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닿지 못한 발뒤꿈치' 소녀상에 담긴 의미

'땅에 닿지 못한 발뒤꿈치' 소녀상에 담긴 의미

2019.08.07. 오전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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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이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전시장을 폐쇄했지만 소녀상을 향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아픔과 평화를 향한 염원을 알리는 이 소녀상을 일본은 그야말로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는데요.

소녀상의 모습 곳곳에 담겨있는 의미는 무엇인지, 이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복을 입고 담담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소녀.

마치 우리 주변의 누군가처럼 친근하고도 앳된 모습입니다.

특별한 모델이 있는 건 아닙니다.

[김서경 / '평화의 소녀상' 작가 : (특별한 모델이 없는) 그 의미는 한 분의 역사로 국한되면 많은 분들의 역사를 함께 담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그 시대의 여인을, 그 시대의 소녀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거칠게 잘린 단발머리는 강제로 끌려가야 했던 아픔을, 제대로 땅에 닿지도 못한 채 들린 발뒤꿈치는 불안함을 안고 살아야 했던 고통의 세월을 의미합니다.

[김서경 / '평화의 소녀상' 작가 : 어깨에는 새가 앉아있는데 새의 의미는, 얼마나 (할머니들이) 고향에 가고 싶으셨겠어요. 그러한 자유에 대한 의지, 평화에 대한 의지, 그리고 돌아가신 할머님과 살아계신 할머님을 연결해주는 그런 영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할머니 모양 그림자 속엔 한 맺힌 넋을 위로하는 나비가 있고, 소녀상 옆에는 누구나 앉을 수 있는 빈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김서경 / '평화의 소녀상' 작가 : (우리가) 나는 그럼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까, 손잡아주는 자리입니다. 저희는 그래서 옆에서 손을 잡아줬을 때, 의자에 앉아서 손을 잡아줬을 때 이 소녀상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아이치 트리엔날레'뿐 아니라 국내외 곳곳에서 소녀상 전시와 설치를 막기 위한 전방위 압박을 펼치고 있습니다.

[김서경 / '평화의 소녀상' 작가 : 그 과거의 역사를 기록한 소녀상이 있고, 그게 또 자꾸 퍼져나가니까 그런 불편함이 두려움으로 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두려워하는 '평화의 소녀상'은 오늘도 두 주먹을 꼭 쥐고 말없이 앉아 역사의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YTN 이지은[jel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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