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품은 음악] 김현철의 13년 공백을 깬 시티팝 열풍

[뉴스를 품은 음악] 김현철의 13년 공백을 깬 시티팝 열풍

2019.05.29. 오후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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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품은 음악] 김현철의 13년 공백을 깬 시티팝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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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

[뉴스를 품은 음악] 김현철의 13년 공백을 깬 시티팝 열풍




운전 중, 역주행은 아주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하지만요. 차트 안 역주행은 옳습니다. 역시 좋은 노래는 시간이 좀 흐르더라도 언젠가 인정을 받기 마련인데요.
남들이 차트 안에서 역주행을 할 때, 이 분은 오로지 정주행만 합니다! 그 흔한 지각 한 번 없고! 방송이 끝나도 저, 왕조현지를 매너 있게 기다려주는 남자!! 수요일의 모범운전사, 이번 주도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뉴스를 품은 음악>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 안녕하세요. 민재씨. 수요일의 모범운전자라고 소개했는데, 어때요? 운전스타일이? 속도를 즐기는 편?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이하 정민재) : 저요? 규정 속도 딱 준수하는 스타일입니다.

조현지 : 하하, 제가 예상한 그대로네요. 요즘에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말이 있죠. ‘뉴트로’라는 말인데요, 정민재 평론가도 ‘뉴트로’ 들어보셨죠?

정민재 : 물론이죠. 새롭다는 뜻의 뉴와 복고풍의 뜻을 가진 레트로의 합성어잖아요. 복고 경향을 새롭게 즐기는 최근의 흐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조현지 : 잘 알고 계시는 군요. 이러한 뉴트로 현상이 상품포장부터 시작해서 정말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데요. 문화계 전반, 음악 쪽에서도 있다구요?

정민재 : 네, 최근 음악 분야에서도 뉴트로 경향이 뚜렷합니다. 80년대 뉴웨이브, 신스 팝을 계승한 최근의 음악이라든지 일부러 아주 올드한 느낌의 예전 스타일 발라드를 낸다든지 하는 것들이 있죠.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시티 팝인데요, 최근 1-2년 사이에 시티 팝이라는 용어가 여러 매체와 앨범 소개글에서 많이 보입니다.

조현지 : 시티 팝이라는 게 어떤 건가요?

정민재 : 시티 팝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일본 대중음악에서 유행한 음악의 한 갈래를 말합니다. 록, 힙합, 블루스 이런 전통적인 장르 개념이라기보다는 시대적인 의미에서 하나의 스타일로 봐야하는 거죠. 당시 일본의 경제 상황은 성장기를 거치며 호황이었는데, 이때 최고급 장비, 서구의 프로듀서들을 동원해서 이전의 일본 대중가요와는 다른, 소위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의 곡들을 만들어냅니다. 음악적으로 보면 재즈, 디스코, 펑크 같은 스타일을 차용하고, 신시사이저 같은 전자악기도 적극적으로 활용했죠.

조현지 : 그런데 시티 팝이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화두라고요.

정민재 : 그렇습니다. 이 레트로, 나아가 뉴트로 흐름에서 시티 팝을 발굴하고 찾아서 듣는 마니아들로부터 시작된 유행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에도 시티 팝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이지 그와 유사한 음악들은 있었습니다. 장기호 씨가 속했던 빛과 소금의 ‘샴푸의 요정’, 윤수일의 ‘아름다워’ 이런 음악들이죠. 또 한 분 빼놓을 수 없는 가수가 바로 김현철 씨입니다.

조현지 : ‘춘천 가는 기차’, ‘달의 몰락’을 부른 그 김현철 씨요?

정민재 : 맞습니다. 시티 팝 마니아들 사이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시티 팝 명반으로 꼽히는 앨범이 바로 1989년에 나온 김현철 1집이에요. 퓨전 재즈의 음악에 가요 멜로디, 섬세한 가사를 입힌 좋은 앨범이었는데, 이걸 한국판 시티 팝의 명반이라고 보는 거죠. 재밌는 건, 정작 김현철 씨는 시티 팝 같은 용어도 몰랐고 요즘에 사람들이 이 앨범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고 합니다.

