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너 코스로 수억 원 쓴 '흑수저' 셰프, 알고보니 프렌치 초일류 요리사?

디너 코스로 수억 원 쓴 '흑수저' 셰프, 알고보니 프렌치 초일류 요리사?

2026.01.30. 오후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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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 5) [YTN ON-AI RADIO]
□ 방송일시 : 2026년 1월 30일 (금)
□ 진행 : AI챗봇 “에어”
□ 보조진행: 김우성 PD
□ 녹음: 최민석 작가

- 이자크 디네센 <바베트의 만찬> 고전 뿌수기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네. 온에어의 메인 토크 시간, 온마이크 시간입니다. 매주 금요일 고전과 책 지식을 잘 우리를 안내해 주시는 분, 지식과 책의 셰르파. 최민석 작가님 오늘도 스튜디오에 나와 있고요. 오늘은 저희가 조금 더 신비주의를 강조하기 위해서 녹음으로 방송합니다. 화면은 안 나오는 안타까움이 있네요. 안녕하세요.

◇ 최민석 : 안녕하세요. 갑자기 네팔인이 된 최민석입니다.

◆ 김우성 : 예, 굳이 네팔 이름을 지으라고 해도 잘 지으실 것 같아요. 이 최민석 작가님의 소설 속에도 보면 주인공들 이름이 되게 재밌거든요. 본인 이름을 네팔로 지으면 어떨까 숙제를 내드리기로 하겠고요.

◇ 최민석 : 갈 길이 구만 리니까, 쿠마리.

◆ 김우성 : 쿠마리 괜찮네요. 뭔가.

◇ 최민석 : 네팔에 쿠마리가 많습니다.

◆ 김우성 : 실제로요?

◇ 최민석 : 네.

◆ 김우성 : 뭐 아는 것도 많으시고요. 갈 길이 구만리, 쿠마리. 재밌습니다. 자, 우리가 지금 예능들 보면 요리 예능이 굉장히 많은데 사람들이 음식에만 집중하지 않고요, 그 요리사들의 인생 얘기도 많이 살펴봅니다. 뭐 이런저런 논란도 있긴 했지만 이렇게 음식이 메타포가 된 작품들, 콘텐츠들을 보면 굉장히 마음이 잘 와닿아요. 작가님은 어떤 주제의 작품들을 또 좋아하실까요?

◇ 최민석 : 음식에 관련된 것 중에서요. 저는 옛날 작품 중에는 대만 영화, <음식남녀>가 있었어요. 그게 아버지가 요리사인데 미각을 잃어 갑니다. 그러니까 상실에 대한 이야기인 거죠. 그것도 좋았었고, 뭐 어떻게 보면 철학이 없는 영화일 수도 있는데 무엇보다 철학적인, “웃음이 우리 삶에 가장 필요한 영양소이다”라는 철학을 주는 주성치의 <식신>. 그건 뭐 요리 철학에 관한 영화가 아니고 주성치 영화 자체에 대한 철학인 거죠. 우리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웃음이다.

◆ 김우성 : 저도 주성치 영화 너무 좋아합니다. 쿵푸 시리즈 다 좋아하고요. 철학이 오히려 있죠. 저는 요리를 주제로 한 여러 영화들이 머릿속을 막 지나가는데요. 일본의 <심야식당>도 많이들 좋아하실 거고, 거기도 요리, 음식보다는 인생 얘기잖아요.

◇ 최민석 : <남극의 셰프>도 있었고. 일본 얘기하시니까 기무라 타쿠야가 나온 <그랑 메종 파리>가 있어요. 그것도 굉장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 김우성 : 예, 이렇게 요리라고 표현했지만, 여러분 우리가 그걸 먹어야 살거든요. 생존합니다. 그래서 더 와닿기도 하고요. 정말 여러분들도 추천해 주시면 저희가 문자 #0945번, 50원의 유료 문자입니다. 보내주시면 나중에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요리를 다룬 명작 하나를 골라 오셨습니다. 제가 책을 가져왔는데, 생각해 보니까 유튜브가 아니어서 책을 보여드릴 수는 없고 들려드리겠습니다.

◇ 최민석 : 사파가 들어가 있는 책, ASMR인가요?

