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근절하려다가…애먼 사람 잡은 '아이유 티켓팅'

'대리' 근절하려다가…애먼 사람 잡은 '아이유 티켓팅'

2024.04.04.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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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리' 근절하려다가…애먼 사람 잡은 '아이유 티켓팅'
ⓒ이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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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콘서트에서 이른바 '용병'을 썼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한 팬 사연이 올라와 공분을 사고 있다.

자신을 아이유 팬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달 아이유 콘서트 티켓을 예매했다가 티켓 부정 거래 의심을 받고 각종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당시 SNS에 '용병'으로 콘서트 티켓팅을 성공했다는 인증 사진이 올라왔는데 여기에 공연 날짜와 좌석 번호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표 주인이 특정된 것이다.

A씨는 금전 거래가 포함된 '대리 티켓팅'이 아니라 친구가 대가 없이 자신의 표를 예매해 줬다는 내용의 소명 자료를 기획사로 보냈고 '문제가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공연 당일, 그는 본인 확인이 충분히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연장에 입장하지 못했으며 팬클럽에서도 영구 제명됐다. A씨는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에 구제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아이유의 소속사는 부정 티켓 예매를 단속하고 의심 가는 사람을 신고하는 ‘암행어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르면 부정 예매 티켓을 신고한 사람은 해당 표를 대신 받을 수 있으며, 암표를 산 사람은 티켓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이고 팬클럽에서 영구 퇴출당한다. 이와 같은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표를 비싸게 되파는 악습을 근절하기 위함이다. 지인이 대가 없이 예매를 도와준 건까지 기준을 적용한다면 도입 취지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친구나 지인 등을 활용하는 '용병 티켓팅'은 TV 예능 등에도 여과 없이 나올 정도로 널리 퍼진 문화다. 혼자 티켓팅을 하는 것보다 지인들이 티켓팅을 해주는 것이 표를 잡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에는, 카페 사장이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티켓을 대신 잡아줬다는 기사가 '미담'으로 퍼지기도 했다.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현재 인기 공연의 좋은 좌석 표는 대부분 '업자'들이 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기 연예인의 공연 티켓팅이 있는 날이면 예매 직후 X(구 트위터), 중고나라, 티켓베이 등에 수십에서 수백만 원이 붙은 표 판매 글이 많게는 천여 건까지 올라온다. 업자 한 명이 표 수백 장을 쥐고 있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들이 '매크로'를 이용해 저인망 어선처럼 좌석 표를 싹쓸이하고 공연이 간절한 사람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웃돈을 주고서라도 프리미엄이 붙은 표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기획사가 표를 취소 시켰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구매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매크로 등을 활용해 불법적으로 표를 취득하고 건당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의 이득을 본 '업자'들은 이미 목적을 달성했으니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는다. 지난달 22일부터 공연법 개정안이 시행돼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공연 입장권과 관람권을 구매한 뒤 웃돈을 받고 다시 파는 부정 판매 행위가 금지됐으나 아직 처벌 사례는 없다.

YTN이 한국소비자원에 민원 접수 확인을 요청한 결과 소비자원은 "해당 건 관련해서 민원이 들어와 접수된 부분 확인했다. 해당 팀에서 여러 방식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해당 팬분께서 응대 과정부터 이번 공지까지 불쾌함을 끼쳤다면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한다. 이른 시일 내 원만히 합의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한국소비자원 접수 건과 관련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 정윤주 기자


YTN digital 정윤주 (younj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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