조현지 : 최근 시티팝 마니아들이 김현철씨의 1집을 재평가한건데, 김현철씨 놀랐겠네요.

정민재 : 그렇죠. 시티 팝 같은 건 생각도 안 했고 그저 자신의 음악을 냈던 1집이었으니까요. 작년에 젊은 가수들이 한국의 시티 팝을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를 했는데, 그때 죠지라는 알앤비 가수가 김현철의 ‘오랜만에’를 불렀습니다. 그래서 김현철 씨가 자신의 노래를 리메이크 한다니 궁금해져서 공연장에 가셨대요. 공연에 게스트로도 올라갔고, 끝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까 문득 새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렇게 해서 며칠 전에 무려 13년 만에 새 앨범을 냈어요.

조현지 : 사회적인 유행 현상이 한 가수의 창작 의지를 되살렸군요. 13년 만이라니 왜 그렇게 오랫동안 앨범 작업을 안 하셨을까요?

정민재 : 13년 전에 9집을 내고 음악을 하는 게 재미가 없어지셨대요. 그래서 악기, 컴퓨터 이런 것들을 처분하고 라디오 디제이 하고 방송 일을 하다 보니 10년이 흘렀답니다. 제가 몇 년 전에 김현철 씨와 인터뷰를 했을 때는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우선은 가사가 잘 안 나온다. 진솔한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서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가사여야 하고, 그런 노랫말 측면의 고민이 많다고 했고, 두 번째로는 흥행에 대한 부담 없이 정말 내가 만족할 만한 음악을 하겠다, 그런 얘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이런 것들이 좀 해소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그 원동력에는 새로운 세대에게서 받은 뜨거운 기운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조현지 : 그러면 오랜만에 돌아온 김현철 씨의 신곡을 한 번 들어보죠. 어떤 노래를 들을까요?

정민재 : 김현철 씨가 이번에 낸 앨범은 10집의 예고편 격입니다. 딱 5곡이 들어있고요, 올 가을에 낼 10집의 미리보기 앨범이죠. 타이틀곡은 2곡인데 한 곡은 마마무의 휘인, 화사가 함께한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 다른 한 곡은 아까 얘기했던 젊은 알앤비 가수 죠지와 함께 부른 ‘Drive’입니다. 개인적으로 ‘Drive’가 정말 좋더라고요. 앨범의 첫 트랙인데 딱 재생하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김현철이 정말 돌아왔다!”

조현지 : 김현철의 신곡입니다. ‘Drive’.

M. Drive - 김현철

조현지 : 노래를 들어봤는데, 얼핏 듣기에는 누가 김현철이고 누가 죠지인지 분간이 잘 안 가는데요.

정민재 : 그렇죠. 저도 처음에 들을 때 두 분의 음색이 참 비슷하다 생각했어요. 아닌 게 아니라, 김현철 씨도 젊은 시절의 자신을 보는 것 같다고 얘기하셨더라고요.

조현지 : 김현철 씨의 컴백 소식을 들어봤는데, 또 한 명의 반가운 컴백 소식이 있었죠?

정민재 : 그렇습니다. 지난 2011년에 <슈퍼스타K 3>에 출연했던 혼성 듀오 투개월 기억하실 겁니다. 김예림, 도대윤으로 구성된 팀이었는데, 김예림 씨는 솔로 가수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죠. ‘All right’, ‘Rain’, ‘Voice’ 이런 노래들을 냈는데, 2016년 이후로 어떤 활동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조현지 : 그러고 보니 김예림 씨 소식을 한동안 못 들은 것 같네요.

정민재 : 네, 지난 2016년에 윤종신 씨가 이끄는 미스틱과 계약이 끝나고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소셜 미디어 계정도 모조리 정리를 했었어요. 그래서 혹시 은퇴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는데, 이번에 4년 만에 신곡을 내면서 돌아왔습니다.

