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큐] '구름빵' 백희나 작가에게 듣는 창작자의 권리는?

[뉴스큐] '구름빵' 백희나 작가에게 듣는 창작자의 권리는?

2023.03.21. 오후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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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박석원 앵커
■ 출연 : 백희나 ’구름빵’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Q]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던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분쟁 중 별세한 이후 창작에 대한 공정한 보상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으신 분이죠. 구름빵의 원작자, 백희나 작가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요.

직접 모시고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얼마 전에 스웨덴에서 귀국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제 귀국하셨다고요? 어떤 모임을 통해서 귀국하셨나요?

[백희나]
알마상을 그때 2020년에 코비드 때문에 시상식에 가지 못해서 이번에 행사를 하러 갔다 왔습니다.

[앵커]
아동문학계의 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으셨는데 당시 코로나 때문에 대면 모임을 못 하고 계시다가 이번에 가서 팬들도 만나고 거기 심사위원들 만나고 그런 자리에 가신 거군요. 가보시니 어떻던가요?

[백희나]
슬프지만 외국에 가서 자존감이 많이 올라가는 경험을 했달까요? 용기와 격려를 받은 굉장히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앵커]
용기와 격려를 받고 또 자존감도 올라가셨다는 말씀해 주셨는데 실제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받을 당시에 심사위원장 심사평 보니까 작가님 그리신 구름빵 비롯해서 달샤베트, 장수탕 할머니 등 작가님 작품이 경이로운 세계로 출입문이다, 이렇게 표현을 하셨더라고요. 여러 가지의 출입문 중에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고 할 수 있는 구름빵, 굉장히 긴 시간 출판사와 저작권 분쟁이 있었는데 당시에 느꼈던 현실적인 벽, 혹은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었을까요?

[백희나]
먼저 고인의 안타까운 소식을 계기로 또다시 이런 이슈가 되고 제가 또다시 이런 발언의 기회가 생긴 것 같기는 한데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조심스럽고 죽음이 결코 가볍게 이용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일단은 굉장히 안타깝고 모습을 영상에서 보니까 굉장히 가슴이 아파요.

너무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저도 패소를 하고 나서 비슷한 생각을 했기 때문에 혹시 내가 죽으면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살아남아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굉장히 아픕니다.

[앵커]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시청자분들에게 전해 드려야 되기 때문에 그 아픈 기억을 다시 또 떠올리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죄송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창작 활동을 하지 못했던 기간도 있으셨다고요, 그 소송 기간 중에.

[백희나]
구름빵을 내고 그게 신인 작가의 데뷔작이었고 그게 경제적인 안정성을 가져다 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수주 받은 일들을 계속했어야 했고 한편으로는 저의 창작품인 구름빵이 제 의지와는 무관하게 뮤지컬이나 전시가 열리기도 하고 공연을 하기도 하고 또 애니메이션이 나오기도 하면서 또 시리즈책으로도 나왔어요.

아이러니하게 제 이름을 달고 나오는데 저는 정작 그냥 구경꾼처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소식도 전해 듣지 못했고 그것을 지켜본다는 게 굉장히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트라우마 같은 것도 생기고 우울증이 심해져서 싸우는 과정에서 제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랄까요? 계속 창작을 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던 시절이었죠.

[앵커]
내가 그린 캐릭터가 어떻게 보면 분신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그런 캐릭터가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다른 곳에 다른 의도로 쓰였다는 것이.

[백희나]
네, 작품 의도가 분명히 있는데 그런 것들이 전혀 반영이 안 됐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작품이 돼서 세상에 나왔죠.

[앵커]
앞서 영상으로 보셨지만 검정고무신 만든 이우영 작가, 별세한 뒤에 저작권 문제로 상당히 힘들어했다는 것 알려졌습니다. 비슷한 아픔, 비슷한 고통을 느끼셨기 때문에 허탈함이라고 해야 될까요? 심적 고통도 가늠하기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바라보셨습니까?