◆ 김우성 : <바베트의 만찬>. 바게트 아닙니다. 바베트의 만찬. 요리를 다룬 소재인데, 이자크디네센 작가 얘기부터 먼저 해보죠.

◇ 최민석 : 이자크 디네센은 1885년 덴마크 코펜하겐 북부에 있는 룽스테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28살에 브로르 폰 블릭센이라는 남작과 결혼하면서 남작 부인이 됐는데요. 귀족이 일단 뭔가 느껴지죠. 그 사회적인 계급이. 이때가 제국주의 시대였어요. 그래서 동아프리카 케냐에 가서 커피 농장을 경영을 했고, 그런데 이때 사실상 이 남작이 약간 계약 결혼이었고 이미 아내에게 마음이 떠났고, 심지어 외부에서 성병까지 걸려오고 그런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이자크 디네센은 외롭게 살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그 케냐에서 커피 농장을 할 때 영국인 사냥꾼인 데니스 핀치 해튼과 사랑에 빠집니다. 이 사람이 비행기 조종도 했거든요. 그러다가 운명의 장난으로 인해서 화재로 연인과 농장을 모두 다 잃고, 그 후에는 상실감 때문에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죠. 그래서 자신의 인생을 회고록으로 정리를 하는데, 그 회고록의 제목이 <아웃 오브 아프리카>.

◆ 김우성 : 그렇습니다.

◇ 최민석 : 그러니까 사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나오는 메릴 스트립이 이자크 디네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자기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메릴 스트립의 실제 모델인 거고요. 노벨 문학상 후보에 두 차례 올랐습니다. 근데 그때마다 못 탔던 이유가, 대진운이 굉장히 나빴어요. 한 번은 헤밍웨이랑 접전을 펼쳤고, 또 한 번은 알베르 카뮈. 두 분 너무 훌륭하죠.

◆ 김우성 : 예, <이방인>. 저도 집에 있는데.

◇ 최민석 : 근데 그때 헤밍웨이가 좀 거시기한 게, 좀 눈치 없는 작가예요. 피츠제럴드한테도 상처를 많이 줬고. 헤밍웨이가 마초맨이다 보니까, 자기 딴에는 겸손을 표한다고 “이 상은 이자크 디네센이 받았어야 했다”라고 말하면서, 세계적으로 눈치 없는 작가로 등극을 했었죠. 아무튼 그렇게 이자크 디네센은 명작은 썼지만, 헤밍웨이 때문에 배가 아픈 채로 살다가 1962년에 수술을 받았고,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서 나중에는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영양실조로 사망하게 됩니다. 좀 불행한 삶을 살았던 거죠.

◆ 김우성 : 맞습니다. 1885년에서 1962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난…

◇ 최민석 : 코펜하겐 그 위쪽에 있는 북부에 있는 룽스테드라는 곳입니다

◆ 김우성 : 『결혼에 대하여』라는 산문집도 있다고 해서 굉장히 궁금한데, 저는 이 얘기 중간에 저희가 다음 얘기 가기 전에 지난번에 이사벨 아옌데도 그렇고요. 『영혼의 집』 작가. 굉장히 고통을 겪고 그 고통과 위기 앞에서 작가가 돼요. 지금 이자크 디네센도 그렇고요. 도대체 최민석 작가님은 어떤 고통을…

◇ 최민석 : 저 진짜 제가 제 삶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여기 고가의 장비가 많잖아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이 고가의 장비가 침수될까 봐 내 삶을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 김우성 : 어쨌든 그런 고통들이 있는 분들이 자서전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세계적인 작품이 되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 같습니다. 오늘 그래서요. 이 『바베트의 만찬』, 어떤 음식과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일까요? 최민석 작가님이 직접 설명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 최민석 : 네. 스토리를 말씀드릴게요. 소설은 노르웨이의 한 어촌 마을에서 시작을 합니다. 그곳에는 굉장히 금욕적으로 살아가는 할머니 자매가 있습니다. 원래 이들은 목사인 아버지와 함께 교회도 없는 지역에서 약간 교회 공동체를 꾸리면서 살아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자 이 딸들인 두 자매가 그 교회 공동체를 이어받아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고 있었던 거죠. 이렇게 초반에 젊은 시절부터 할머니까지의 시기를 몇 분 만에 압축적으로 보여주거든요. 그래서 이 어촌에 남은 대부분의 주민들은 노인들입니다. 그리고 이 할머니 자매에게 어느 날 한 프랑스 여성이 찾아옵니다. 그녀의 이름이 바로 오늘 소설의 주인공인 바베트입니다. 바게트 아니라, 파리에서 온 바게트가 아니라 파리에서 온 파리 바베트입니다. 그리고 바베트의 손에는 마치 조선시대 이야기처럼 지인이 간곡하게 써준 편지가 들려 있습니다. 뭐라고 돼 있냐면, “여기 오갈 데 없는 딱한 여인이 있으니 자비로운 두 자매께서 부디 거두어 주시길.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 김우성 : 아 연기를 잘하시네요.

