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수상은 상상도 못 해"...현지에서 전해온 뒷이야기

봉준호 "수상은 상상도 못 해"...현지에서 전해온 뒷이야기

2019.05.26. 오후 2:0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 진행 : 최아영 앵커
■ 전화연결 : 반서연 / YTN 플러스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이번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 영화가 100주년을 맞은 올해에 이뤄져 더욱 뜻깊은데요.

과연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까요?

현지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해 보겠습니다. 반서연 기자!

현재 칸영화제에 참가하고 계신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사실 황금종려상 수상을 기대하면서도 직전까지는 수상을 확신할 수 없었는데 황금종려상 거머쥐던 순간 현지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저는 칸 영화제가 열리는 곳이죠. 팔레 드 페스티벌 내에 위치한 기자실에서 저희 한국 기자들과 함께 시상식을 지켜봤는데요.

사실 현지 시간으로 정오가 넘은 시간, 정확히 말씀드리면 12시 41분경에 봉 감독에게 시상식에 참여해달라는 그런 통보가 왔고 그것은 사실상 본상을 주겠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때부터 저희 기자들과 저는 아주 마음을 졸이면서 수상 결과를 지켜보았습니다.

그간 사례에 비춰볼 때 시상식에 참여한 감독이나 배우가 있는 영화의 경우 수상 가능성이 100% 가깝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 상을 받을 것인가 이 부분에 자연히 관심이 쏠렸습니다.

아무래도 그간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거둔 최고 성적이 2등상 격인 심사위원 대상이었기 때문에 내심 마음속으로 최초 황금종려상이 기생충에 돌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으로 기다렸고요.

호명이 되자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오고 정말 열광적인 반응이 있었습니다.

가슴벅찬 순간이었습니다.

[앵커]
현장에서 봤다면 조금 더 뜻깊은 마음이 들었을 것 같은데요.

주변에 다른 나라에서 온 기자들도 있었을 텐데 외신 반응은 어땠나요?

[기자]
전반적으로는 의외의 결과라기보다는 충분히 받을 줄 알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습니다.

함께 있던 외신 기자들은 한국 취재진을 향해서 나도 봉준호가 황금종려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고요, 또 박수를 함께 치기도 했습니다.

사실 칸영화제 기간에 발행되는 공식 소식지죠. 스크린데일리 평점은 현지 매체들의 반응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인데 여기서 기생충은 4점 만점에 3.5점으로 21개 경쟁 부문 진출작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앵커]
외신들도 예상했는데 정작 봉준호 감독은 판타지 같다며 수상은 상상도 못 했다고 밝혔는데 옆에서 지켜본 봉 감독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기자]
일단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이라는 최종 발표가 나오자 봉 감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요.

옆에 자리에 앉아 있던 송강호 씨가 봉준호 감독을 와락 안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비치기도 했습니다.

시상식 직후 봉준호 감독이 배우 송강호 씨와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들고 기자실을 찾아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눴는데요.

굉장히 상기된 표정이었고요, 주변에 있는 취재진과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을 만큼 굉장히 기쁜 모습이었습니다.

이때 수상 소감으로 이야기를 했던 게 평소에는 사실적인 영화를 찍는데 지금은 마치 판타지 영화 같다라고 답해서 굉장히 얼떨떨한 모습이었고요.

수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눈을 크게 뜨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수상자들이 차례로 불리고 우리만 남은 건가 했을 때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여기서 옆에 함께 있던 배우 송강호 씨 얘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칸에 올 때마다 상을 받았다며 이번에는 봉준호 감독 차례다, 이렇게 수상을 예견을 했었거든요.

송강호 씨 수상소감은 어땠습니까?

[기자]
송강호 씨 역시 봉준호 감독의 수상에 누구보다 기뻐했고 정말 싱글벙글한 표정이었습니다.

