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산책] 동심을 지켜라! 요란한 소동 - 종호 작가

[아틀리에산책] 동심을 지켜라! 요란한 소동 - 종호 작가

2024.03.08. 오후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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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산책] 동심을 지켜라! 요란한 소동 - 종호 작가
▲ 문래동 작업실에서 만난 종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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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아트스퀘어에 종호 작가의 초대전이 열렸다.

'동심의 세상'을 주제로 펼쳐진 이번 전시는 알록달록한 색채와 오밀조밀한 캐릭터의 움직임이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언뜻 보면 화려한 축제를 연상하게 하지만,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요란한 소동이 벌어지는 중이다. 이른바 동심을 사수하기 위한 전투 현장이다. 작가는 동심을 파괴하려드는 외부 세력에 맞서, 동물 탈을 쓴 병정 등을 내세워 동심을 지켜내려 애쓴다. 작가 특유의 유머와 낙천성을 무기로 삼아 뿅망치나 하트 모양의 창을 들고, 동심을 방어하는 장면이 웃음지게 한다.

중세 미술에 관한 오마주도 담겼다. 고딕 양식 건축물의 아름다움, 성서화에 묘사된 전쟁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작가는 단순하면서 기발한 변형을 만들어냈다.

동심을 잃지 않고자 고군분투하는 작가의 이야기. 내 안에 잠들어있던 동심을 깨워 작가와 요란한 소동을 함께 즐겨보는 건 어떨까. 전시는 31일까지다.

《작가 노트 中》
동심과 행복 그리고 불행이 함께 공존하지만 내가 꿈꾸는 동심의 세계를 지키고 불행의 세상보다 동심의 세상이 더욱 많은 영역을 차지할 수 있는 세상을 담아낸다.


YTN 아트스퀘어 종호 초대전 (3.1 ~ 3.31)

종호 작가는 용인대학교 회화학과, 동대학원 문화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 및 단체전에 다수 참여하며, 서울시박물관 소장 이력이 있다. 종호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 갤러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종호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전시 주제인 '동심의 세상'에 관해 소개한다면?

평소 아기자기한 이미지와 알록달록한 색을 좋아한다. 그래서 동심을 주제로 잡고 7년 넘게 작업해 왔다. 어른들도 마음속에 동심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저는 어렸을 적 행복한 추억을 생각하며 때때로 그 향수 속에 빠져 있는 시간을 즐긴다. 동심은 스스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시선이나 환경에 의해 흔들리고 점점 희미해져 간다고 생각한다.

오밀조밀한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면 곳곳에서 일어나는 충돌을 발견할 수 있다. 충돌을 일으키는 것은 내 안의 동심을 흔드는 외부적인 요소이며, 그에 맞서는 병정들은 동심을 지켜내려는 나의 페르소나이다. 내가 꿈꾸는 동심의 세계를 지켜내고, 동심의 세상을 넓혀가고자 하는 바람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Q. 작품의 아이디어는 주로 어떻게 떠올리나.

고전 명화나 중세 시대 그림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특히 중세 시대 고딕 양식 구조가 화면 구성의 모티브가 됐다. 뾰족한 첨탑과 아치형 구조물 등을 활용했다.

또한 성서화를 보면 전체적으로 화려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인물의 목이 잘려 있는 등 잔인한 전투 장면들이 많다. 그런 요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밝고 평화로워 보이는 그림을 자세히 보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모습, 반전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중세 그림을 활용해 현대적인 이미지로 변형하거나 재창조하는 과정을 즐긴다.

Q. 작품 속 숨겨진 스토리가 궁금하다.

토끼와 곰돌이 등 동물 탈을 쓴 병정들, 제 페르소나를 대변한다. 외부 병사들의 공격으로부터 나를 방어하는 중이다.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서 동물 탈을 쓴 이미지로 나를 내보이는 것 같다.

외부 병사의 캐릭터들은 날카로운 창과 같이 해를 입힐 수 있는 무기로 공격해 온다. 반면 나를 대변하는 캐릭터들은 위협적인 무기가 아닌 뿅망치나 하트 모양의 창으로 자신을 지켜낸다. 역시 동심을 잃지 않는, 나만의 방식으로 방어하겠다는 거다. 하늘을 배경으로 둔 그림은 전투를 좀 벗어나고 싶어서 그렸다. 하늘은 전투에서 벗어난 곳, 그래서 평화롭기만 한 일종의 이상 세계로 표현한 공간이다.

Q.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작가의 성장 배경이나 특별한 경험이 있나.

어렸을 적부터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다. 영화 '토이스토리'에서 장난감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저도 장난감이 스스로 움직이는 건 아닐까 상상하며 방에 숨어서 관찰했던 기억도 난다. 지금도 여전히 디즈니 등의 장난감 수집을 좋아하고, 애니메이션이나 문학을 통해 상상하며 동심을 만나곤 한다. 부모님이 자주 놀이동산에 데려가 주신 것도 어린 시절 행복한 기억이다. 그 기억을 느끼고 싶어 성인이 돼서도 놀이동산을 종종 찾는다. 그곳의 화려한 색감이나 재미난 놀이 기구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기도 한다.

Q. 작업 과정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면?

중세 시대 그림 등 오래된 자료들을 들여다보는 것이 재밌다. 고전 자료를 활용해서 현대적으로 변형, 재창조하는 과정에 신경을 쓴다. 스케치는 수성 색연필로 즉흥적으로 그려내는 편인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작품의 마감에 정성을 들인다.

Q.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각자 마음속에 있는 동심을 일깨우고 싶다. 저 역시 부모님의 도움으로 자유롭게 컸지만, 점점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현실의 여러 문제에 부딪히면서 차츰 동심은 사라지는 것 같다고 느낀다. 동심을 지켜내기 위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나누고 싶다. 그림을 가까이 보시면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기에 천천히 감상해 주시기 바란다.

앞으로 계획은 대작을 구상 중이다. 다양한 표현 방식을 시도해 보며 열심히 작업하는, 꾸준한 작가가 되겠다.



YTN 커뮤니케이션팀 김양혜 (kimyh121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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