[백희나]
작품이 흔히 작가의 인생이나 자식에도 비유가 되기도 하는데 저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 어떤 것에도 비유가 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야말로 작가의 인생이 녹아 있는 작품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어떤 권리도 가질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변질되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저 같은 경우는 지난 20년의 세월이 마음속으로 내내 피눈물이 계속 흐르는 그런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앵커]
이우영 작가도 그렇고 또 작가님도 그렇고 저작권 분쟁으로 법정 싸움을 하는 작가님들도 계시고 알려지지 않은 작가님도 많을 겁니다. 실제로 저작권이나 수익 배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가도 많은 편인가요?

[백희나]
아무래도 작가는 개인이고 그리고 상대는 법무팀을 가지기도 한 기업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이 가지고 오는 계약서로부터 계약의 과정이 시작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앵커]
기업과 개인의 법정 공방이 있다 보니까 불리한 경우들도 있고, 그런 작가분들도 상당히 있을 것 같은데 작가님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들 중에 하나가 보통 신인 작가와 출판사 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게 매절 계약입니다. 매절 계약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 겁니까?

[백희나]
매절 계약이 문제는 아니에요. 매절 계약이냐 인세 계약이냐의 문제는 저작물을 이용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금액을 어떻게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지불하느냐의 문제이지, 말하자면 매절 계약은 한꺼번에 일정 금액을 주는 것으로 끝인 거고 인세 계약이라고 하는 것은 수익에 따라서 일정한 퍼센티지를 계속 받는 형식이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에요. 문제가 되는 것은 저작권을 양도받는 식의 모든 권리를 통째로 기업에게 양도하는, 작가에게는 일절 권리가 없는 그런 계약이 문제가 되는 거죠.

[앵커]
그러면 초반에 매절 계약을 개편해야 되는 필요성도 있는 겁니까?

[백희나]
매절 계약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요, 계약에 따라서. 작가도 그걸 요구할 때가 있고 출판사도 편의에 의해서 그걸 원할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사용 허락에 대한 금액을 주는 방식의 문제인 것이지 매절 계약 자체가 나쁜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저작권이 양도가 되는 게 문제인 것이죠. [앵커] 그렇다면 계약이 매절 계약 자체도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왜 이렇게 불공정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드러나는 겁니까?

[백희나]
글쎄요. 그게 저작권이 말씀드린 것처럼 작가에게 있어야 되는데 그 권리가 기업에게 넘어가고 그게 어느 정도 일정 기간, 그렇게 되더라도 일정 기간 반환하는 형식이 되든가 아니면 성향적으로 작가들은 계약에 강하지 못하고 집단보다는 개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리고 또 말한 것처럼 기업이 내민 계약서에서부터 계약의 과정이 시작이 되니까 그런 계약의 상황이 불리한 거죠, 작가들에게.

[앵커]
출판업계 입장에서는 이렇습니다. 매절 계약이라고 하면 출판 초기에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하고 투자를 한다. 어떻게 보면 신인 작가를 발굴한다, 이런 입장인 거거든요. 그리고 양성을 위해서 도움을 준다는 입장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백희나]
그게 어느 정도 맞는 말씀이시고 그런데 출판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투자를 하는데 손해를 감내하고서라도 그렇게 신인 작가들에 대한 투자를 하고 말하자면 위험부담을 안는다는 얘기인데 손해를 본다, 감수해야만 된다. 그런 출판사의 입장도 있다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논리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 수입에 대해서, 돈에 대해서 얘기를 작가들이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작품에 대해서 작가가 가질 권리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거든요.

그 권리를 작가에게 귀속시킴으로써 작가는 자기 작품의 본질을 지킬 수 있고 편안하게 안심하고 자유롭게 창작을 뻗어나갈 수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 문제지, 출판사에게 리스크를 주면서까지 계약을 맺자라는 게 전혀 아니에요. 얼마든지 그런 상황에 맞춰서 사용 금액에 대한 문제는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에게 저작권을 귀속시킨다라는 게 출판사에게 위험 부담을 준다? 그거는 전혀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게 파트너십을 작가랑 출판사가 동등한 파트너십을 맺어서 같이 상생하는 관계를 한다면 출판사는 좋은 콘텐츠를 얻을 수 있는 거죠.

