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산책] ‘행복의 현재형’ 그리는 이동구 작가

[아틀리에산책] ‘행복의 현재형’ 그리는 이동구 작가

2022.06.21. 오후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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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산책] ‘행복의 현재형’ 그리는 이동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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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아트스퀘어에서 이동구 작가 초대전이 열렸다.

이동구 작가는 1996년생의 미술계의 촉망받는 신진작가이다.
K옥션 경매에 5차례 참여해 6작품 모두 낙찰되고, 개인전과 단체전을 연이어 진행하고 있다.

작가의 그림은 '행복'의 근원을 질문하면서 시작한다.
작가가 찾은 행복은, 미래의 행복도, 과거의 행복도 아닌, '지금, 여기'에서 호흡하는 것이다.

원래 있던 사물의 형상을 뒤틀고, 재조합하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데, '붓질'에 몰입해서 그려내는 역동적인 이미지로 보는 이에게도 해방감을 준다.

이번 전시는 '잿빛에서 은빛으로'라는 주제에 걸맞게, 작가는 회색빛 사이사이로 비치는 은빛의 반짝임을 느껴보라고 제안한다. 반짝이는 찰나의 순간을 즐겨보길 바란다.

과거는 후회의 잔재가 되고 미래는 알 수 없는 것들의 연속이다.
우리는 두 발을 땅에 붙인 채 호흡하는 지금의 행복을 찾아야 한다.
행복했다는 과거형도, 행복해질 것이라는 미래형도 아닌 행복의 현재형을 추구하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리고 조금 더 앞에 서서 우리 각자의 입맛에 맞는 행복을 찾아내고 제안한다.
'이 행복은 입맛에 맞니?' - 작가 노트 <행복에 관하여> 中



YTN 아트스퀘어 이동구 초대전 (6.1~6.30)

이동구 작가는 남서울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개인전, 단체전에 다수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1 대한민국디자인전람회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2020 전라북도 산업디자인대전 특별상을 수상하고, 작품 [RAW no.13] 서울특별시청 박물관 소장, 작품 [RAW no.14] 정문규미술관 소장 이력 등이 있다.

이동구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갤러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다음은 이동구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신진 작가인데, 전시 이력이나 판매 수가 많다. 어떤 그림을 그리는가.

작년 7월, 첫 개인전을 열었고, 좋은 기회를 많이 얻어 연이어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만 그림 89점이 팔렸고, 올해는 현재까지 70점 정도 판매가 됐다.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

주로 ‘행복’에 관해서 그림을 그리는데, 행복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들과의 대화, 중년 작가들과의 대화에서 주로 소재를 발견한다. 각자가 느끼는 행복을 수집하고 있달까. 일상의 다양한 행복을 발견하고, 그려내고, 제안하고자 한다.

현재 2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첫 번째는 [행복에 관하여]라는 프로젝트, 두 번째가 [RAW 프로젝트]이다. [행복에 관하여] 프로젝트에서는 행복에 관한 포괄적인 접근으로 시작했다. 타자가 말하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성인(聖人)이 말하는 행복, 쾌락 같은 행복, 봄 햇살 같은 행복 등 갖가지 행복을 탐구하며 그린 작품들이다. 그러나 행복에 관한 화두와 해답에 관해 조형적으로 나타내고 싶은 욕심이 커져, 작업을 할 때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점점 그림을 그리는 것이 힘이 들었다.

다시 가볍게 붓을 들고 시작한 것이 [RAW 프로젝트]. ‘고통 없는 창작물’을 내놨다. 오로지 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그린 작품들이다. 어렸을 때 낙서하듯이, 오로지 붓질을 하는 행위에서 오는 쾌감, 행복을 다시 찾으려 했다. 아무런 내용을 담지 않고 붓 가는 대로 그림을 그려보자고 시작해, 내가 느끼는 것을 날 것 그대로 풀어낸 그림들이다. 'RAW'라고 이름을 붙인 작품을 그리면서 나의 표현 욕구를 해결하면서, 약간의 쾌락과 잔잔한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

Q. 행복을 찾기 시작한 계기가 있나?

행복을 그리기 전, 공허를 그렸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인간은 외롭고 평생 혼자야, 그렇게 모두 다 죽을 거야’ 라는 생각이 컸다.

