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게 명품 도자기를 선물한 까닭은?

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게 명품 도자기를 선물한 까닭은?

2020.08.02. 오전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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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근대 조선 왕실이 남긴 유물엔 서양 도자기가 적지 않습니다.

도자기 강국인 조선이 왜 화려한 서양 도자기들을 보유했던 걸까요?

그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승은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높이 62cm에 이르는 화려한 꽃무늬 도자기입니다.

조불수호통상조약 체결 2년 뒤인 1888년 프랑스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에게 선물한 기념품입니다.

조선이 서양 수교국으로부터 받은 첫 선물입니다.

프랑스 대통령은 큰 화병 두 개도 함께 보냈는데, 영친왕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지금은 도쿄 프린스 호텔 식당에 있습니다.

강화도 침략으로 열강 중 비교적 늦게 조선과 조약을 맺게 된 프랑스가 문화 강국, 나아가 우호국의 이미지를 심으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고종은 고려청자 두 점과 나무 모양 장식품인 반화 한 쌍으로 화답했습니다.

조선 왕실은 왕의 위엄을 상징하던 용과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모란이 새겨진 청화백자를 사용했습니다.

1876년 일본의 압력으로 문호를 연 뒤에는 근대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습니다.

왕실의 상징인 자두나무꽃이 새겨진 서양 식기를 주문해 들여왔고, 화려한 외국 도자기로 정전과 연회장을 장식했습니다.

왕실 내부 행사는 전통 상차림이었지만 서양식 연회를 열어 각국 외교관과 교류하고 국제 정세를 들으려 했습니다.

[곽희원 / 국립고궁박물관 연구사 : 그들과 만찬을 즐기는 것은 중요한 세계화의 소통 창구로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서양식 공간에 맞는 양식기와 위생기 그리고 궁중 화병들을 놓아서 세계 속에서 근대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조선의 변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선 왕실이 남긴 서양 도자기들은 사치의 반증이 아니라 격변기 외교적인 해법을 찾으려 한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YTN 이승은[sel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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