[앵커]
어떻게 보면 계약 초기에 수익에 대한 부분을 출판사가 상당량을 가져가더라도 그래도 그림에 대한 권한만큼은 작가에게 남겨둬야 되지 않느냐.

[백희나]
수입은 저는 양측이 합당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꼭 어느 쪽이 더 유리하게 돼야 된다는 게 아니라 그건 협의를 해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게 맺으면 되는 것이고 그 작가가 기본적으로 가져야 될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어야 된다라고 말씀을 드리는 거죠.

[앵커]
해외 사례는 어떻습니까?

[백희나]
유럽의 경우는 저작권이 아예 작가에게 귀속되어 있고 어떤 계약으로도 다른 곳에 양도될 수 없다라고 아예 법으로 되어 있는 곳도 있다고 알고 있어요.

[앵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법적 권한 같은 것들이 아직까지는 제도화돼 있지 않은 부분이 있다라고 보십니까?

[백희나]
그렇죠. 상황적으로 아직 우리나라에게 그런 제도를 도입하기가 이르다라는 얘기를 하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제도나 시스템은 상황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만들어져야 되는 거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져야 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콘텐츠가 세계를 리드하는 수준에 왔는데 더 이상 어떤 상황을 더 기다려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앵커]
구름빵 저작권 분쟁이 당시에는 큰 이슈였고 2020년에 패소 판결이 났습니다. 이후에 출판사와 작가의 관계라든지 달리 어떤 이야기들은 없었습니까?

[백희나]
그때 역시 구름빵이 이슈가 됐을 때 이런 실태를 엄중하게 점검하겠다 했지만 해결되지 않았고 저는 패소를 했고 그리고 결국 10년 뒤에 이런 안타까운 일이 생겼고 또다시 구름빵 얘기를 저는 하고 있는 거예요, 같은 이야기를. 그때 제대로 점검이 이루어지고 개선이 이루어졌다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겠죠. 그러면 지금 또다시 실태를 점검하겠다? 글쎄요. 저는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 한 그때 가서 저는 또 TV에 나와서 얘기하겠죠, 또 구름빵 일에 대해서.

[앵커]
구름빵 사태가 있었을 당시 2020년에 구름빵 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제도화되는 부분이 미흡한 부분이 있었고 이번에 다시 이런 일들이 반복이 됐는데 이번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약관에 대해 실태점검 나서겠다, 이런 계획은 했지만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겁니까?

[백희나]
저는 전혀 기대하지 않습니다. 실망하는 데 너무 익숙해진 것 같아요.

[앵커]
제도도 문제겠지만 창작 권리에 대한 인식도 문제라는 지적들이 많은데 어떻게 보세요?

[백희나]
네, 창작자들 자신들도 그런 것에 선정적으로 그렇다는 것은 저도 그러니까 백번 이해하지만 창작자들도 어려움 말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알아봐야 되는 거고 무엇보다도 그렇죠.

[앵커]
나의 작품을 만들 때 출판사와 어떤 계약을 할 때도 너무 위축이 되거나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는 요구할 수 있는 그런 권한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어야 된다, 이렇게 보시는 거죠?

[백희나]
인식을 갖고 있어서 요구를 해도 상황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당신 작품이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 출판하지 마라, 이렇게 나오면.

[앵커]
작가님은 또 앞서 너무 좋은 상도 받으셨고 워낙 해외에서도 많이 알려진 작가님이셔서 우리나라 대표하는 그림 작가십니다. 제2의 백희나를 꿈꾸는 후배 작가들도 많을 텐데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백희나]
저 역시 지금도 저랑 좋은 파트너십을 작가랑 맺어서 좋은 저작물을 만드려는 업체들도 많아요. 하지만 저 역시 지금도 계약의 상황에서 불편한 경우가 아직도 있어요. 절대로 상대방이 내민 계약에 대해서 상대방에게 묻지 말고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상대방에게 묻는 것은 말이 안 돼요. 그렇게 비싸지 않으니까 전문적인 법률 자문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반드시, 어떤 계약이라도. [앵커] 알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약 전에 충분한 법리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런 조언까지 남겨주셨습니다. 지금까지 구름빵 원작자였던 백희나 작가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작가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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