◇ 최민석 : 아닙니다. 제가 대학 때 연극반이라. 아무튼 웃기죠. 자기가 거두어 주면 되는데 자기가 안 거두어 주고. 유명한 성악가가 써준 거거든요.

◆ 김우성 : 여기까지 보면 뭔가 이제부터 사연이 궁금해져요.

◇ 최민석 : 그렇죠. 사실 이때 프랑스 대혁명 이후라서 부르주아들이 몰락하게 됩니다. 성악가도 몰락하고, 그래서 자기가 거두어 줄 수 없어서 바베트를 자기가 청년 시절에 알았던 이 노르웨이의 자매들한테 보낸 거죠. 아무튼 이렇게 바베트는 이 할머니들 집에 기거하면서 밥 짓는 식모로 지냅니다. 이때 할머니들한테 요리하는 법을 배워요. 할머니들이 아주 건박하게 “얘야, 뭐 쓰지 마라.”

◆ 김우성 : 굉장히 금욕적인 분들이셔서.

◇ 최민석 : “고추장 비결은 며느리도 안 가르쳐 준다. 하라는 대로 해라.” 그러면서 하라는 대로 하면서 요리를 배우면서 살아갑니다. 그렇게 한 10년 살아요.

◆ 김우성 : 오래 사네요.

◇ 최민석 : 처음에는 노르웨이어 한마디도 못했는데 할머니들이 떠듬떠듬 불어로 가르쳐 주거든요. 나중에는 마을에서 살 때 막 흥정도 막 합니다. 노르웨이 사람 다 된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드디어 비로소 오늘의 사건이 터집니다.

◆ 김우성 : 사건이 있어야 됩니다. 어떤 사건입니까?

◇ 최민석 : 바베트가 매달 파리에서 누군가가 보내준 복권을 선물로 받고 있었거든요.

◆ 김우성 : 아니, 그 돈을 모아서 돈을 주지 왜 복권을 보내주나요?

◇ 최민석 : 그러니까 우리로 치자면 로또 한 번씩 사는 그런 건데, 그 복권 1등에 당첨이 됐다는 겁니다.

◆ 김우성 : 이야, 인생 역전.

◇ 최민석 : 그렇죠. 그래서 사람들 전부 다 “아, 이제 바베트가 고향인 파리로 돌아가겠구나” 그렇게 여깁니다.

◆ 김우성 : 10년 동안 두 할머니가 보살펴줬는데 조금은 나눠주고 돌아가겠죠.

◇ 최민석 : 그때 바베트는 할머니한테 제안을 합니다. “그동안 내가 여기 살면서 너무 감사했으니까 이 마을 노인 어르신들한테 제가 프랑스 성찬을 한 번 준비하겠습니다.”

◆ 김우성 : 이거 그냥 제 식대로의 추임새인데요. 아이고, 노르웨이 요리 지겹다. 이제 내가, 제가 프랑스에서 한번 대접해 드릴게, 이런 거.

◇ 최민석 : 제가 밥 한 끼 준비하겠습니다. 따뜻한 밥 한 끼 베풀게 하겠습니다, 이러는 거죠. 그래서 뭐 그러라고 하는데, 바베트가 이제 요리를 준비하려고 하는데 주민들이 깜짝 놀랍니다. 이 마을에 프랑스에서 공수한 재료가 오는데, 그 식재료가 기상천외한 겁니다.