송강호 씨의 경우에는 위대한 감독들이 함께했는데 안 불리면 안 불릴수록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고 솔직한 심정을 내비치면서도 시상식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긴장하고 바들바들 떨면서 기다렸다고 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앞서 시사회 때 기립박수가 8분가량 이어지면서 현장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다고 전해졌거든요.

전에 보면 10분 이상 기립박수를 받고도 수상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사회 때 분위기는 어땠나요?

[기자]
공식 상영회가 열린 뤼미에르 극장에서는 2300여 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로부터 정말 우레와 같은 박수가 8분 동안 이어졌는데요. 사실

이 기립박수라는 게 말씀해 주셨듯이 칸 영화제에서는 의례적인 일이기는 하지만 이날 시사회에서 직접 본 느낌은 좀 달랐습니다.

상영 중에 기립박수에 견줄 법한 박수 갈채가 두 차례 나왔고요.

관객들은 휘파람까지 불면서 해당 장면을 보고 느낀 감탄을 아낌없이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상영 이후에도 거의 나가는 관객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대부분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요.

이게 의례적인 답례 박수 이상으로 이런 현장 분위기에 굉장히 진심이 느껴졌고요.

꽉 채운 박수라고 할까요? 봉준호 감독이 아마 집에 가자고 하지 않았으면 아마 그 박수갈채가 더 이어졌을 거라고 합니다.

[앵커]
사실 수상 직전까지 황금종려상 수상을 쉽게 예상할 수는 없었거든요.

현지에서는 이번 수상 기미가 좀 보였습니까?

[기자]
시상식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장이죠.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기생충의 만장일치 황금종려상 결정을 알려 눈길을 끌었는데요. 수상 가십선 안에 들었다는 사실은 같은 날 현지 시각으로 오후 12시부터 1시 사이에 퍼졌습니다.

통상적으로 수상자만 폐막식에 초청하는 칸의 관례에 비추어볼 때 봉준호 감독이 연락을 받았다는 점은 본상 수상을 아마 의미를 하는 거죠. 그런데 유력했지만 동시에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인데 다르덴 형제나 타란티노 등 쟁쟁한 후보들의 작품 역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 이들 감독의 이름이 1명씩 불릴 때마다 한걸음씩 다가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앵커]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번 결정, 심사위원 만장일치였는데요.

반 기자가 보기에는 영화 기생충의 어떤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고 보십니까?

[기자]
아무래도 기생충의 경우에는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로 세계적인 공감대를 얻어냈다는 게 가장 높은 포인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 역시 출국 전 기자간담회에서 너무 한국적인 소재, 뉘앙스로 가득 찬 영화라 해외 관객들이 100% 이해할 수 있을까 우려가 된다고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요.

그거와 달리 빈과 부라는 빈부격차라는 소재를 굉장히 블랙코미디 안에 세련되게 녹여냈기 때문에 이 점이 세계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소구할 수 있었다. 평단에게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봉준호 감독, 국내에서는 워낙 유명한데 이번 수상으로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르게 됐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황금종려상 수상의 의미 좀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기자]
감독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면서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만들어온 만큼 장르 영화의 쾌거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봉준호 감독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장르 영화 감독인 자신이 황금종려상을 받게 된 것 자체가 놀랍고 굉장히 기쁜 일이라고 강조해서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의 지닌 의미도 남다른데요.

일단 칸영화제가 올해로 72회를 맞이했는데 72년간 한 번도 한국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데 의미가 있고 또 2010년에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은 이후 9년째 수상 가뭄에 시달렸는데 그 갈증을 해소했습니다.

또 한국 영화 10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에 이를 맞아 적지 않은 족적을 남겼고요.

또 봉준호 감독 역시 칸 영화제가 한국 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언급할 정도로 어떻게 보면 한국 영화계가 가지고 있던 결핍 이런 것을 해소한 쾌거를 이뤘다,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모처럼 들려온 기분 좋은 소식인데요.

지금 칸 현지는 흥분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을 것 같습니다.

연결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지금까지 YTN 플러스 반서연 기자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