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처럼 펄럭이는 치마...'행위예술 1세대' 정강자 회화 재조명

깃발처럼 펄럭이는 치마...'행위예술 1세대' 정강자 회화 재조명

2023.11.26. 오전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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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세대 행위예술가 정강자, 한국 미술사에서 그 이름만으로도 강렬한 존재입니다.

파격적인 행위예술에 가려진 그의 회화세계를 재조명하는 대규모 전시가 열려 주목됩니다.

이교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푸른빛 한복 치마가 우뚝 서 있는 산이나 펄럭이는 깃발처럼 당당하게 표현돼 있습니다.

오랜 세월 여성의 몸을 동여맨 치마끈은 산길이 되어 굽이쳐 하늘로 향합니다.

1세대 행위예술가 정강자 작가의 회화에는 시대의 관습과 억압에 맞서온 여성작가의 강인한 의지와 당찬 포부가 담겨 있습니다.

정 작가의 회화는 6, 70년대에 이룬 행위예술의 성취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강소정 / 아라리오갤러리 총괄 디렉터 : 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작고하던 시기, 2017년까지 굉장히 치열하게 회화작업을 많이 하셨던 작가님이시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그런 부분이 좀 부각이 되지 않았고 또한 작품도 많이들 보실 기회들이 없으셨어요.]

이번 전시는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작품을 중심으로 그의 회화세계를 재조명합니다.

원시적 풍경을 배경으로 분신 같은 야누스나 자연과 인공의 결합을 상징하는 반원을 그려 넣은 작품들은 초현실적 체험을 선사합니다.

그가 남긴 환상적 작품에선 생계와 창작,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힘겨웠던 작가의 고민과 화폭 위에서 한껏 누린 해방감이 엿보입니다.

[강소정 / 아라리오갤러리 총괄 디렉터 : 여성을 표현했을 때 팔이 여러 개이고 항상 바느질을 하고 계시지만 하지만 그 머리 위에는 우주가 떠돌아다니는 그래서 나의 꿈과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신다든지 (중략) 본인이 이상적으로 희망하는 세계를 당당하게 표현하시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습니다.]

1968년 국내 첫 누드퍼포먼스 '투명 풍선과 누드',

기성 예술계를 통렬하게 비판한 집단 퍼포먼스 '한강 변의 타살' 등 파격적 실험을 끊임없이 시도했던 정강자,

밤마다 작업실에서 틈틈이 그려온 그의 회화가 이제 재평가의 시선 앞에 당당히 섰습니다.

YTN 이교준입니다.


촬영기자 : 이동형

그래픽 : 최재용

사진 제공 : 아라리오갤러리


■ 전시 정보
정강자 개인전 <나를 다시 부른 것은 원시였다>
2023년 11월 15일~12월 30일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YTN 이교준 (kyoj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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