◆ 김우성 : 노르웨이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

◇ 최민석 : 네. 일단 배로 와요. 배로 오는데 와인 몇 상자가 오고, 뭐 메추리가 있고, 바다거북이, 소머리도 옵니다. 그래서 마을회관에, 여기 엄격한 기독교 공동체잖아요. 노인들이 모여서 “바베트가 우리한테 사탄의 음식을 먹이는 게 아니야?”

◆ 김우성 : 보면 그런 생각 들 법 해요.

◇ 최민석 : 그러면서 막 굉장히 깊은 시름에 빠져요. 그런데 바베트의 정성을 생각해서, 그럼 우리가 만찬에 참석은 하자. 대신 음식에 대해서는 일절 아무 말도 하지 말자, 이렇게 결론을 내리죠. 이렇게 해서 이제 바베트의 만찬이 시작이 됩니다. 이 소설이 이제 하이라이트죠.

◆ 김우성 : 예, 이제 요리 이야기가 나옵니다.

◇ 최민석 : 전체 요리는 바다거북 수프와 셰리 와인, 그리고 캐비어와 사워크림을 올린 메밀로 만든 팬케이크.

◆ 김우성 : 오, 왠지 이름, 지금 제목만 들어봐도 맛있을 것 같으면서도 궁금해지는 맛이에요. 이게 무슨 맛이지?

◇ 최민석 : 메인 요리는 메추리에 푸아그라와 블랙 트러플로 속을 채워서 페이스트리로 감싼 까이유 엉 사코파쥬(Cailles en Sarcophage).

◆ 김우성 : 아니, 이제 얼핏 들어도 비싼 재료들이에요, 지금.

◇ 최민석 : 그리고 디저트는 설탕에 절인 체리와 무화과를 올리고 럼을 뿌린 스펀지 케이크, 그리고 각종 치즈와 와인이 나오죠. 아무튼 듣기만 해도 기상천외한 거죠. 그래서 이제 이 할머니 자매를 비롯한 모든 마을 노인들이 평생 처음 맛보는 음식 때문에 행복을 느낍니다.

◆ 김우성 : 미각으로는 프랑스 여행을 가신 거예요.

◇ 최민석 : 그런데 음식 얘기는 전혀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그래서 그 얘기를 못 하고, 대신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덕분에 행복했다면서 삶의 기쁨에 대해서 말을 하죠.

◆ 김우성 : 아, 낭만적이네요.

◇ 최민석 : 심지어 이 자리에서 10년 넘게, 앉기만 하면 투덜대고 싸웠던 앙숙이 있는데, 앙숙들은 이 자리에서 화해를 합니다.

◆ 김우성 : 약간 마법 같아요. 이게 얼마나 맛있으면 서로들 이렇게 사랑한다 말하고, 앙숙들이 화해를 하고 그러네요.

◇ 최민석 : 그렇죠. 음식은 사실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니까. 이렇게 이제 화려한 성찬은 끝이 나고, 할머니 자매들은 다 잘 먹었다 한 다음에 바베트한테 묻습니다. “자네, 이제 파리로 돌아갈 텐데, 돌아가면 뭘 할 거냐?” 이렇게 묻죠. 그러니까 바베트가 어이없다는 듯이 깜짝 놀라서 되묻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전 돌아가지 않아요.” 그러니까 할머니가 놀라죠. “아니, 그러면 상금, 복권 당첨으로 탄 그 상금 1만 프랑, 그걸로 뭘 할 거냐고.” 이렇게 되묻죠. 그러고 이제 바베트가 대답을 하는데, 할머니들이 또 놀라요.

◆ 김우성 : 이번에 할머니들이 놀랍니다. 왜요?

◇ 최민석 : 바베트가 대답하기를, “아, 그거요? 음식 재료비로 다 썼는데…”

◇ 최민석 : 할머니들이 기겁을 합니다. 왜냐하면 당시에 1만 프랑을 지금의 가치로 따지자면 이게 수억 원이 되는 겁니다.

◆ 김우성 : 어머나, 마을 잔치로 큰돈 쓰셨네요.

◇ 최민석 : 네. 그러면서 바베트는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죠.

◆ 김우성 : 여기서 또 이제 이유가 나옵니다.

