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희의출발새아침] 친일파 묘지, 아우슈비츠처럼 다크 투어리즘 가능할까?

[노영희의출발새아침] 친일파 묘지, 아우슈비츠처럼 다크 투어리즘 가능할까?

2020.06.09. 오전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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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희의출발새아침] 친일파 묘지, 아우슈비츠처럼 다크 투어리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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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0년 6월 9일 (화요일)
□ 출연자 : 탁재형 여행 전문 PD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노영희 변호사(이하 노영희): 지구촌 구석구석 나와 다른 듯 또 닮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여행작가 탁재형 PD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탁재형 여행 전문 PD(이하 탁재형):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여행으로 수다 떠는 PD, 탁재형 PD입니다.

◇ 노영희: 정말 ‘여수탁.’ 여행으로 수다 떠는 PD, 탁 PD. ‘여수탁’이 오늘 옷을 엄청나게 떠나고 싶게 만들게 입었어요.

◆ 탁재형: 옷이라고 떠나는 느낌으로 입어야죠.

◇ 노영희: 선글라스에 있는 그건 무슨 색이라고 해야 합니까?

◆ 탁재형: 코발트 블루?

◇ 노영희: 코발트 블루 선글라스에 시계도 코발트 블루입니다. 그리고 상의하고 하의가 저렇게 멋지게.

◆ 탁재형: 패션 감각이 있으신 분들이 디테일을 이렇게 꿰뚫어보시더라고요.

◇ 노영희: 한 번 궁금하신 분들 들어와서 보시기 바라고요. 우리가 못 떠나니까 이분을 통해서 떠나야겠습니다. 탁 PD님, 오늘은 어디로 떠날까요?

◆ 탁재형: 이런 곳들은 여행지로 어떤지 여쭙고 싶은데요.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유태인 수용소로 유명했던 아우슈비츠. 원전 사고로 유명한 러시아의 체르노빌. 그리고 여기도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캄보디아의 킬링 필드. 1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죠.

◇ 노영희: 네, 영화에서 많이 봤죠. 그런데 이런 데 가면 조금 무섭지 않아요?

◆ 탁재형: 그런데 이런 곳들이 이른바 ‘다크 투어리즘’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혹시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 노영희: 저는 정확히는 모릅니다만, 영어로 다크. 어둡고 음침하고. 투어리즘이라고 하면, 안 좋은 곳을 다니는 것으로 느껴지네요.

◆ 탁재형: 그렇습니다. 이런 곳들이 역사적으로 굉장히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장소, 또는 재난·재해 장소를 둘러보면서 이로부터 교훈을 얻고,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하는 다짐의 계기로 삼는 그런 여행을 우리가 다크 투어리즘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우리나라도 격동의 현대사를 거쳤기 때문에 이런 다크 투어리즘을 테마로 여행할 수 있는 곳들이 굉장히 많은 편이에요.

◇ 노영희: 우리나라 내에요?

◆ 탁재형: 그렇죠. 그래서 오늘은 국내외 다크 투어리즘 명소들을 한 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 노영희: 그런데 너무 으스스해서 과연 여행지로 괜찮은지 모르겠어요.

◆ 탁재형: 사실 오늘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게 지난 현충일 날 화제가 됐던 언론 보도들 때문이에요. 이번에 유독 국립현충원 내 일부 무덤에 대해서 이장 이야기가 굉장히 큰 이슈였잖아요?

◇ 노영희: 맞습니다. 친일파라고 알려진 사람들의 파묘 관련된 내용이었죠?

◆ 탁재형: 그렇죠.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다고 지명된 친일반민족행위자 1005명 가운데 11명이 지금 현충원에 안장되어 있고요. 이것을 친일인명사전 수록자 명단을 확대할 경우에는 63명이 현재 현충원에 묻혀 있는 상황이에요.

◇ 노영희: 이렇게나 많이. 우리나라가 사실 역사를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그런 안 좋은 게 있는데, 만약에 이 사람들이 그대로 현충원에 묻혀 있게 된다면 참 안타깝네요.

◆ 탁재형: 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인데, 이번 국회 들어와서는 어떻게든 정리가 될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선거를 맞이해서 광복회가 국회의원 후보들을 상대로 해서 실시했던 설문조사가 있어요.

◇ 노영희: 광복회는 뭐죠?

◆ 탁재형: 광복회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만든 단체입니다. 결과를 보면 지역구 의원 253명 중에 190명이 친일찬양 금지법 제정과 국립묘지법, 상훈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런데 국립묘지법, 상훈법의 골자가 친일 인사의 현충원 안장을 금지하고, 현재 안장되어 있는 분들도 옮기는 건데요. 이분들께서 한 번 묻힌 건데 옮기느냐, 라고 하실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분들을 위해서 대안을 하나 제시하고 있는데, 대안이 굉장히 묘안입니다. 이분들이 만일 묘를 옮기기 싫다고 하시면 이분들 묘 옆에다가 친일행적비를 세우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어떻게 보면 부관참시 논란도 피하면서 후세에 충분한 경계와 성찰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 노영희: 그러니까 친일파면 거기에 묻히면 안 되니까 묘를 그러면 이장하라고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데, 이장하기에는 또 부관참시 아니냐, 이런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까 아예 거기다가 옮기지 말고 푯말 같은 것을 붙이는군요?

◆ 탁재형: 그렇죠. 이분들이 생전에 어떤 친일행적을 했는지에 대해서 그것을 따로 표지판을 세우자는 건데요.

◇ 노영희: 상당히 부끄럽겠네요.

◆ 탁재형: 이게 다크 투어리즘의 측면에서 국립현충원이 새롭게 조명되는, 그리고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그런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 노영희: 그런데 이렇게 되면 사자 명예훼손, 이런 거 안 됩니까?

