 시원한 맥주였거든요? 그런데 원작에서는 미지근한 맥주예요. 그래서 이 소설의 화자인 레드가 이렇게 말합니다. “소변처럼 미지근했지만 그래도 태어나서 마신 맥주 중에 가장 맛있는 맥주였다.”

◇ 김우성 : 영화 장면에서는 미지근함을 표현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게 극적인 효과를 안 주니까 완전 보는 분들도 ‘맥주 한 잔 해야겠는데?’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 우리 최민석 작가 독서 셰르파, 오늘 영화로서의 <쇼생크 탈출>만 알고 계신 분들은 ‘어? 이거 책으로 스티븐 킹의 책으로 다시 읽어봐야겠는데?’ 이런 마음이 들게 할 것 같아요. 매력 짚어주시죠.

◆ 최민석 : 두 가지 매력을 느꼈는데요. 첫 번째 매력은 일단 소설 분위기가 좋아요. 그리고 하나의 전체적인 이야기가 있는데, 이 전체적인 이야기들이 세부적인 이야기를 또 품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전체의 큰 이야기는 앤디가 탈옥하는 거죠. 그런데 앤디가 감옥에 갇히게 된 사정은 그 하나의 세부적인 이야기에 해당하는 거죠. 그런데 이 세부적인 이야기 역시 독립적인 완결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연속적으로 여러 이야기들을 차례로 접하다 보면 세트 요리를 먹는 느낌이 들어요. 맛있는 단품 요리 하나하나씩 먹어도 좋은데 이걸 또 같이 먹어도 좋잖아요. 그래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스티븐 킹이라는 굉장히 실력 좋은 셰프가 이야기를 재료 삼아서 어울릴 법한 음식을 한꺼번에 내놓는 그런 솜씨를 발휘하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 김우성 : 개별 사건들 자체도 몰입됩니다. 그 결과와 결론에 몰입하게 되는데 그것들이 연결해서 깜짝 반전과 또 시원한 결말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그 안에 또 애절하고 슬픈 얘기도 영화에서는 보여주죠. 두 번째 매력은 뭡니까?

◆ 최민석 : 두 번째 매력은 앞에는 제가 이야기를 얘기했잖아요. 이야기가 음식이라면 음식을 내놓는 사람은 서버죠. 이 작품에서 서버는 영화에서는 모건 프리먼, 소설에서는 레드죠. 화자 자체의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어요. 화자가 딱 절제하고 해야 될 말을 하고, 안 할 말은 안 하는 굉장히 깔끔한 화법을 구사하거든요. 주로 웨이터 중에 굉장히 기품 있는 선생님 같은 분들이 있잖아요? 딱 할 말만 하고 우리가 대화할 때는 살짝 공간을 내주고 그런 사람이 서빙을 해주면 우리가 하는 그 식사 자리가 왠지 더 기품 있게 느껴지잖아요.

◇ 김우성 : 이렇게 말씀하시니까 영화 속 장면에서도 그게 떠올라요.

◆ 최민석 : 그런 화자의 역할을 레드가 굉장히 잘 해냈고, 이건 스티븐 킹이 굉장히 공들여서 썼다는 거죠. 그래서 이야기도 매력적이고 이야기 전달자의 캐릭터성도 매력적이라서 다 좋았습니다.

◇ 김우성 : 요리에 비유하니까 더 잘 와닿죠. 개별 요리 하나하나가 굉장히 완성도 높고 그 자체로 좋은데, 이걸 연결해서 쭉 접할 때 대단한 셰프다 그리고 그걸 서브하는 사람 혹은 화자의 이야기도 굉장히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거였습니다. 역시 이렇게 말하면 또 스티븐 킹 작가께서는 아니야 하실 수도 있겠지만, 장르물이 가진 치밀함이랄까, 그 감정과 심리를 확 줄 수 있는 많이 단련된 내공이 있으셔서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라는 제 개인적 감상도 있습니다.

◆ 최민석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야기 직조를 굉장히 잘하는 마술사인 거죠.

◇ 김우성 : 그렇죠. 캄캄해야 귀신이 나오는 거고. 벌건 대낮에 나와도 무섭긴 합니다만 아무튼 이 책은... 작가님의 얘기인데 제가 먼저 뺏어서 말할게요. 일단 영화로만 쇼생크 탈출 보신 분은 책으로 한번 읽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

◆ 최민석 : 그리고 스티븐 킹의 작품을 아직 읽어본 적이 없는 분들 한번 읽어보십시오. 진짜 재미있고요. 이야기가 술술 넘어가고 그리고 이 책의 두께는 중편 소설을 모은 거라서 책 자체가 두껍거든요. 봄, 여름 편이. 그래도 단편으로는 스티븐 킹을 제대로 알 수 없을 것 같으니까 더 깊이 있게 스티븐 킹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이 책은 읽어보면 정말 미국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미국 소설 읽어보고 싶은 분 모든 분들에게 오늘의 작품을 추천합니다.

◇ 김우성 : 예, 저도 미국 소설을 읽은 기억들이 나는데요. 어쨌든 한 번 펼치면 끝까지 보게 만드는 독특한 힘이 또 있습니다. 오늘도 영화에서 책으로 독서의 힘을 더 키워 보라라는 아주 훌륭한 동기 부여를 해 주신 분입니다. 최민석 작가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민석 :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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