◇ 최민석 : 자신이 사실은 파리에서 가장 훌륭한 고급 레스토랑, 카페 앙글레의 수석 셰프였다고 말을 하죠.

◆ 김우성 : 화, 요리사였네요.

◇ 최민석 : 그런데 할머니들이 그렇게 요리를 가르쳐주시고

◆ 김우성 : 할머니들 막 민망해 가지고, “와, 나 고추장 넣지 말라고 했는데.”

◇ 최민석 : 아무튼 그런데 그때 프랑스 혁명 이후에 부르주아들이 처형을 당해서 가족과 친구 모두 잃고, 자신도 이제 부르주아 계급에 부역한 부르주아로 간주가 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라고 하죠. 그리고 이제 클라이맥스의 장면입니다. 그래서 할머니들이 걱정하면서 말하죠. “바베트, 이제 다시 가난해졌는데 어떻게 하지?” 그러니까 바베트가 명대사를 남깁니다.

◆ 김우성 : 뭐라고 할까요?

◇ 최민석 : “무슨 말씀이세요? 전 가난하지 않아요. 예술가는 절대로 가난하지 않아요.” 그러면서 소설은 끝이 납니다.

◆ 김우성 : 이야, 마지막 대사가 정말 정수입니다. 위대한 예술가는 가난해지지 않는다. 우리 최민석 작가님도 부자시네요.

◇ 최민석 : 저는 가난한데, 이거 보고 마음을 고쳐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 김우성 : 왜 예술가는 가난해지지 않는다라고 이 프랑스에서 온, 신분을 속였던 명 셰프 바베트가 이야기했을까요?

◇ 최민석 : 그렇죠. 이게 이제 해석이 필요한 건데, 바베트가 자신을 가난하지 않다고 얘기했던 거는, 예술가가 가난하지 않다는 거는 사실 그 정신적인 풍요의 상태에 대해서 얘기를 한 것 같아요. 우리가 돈이 있으면 그다음에 하고 싶은 거를 돈을 통해서 하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예술가는 이미 예술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숭고한 것을 하기 때문에 돈이 필요 없이 그냥 자기 삶이 행복의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이 얘기하는 거는 비단 예술지상주의가 아니라 우리 삶의 행복과 물질의 가치가 과연 무엇이냐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가 물질을 왜 확보하려고 하느냐, 그것은 물질을 통해서 어떤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것인데, 그 행복은 사실은 물질 없이도 도달할 수 있다면 우리가 물질의 노예가 될 필요가 없지 않느냐, 이런 질문까지 던지고 있는 거죠.

◆ 김우성 : 맞아요. 돈 1만 프랑, 수억 원이 없어져서 가난했다라고 보는 게 아니고요. 내가 할 수 있는 가치, 앙숙들이 화해를 하고요, 사랑한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고요. 이렇게 좋은 음식을 먹으면 제 아내는 이런 말을 할 것 같아요. “이거 얼마짜리야?” 제발 맛있으면 그냥 좀 사랑한다고 해주면 좋겠습니다.

◇ 최민석 : 아무튼 그 바베트가 가난하지 않다고 얘기했던 이유 중에 또 하나는, 자기가 요리를 하면서 자기는 이미, 희열을 다 맛봤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에서 제가 이제 줄거리를 좀 빨리 진행하기 위해서 생략한 게 있는데, 굉장히 감동적인 장면은 바베트는 이 코스 요리를 준비하면서 자기는 이 코스 요리를 먹지 않습니다. 그냥 딱 12인분만 준비해요. 본인은 안 먹고요. 중간에 물론 애초에 초대하지 않았던 장군이 끼기도 했지만, 그래서 바베트가 먹으려고 했던 1인분이 빠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요리를 하면서 그냥 주방에서 아주 값싼 와인을 먹고, 감자 수프를 먹고, 그냥 빵을 먹으면서 굉장히 행복해합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당연히 이제 이 요리 자체가 예술인 거죠. 자기가 다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이 사랑하는 예술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바베트는 행복을 느끼는 거죠.