◆ 탁재형: 사자 명예훼손이라기보다는 없는 일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글쎄요. 사실 적시에 의한 사자 명예훼손이 통용되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 노영희: 맞습니다. 바로 그 지점입니다. 사자에 대해서는 허위 사실 적시만 명예훼손으로 문제가 되고, 사실 적시는 괜찮습니다.

◆ 탁재형: 변호사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으니까요. 해외를 보면 이런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인류가 저지른 지난 잘못들을 돌아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결의를 다지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적극적이에요. 이를테면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굉장히 대표적이죠. 이곳에서는 2차 세계대전 동안 400만여 명이 학살당한 곳인데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당시의 가스실, 고문실, 이런 것들을 부끄러운 역사라고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다 보존해놨습니다. 심지어는 거기 유대인들이 가스를 마시면서 고통에 몸부림쳤던 손톱자국 같은 것까지 남아 있어요.

◇ 노영희: 손톱으로 벽을 긁으면서 그랬던 거요?

◆ 탁재형: 그래서 이곳이 한 해에 10만 명 이상이 찾는, 그리고 지금까지 방문한 사람들의 숫자가 44만 명에 이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입니다. 또 1986년 4월에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났던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이 있잖아요? 이곳이 아직도 일상적인 장소에 비해서 3배에서 100배까지 방사능이 뿜어져 나오는 곳인데요. 이곳도 2017년에는 5만여 명, 그런데 이러던 것이 얼마 전에 드라마로 한 번 제작이 됐어요. 그런 이후에 방문자가 더 늘어서요. 2019년에는 7만 2000여 명이 찾는 그런 명소가 됐습니다.

◇ 노영희: 오히려 이런 것으로 역사의식도 고취시키고, 또 반성도 하게 만들면서 한편으로는 돈도 버는.

◆ 탁재형: 그렇죠.

◇ 노영희: 그런데 여기 아직 위험하지 않습니까?

◆ 탁재형: 그래서 투어에 참여하기 전에 일단은 건강상의 문제는 개인이 다 책임진다는 서약서를 작성해야 하고요. 뭔가 마스크라든지, 납이 들어간 방호복, 이런 기본적인 장구는 여행사에서 제공을 한다고 합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그러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다크 투어리즘으로 이름을 얻은 장소가 있습니까?

◆ 탁재형: 가장 대표적인 곳이 제주도죠.

◇ 노영희: 제주도 4.3 사건?

◆ 탁재형: 4.3 사건입니다. 이 4.3 사건이라는 것이 1948년에서 54년까지 남조선노동당 무장대를 토벌한다고 하는 명분 아래 굉장히 많은 무고한 양민들이 학살된 사건이잖아요. 그래서 제주 곳곳에는 이런 쓰라린 역사의 현장이 아직까지 보존되어 있고요. 그중에서도 유명한 곳을 예를 들면 북촌 너븐숭이 4.3 기념관이라고 있습니다. 여기가 넓은 들이라는 뜻인데요. 여기가 1949년 1월 17일 날 군인들에 의해서 빨갱이 가족으로 몰린 446명의 마을 주민들이 사살된 곳인데, 이곳에 가면 이때 당시에 아기를 안은 어머니, 그리고 젖먹이 어린아이들까지 목숨을 잃었어요. 그런 무덤들이, 아기 무덤까지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는 곳입니다. 서울에서는 일제에 의해서 독립운동 지사들이 붙잡혀서 옥고를 치렀던 서대문 형무소. 서대문 형무소, 지금은 역사관이죠. 이곳이 아주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라고 할 수 있겠죠.

◇ 노영희: 그러네요. 그래서 학생들도 서대문 형무소는 간다고 해요. 가서 옛날 역사도 배우고, 또 현충원 가는 학생들도 많이 있고요. 그런데 어쨌든 이런 다크 투어리즘이 단순히 역사의 치부를 들추는 이색적인 관광 테마다, 이렇게 볼 것이 아니라 후세를 위해서 우리가 어떤 가르침의 명소로도 활용할 수 있고, 향후 우리나라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기도 할 것 같아요.

◆ 탁재형: 그렇습니다. 그래서 국립현충원 이장 문제도 우리가 후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이냐에 따라서, 그것을 중심에 놓고 생각을 해보면 의외로 해법이 쉽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게 남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 역사잖아요. 우리 역사를 주제로 한 이런 다크 투어리즘은 단순히 잔혹한 역사의 한 장면을 들춰내는 게 목적이라기보다 우리가 이미 저질렀던 실수의 증거를 보존해서 그게 되풀이될 가능성을 줄이는 게 목적이잖아요? 그래서 이런 개정 가능성이 굉장히 큰 국립묘지법에 의한 이장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는 분들. 이런 분들이 사실 문제적 인물들이에요. 일제 강점기에 친일을 했지만 이후에 광복 과정에서 공을 세운 그런 분들이 많잖아요. 이런 분들에 대해서 친일 행적비를 세우는 것이 어찌 보면 국립묘지 안장 자체는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후대에 대해서 경고를 할 수 있는 그런 좋은 방법이 아닌가. 그리고 이분들께도 국가를 위한 또 하나의 봉사의 의미로 비춰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해봅니다.

◇ 노영희: 청취자 분께서 “악덕 고문 기술자 친일 경찰 노덕술, 이 사람도 현충원에 안장됐다네요. 친일 청산도 못한 대한민국, 너무 많이 부끄럽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다크 투어리즘에 대한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탁재형: 네, 감사합니다.

◇ 노영희: 지금까지 탁재형 여행 전문 PD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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