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맘마미아' vs '시티 오브 엔젤'

뮤지컬 '맘마미아' vs '시티 오브 엔젤'

2019.09.11. 오후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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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급으로 치자면 헤비급과 플라이급이니 비교 자체가 무리라 볼 수밖에 없는 두 작품이지만 공연시장의 다양성을 위해 굳이 나열해 보고자 한다.

뮤지컬 '맘마미아' vs '시티 오브 엔젤'

'맘마미아'가 초연을 하던 2004년 당시 필자는 뮤지컬을 담당하는 기자였다. 아바의 음악을 바탕으로 이미 해외에서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기에 당연히 관심이 집중됐다. 프리뷰 때는 표를 구하느라 여기저기 아우성이었는데 연예인들도 엄청나게 몰려왔고 아바의 멤버인 비욘 올베이어스도 보였다. 비욘은 뮤지컬 제작에 깊숙이 관여했기에 제작자의 입장에서 직접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왔던 것이다.

실제로 한국어 버전 작품도 잘 나왔고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프레스 리허설을 보면서도 진작에 흥행을 예감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맘마미아'는 2004년 국내에서 초연된 이후 15년간 200만 명이 관람했다. 앞으로도 전망이 창창해 500만까지는 가지 않을까라는 섣부른(?) 예측마저 해본다. 뮤지컬 백만 관객은 영화 천만에 비견된다 하니 단순 대입하면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본 '국민 뮤지컬'이 되는 것 아니겠나. 그렇다 보니 뮤지컬 한 편을 골라달라고 하면 주저 없이 이 작품을 추천할 수 밖에 없다.

뮤지컬 '맘마미아' vs '시티 오브 엔젤'

그런데 내가 이미 '맘마미아'를 관람한 200만 명 중의 한 명이라면? 남들 다보는 뮤지컬은 싫다고? 그렇다면 '시티 오브 앤젤'을 권하고 싶다. 국내 초연인 이 작품은 이미 브로드웨이에서 히트하며 토니 어워즈에서도 6개 부문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야기가 현실과 영화를 오가는 구조다 보니 집중도 해야 하고 음악도 재즈라 너무 어리거나 나이가 많은 관객에게는 호응을 받기 힘든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뮤지컬 담당 기자가 아닌 데스크의 입장에서 편안하게 기대수준을 낮추고 가서 보니 생각 이상이었다. 일단 18인조 재즈 빅밴드만의 라이브 연주를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했다. 특히 manhattan transfer 류의 스캣이 섞인 재즈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다. 배우들 모두 열정으로 무대를 채워준다. 개그맨 정준하는 특유의 넉살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는데 개인적으로는 여성 출연진들에게 더 점수를 주고 싶었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자칫 스포일러가 될까 봐 말을 아끼려 한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오래간만에 다른 캐스팅으로도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이른바 N차 관람의 욕구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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