◆ 김우성 : 우와 이게, 이 노인들은 몰라요. 이게 수억 원의 재료와, 심지어는 이 셰프의 수공비는 안 들어간 거잖아요. 바베트의 수공비는. 그러면 그 어마어마한 가격일 텐데. 그러니까 행복하다라고 말했는데, 저희 아내 같은 분이 거기서 “이거 재료랑, 야, 이거 얼마짜리야? 한 몇백만 원 하겠는데?” 이런 걸 모르고 드시는 거잖아요.

◇ 최민석 : 모르고 드세요. 근데 나중에 그 초대 명단에 없었던 장군을, 할머니 자매들이 추가로 초대를 하거든요. 그 할머니 자매가 젊었을 때 되게 예뻤어요. 그래서 이 장군도 젊은 장교 시절에…

◆ 김우성 : 연모했군요.

◇ 최민석 : 대시를 했는데, 워낙 금욕적으로 살다 보니까 목사님 딸들인데 거절당했고, 그 성악가, 바베트한테 편지를 손에 쥐여서 보낸 성악가도 젊은 시절에 대시를 했는데 또 거절을 당한 거예요. 아무튼 이 할머니들이 그때 거절한 게 미안했는지 이 장군도 초대를 했는데, 장군이 유일하게 이 음식의 맛을 압니다. 왜냐하면 이 장군은 젊은 시절에 파리에 파병을 가서 근무를 했거든요. 그때 딱 전체 요리를 먹어보니 “어, 이 맛은…” 그러면서 약간 『미스터 초밥왕』처럼, “이 요리는…” 그러면서 감탄을 해요. 메인 요리를 먹더니 “이 맛은…” 그러면서 나중에 얘기를 합니다. 자기가 젊은 시절에,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인 카페 앙글레에서 정말 평생 잊을 수 없는 요리를 먹었는데, 그 맛과 똑같다고 얘기를 해요.

◆ 김우성 : 그러니까요. 알아낸 거네.

◇ 최민석 : 예. 그러니까 이 장군이 초대받지 못했다면, 이 마을 노인들은 아무도 이 식사의 가치에 대해서 깨닫지 못한 채로 헤어졌겠죠.

◆ 김우성 : 저는 듣다 보니까요. 지하철역에 보면 수억 원대 스트라디바리우스 이런 막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거랑, 그냥 일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걸 보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그게 몇 억짜리인지, 저 연주자의 공연을 보려면 얼마나 돈을 내야 되는지를 모르고 평범하게 지하철에서 즐겨요. 뉴욕 지하철에서, 그 바베트의 모습에서 좀 그런 게 보였습니다. 자, 12명의 손님 중에 단 한 사람, 이 장군만 음식의 가치를 알고, 다른 사람은 모름에도 불구하고 이 요리, 예술적인 요리 자체를 즐기고 사람들의 행복 자체를 즐기는 바베트의 마음, 최민석 작가가 설명해 주셨고요. 듣다 보니까 12명이잖아요. 만찬이잖아요. 저는 그림 한 장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그러니까, 최후의 만찬.

◇ 최민석 : 떠오르죠. 그러니까 이 소설은 설정부터 종교적인 거죠. 최후의 만찬을 상징하는 건데, 최후의 만찬을 할 당시에 예수와 함께한 제자들도 그때에는 그 만찬 이후에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줄을 몰랐던 거죠. 그러니까 그게 정말 소중한 만찬이라는, 그 만찬의 가치를 몰랐던 거죠.

◆ 김우성 : 굉장히 겹쳐 있는 부분이 많네요.

◇ 최민석 : 마을 노인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 만찬으로 인해서 노인들의 삶에는 기쁨이 더해졌거든요. 즉, 식사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한테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서 바베트는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은 거죠. 조금 확대해석해 보자면 예수와 같은 면이 있는데, 아무튼 중요한 거는 바베트는 이 과정을 스스로 즐겼다는 겁니다.

◆ 김우성 : 예, 사랑이네요. 진짜. 그 최후의 만찬과 많은 내용에서도 가까우니까요. 또 종교적인 지향이 있으신 분들은 이 책, 『바베트의 만찬』,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최민석 : 그리고 노인들이 이걸 먹고 평생 이런 걸 처음 먹어서, 뭐 말은 할 수 없고, 너무나 기쁜 나머지 마을 우물가에 가서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합니다.