조현지 : 이 분은 아직 나이도 어린데, 지난 4년 동안 아무 활동도 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요?

정민재 : 이번에 신곡을 내면서 김예림 씨가 직접 얘기한 인터뷰 내용을 보니 지난 시기를 이렇게 회상하더라고요. 회사에 소속되어 노래를 하면서 불만도 있었고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고 회의감도 있었다. 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다. 돌아보니 음악을 하고자 했던 내 목표에서 내가 정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더라.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서 잠재력과 가능성을 봐줬는데, 그걸 내가 직접 사용할 때 좀 더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회사도 나오고 혼자서 새 음악을 준비했다는 얘기를 전했습니다.

조현지 : 결국은 내 갈 길은 내가 정해서 내 스스로 해보겠다, 하는 정신이었던 거군요. 얘기를 들어보니 이번 신곡은 왠지 이전에 저희가 봤던 김예림 씨, 투개월 음악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민재 : 그렇죠. 일단은 활동명부터가 달라졌습니다. 기존에 김예림에서 림 킴으로 활동명을 바꿨는데요, 림 킴은 이 분이 미국에 살 때 쓰던 영어 이름입니다. 지금 한 곡이 먼저 공개가 된 상황인데, 이 노래 제목이 영어로 ‘SAL-KI’입니다. 이걸 발음대로 읽으면 ‘살기’죠. 이게 무슨 뜻일까 했는데, 그동안의 쌓여있던 마음속의 화, 욕구 이런 것들을 토해내듯이 담았대요. 어쩐지 노래를 들어보시면 아주 아주, 아주 많이 독특합니다.

조현지 : 제목부터 센 느낌이 느껴지는데요. 음악이 어떻길래 아주 아주 독특하다고 하시는 걸까요?

정민재 :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김예림 씨의 음악은 특유의 몽환적이고 약간 달콤하면서도 포근한 그런 목소리가 인상적인 음악들이죠. 투개월의 음악도 그랬고요. 이번 신곡에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일단은 굉장히 날카롭고 강력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힙합 비트가 노래를 지배하고 있고요, 가사를 봐도 상당히 자기 표출적이에요. 전부 영어로 되어 있는데 가사를 조금 소개하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더 이상의 침묵은 사양이야, 그래 우린 용감하게 대면하지. 넌 막을 수도, 감당할 수도 없을 거야. 난 이 판을 바꿔야만 해. 남자들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찾지 마, 내 목소리가 들리도록 소리 높이고 있어, 내 세상을 만드는 거야”. 가사가 참 멋지죠.

조현지 : 가사도 정말 강력한데요. 림 킴으로 돌아온 김예림의 신곡 ‘SAL-KI’ 들어보죠.

M. SAL-KI - LIM KIM

조현지 : 김예림 씨의 신곡 들어봤는데, 김예림이라는 얘기를 안 했으면 누군지 전혀 모를 뻔 했어요. 완전히 새로운데요.

정민재 : 그렇죠. 김예림 씨도 곧 이 노래를 포함한 새 앨범을 발표한다고 하는데, 어떤 음악이 들어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조현지 : 네, 오늘은 김현철, 김예림 두 분의 컴백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마지막으로 신청곡 하나 전해주시죠.

정민재 : 오늘 제가 마지막으로 준비한 곡은 빛과 소금의 1990년 노래 ‘샴푸의 요정’입니다. 앞서서 뉴트로, 시티 팝 얘기를 하면서 잠깐 언급을 했는데, 이 노래는 발매 당시보다 오히려 현재로 올수록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는 것 같아요. 물론 MBC의 단막극 <샴푸의 요정>의 주제곡으로 쓰였을 당시에도 인기는 있었지만, 시티 팝 열풍과 뉴트로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들어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곡입니다. 얼마 전에는 마마무의 화사 씨가 리메이크를 하기도 했더라고요.

조현지 : 네, <뉴스를 품은 음악> 정민재 음악평론가와 함께 했고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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