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고 모으고'...한글, 이래서 과학이다!

'더하고 모으고'...한글, 이래서 과학이다!

2019.10.09. 오후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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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성·종성 같은 문자…"소리에 대한 높은 이해"
’훈민정음 해례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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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오백일흔세(573) 돌 한글날입니다.

한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학적인 문자라는 얘기는 많이 들으셨겠지만, 왜 과학적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으실 겁니다.

기정훈 기자가 짚어 드립니다.

[기자]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서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는 '음소문자'입니다.

'뜻 문자'인 한자나 '음절문자'인 일본 문자는 비할 게 못 됩니다.

게다가 같은 음소문자인 로마자 알파벳에 견줘도 훨씬 과학적입니다.

먼저 소리가 나오는 곳 모양을 분석해서 문자의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입과 이, 혀와 목구멍 모양으로 자음을 만들었고, 모음엔 하늘과 땅, 사람을 뜻하는 철학까지 담았습니다.

어느 문자보다 규칙적입니다.

자음에 획을 더해 된소리나 거센소리를 만드는 방식이 규칙적이고, 모음을 합성하는 방식도 규칙적입니다.

특히 이 규칙들은 5백여 년이 지난 요즘의 스마트폰 문자판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모음의 합성 원리를 가져다 '천지인' 입력방식이 나왔고, 자음에 획을 추가하는 규칙을 이용해 '나랏글' 방식이 나왔습니다.

쉽게 익혀 입력할 수 있습니다.

또 자음과 모음, 자음, 즉, 초-중-종성을 그대로 풀어서 쓰지 않고 모아쓰는 방식이 규칙적이고 실용적입니다.

한 실험에 따르면 자모음을 풀어쓰는 것보다 모아쓸 때 2.5배 더 빨리 읽을 수 있습니다.

한 글자가 대부분 한 소리를 냅니다.

영문 알파벳의 A는 Apple과 Garden, Water에서 모두 다른 소리를 내지만, 한글 모음 'ㅏ'는 아리랑에서든 아버지에서든 같은 소리를 냅니다.

또 종성, 즉 받침 글자를 따로 만들지 않고 초성과 같은 자음을 쓰도록 한 것도 돋보이는 점입니다.

[한재영 / 한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종성자를 따로 마련하지 않고 초성과 중성자를 만들고 그것을 조합해서 그것도 음절단위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언어를 음운론적으로 제대로 파악을 한, 오늘날의 눈으로 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의 경지였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모든 내용은 세계 언어학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문자의 사용 설명서 '훈민정음 해례본'에 기록됐고 이 책은 유네스코의 세계 기록 유산으로도 등재됐습니다.

세계적인 발명품, 한글.

573돌 한글날을 맞아 뿌듯한 마음뿐 아니라 우리말 우리글을 아끼려는 마음도 되잡아야 할 이유입니다.

YTN 기정훈[prod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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