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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옆에서 화폭 안 보고 그리는 작가...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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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옆에서 화폭 안 보고 그리는 작가...이유는?

2021년 09월 19일 06시 38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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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뒤에서 앞에서 옆에서, 선을 긋는 내내 캔버스를 보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있습니다.

실험미술의 거장 이건용 화백인데요.

이승은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아이의 붓질과 같은 자유분방함과 엄격한 통제가 함께 담긴 그림들입니다.

45년 전 이건용 작가가 발표한 신체풍경화 9개 연작이 다시 그려졌습니다.

그리는 과정을 보면 작가의 철학을 알 수 있습니다.

화폭 뒤에서 붓질을 합니다.

화폭을 뒤로 끌어내리며 손이 닿는 한 그림을 그립니다.

양손에 붓을 들고 몸부림치면 천사의 날개가 그려집니다.

하트모양은 어떻게 나온 걸까요?

옆에서 그린 겁니다.

작가는 신체가 닿을 수 있는 곳까지만 선을 긋습니다.

자연이 주는 제한을 인정하는 겁니다.

그리는 과정에서 화폭을 보지 않습니다.

뭔가를 그리라는 뇌의 지시를 차단하며 그리기의 본질을 추구합니다.

이 신체풍경화 발명의 계기는 50년 전 걸음마를 배우던 딸이 벽에 처음 선을 그었을 때의 신선함입니다.

[이건용 / 작가 : 인간은 자기 신체를 통해서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그거야말로 나이 고하를 떠나서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억압의 시대에 탄생한 신체풍경화에는 저항정신도 담겼습니다.

손과 팔에 부목을 댄 뒤 하나둘 풀면서 선을 그어 군부독재를 풍자했습니다.

이 그림은 '곧은 선을 긋는다'고 외쳐도 곧게 그려지지 않는 선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곧은 선'이란 말이 불순하다며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은 누구든 따라 그릴 수 있다고 소탈하게 말합니다.

[이건용 / 작가 : 몇몇 사람만 아는 예술은 나머지 사람들에게 소외를 주고 많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없는 거죠.]

자연에 대한 존중과 신체의 지각, 대중과의 소통이 담긴 신체풍경화는 다양한 색감과 만나며 더욱 풍부해지고 있습니다.

YTN 이승은입니다.

YTN 이승은 (s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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