◆ 김우성 : 달빛 아래서 손을 잡고, 동화적으로 빙빙 돌아요. 예, 그 정도입니다. 여러분. 하긴 뭐, 이 카페 앙글레와 실제로 이 가격과 비싼 요리들, 저는 이 소설가가 정말 다양한 경험을 안 해보고서는 쓸 수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카페 앙글레가 실제로 1913년까지 영업을 했다고요?

◇ 최민석 :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1854년에 그 바베트가 만찬에 쓴 1만 프랑이 현재 가치로 이제 1억 원이 넘는 거죠. 그래서 1억 원을 한 끼 식사를 위해서 기꺼이 쓴 거죠. 이 정도면 이건 사치라고 얘기할 수는 없고, 예술혼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되는 거죠. 그럼에도 자신은 가난하지 않다고 말하는 바베트. 이 바베트를 봤을 때, 이 물질에 휘둘리는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에 참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거죠.

◆ 김우성 : 예, 한번 좀 생각해 볼 만합니다. 자, 이렇게 돈의 가치가 아닌 행복과 사랑의 가치, 최후의 만찬도 약간 연상되는 이 『바베트의 만찬』. 만약에 우리 최민석 작가님이 수중에 1억이 넘는 돈이 쥐어졌다, 그거를 한 끼 저녁 식사에 모두 태운다, 태우실 수 있을까 궁금하긴 합니다. 갚아야 할 대출금도 있을 텐데.

◇ 최민석 : 네. 저는 대출 갚는 데 쓰겠습니다.

◆ 김우성 : 네. 이렇게 리얼리즘으로 확 돌아서나요? 알겠습니다. 근데도 이거를 내가 돈으로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몇 억짜리 가치가 있는 일이었을 거야라는, 어떤 저는 첫 작품을 쓸 때의 시간들, 아니면 작품 쓸 때마다 늘 마셨던 커피라든지, 뭔가 그런 것들도 있을 것 같아요. 이를테면 돈으로 치환할 수 없는 바베트의 만찬 같은.

◇ 최민석 : 지금 이 순간이라고 하겠습니다.

◆ 김우성 : 아, 굉장히 정치적이시기도 하네요. 네, 알겠습니다.

◇ 최민석 : 아니, 농담이고요. 네, 뭐 들으실 때 제가 좀 오버한다고 생각하셨을 거고, 제가 지금 이 순간이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좀 폭넓게 보자면 현재입니다. 현재, 일상. 그러니까 나의 일상이. 저는 미리 말씀드리는데, 복권에 당첨되더라도 제 일상을 그대로 유지할 거예요. 그러니까 일상이 무너지면, 수억 원이 아니라 수백억의 가치도 무너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늘 지금 이 순간, 오늘 나의 일상, 나의 루틴을 지키는 것, 그게 어떤 거액보다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우성 : 야, 역시 작가님이라서 그런지. 아니, 실제로 로또라든지요, 큰 복권 되신 분들 삶이 비극적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요. 이 루틴이 다 무너져서. 일상이 또 대단한 분들 보면, 뭐 노벨상 수상 소식 듣고 하던 달리기 계속했다, 이런 분들도 계시잖아요.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바베트의 만찬, 이제 좀 마무리 이야기를 해야 될 텐데, 노르웨이가 그렇게, 노르웨이에 있는 목사님 두 분, 젊었을 때 예뻤던 두 분이 그렇게 금욕주의적인 거, 약간 노르웨이와 프랑스, 이런 대비도 보이고, 왜 바베트를 프랑스에서 온 사람으로 설정했는지도 궁금하고요. 이 전체적인 어떤 구도를 해석해 주셔야 될 것 같아요.

◇ 최민석 : 대비 효과를 노린 것 같은데요. 오늘날 파인다이닝이라고 일컬어지는 건 프랑스에서부터 시작을 했잖아요. 그 파인다이닝의 시초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태양왕이라고 불린 루이 14세가 사실 어릴 때는 유약했고 권력도 없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이제 절대 왕권을 확립하기 위해서 베르사유 궁전을 거창하게 짓고, 그 궁전에 귀족들을 초대해서 연회를 베풀었죠. 그때 권력자들을 자기 가까이에 앉게 했어요. 자기 가까이에 더 올수록 권력이 더 세지는 거죠. 그러면서 몇 시간 동안, 미식을 즐기는 거거든요. 궁중 요리사들이 한 고급 요리를 먹으면서 귀족들은 왕의 절대 권력을 느낀 거죠. 이 음식 하나에 이렇게 비싼 재료와 대단한 공이 들었다니, 이건 권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느끼게 한거죠.