홍대나 강남 한복판에 서 있으면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이지만, 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모든 일상이 수많은 ‘혼자’들이 같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공허에 관한 그림을 그렸다. 공허를 꺼내 놓으면, 마음속 허전함이 조금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감정을 시각적으로 실체화해놓고 방을 채우다 보니, 결국에는 온통 공허함에 갇히는 기분이 들었다. 이게 좀 심해져서 먹는 것도 왜 먹지, 어차피 배고파질 건데... 이런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허를 그려서 점점 더 공허해졌다면, 반대로 '행복을 그리면 내가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효과를 좀 봤다. 어렴풋이 생각한 행복들을 시각화 시켜놓고 보니, 행복해질 때가 가끔은 있다고 느껴졌다. 그때부터 ‘행복’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게 됐다.

Q. ‘잿빛에서 은빛으로’ 라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반짝이는 ‘은’이라는 재질감을 지우면 은색은 곧 회색, 잿빛이 된다. 은빛과 잿빛은 종이 한 장의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두 색은 스스로 빛을 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회색의 연상 단어를 떠올려 보자면 ‘회색 도시’, ‘회색 감정’ 등 회색은 주로 공허함, 쓸쓸한 느낌을 준다. 잿빛 또한 부정적인 느낌을 담지 않나. 그런데 만약 내가 가지고 있는 색이 잿빛이라면, 나의 색 자체를 바꾸려 애쓰지 않고, 내가 가진 색을 보다 빛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잿빛에서 은빛으로’ 라는 전시 주제를 설정했다. 주제에 맞게,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컬러감을 최대한 배제한 채 작업을 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색깔을 소중히 여기고, 노력으로 빛나게 했을 때 오는 일종의 성취욕, 행복의 발견을 담은 작품들이다.

Q. 전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작품에 담긴 스토리나 상상이 궁금하다.

‘잿빛에서 은빛으로’ 라는 메인 작품. 가장 애착이 간다. 이 작품은 2019년도에 스케치를 했다. 그때는 작가라고 말하기도 민망하게 느껴질 만큼, 방구석 그림쟁이었다. 당시에 그렸던 노트의 스케치를, 올해 좀 더 다듬어진 실력으로 옮겨 작품으로 소생시켰다고 할까. '잿빛에서 은빛으로'의 주제와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포인트는 그림 상단, 은빛으로 반짝이는 부분이다. 역경을 딛고, 비상하고자 할 때 ‘구름을 뚫는다’라는 표현을 많이들 쓰지 않나. 그런데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고뇌가 깊어질 때 마치 내 머리 위에 떠 있는 구름이, 뚫기엔 너무 딱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회색 구름이면 뚫기 어렵겠지만, 은빛이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머리 위를 은빛 구름으로 채웠다.

그림 속 인물은 몸 없이 걸어가는 형상이다. 손이 곧 다리인데, 손을 괴고 걸어가는 모습이다. 이 친구가 앞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내용을 담기 위해서 뒤쪽에 여백을 더 많이 두고 작업을 했다. 은빛 구름으로 나아가는 희망을 표현했다.

주로 일상적인 사물의 형상을 구기고 찢는 행위를 통해, 기발한 형상을 만든다. 뒤통수를 앞에 달거나, 귀를 다른 방향으로 붙여보는 등 사물의 이미지를 왜곡시켜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시도했다.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끄집어내서 바깥으로 내보내고, 보이는 부분을 안쪽으로 집어넣는 등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면서 기존의 틀을 부수는 쾌감이나 해방감이 드는 것 같다.

Q. 관객들에게 작품을 관람하는 팁을 준다면?

이번 전시는 기본 베이스를 회색으로 작업을 했는데, 회색이나 무채색의 그림들이 표면적으로 봤을 때 얼핏 지루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특히 ‘질감’ 표현에 신경을 썼다. 촉각적인 재질감, 우둘투둘한 색다른 질감을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또, 자세히 보면 작품마다 조금씩 은색이 섞여 있는데, 회색 사이사이에 비치는 은빛을 느껴보는 것이 포인트이다. 은색도 모두 같은 색이 아니라, 밝은 은색과 어두운 은색이 섞여 있다. 작품을 좀 더 가까이서 살펴본다면, 미묘한 색상의 차이와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 앞으로 바람, 목표가 있다면?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종류의 행복들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행복에 관해 탐색하고, 행복의 근원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할 것이다.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온전하고 단단한 행복의 상태에 이르고 싶다.

또 꿈이 있다면, 해외 진출과 건물주 되기. 현재 내가 사용하는 작업실은 후원자분에게 지원받은 공간이다. 훗날 여유가 생긴다면, 건물을 지어서 나 또한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을 위해 함께 작업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지원하고 싶다.




YTN 커뮤니케이션팀 김양혜 (kimyh121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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