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혼자 보는 비대면 연극, '혼극'도 있다!

혼밥? 혼술?...혼자 보는 비대면 연극, '혼극'도 있다!

2021.09.26. 오전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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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극의 3요소는 배우, 관객, 희곡입니다.

배우가 희곡을 통해 관객을 만나는 거죠.

하지만 코로나로 비대면이 강조되는 요즘, 배우와 관객이 만나지 않고, 심지어 관객도 여럿이 아니라 혼자 보는 실험극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기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김훈일 씨가 연극을 보러 찾은 곳은 서울로 안내소.

발열 체크를 한 뒤 QR코드를 찍으면 공연이 시작됩니다.

무대는 '서울로'에서 시작해 청파로에 있는 극장 안까지 이어집니다.

배우는 이상의 '날개'를 낭독하기 시작하고, 관객은 혼자뿐입니다.

2021년 서울역 앞길을 걷는 관객에게 이어폰 속 배우는 1930년대 경성역을 들려줍니다.

"여러 번 자동차에 치일 뻔하면서 나는 그래도 경성역을 찾아갔다.~"

때론 목소리와 효과음으로, 때론 VR 가상현실 화면으로.

서울역을 지나 극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혼란스런 주인공의 심리가 관객에게 전달됩니다.

[김훈일 / 인천 검암동 : 그냥 의자에 앉아서 보는 일반 연극하고 달리 서울로를 지나가면서 제가 이 공연의 주인공이 되어서 이 길을 함께 걸어온 듯한 느낌? 그의 시간을 함께 체험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각성을 돕는 커피와 감각을 사라지게 하는 최면제.

80여 년 전 이상이 선택했던 상반된 두 모티브는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작가는 이상이 겪었던 변화와 혼란을 코로나를 견디고 있는 우리 상황과 견주어 해석했습니다.

[서현석 / '코오피와 최면약' 작가·연출가 : 이상이 소설이나 시에서 보여줬었던 일종의 고독, 고립감 이런 거를 어쨌든 제대로 체험하는 방법은 관객이 그 고독 속에 빠져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되었는데요. 오늘날 모든 것을 사회적인 거리감을 두고 해야만 하는 상황과도 맞물린다는 생각도 듭니다.]

잡음 차단이 잘 되는 이어폰이 필수인 실험적인 이 공연은 30분마다 한 명씩만 관람할 수 있는 데다 공연 기간도 짧아 개막하기도 전에 모두 매진됐습니다.

YTN 기정훈입니다.

YTN 기정훈 (prod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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