◆ 김우성 : 황금보다 더 권위주의적으로 한 것이네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러니까 음식의 정치화이자 음식의 예술화가 이루어지던 순간이었던 거죠. 로마 이후에. 그래서 이게 어찌 보면 이제 파인다이닝의 시초이고, 프렌치 미식 문화의 시초인 거죠. 그러니까 이제 노르웨이 같은 경우는 춥고 자연에 맞서서 살아야 했는데, 이 따뜻하고 경치 좋고 모든 걸 즐기면서 사는 프랑스와는 정반대인 거죠. 노르웨이가. 그래서 노르웨이의 검박한 청교도 할머니들과 파리의 가장 호화로운 레스토랑의 젊은 셰프. 이 같은 여성이지만 완전히 대비되는 캐릭터인 거죠. 그래서 두 개의 삶과 두 개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것을 노르웨이의 한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해서 보여준 거라고 할 수 있는 거죠.

◆ 김우성 : 예, 참고 자료로 나온 까이유 엉 사코파주(Cailles en Sarcophage), 이 요리가요. 석관 속의 메추리, 그러니까 돌로 된 관 속에 있는 메추리, 이런 느낌이 대비되는, 참 뭐랄까요? 진짜 감각적 해방이 느껴지는 그런 얘기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은요, 그 흔히 말하는 흑백 요리사에 나오는 아주 유명 셰프한테 가서 먹고, 찍어서 SNS에 올리잖아요. 약간 루이 14세의 그 행동들을 개개인이 SNS에서 하고 있다라는 느낌도 듭니다. 결국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 이 책을 최민석 작가님의 셰르파 같은 설명으로 글 하나를 내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마무리 부탁드리죠.

◇ 최민석 : 저는 이 책은 결국은 각자의 삶의 예술이 무엇이냐. 그러니까 이 소설의 핵심 메시지는 “예술가는 가난해지지 않는다”라는 거였잖아요. 단지 예술가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음식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우리 삶에서 이 소설이 상징하는 예술은 무엇인가.

◆ 김우성 : 나의 만찬, 바베트의 만찬은 뭔가요? 그렇죠.

◇ 최민석 :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 가치를 실현한다면 우리는 가난하지도 않고, 가난해지지도 않는다. 물질은 수단일 뿐이다. 그런 메시지를 갖고 있고요. 이 작품은 미식 문화가 궁금하신 분, 또 예술이 뭘까 고민하시는 분, 그리고 삶의 진짜 가치가 무엇일까 고민하시는 분, 그리고 이거 진짜 중요합니다. 명작을 접하고 싶은데 대부분 명작들이 너무 두꺼워서 주저하시는 분들. 『바베트의 만찬』은 진짜 얇습니다. 이런 분들한테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 김우성 : 두께는요, 이렇게밖에 안 됩니다. 여러분, 제가 지금 유튜브가 아니라서.

◇ 최민석 : 심지어 저 책은 사파가 많은 거예요. 사파가 없는 것은 더 짧습니다.

◆ 김우성 : 더 짧군요.

◇ 최민석 : 진짜 집중하시면 한 20분이면 읽을 수 있을 겁니다.

◆ 김우성 : 맞습니다. 저도 지금 오늘 아침에 받아서 이제 읽으려고 하고요. 코스피가 5천을 올라가고요, 집 사야 되고요, 포모에 시달립니다. 나만 뒤처지는 거 아니야, 이 공포의 시대에 『바베트의 만찬』을 한번 읽어보시면 돈과 삶에 대한 가치, 우리 최민석 작가님의 설명처럼, 내 안에서의 예술은 뭔지 찾기 쉽지 않을까요? 오늘도 역시 금요일을 행복하게 해주는 셰르파, 최민석 작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민석 : 감사합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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